발왕산 그리고 눈 내리는 선재길

난해 2023. 2. 28. 20:05

이중섭의 소(횡성휴게소)

2/24(금) 중곡역에서 세 명의 친구가 모여
용평 드래곤벨리호텔 앞 한우마을로 출발,
그곳에서 변동걸친구를 만나기로.
 
하루 전 힘들었던 양구, 봉화산 등반으로
계속된 여정에 괜찮을까 걱정이 되었고.
 
횡성휴게소의 이중섭 그림,
격에 안맞는 느낌.
비싼 한우고기에 이중섭화가를
왜 끌어들였는지.
 
 
 
 

한우마을 앞 풍경

동걸친구, 미리 와 우리를 기다렸는데
식당으로 들어온 우리를 못 본 모양.
주차장에서 내 전화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 반가운 친구 모습.
 
한우마을에서 맛있는 갈비탕, 한 그릇씩.
 
 
 
 

케이블카를 타고 발왕산으로

신영우친구의 할인카드 덕에 반값으로 올랐다.
당초는 발왕산까지 등산을 하고
케이블카로 하산하기로 했었는데-
그러면 표를 안 사도 되었을 터.
 
발왕산(發王山, 1458m)은 팔왕(八王)의 묘자리가
있다 하여 팔왕산이었는데 일제때 발왕산으로.
평창군 대관령면 수하리 소재.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되었고
260본 주목군락지가 있다.
이산의 북쪽 용산리 완경사에는 전국 최대규모의
용평스키장이 있고.
 
 
 
 

전망대에서 사진 한 장

여러해 전 사진동호회 회원들과 이곳에
왔을 때는 사진만 여러 장 찍고 바로 하산.
 
 
 
 

전망대에서 본 풍경

삼양목장쪽이라는데
방향감각이 없다.
 
 
 
 

발왕산 등정(?) 시작

케이블카로 다 올라놓고.
그래도 아이젠, 지팡이는 필수.
 
 
 
 

금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 많고

꽤 미끄러웠고.
 
 
 
 

숲길 안내도

우리는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평화봉전망대 오르고
마유목, 천년주목 치유숲길을 한 바퀴 돌고
케이블카로 하산. 
 
 
 
 

높은 산을 가볍게 올랐다

강원도 중남부 평창군은 인구 41천 명.
옛날 도암면이 대관령면으로 바뀌었다.
청동기시대 고인돌이 있고
예맥국-고구려 -백오현(통일신라)에서
고려초 평창현으로.
 
태백산맥, 차령산맥의 분기점.
계방산(1,577), 오대산(1,563), 가리왕산(1,561)
노인봉(1,338m) 등 높은 산들이 즐비.
 
 
 
 

겸손의 나무

국민이 높은줄 모르는 국회의원들, 한줄로 세워
겸손의 나무 밑을 통과하게 해야.
 
 
 
 

마유목, 어머니는 야광나무이고 마가목은 자녀

속이 비어가는 야광나무 품 속에서 뿌리를
내린 마가목, 야광나무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일주목, 참선주목을 지나, 테크로드는 이어지고

비움을 통해 행복의 참의미를 찾는
천년주목은 참선을 하고 있다고.
 
 
 
 

삼두근 주목, 팔자 주목도 있고

 
 
 
 

고뇌의 주목은 고뇌를 하고 있고

 
 
 
 

어머니 왕주목을 지나면 이끼가든

 
 
 
 

고해주목을 지나면 아버지 왕주목

대한민국 최고수령(1,800세)을 자랑하는 주목나무.
왕수리부엉이 보금자리가 있다고.
 
정선군 사북읍 두위봉(1,466m)에 가면
1,340m 고도에 자라고 있는 삼형제 주목을
만날 수 있다. 큰형은 1,440년된 나무로 추정.
천연기념물.
 
 
 
 

천년주목숲길, 큰 표지판을 지나면

종갓집 주목, 왕눈이 주목이 있고.
 
 
 
 

발왕산 부엉이 가족

부엉이는 머리 위에 큰 귀가 있고
올빼미는 귀가 안 보인다.
 
 
 
 

생명의 물, 발왕수 한 모금 마시고

대한민국 최고 높은 곳에서 나는 암반수(1,458m).
바나듐, 규소성분이 많고 나트륨성분이 적은.
 
 
 
 

스키 타는 젊은이들, 부럽기만 하고

 
 
 
 

동걸친구가 사준 왕수리 부엉이빵

다 맛있었지만 콘치즈옥수수가 더 맛있었고
 
 
 
 

하산하여 옛대관령휴게소로 이동

1975년에 세워진 영동고속도로준공기념비를
찾았다.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소재.
박대통령 친필이라고.
 
비는 누덕누덕 땜질을 했고
비문은 알아볼 수 없고.
보수하면 안될까?
그렇지 못하면 비문의 내용이라도 설명해 놓지.
 
 
 
 

다음엔 능경봉(강릉시 왕산면, 1,123m)을 거쳐

고루포기산(왕산면, 1,238m)을 올랐으면.
고루포기산 북쪽에 능경봉이 위치한다.
 
 
 
 

나목들의 저녁, 쓸쓸

 
'솜털 두툼하게 온 몸에 두른 女子
제 몸 꼭꼭 감싸 고요하게 누워 있어
 
저 부드러운 능선, 올라갈 곳 올라가고
들어갈 곳 주저없이 들어가니
 
산행 초입, 둔덕에 올라 허리 두드리다 보면
허어! 거의 다스려 기억조차 희미했던 내 淫心이
스멀스멀 발동하는 것이다'
(서정우, 겨울 산)
 
나목들, 덜 쓸쓸해졌겠지.
 
 
 
 

잠시 산보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전에 들렸었던 덕장 앞 카페에서 담소

손님이 적은지 일찍 문을 닫는 카페.
 
 
 
 

대관령면 횡계리에 있는 황태회관에서

황태찜과 구이+is back 한 잔.
동걸친구의 단골.
동걸친구가 쏘았다. 고마워.
 
 
 
 

이날의 숙소는 버치하우스(Birch House)

용평리조트 버치힐 콘도(대관령면 용산리).
영우친구 처남 것인데 하루 빌렸다.
버치는 자작나무.
 
 
 
 

아침 일어나니 창밖엔 자작나무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여우가 우는 山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甘露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山너머는 平安道땅이 뵈인다는 이 山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백석, 1912-1996, 白樺)
*백화는 자작나무
 
사람들은 자작나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자작나무는 낙엽활엽큰키나무로
북반구 추운지방을 차지하고 있는 나무.
북한이 남방한계선.
껍질이 기름성분이 풍부, 자작자작 소리내며 탄다. 
(박상진교수)
 
버치힐콘도의 자작나무는 이곳에 심어져 
있던 자연산이라 한다.
 
 
 
 

아침도 황태회관에서 하려 했으나

우연히 개천 건너 맷돌순두부집을 발견.
영우친구가 좋아하는 식당이나 찾지 못한 집.
옛날맛 나는 단백한 음식.
 
마침 가족 서너명이 걷지 못하는 원조 할머니를
부축하고 식당으로 들어왔다. 아직도 식당에
애착을 갖고 있는 원조맷돌순두부 할머니.
 
 
 
 

식후 오대산 월정사(평창 진부면 동산리)로

영동지방에 폭설이 온다하여 눈을 피해
횡성 어답산(789m) 등반계획을 세웠으나, 5시간
이상 걸려 험한 산을 오르기는 무리라 판단.
 
어답산은 박혁거세, 태기왕 전설이 있는 곳이라
가고싶었던 산이기도.
 
 
 
 

금강교 건너 천왕문 지나 금강루

금강루 현판 정말 알아보기 힘든다.
금강교 건널 때부터 눈발이 휘날렸고.
 
월정사는 강원도 중남부 60여개 절을 관리.
643년(선덕여왕 12)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석존사리와 대장경 일부를 갖고와 창건한 절.
 
 
 
 

성보박물관, 보장각(寶藏閣) 현판글씨도 난해하고

 
 
 
 

국보인 고려시대(12세기 조성) 팔각구층 석탑, 수리중

오른쪽에 국보인 고려시대 석조보살좌상 사진.
보살의 미소, 중생을 교화시킬 듯하고.
 
 
 
 

절의 중심에 자리잡은 적광전에도 눈이 펄펄

석가모니를 본전불로 모신 전각.
적광전에는 원래 비로자나불을 모시는데.
 
 
 
 

두 친구 동심으로 돌아왔고, 모처럼 눈다운 눈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송이송이 하얀솜을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박재훈목사(1922-2021) 작곡.
그는 어머님 은혜, 송이송이 눈꽃송이,
시냇물 등 작곡.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봅니다

우리는 선재길로 들어섰다.
동걸친구가 선재동자(善財童子)를 얘기했다.
 
화엄경에 나오는 젊은 구도자의 이름.
깨달음을 얻기 위해 53명의 선지식을 찾아갔고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만나
진리의 세계로 들어갔다고.
 
선재길은 월정사 일주문에서
상원사까지 10km.
 
 
 
 

 
'눈을 보고 있는 그대 눈 속에
어느새 눈이 녹아 눈물이 되었네요
눈물은 왜 눈처럼 녹지 않고
눈 속에 자꾸 고이기만 할까요
고여서 자꾸 넘치기만 할까요
 
눈을 맞고 있는 그대 눈 속에
어느덧 눈이 쌓여 눈길이 되었네요
눈길은 왜 눈물처럼 녹지 않고
눈 속에 자꾸 쌓이기만 할까요
쌓여서 자꾸 높아지기만 할까요'
(천양희, 1942-, 눈)
 
 
 
 

 
'구름처럼 떠돌아다녀도
얻을 것이란 
하나도 없었다네
 
오대산 가는 길 옆에
5백년 묵은 전나무들이 빽빽하여
대낮에도
어두움 침 침
캄캄하구나
 
찬바람 불고 서리 오기 전에
어디로 갈까
걸망 메고 망설이다가
 
가부좌 틀어 눈 감으니
바로
이 자리가 그 자리인 것을
내 어찌하여 그렇게도 몰랐을까'
(박용열, 1929-2021, 오대산 가는 길)
 
 
 
 

먼저 간 우리 친구들이 남긴 첫 발자국

 
 
 
 

오대산 사고를 보기 위해 다리를 건너고

 
 
 
 

조선사고길

사고를 치러 가는 길.
 
 
 
 

멋진 하늘 나타나고

 
 
 
 

드디어 오대산 사고 도착

앞은 사각(史閣), 뒤는 선원보각(璿源寶閣).
선원보각은 조선왕실의 족보를 보관했던 곳.
사고를 수호했던 영감사(靈鑑寺)는
맨 뒷편에 위치.
 
오대산 사고는 1606년(선조 39) 설치.
영감사가 수호. 1910년 이후 이왕국도선관 관리.
동경재대 부속도서관에 기증되었다가
관동대지진때 소실.
소잔본 27책은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
 
 
 
 

조선왕조실록은 태조-철종 간 공식역사서

대한제국 고종, 순종실록은 일제하에 있어 
별도로 본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사고의 역사

1392년 춘추관, 충주사고로 시작, 1445년 증설된
4대 사고중 전주사고외 임진왜란때 소실.
 
1606년 5대 사고로 증설.
이괄의 난때 춘추관 소실.
적상산(묘향산사고)사고는 평양에.
태백산사고는 국가기록원 부산지원,
정족산사고((마니산사고)는 서울대규장각에 보관.
 
 
 
 

월정사주차장까지 돌아오는 길,

눈발이 계속되다가 그쳤다.
오랜만에 풍족한 지란지교의 시간.
 
군대시절 이야기도 했고.
동걸친구, 법무관 교육시절, 분대장을 했는데
훈련장교가 행실이 나쁜 훈련생 두 사람을 
뽑으라 해서, 좋은 사람 두 사람은 얘기할
수 있지만 나쁜 사람은 말할 수 없다 하여
단체기압을 받았다고.
 
 
 
 

점심은 월정사에서 멀지 않은 오대산 서울식당에서

돌솥비빔밥, 맛있고 정갈하고.
역시 동걸친구 단골식당.
 
 
 
 

동걸친구와의 이별의 장은 서울식당에서 멀지 않은

카페 연 월 일에서 커피+맛있는 케익.
동갈친구가 쏘았고.
 
케익은 카페에서 직접 구운 것.
 
그리고 친구와의 이별,
멋있고 기억에 남을 여행이었다.
눈 오는 선재길, 나를 찾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귀경길, 양평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하며 잠시 쉬었고

프롬나드 플랑테는 프랑스 파리 폐철을 활용한 공원.
식물이 심어진 산책로라는 뜻.
 
귀경차량에서 영우친구는 병원노조와의 갈등을
잘 처리한 얘기를 했고.
주동자를 재채용도 했다고.
역시 훌륭한 친구.
 
내년 4월 미국에서 유만종, 설의철친구가 오면
친구들 다같이 모이는 장을 만들자 했고.
 
첫날 13천보, 둘째날 19천보를 걸었다.
여행코스를 잘 리드한 변동걸친구,
숙소, 케이블카 등 편한 여행을 주도한 신영우친구,
즐거움으로 우리를 이곳저곳으로 잘 운반해준
류흥구친구,
 
정말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