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37

늦봄, 지혜의 언덕을 넘어 (2006.5.29-30)

1. 나이가 들면 꾀만 늘어 공룡능선을 넘은 지 거의 이년 만에 우리는 지리산행을 결행하였다. 김 형이 저녁을 사면서까지 산행을 유도하여 간신히 성사가 되었는데, 그나마 일정이 1박 2일로 줄어들었다. 초등학교 동창모임까지 들추니, 다섯 명의 일정을 맞추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5월 29일 새벽 다섯 시, 선잠깨어 짐을 꾸려 메어보니 허리가 휘청했다. 어제 꾸려놓은 배낭에 소주 팩 여덟 개, 쌀 5인분, 아름찬 김치 세봉을 더 넣었을 뿐인데. 김치는 소금 때문에 무겁다는 아내의 말이 딱 맞았다. 안 되겠다 싶어 김치 한 봉지를 비롯하여 소주와 쌀의 양을 줄였다. 딴 회원들은 책임 주어진 대로 가지고 오겠지 하면서. 새벽 전철 안은 예상외로 만원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일터로 가는 사람..

잡문 2015.09.26

춘삼월의 여름여행 (2006.3.23-27)

1. 삼월, 삼월회의 비상(飛上) 봄이 오면 여인들은 바람을 탄다고 하지만, 남정네들의 마음 또한 간단치 않다. 그래서 삼월회 회원 여섯 명은 3월 23일(목), 서울을 떴다. 매월 한번 청량리역을 구름다리로 건너, 오삼 불고기집을 찾는 범상적인 생활을 일탈한 비상(飛上)이라할까? 오후 다섯 시 안 되어 김선배, 김형, 정형과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서선배, 이교수는 이미 도착해 있었다. 우리는 일찍 수속을 밟고 면세점을 기웃거렸는데, 여자들에게 특히 다정다감한 김선배는 일치감치 따님에게 줄 화장품을 구입했다. 19시 15분 싱가포르(新加坡)행 비행기는 이륙하였다. 애초에 여섯 명이 모두 가보지 않은 목적지를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싱가포르와 그 이웃인 조호바루, 바탐을 방문하는, 4..

잡문 2015.09.26

봄의 길목을 추월, 문수골을 향하여 (2006.3.4-5)

1. 보고픈 마음 호수만 하니 병술의 첫 봄 나들이는 방 원익군이 특별히 마련한 자리다. 그는 세상 풍파에 시달린 우리들의 머리를 식혀주기 위해, 지리산 계곡의 1등급 고로쇠(骨利水)를 준비해 놓고, 구례 지리산 문수골(덕은내) 계곡의 그의 별장에 우리를 초대했다. 꾀돌이 산악회장 수동군은 가는 길에 담양의 추월산 산행계획을 끼워 놓았다. 나들이하는 날 (3월 4일, 토) 새벽 4시 반에 일어났지만, 나이 육십이 되어서인지 시간이 부족했다. 특히 화장실의 큰일은 늘 한참 걸린다. 6시 10분 전 마나님 차에 올라타자 김 수동 회장의 독촉 전화가 왔다. 6시 조금 넘어 태릉역에 도착해보니, 용문도사, 주유천하 선생 등 세 명이 일찍 와 있었고, 조금 더 있으니 소 사또가 소걸음으로 나타났다. 주선생은 애차..

잡문 2015.09.26

바로물가의 겨울연가 (2005.12.9-10)

한라선 백록담 등반이후, 허리 때문에 두 달 가까이 고전하다보니, 가는 12월이 정말 아쉬웠다. 조금 더 있으면, 대부분의 우리 친구들은 오십이란 숫자를 아쉬워할 게 아니겠는가? 이런저런 생각 속을 헤매다, 재혁군에게 전화를 했더니 너 잘 만났다하는 식의 반응이 왔다. 그래서 바로물가를 찾은 지 13개월이 되는 12월 9일(금요일), 우리는 그곳을 향했다. 작년 기록을 들추어보니 우리친구 여덟 명이 안규철군을 만난 날이 11월 9일이다. 1. 59세에 59번 도로를 타고 지리산 산중을 헤매다. 평촌역에서 대장 재혁군을 만난 때가 오후 2시, 같이 간다던 성익군과 지탄군이 보이질 않았다. 대장의 말을 들어보니, 요즈음 맛들인 돼지 껍데기를 사러 보냈더니 좀 늦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명식군의 모친..

잡문 2015.09.26

마가목 빨간 열매를 밟으며 (2005.9.2-3)

1. 도동항으로 이 승부 원장내외와 신사역에 도착하여 관악산 팀들의 반가운 얼굴들을 대했을 때는 9월 2일 아침 5시40분이었다. 나 상진 부장내외는 자주 만났지만, 부 익수 선배와 진 재현 선배는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두 부인들은 초면이었고. 나부장이 울릉도 여행을 권했을 때, 부부 같이 가는 여행인데 혼자 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 망설였지만, 이제 안가면 언제 울릉도 가 볼 것이냐고 따라붙은 여행길이었다. 소사 휴게소에서 아침 식사를 챙겨먹고 화장실도 갔다 오니, 아침잠도 깨는 것 같았고 여행분위기가 슬슬 익어 갔다. 부선배의 익살은 여전했다. 비록 걸음걸이가 예전 같지는 안았지만, 중풍의 어려운 고비를 이겨낸 사나이다. 호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고 소변보는 내 폼을 보고는, “옛날에는 두 손으로..

잡문 2015.09.26

백록담에서 쒱을 기다리며 (2005.9.8-12)

1. 흑돼지를 잡으러 제주도로 성익군이 제주도에 흑돼지 한 마리를 확보해 놓았으니, 9월 5일부터 사나흘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제의한 것은 8월이었다. 뒤이어 지형, 재혁군한테서 같은 내용의 전화가 왔지만, 울릉도 여행 약속이 되어 있었고, 돼지고기 먹으러 비싼 차비내고 제주도를 간다는 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인지, 태풍 나비 때문에 계획이 9월8일(목요일)로 순연되었다. 백록담을 오른다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고, 이삼일 전부터 내가 안가면 그들도 안 간다는 친구들의 거짓말에 못 이기는체하고 넘어갔다. 생전에 남한의 제1봉을 가보아야하지 않겠는가. “지탄군의 차에 8명이 탈 예정이니 짐을 최소화하여 달라.”는 대장 재혁군의 말이 생각나, 집 떠날 때 배낭에 샌달을 넣을까 말까하고 망설이니..

잡문 2015.09.26

성보기 마등령을 넘다 (2004.10.1-3)

1. 백담사를 거쳐 오세암으로 10.1(금) 상봉동 터미널에서 7:10 용대리 행 버스를 타기 전, 일행들이 메고 온 배낭의 중량 검사를 했을 때는, 민경희를 제외하고는 자기 먹을 것은 가지고 왔는지 걱정이 되었다. 자기 것은 자기가 책임지라고 강조했는데 말이다. 하여튼 버스 안에서 6명은 곧 즐거워졌다. 신민규가 제자들과 오세암에 온다고 하니 오늘 먹을 걱정은 해결될 것 같고, 내일 마등령을 넘어 척산 온천에 몸뚱이 푹 담그고 있으면, 정성익이 우리를 하조대로 모실 차량을 대기시키고 있을 터이고, 하조대에 도착하면 정지형이 회 떠놓고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말이다. 더구나 한사모 모임의 주인공들이 올 것만 같으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10시 반이 되어 용대리에서 하차했을 때, 같은 차에 탔던 봉정암 가는 ..

잡문 2015.09.26

까치복과 병아리 (2004.12.9-10, 12/16-17)

1. 까치복 여행 지리산 계곡탐방이 올해의 마지막 여행이려 했더니, 떡집에서 명퇴한 정성익군이 가만 놓아두지를 않았다. 12월 9일 안양거사 백학천군의 화물차로, 전재혁대장의 지휘 하에 홍성복 군을 모시고 1박 2일의 복(swell fish) 여행을 떠났다. 2차 약수여행 때 하조ㅅ대 정지형군 어부인께서 복 초대를 하겠다는 약속을 앞당긴 결과이지만, 재혁군이 어부인을 노래방에서 잘 모셨고 설거지를 잘한 결과였다. 물론 정성익군의 거간 역할도 경시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예정대로 10시 넘어 인덕원을 출발하여 영동 고속도로 새말IC를 빠져나와, 막국수 집에서 막국수 곱빼기와 소주 그리고 돼지고기를 시켰다. 젊음이 되살아나는지 음식이 남지를 않았다. 태기산, 운무산을 옆으로 하고, 홍천 서석의 용오름 계곡을..

잡문 2015.09.26

바구스인도네시아 (2004.4, 2-8)

바구스 인도네시아 -좋은 나라 인도네시아- 1. 자카르타 도착까지 3월30일, 친구 연태한테서 전화가 왔다. 자카르타에서 경희를 만났는데 너무 외로워 보인다고. 홀아비 생활하는데다 4월이면 인도네시아 회사하고 계약도 끝나니까, 마음이 찹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전에 자카르타를 방문하겠다는 경희와의 약속도 있고, 인도네시아 친구 마할시도 보고 싶었다. 생각해보니 경희와 나는 계획도 없이 훌쩍 여행을 떠나곤 했고,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었었다. 우선 4월2일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네장 예약해 놓고, 아내부터 꼬드겼다. 바빠서 못가겠단다. 명식 부부도 노우다. 경희 집사람도 바쁘단다. 시간 있는 몇 친구에게도 전화를 했는데, 전부 계획이 있다고 했다. 약이 바짝 올라 나 혼자라도 간다고 선언을 하고는 한 ..

잡문 2015.09.26

공룡능선을 넘어 (2004.6.10-12)

1. 백담사에서 읊어 보는 ‘알 수 없어요.’ 초여름 설악산을 찾게 된 것은 김 재원 덕분이다. 재원은 옛날 위암 수술을 받은 일도 있고, IMF때 퇴출당한 기억도 있고 해서, 일 년에 두 번 씩은 큰 산을 찾는다고 한다. 그렇게 함으로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한다고 한다. 김 상환과 나는 이 더위에 무슨 높은 산이냐 하며 산행을 가을로 미루려 했지만, 김 재윤 형이 재원을 적극 밀어준 결과, 6월10일 속초행 버스를 타게 되었다. 우리 넷은 모두 신내동 농협 동인회, 봉화회의 회원이다. 이른 새벽 상환과 같이 택시를 타고 상봉 버스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는, 재윤 형과 재원은 이미 온지 오래된 것 같았다. 재윤 형 외손의 백일 떡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했는데, 맛이 꿀맛이었다. 새벽 일찍 일어나 백일 떡 챙겨주는..

잡문 201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