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37

창수표 복수박과 재완표 황개 (2007.7.15)

7월의 산행 글을 쓰려하니, 벌써 ‘인사 한 마디’에 낮도깨비가 왔다 갔다. 칠월 십오일의 수락산 산행은, 경진 군이 모처럼 나오지 않아, 정상은 못 갔지만, 친구들의 만족도는 높았다. 초복이었지만, 여름의 뭉게구름이 피어있었고, 산꾼들의 땀을 씻어주는 바람도 시원했다. 수종 군이 지난번 포기했던 절골 비탈길을 통과했고, 원익 형도 파열된 관절의 아픔도 감내하며 끝까지 같이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 마음을 찡하게 했던 것은 창수 군이 짊어지고 왔던 짱구박사 머리통보다 큰 수박이었다. 평소 빈손으로 산행한 것에 대한 그의 마음이었다. 미스 영풍이 그 큰 수박을 어찌 다 치울 것이냐고 우려를 하였지만, 눈 깜작할 사이에 수박은 껍질만 남겼다. 산행 후 걱정거리는 재완 군이 하늘마루에 준비한 황구를 어찌 ..

잡문 2015.09.26

정해년생들의 정해년 봄나들이 (2007.4.10)

사친회(농협, 서울 47년생들의 모임)에서는, 일생에 두 번 있는 해, 정해년에, 해외여행을 가느니 마느니 하더니, 주왕산을 들려 동해안을 거슬러 오르는 계획을 세웠다. 여행비용은 기금에서 전액 부담하는 것으로 결정했는데, 22명 중 16명이 참석했다. 우리들의 해이지만 그저 착잡하기만 한 것은 왜일까? 아버님의 회갑 때는 입사 후 육 년차 되는 해였는데, 장남의 입장에서 회갑잔치를 조촐하게 해드렸었다. 그때 사진을 보면, 며느리 사위 손자 손녀들에 둘려 싸이신 아버님의 얼굴이 환하시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렇다 치고, 집사람은 시어머니 모신지 삼십년 가까이 되는데도, 아직도 세 아이 뒤치다꺼리에 늙는 줄도 모른다. 4월 10일 신천역, 우리들의 출발은 아침 여덟 시에서 반시간 정도 지연되었다. 홀아비..

잡문 2015.09.26

폭력남편(2007.1.31)

요즈음 남자들의 형편이 말이 아니다. 결혼한 지 삼년이 안 되어, 고분고분하던 남편이 말대꾸하는데 어찌하면 좋으냐고, 라디오 음악 프로그람에 사연을 띠우는 젊은 아낙이 있어, 공연히 해보는 소리겠지 했더니, 며칠 후 신문 칼럼에는 부인에게 핸드폰을 사준 한 지식인의 사연이 실려 있어 실소를 했다. 노부부가 같이 외출을 하면, 항상 부인이 남남인 양 상당한 거리를 두고 앞서 가기에, 혹시 그녀가 그를 떼어 놓고 영영 가버리는 것은 아닐까하고 걱정이 되어, 핸드폰은 불필요한 물건이라는 평소 생각을 바꾸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시대에 상당히 뒤떨어져 있는 사람 같다. 집사람 말에 의하면, 집안에서 손가락 하나 까딱 않는 사람은 나 하나이다. 그렇다고 내가 집안일을 도울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잡문 2015.09.26

옛길을 찾아나선 가을여행 (2006.10.30-11.1)

1. 아무도 안계십니까? 여행의 즐거움은 경험하지 못한 곳을 찾아, 그곳의 자연과 삶 등을 맛보는 것이지만, 중간 중간 낯익은 곳과 사람들을 찾는 기쁨 또한 적지 않다. 이번 여행은, 지난 여름 삼척의 응봉산 용소골에 이어, 정선의 옛길을 찾아보는 것을 우선으로 하였다. 두 옛길은 연극평론가 안치운이 그리움으로 걸었던 길이다. 10월 30일, 우리들의 강원도 여행은 늘 그렇듯이, 횡성 새말을 들리는 것으로 시작됐다. 오후 일곱 시였지만, 벌써 어둠은 짙게 깔려 있었고, ‘새말묵집’ 앞은 전등불만 훤히 켜져 있을 뿐, 주인은 없었다. J가 아무도 안계시냐고 몇 번이나 큰소리로 부른 뒤에야 어디선가 주인아주머니가 나타났다. Z의 농장에서 딴 오디로 K가 빗은 오디술에 메밀묵밥은 별미였다. 이번 여행의 동행자..

잡문 2015.09.26

아차! 망우의 봄기운이군 (2006.1.24)

농협의 품을 떠난 지 만 두해가 되니, 동년배 동인끼리 한 달에 두 번하는 산행에 동참하는 친구가 두 셋에 불과하다. 겨울의 추위가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나이 육십에 들어서서 몸이 갑자기 늙어서일까? 돈 벌기에 바쁘다면 이해가 되겠지만. 새해 들어 두 번째 산행에도 세 명이 참가했다. 47년 산악대장 임 동욱 동인과 합천 산 사나이 허 태곤 동인, 그리고 허리가 신통치 않은 꺼벙이 나. 광나루 전철역에서 시작한 산행은 몇 번 길을 물어 헤매다가, 장로회 신학대학교 정문 후문을 거쳐 아차산성 쪽으로 들어섰다. 오늘 참가하기로 한 조 성수 동인은 장모 상을 당하여 발인 중이고, 이 명노 동인은 모친이 의자에서 떨어지셔 간호중이라 했다. 예전 같으면 육십 노인네라고 자식들에게 봉양 받을 나이인데, 실제는 팔십..

잡문 2015.09.26

한여름 산사는 조용했네 (2005.8.13)

명식군 내외와 여행을 한다고 벼르다, 하필이면 광복절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에야 길을 나섰다. 첫 목적지를 공주의 마곡사로만 정해놓고, 다음은 명식군이 하자는 데로 따르기로 하고, 가다가 좋으면 머무를 작정으로 아침 6시 집을 떠났다. 우리 딴에는 꽤 이르다 싶었는데, 중부고속도로와 연결되는 태릉 쪽의 순환도로는 벌써 꽉 막히어 있었다. 생각을 바꾸어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청담대교를 건너 판교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영동고속도로 분기점 지나서야 차량흐름이 빨라지는 것을 보니, 역시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동해안을 더 좋아하는가보다. 1. 춘 마곡 못지않은 하 마곡 논산가는 고속도로를 들어서고 나서야 여행의 한가로움을 느낄 수 있었고, 쪄 가지고온 평창 옥수수 생각이 났다. 친구와 나누어 먹는 ..

잡문 2015.09.26

지리산 계곡탐방 (2004.11.8-9)

지리산 계곡 탐방여행은 1.2차 약수여행에 이은 올해의 끝마무리 여행이다. 11월8일부터 10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산청군의 중산리 계곡을 시발점으로 하여 하동, 구례, 남원, 함양을 거쳐, 다시 산청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전 재혁 대장님의 통솔 밑에, 김 지탄 친구의 애차(愛車)에 실려, 이리저리 낙엽 떨어지는 소리를 따라 휩쓸려 다녔다. 숲이 우거진 둔덕을 올라타는 것보다,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을 들락날락하는 것을 좋아하는 문턱 산악회 체질에 딱 맞는 여행이었다고나 할까. 이번 여행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하동에서 배 과수원을 경영하고 있는 안 규철 친구와의 만남이었다. 1. 엿 먹으시오, 청학동계곡 아침8시 평촌역에 성복, 수동, 수영, 상갑 등 일곱 명이 모였다. 김 수동 사무총장..

잡문 2015.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