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산 억새와 사람들
억새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
로 시작하는 1937년 고복수선생이 부른 ‘짝사랑’이다.
작사자는 억새가 가을바람에 나부끼면, 짝사랑하던 여인이 생각났는가보다.
사람들은 가을바람에 출렁이는 황금빛 억새무리에 반해, 이들을 찾겠지만,
한편으로는 가을이 가고, 세월이 간다는 아쉬움을 마음에 두고 있을 것이다.
특히 가을 명성산을 찾는 사람들은 왕건에 패퇴한 궁예의 비애를 느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문화포럼뉴비젼 1기 정남, 연옥, 선희씨와 명성산을 향해 달릴 때는
안개 끼고 바람 없어 걱정했지만, 억새 출사에는 이상적인 날씨였고,
억새축제전이라, 사람들로 인한 번잡함은 피할 수 있었다.
억새밭으로 오르는 길은 먼지 나고 힘들었지만, 일부 단풍 든 나무들과
억새 군락을 헤집고 다닐 땐, 가을을 헤집고 다니는 기분이었다.
억새밭 촬영을 마치고, 능선길을 거쳐 급경사를 힘들게 내려와, 자인사 대웅전
앞에 섰을 때, 무슨 제(祭)를 올리는지, 대웅전 안에서는 멋진 승무가 펼쳐지고 있었다.
혼자였다면 참여해보고 싶은 제였다.
돌아오는 길, 고맙게도 정남씨 부군의 초대를 받았다. 부군 사업장이
포천 내곡에 있어 정남씨가 미리 연락한 모양이었다.
광릉수목원 근처 ‘향나무집’에서 옻닭을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평일, 청일점으로 출사할 때는 마음이 종종 불편한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 보기에
실없어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사진선생 같아 보이기도 하는 등.
그래서 정남씨 부군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하여 “다음에는 집사람 불러
한번 쏘라고 하겠습니다.”했더니, 모두 웃었다. 내가 집에 있고,
집사람이 노상 남자들과 출사 다닌다면, 한번쯤 쏠 아량이 내게 있겠냐고.
요번 명성산출사는 일거삼득. 사진찍고, 등산하고, 대접받고.
그러나 운전관계로 선희씨, 정남씨 부군과 한잔 할 수 없었던 것이 정말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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