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차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윤동주의 봄)
4월7일(수) 중앙선 전철을 타고, 원덕역에서 내려 주읍산(583미터, 추읍산, 정상에 오르면
칠개 읍이 보인다하여 칠읍산이라고도 함)을 찾았다.
산의 초입 두레마을옆을 흐르는 흑천은 아직까지 가을의 흔적을 안고 있었고,
흰 구름 보며 솔숲을 오르면서, 주읍산의 부드러운 흙과 포근함에 우리는 행복해했다.
태욱군은 제대후 지리산 천은사에 머물적의 한여인에 대해 얘기했다. 다리를 전다는 이유로 애인에게 버림받고 ,
절망해 있었던 서울미대생과 깊은 대화를 했었다고. '에이 못된 놈, 그놈 어떤 놈이었지?'
상갑군도 한마디. 70년대말 겨울 직장을 쉬고 설악산 권금성산장에 머물 때, 그런 여인들의 자살을 막은
경험이 있다고. '봄날 그대의 처참한 시신을 보는 가족들은 어떠할까'등의 대화를 유도해 가며.
'상갑아, 너는 큰 보시를 하였구나.'
우리들은 멀리 남한강 줄기를 내려다 보았다.
추읍산 정상(출발점에서 약3키로)에 서니, 시야는 훤하고, 안내판은 촌스럽고.
멀리 용문산의 산줄기는 보이는데, 우리들의 용문은 어디 갔는가? 김용문, 권용문 모두
눌린 돼지머리, 달래무침, 유자청부침개--- 정상에서 맞은 진수성찬.
무엇보다, 안동소주병에 담긴 해송 솔방울주와 딸기색의 조화.
내리쪽으로 내려오는 길, 봄은 생강꽃, 수양버들가지로부터,
그리고 제비와 제비꽃으로부터 오고.
산수유축제를 끝낸 내리 마을의 재실은, 아직도 노란 그리움에 젖어 있었다.
버들강아지도 반가웠고,
볼수록 정겨운 내리마을은
봄의 진동이 계속되고,
진달래도 올 추운 겨울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마을입구에서 달래, 냉이, 돌미나리 만원어치 사서 나누어가졌는데,
집에 오니 마나님 왈, 누구 코에 붙이라고 요맹큼 사왔냐고.
봄기운에 취해, 솔방울술에 취해 내려오다, 엉뚱하니 원덕역 길에서 멀어져 한우단지로 빠져서는,
고민고민하다, 마침 산정상에서 만났던 서경솔잎산악회팀을 조우했다. 유평석 산악대장은 소방서
119구조대장으로 복무하고 있는 멋쟁이였고, 동행한 회원은 미인2명.
그들의 승합차에 동승, 아차산역 청진동해장국집까지 냅다 달렸고, 그들과 함께 뼈다구 해장국에 막걸리2병.
내친김에 대목회 사무실에 들려 훌라춤에 몸보시했고, 남규군 출연 경희군 집행, 포장마차 파티에 참가.
올가을 산수유 빨갛게 익을 때, 주읍산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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