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빛둥둥섬을 찾아가는 길, 두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오늘 삼성의료원 응급실로 온 친구가 오늘을 넘기기가 어렵다고, 마지막 인사라도 하라는 전갈이었다.
실질적인 삶의 마무리단계 십년 가까이를 같이한 친구가 간다하니-
선희씨의 차를 따라가는 길, 마음이 둥둥 떠가는 것같았다. 길도 잘못들어, 뒷골목 옆골목을
휘돌아 가고. 이친구가 빨리 오라는 신호일까?
한강공원에 주차를 하고서도 망설이다가 사진의 유혹에 지고 말았다.
친구 둘이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는 시간의 여유도 있고.
삼각대를 이리저리 옮겨 사진을 찍어보았지만, 친구의 얼굴이 물위에 얼비쳤다.
둥둥섬으로 이동하는 중, 전화가 왔다. 먼데서 출발한 친구들이 먼저 도착했다고.
어이쿠, 내가 제일 못된 놈이구나.
서둘다보니 주차장입구 돌출부분에 차를 부딪쳐가며, 이층아래층 헤매다, 친구를 찾아보니,
부인은 초죽음되어 쓰러져 있고, 딸은 글썽이며 친구 발을 정성껏 주물르고 있었다.
친구의 손은 차디차고. 의식은 없지만, 다행히 얼굴은 평안했다.
올 2월, 폐암 진단받고 수술받은 친구는, 9월초 우리와 같이 하조대에 있었다.
어성전에서 고기잡아 튀김도 해먹고, 주문진에서 회 떠다 먹고, 부인이 해주는 복지리도 맛보았다.
밤에는 그친구는 소파에서 테레비보고, 우리는 작년 수확한 콩을 고르면서 이얘기 저얘기하며.
집안이 정신 없다보니, 작년 콩자루가 추수한 그대로였다.
모처럼 친구의 기분이 좋다고 그의부인은 우리를 칙사대접했고,
우리는 그의 기분을 업시키코자 노래방까지 찾았다. 그가 좋아하는 나훈아의 사랑,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등 몇곡을 부르다 말았지만.
그와의 대면은 그때가 마지막이 되었다. 몇번 전화로, 밥 잘 먹어, 걷기라도 해 하는
정도였다. 그의 건강상태는 나빠져가고 있었고, 그의 아들, 사위를 통해 어렵게 소식을 들었다.
밤 10시정도 되어 오늘은 괜찮겠구나하고, 그들에게 인사하고, 주차장에 와보니,
왼쪽 앞타이어가 찢어져 있었다. 긴급출동서비스를 받아 집에는 왔지만, 나의 자책은
시작되었다. 세친구중 제일 못돤 나를 꾸짖고 있구나하고.
둥둥섬 출사 다음날인 오늘 오후 2시반, 그는 갔다.
문화포럼 1기 점심모임하러 나오는 길, 떨어져 뒹구는 은행잎들은 그렇게 아름다웠는데-
모임 끝나고 나오는 시각, 그는 가고말았다.
모임에서 어제 얘기를 했다. 어제 병원에서 나올 때, 지하철탄다고 헤어진 친구가
오십미터 쯤 가더니, 되돌아와서는 수서역까지 같이 가자고 했다. 같이 주차장에 가보니 차는 펑크나 있고,
긴급출동차가 와서 용무 끝날 때까지 지켜보다, 그는 택시타고 역까지 갔다.
그리고는 "너와 같이 있으면, 그렇게 펑크가 잘나니."하는 소리 듣고. 친구이니까.
모임 끝나고, 장안평시장으로 타이어 갈러 가서, 가게위치를 묻는 전화를 걸었더니,
틀린 전화번호라고 했다. 아침에 전화를 헀을 때는 분명히 동네 가게보다 이만원이
싸다고 했는데--
망우역에 있는 타이아점 가는 길은 뻔한데도, 길을 헤맸다. 아직도 그는 나를 지켜보고
있는가보았다.
새타이어로 교체하고 오는 길, 라디오에서 윤형주의 '하얀 손수건'이 흘러 나왔다.
5년전 졸업 40주년 고교동기모임에서, 우리들의 중학교 동기인 윤형주가 축하노래를
불렀다. 같이 온 고인의 집사람은 형주의 열렬팬이었는지, 노래하는 형주를 보고 "어마, 형주오빠아니야"하며
괴성을 지르며 너무 좋아해서, 노래가 끝난 뒤, 형주를 불러 그녀를 소개했었다.
아직 그녀의 청춘은 안끝났는데, 미망인이 되었다니.
친구여, 그녀의 하얀 손수건은 잊어버리고, 부디 이승의 모든 근심은 잊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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