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산성 둘레길을 돌고 돌아(2013.2.18)

난해 2017. 8. 4. 22:24

나는 구석이 좋다

햇살이 때때로 들지 않아

자주 그늘지는 곳

그래서 겨울에 내린 눈이

쉽게 녹지 않는 곳

 

가을에는 떨어진 나뭇잎들이

구르다가 찾아드는 곳

구겨진 휴지들이 모여드는 곳

 

그곳이 없으면

나뭇잎들의 굴러다님이

언제 멈출 수 있을까

휴지들의 구겨진 꿈을

누가 거두어 주나

 

우리들 사랑도 마음 한 구석에서

싹트는 것이니까.                                (이창건의 구석)

 

 

마천에서 오르는 위례성둘레길은 일부 질척거리는 곳도 있었지만,

겨울눈이 그대로 있었고 아늑했다.

우리는 작년과 같이 몇몇이 이야기하며 흰 융단길을 올랐다.

 

이종열사부님이 얘기하시면, 유오갑제자는 열심히 머리속에 구겨넣고 있었다.

"부부가 성지순레차 예루살렘을 들렸는데, 그만 부인이 심장질환으로 저세상으로 가셨다.

주위사람들은 운구비용도 만만치 않고하니, 성지에서 장례를 치르기를 권했다.

홀아비된 친구, 완강히 거절하며 고국에서의 장례식을 고집했다.

사흘만에 부활한 전례도 있고, 집사람이 부활하면 어떻게 될까를 염려해서였다고."

 

삼분의 이쯤 올라 완만한 능선 벤치에서 아줌마무리들을 조우했다,

그녀들 준회원과 같이 있는 우리를 부러워한다고 말은 했는데.

종열친구와 나를 보고, 전봇대오빠, 옥탑방 오빠 어쩌고헀다.

티브이드라마를 안보니, 부러워한건지 조롱을 한건지?

 

서문입구에서 다시 남문으로의 눈길을 걸어,

산성민속집에서 자리를 잡았다. 3년째 들린집.

예쁜 여사장 연로해지셨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포근했다.

 

아홉명이 소주 2병, 막걸리 2병에 싸온 음식에 전골 대자 둘.

"막걸리가 좋냐? 소주가 좋냐?"

"막걸리, 소주 딸아주는 색씨가 더 좋지."

 

산성엔 버스 손님도 예전처럼 많지 않았지만,

남한산성역까지 눈이 덜 녹은 큰 길을 내려갔다.

미끄러질 것도 같은 길을, 술이 적당히 취해, 우스개소리하며.

 

이종열친구의 마나님 사랑은 본받을 만하다.

구우 옥수수를 사서 배낭에 넣었다. 집에서 기다리는 마나님을 위해.

덕분에 나도 두 자루 얻었지만.

 

5시간 가까이의 완만한 산행, 즐거웠다.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었고.

 

(참석한 친구들)

김용문 유오갑 이윤희 이종열 임춘호 조경진 외 준회원 3명.

 

(회비 입출)

회비 60천원

점심 65천원 (-5천원)

회비잔액 1,27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