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개운면과 용문에 걸친 추읍산은 임신한 아낙네의 모습,
풍요스럽고 부드러운 산이다.
회기와 상봉에서 중앙선을 탄 친구들은 8명.
원덕역에서 내려, 흑천을 따라 걷다가,
다리를 건너 두레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수량 풍부한 흑천은 아직도 가을분위기.
산림욕장을 지나 급한 경사를 헐떡거리다보니, 막 피기시작한 진달래.
올해 처음 본 진달래꽃이었다.
어제 본 드라마특선 '러브 픽션'
알라스카에서 자라 겨드랑이털이 무성하고
사진을 전공하여 남자의 나신을 즐겨찍는 활달한 여인의 얘기를 하며--
화사한 여심은 보랏빛.
내려다 본 양평쪽의 모습.
어제 봄비가 흠뻑 내렸지만, 오리무중의 봄기운.
583미터 추읍산 정상에서, 친구들이 있어 행복한 우리.
원덕역에서 3키로의 길을 2시간반에 걸었다, 좀 돌기는 했지만.
정상 한귀퉁이에서 두 친구의 유부초밥 경연이 있었고,
황윤건 집사람이 준비해준 손자용 소세지, 인절미고물에 잣비빔,
그리고 잣 넣은 커피도 있었다.
여주쪽에서 흘러내리는 남한강.
주읍산, 칠읍산으로 불리기도 했던 추읍산 정상에서는 여주, 용문 등 7개 큰 고을이 보인다고.
이곳에서 일곱명의 남자는 봄의 여신에게 읍하였다.
질마재를 거쳐 너덜지대를 지나는 하산길, 생강나무꽃 만발했다.
고급주택 빨래너머 삼성리마을.
봄을 맞은 마을수탉의 위용.
마침 양평5일장이기도 했지만, 상경하는 전철에 자리가 없어, 이곳에 들렸다.
뻥튀기아저씨 여유가 있었다.
봄나물은 서울아줌마들이 이미 싹쓸이해갔고,
히야신스 활짝 피어있었다.
돼지꼬리는 이미 동났고, 꿩 대신 닭발,
엉터리빈대떡과 수수부꾸미.
맛보다는 분위기.
큰 시장에 인파는 넘쳤다.
맛을 찾아 순대집으로 옮기는 길의 시장노래마당.
파란잠바 아저씨, 고장난 벽시계를 부르고 있었다.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는냐.
나를 속인 사람보다 네가 더욱 야속하더라.
한두번 사랑땜에 울고 났더니 저만큼 가버린 세월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순대국집에서 즐긴 순대와 오소리감투.
맛은 좋았지만, 시장의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없었다.
오늘 하루도 가면 안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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