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초 박달령(외씨버선길 9,10코스)에 올라,
우리끼리 선달산 오르기로 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마루금이란, 수평선 지평선하는 개념으로 하늘과 산능선이 만나는 선이다.
봉화 물야면 용운사에서 영월 김삿갓문학관으로 이어지는
15.4키로의 마루금길(외씨버선길 11코스)을 걷기로 한 것이다.
5/5 동서울터미널에서 13:50분에 출발하는 봉화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한강을 건너면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그나마 푸른 나무가 있어 좋다.
버스가 풍기에 들어서니, 사과꽃이 한창이었다.
사과 맛은 좋은데, 꽃은 별로다.
다섯시 봉화에 내려 닭, 마늘, 감자, 국산녹두, 찹쌀 등 저녁거리 사러,
터미널 앞 봉화시장을 들렸더니 현대식으로 개조는 했지만 썰렁했다.
사람 붐비는 하동, 춘양시장과는 다른 쇠퇴해가는 분위기였다.
물야가는 버스가 5시15분차인줄 알고 장보기를 서둘렀는데, 사기막골 가는 차는 45분차였다.
터미날 역시 허전했다.
시골 신작로에도 벌써 초파일 분위기가 나고 있었고.
물야저수지옆 사기점마을에서 하차하여, 팬션주인의 차를 기다렸다.
물야의 봄은 아름다웠다.
우리가 잘 방에 들어서니, 모딜리아니가 그린 '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이 있었다.
14살 연하의 애인, 그가 죽자 바로 그를 따라 뱃속의 아기와 함께 죽은 여인.
그 옆에는 '박정희대통령의 생애'가 있었고.
산골에는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6시반인데.
전재혁친구가 요리한 토종닭 백숙, 봉화생막걸리, 경북소주 '참',
그리고 팬션여주인 이정옥여사가 하사한 김치 한포기.
도착하자마자 "배고프다, 밥 빨리 하자."했더니 맘씨 좋은 여주인, 쑥인절미에 김치 두포기를 가져왔다.
황송한 우리들, "배추 한 포기면 되는데"하고 한 포기 반납했는데--
녹두넣은 닭죽을 세공기씩 먹자니, 김치가 모자랐다.
죽 두 공기 갖다바치고, 한 포기 더 얻어왔다.
굵은 장작넣은 아궁이, 등이 뜨거워 잘 수 없었다.
그래서 방안에 소화기를 비치했나보다.
개울물소리는 바다의 잔잔한 소리와는 달랐다.
얼마나 시끄러웠던지.
안녕, 팬션산골쉼터.
선한 부부는 작년 도시생활을 접고, 이곳에 새터를 잡았다했다.
7만원 방값을 비수기라 5만원으로 깍았는데,
김치, 쑥인절미생각에 2만원 드렸더니, 한번 깍아준 값을 어떻게 번복하냐고 사양했다.
생달마을. 선달산 마을 가로지른 형세가 두개의 달같아 쌍달마을이었는데,
생달마을로 바뀌었다고.
늦은목이에서 일정을 시작했다.
표시판이 눈에 익었다.
고비도 용틀임하고.
늑은목이 초입은 야생화천국.
늦은목이 옹달샘.
내성천의 발원지로, 봉화 영주 예천을 지나 문경에서 낙동강과 합친다.
나무는 시체도 아름답다.
선달산, 회암봉, 어래산, 삼도봉, 곱돌령, 954고지 그리고 곰봉삼거리 지나,
김삿갓문학관까지의 길이 우리 길이다.
산의 체모, 중요한 부분에만 난다.
오월은 눈부셨다.
7시45분 출발, 9시20분에 도착한 오늘의 최고봉.
쉽게 오른 전재혁친구 얼마나 기뻐하던지.
선달산에서 본 주위 풍광
나무를 보고 말을 건네지 마라
바람을 만나거든 말을 붙이지 마라
산을 만나거든 중얼거려서도 안된다
물을 만나더라도 입다물고 있으라
그들이 먼저 속삭여 올 때까지 (백무산의 침묵)
선달산에 온 선달(先達)들의 족적.
문무과에 급제하고 벼슬하지않은 사람을 선달이라하는데,
대동강물 팔아먹은 김선달도 있고, 김삿갓도 있고,
우리도 선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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