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아산,난지도 1박2일(지란지교를 꿈꾸며,2016.8.3)

난해 2017. 8. 20.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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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 신창에 사는 친구 만나러 가는 길, 지하철로는 세시간 넘게 걸린다.

 

휴가절정기에는 강원도 산골에 박혀있거나,

젊은이들을 위해 칩거해야되는데,

 

매주 먼거리에서 산행에 참여하는 친구에게 보답하는 뜻에서,

홀로 있는 친구를 위해서,

아니, 우리를 위해서,

한강다리 건너 여행을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만나기로 한 세친구들은

노인 아니랄까봐 일찍 출발하여,

천안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천안역에서 올라탄 세 친구들,

정말 오랜듯이 반가워했다.

 

 

평택에 이어 충청도에 들어서도

푸르고 너른 들은 마음을 탁 터지게했다.

 

열차의 종점, 신창역에서 친구는 눈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 시간 전에 일찍 나왔다가

다시 나왔다고.

 

아산시는 공업단지 개발로 인구가 30만이 넘었고,

천안보다 성장이 빠른 도시다. 시청소재지는 온양.

온양, 도고, 아산온천이 있는 온천의 도시이기도 하다.

온양시와 아산군이 합쳐졌고, 신창은 고려시대에는 신창현이었던 곳이다.

 

아산에는 현충사가 있고,

용인에 있던 경찰대학이 신창으로 이전했다.

 

 

친구의 차를 타고 점심하러 가는길

여름의 꽃 목백일홍꽃이 한창이었다.

 

수다스럽고 행복에 겨운 꽃은

내한성이 약해 충청도 이남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주변 맛집으로 인도하는 줄 알았더니.

신정(神井)호수가에 있는 정자로 안내했다.

평일낮이라 가끔 산보객이 지나가는 한적한 곳.

 

우리는 자리깔고 신발을 벗었다.

 

 

어제 손자 보러가기 전에 부인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

그리고 흰 뚜껑, 국산쌀로 만든 막걸리.

 

음식 준비하는라고, 친구부인, 머리는 안짤랐겠지.

갑자기 우리의 마음은 송구스러워졌다.

 

부인은 서울에 있는 손자를 보러갔다가

주말에만 내려온다.

 

 

아산의 명물이 된 신정호수,

한여름의 열기를 흡수하고 있고.

 

 

맛있는 식사후, 우리는 봉수(鳳首)산 등산을 위해 아산 송악면으로 이동했다.

봉수산은 아산 송악, 예산 대술, 공주 유구의 경계에 있으며

봉의 머리 같다 하여 봉수산.

 

입구에는 0.6키로의 천년의 소나무숲길이 있다.

과거일제 때 송진채취로  어두운 상처가 있는 나무들도 있지만,

나무들의 자태가 아름답기 그지없다.

모처럼 만난 명품 소나무 숲길이다.

 

 

우리는 한여름 더위에 비지땀을 흘리며 부드러운 흙산을 올랐다.

봉우리를 오르면 또 봉우리가 있고.

올해 들어 이렇게 땀을 흘리기는 처음.

 

정상가는 도중에 베틀바위가 있다.

전쟁터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백발이 되도록 베틀에 매달렸던 여인의 한이 베틀바위가 되었다고.

 

 

등산로엔 갖가지 버섯과 노오란 원추리꽃들이 우리를 반겼다.

 

원추리는 망우초라고도 불리우는데,

백합과에 속하는 식물로 영명은 day lily,

하루만에 꽃이 지는 한시적 아름다움을 지녔다.

뿌리에 독성이 있고,

나물을 많이 먹어도 해가 있다고 한다.

 

 

536미터 정상을 딛고 환호하는 친구들.

전혀 지친 기색이 없다.

우리가 등산로에서 만난 사람은 세명의 젊은 처자들 뿐.

 

 

우리는 하산길에 작지만 유서 깊은 봉곡사에 들려,

샘물을 마시고 머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여름 오후의 자그마한 절은 정적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이절은 신라 진성여왕 때 도선국사가 창건했고,

만공스님(1871-1946)이 25세때 오도송을 읊은 곳.

 

오도송은 고승들이 불도의 진리를 깨닫고 지은 시가.

 

만공선사는 일제때 일본의 불교정책에 반기를 들었고

그에 관한 재미있는 설화가 많다.

 

고갯길에서 제자가 힘들어하자 근처에서 남편과 일하고 있던

부인네를 갑자기 껴안었고, 화가 난 남편은 이들을 쫓았으며,

덕분에 제자는 힘든 고개를 정신없이 넘었다고.

 

 

유순한 삽살개 한 마리와 스님 한 분

절을 지키고 있었다.

 

 

우리는 왕복 5키로, 세시간 정도의 산행을 마치고,

송악면 외암리에 있는 외암민속마을을 찾았다.

 

마을은 설화산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인위적으로 조성된 민속마을이 아니고

예안이씨들이 지금도 살고 있는 아담하고 깨끗한 마을이다.

 

이씨조선 정조때 이조참판까지 올랐던 외암 이간선생(1677-1727)이

뿌리를 내린 마을.

지리적으로 한양과 가까와 한양풍속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곳.

느티나무제, 장승제, 짚풀문화제, 각종 체험 민속놀이, 민박 등을 하고 있다.

 

충청지방 전통적 살림집을 볼 수 있다.

 

 

능소화가 한창이었다.

 

이렇게

바람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들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 이해인의 능소화연가)

 

 

이쁜 돌담길 골목에서 희희낙낙하는 청춘들.

 

 

이곳엔 또 다른 종류의 삽살개 한 마리.

 

 

벌써 일부 논에는 이삭이 패고 있었다.

 

 

꿈 속의 고향마을 같기도 하고.

 

 

민속촌 근처 된장찌게 잘 끓이는 집에서 저녁을 하려고 했으나,

공교롭게 문을 닫았고.

 

어차피 온천욕도 해야겠고 해서

온양의 맛집 '1975년 3대 전통' 현대갈비집을 찾았다.

죽여주는 갈비탕맛.

 

 

그리고 관광호텔 온천 실외욕탕에서

시원한 여름바람을 쐬며,

독일의 혼탕이며 세계의 그러한 얘기 등

9시반 가까이 까지 노닥였다.

 

온양은 고려시대 온수군, 이씨조선 때는 온천행궁이 있던 곳.

 

 

그리곤 하나로마트에서 간단한 장을 보고,

하루가 가는 것이 아쉬워

다시 신정호수를 산책하며 얼음과자를 빨았다.

 

신정호수는 연(蓮)의 계절.

 

 

친구의 집은 벌판에 세워진 아파트 10층.

통풍이 잘되어 아침에 춥기까지 한 곳.

 

도시의 거처를 정리하고 온 부부의 보금자리는 단촐했다.

난 언제 인생을 일단계로 정리할까 모르겠다.

 

친구는 벌써 숙련된 주부가 되어

후닥딱, 계란, 미역, 어묵을 끓인 맛있는 아침을 만들었다.

혼자라도 살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고 있었다.

 

 

신창의 환경은 깨끗하다는 증거로

붉은 아침노을과

 

 

파아란 하늘이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하였다.

 

 

우리는 6시 전에 집을 출발하여 한시간 조금 지나,

난지로로 가는 배가 뜨는 도비도항에 도착했다.

 

난지도는 전국 10대 명품 섬 중 하나이며

당진 3경의 하나.

 

 

 

도비도항은 당진 교조리와 서산 삼길포를 잇는

7.8키로의 대호방조제가 건설되기 전에는 섬이었다.

 

도비도항 근처는 복잡한 골목이 이어졌고 어수선했다.

 

난지도는 당진시 석문면에 속하며 대호방조제 북쪽에 있는 섬이며,

 난초와 지초가 많았기 때문에 난지도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옹진군에 속하는 섬들과 멀지 않다.

 

지초의 뿌리는 그 독한 홍주의 붉은 빛을 내는 원료.

 

지란지교(芝蘭之交)란 말은 지초와 난초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벗사이의 높고 맑은 사귐을 이르는 말이다.

 

 

휴가철이라 승선을 기다리는 차들이 많은 탓에,

우리 앞에서 첫배를 타는 선이 그어졌지만,

직원들의 신속한 조치로 임시배가 마련되어,

첫배 시간 7:50분 이전에 배가 출항할 수 있었다.

 

친절한 직원들이 승선해달라는 안내말이 있었지만,

우리는 막간을 이용, 컵라면을 들었다.

얼마나 맛이 있던지.

 

 

이친구는 술을 못하던 착실한 친구였는데,

우리와 어울린 이후 착실한 술꾼이 되었다.

 

 

여기저기 그럴듯한 풍경들이 널려져 있었다.

 

 

선착장은 자그만했지만,

이별과 만남이 교차하는 그리움의 장.

 

 

배 위에는 멋드러진 훼숀과

 

부부애가 배와 함께 흘러가고 있었다.

 

 

또 작열하는 한여름 오후가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우정도 흐르고.

 

 

배는 소난지도에도 들렸는데,

이섬에는 을사녹약에 항거하여 위병활동을 하다가 희생된

홍원식 등 애국지사 100여명의 추모탑이 있다.

 

 

 

 

우리는 드디어 대난지도에 도착했다.

왼쪽 아래에  해수욕장이 있는데

황금모래사장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는 그위의 전망대에서 노닐다, 섬둘레길에 있는

망치봉을 조금 오르다 말았다.

선착장, 웅개바닷가,  국수봉, 망치봉, 해수욕장, 난지분교로 도는 둘레길은

9키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대난지도와 소난지도 사이에 연륙교가 계획대로 놓여지면,

난지도 간의 이동도 원활히 이루어질 것이다.

 

 

모래알이 고운 2.5키로 모래사장.

 

대난지도에는 80여가구 180여명이 사는 평화로운 어촌.

논면적도 상당해 쌀은 자급하고도 남는다.

 

 

섬 건너편은 서산 대산읍에 있는 석유화학단지.

울산, 여수에 이은 세변째 크기의 화학단지이다.

 

 

망치봉에 오르기로 했는데,

중간에 길을 잃고.

 

 

우리는 해수욕장 반대편에 있는 웅개바닷가 쪽으로 좁은길을  달렸다가,

해수욕장에 있는 선착장 인근, 누리장나무 꽃과 말나리꽃이 어우러진 그늘에

막걸리의 장을 펴고 배를 기다렸다.

 

이곳 사람들의 인심은 푸근하다.

난지도 선착장에서 내리자 마자 물을 샀는데,

거스름돈 받는 것을 잊고 나오자,

가게 처녀, 열나게 쫓아와 오천원 지폐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이곳 섬은 물이 귀하다.

 

난지도해수욕장 선착장 매표소의아줌마,

이곳으로 시집온 아줌마.

우리가 별로 사는 것도 없이 들락날락하여도

괜찮다고 하며 친절히 대했다.

 

 

드디어 배는 오고,

우리의 차는 아홉번째니까 안심을 하고 있었다.

자그만 배의 용적이 차 10대 실으면 꽉 차는 배이니까.

 

청룡해운관광의 젊은 직원들 또 기지를 발휘했다.

화물선 한 대 긴급히 수배하여,

못탄 차량과 기사는 화물선에

승객은 우리배에 실었다.

30분 가량 출발이 지연되기는 했지만.

 

 

늦게 출발한 화물선은 우리를 추월하여 선착장에 도착,

자동차를 먼저 내려놓았다.

 

그나마나 섬은 멀리 떨어져 있어야 제맛이 날까?

난지도는 서울 등에서 접근이 용이하나,

진한 그리움이 없는 섬 같다.

 

 

도비도에 내려 서산 삼길포에 건너가 회를 먹는니,

서산 동부시장에서 회를 먹는니 하다,

시장 근처에서 길을 헤매다가

이곳의 맛집, 진국집에서 게국지 백반을 먹었다.

 

위에서 두번째 줄의 왼쪽에서 두번째가 게국지,

선산지역의 특미로 절인 배추, 무, 무청을 게장국물에 넣어 만든 음식이다.

밑에서 첫번째는 디포리졸임.

밴댕이를 말린 것이라는 둥,

밴댕이가 아니라는 둥.

 

 

식사후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장 한 바퀴를 돌았다.

 

 

디포리

 

 

갱개미는 홍어목의 상어가오리라는 둥

가오리목의 간재미라는 둥.

하여튼 홍어와는 다른 연골어.

 

 

우리는 이곳의 명물 호떡집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반죽을 정성껏 빗는 주인 할머니, 무척이나 친절했다.

 

그리고 더위를 식히려고, 후레쉬베리에서 양재기 팥빙수 두그릇.

양이 얼마나 많던지.

 

 

그리곤 다시 신창역전 앞으로 달려,

역전 미니스톱에서  이별의 냉커피 한잔씩.

 

 

친구가 표 끊어준 누리호 기차가 한강철교를 지날 때가 일곱시 정도.

우리는 지란지교를 꿈꾸고 있었다.

 

 

가깝지만 먼 충청도를 자세히 알게 해주고 환대해준

친구부부에게 심심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형편상 여행을 같이 못한 친구들에게

미안 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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