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질머지고 집을 떠나는 것은
일상생활로부터의 일탈(逸脫)이다.
안일함으로부터의 탈출?
집을 떠나면 편해지는 나는 비정상인가?
10/14(금), 8:30 용산역에 도착하였더니,
'90년 옛직장 경영연구실에서 같이 근무하였던,
김학장님을 비롯 여섯명이 이미 도착,
보성찻집에서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용산에서 순천까지는 KTX로 두시간 반,
전주, 곡성 , 구례 등 여러 역에서 섰지만.
역에는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리는 행사를
홍보하고 있었다, 호수정원의 사진과 함께.
순천은 인구 28만의 도시.
70%가 산지이고, 경지면적이 20%.
전원이 잘 어우러진 도시이다.
역에 마중나온 순천농협의 강조합장과 조상임이사.
현역이어서 그런지 무척이나 젊어 보였다.
강조합장은 농협운동에 투신하는라
정년전에 농협중앙회를 퇴직하였고,
조이사는 중앙회를 퇴직하고,
바로 고향의 농협에 지원을 하였다.
우리는 한식전문집 정(情)에서 남도의 푸짐하고 맛있는 점심을 들었다.
순천농협과 순천주조공사가 빚어내는 농협브랜드의 나누우리도 맛보고.
정말 맛있는 막걸리이다.
첫 일정으로 사무실을 들려 업무현황과
당면과제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퇴직한지 12년인데, 격에 안어울린다는 생각도 들고.
김학장님과 유통전문가 이선배의 경청과 질문.
그열성에 나는 정말 놀랐다.
출산율의 저하와 함께 농업인구의 고령화는 큰 문제.
만명을 훨씬 넘는 순천농협조합원의 평균연령은 68세.
과연 앞으로 누가 이농촌을 짊어지고 갈것인가.
강조합장은 농협을 농민뿐 아니라
순천시민의 것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과
농산물을 스마트폰을 통해 판매하려는 의지를 가졌다.
신축된 아파트단지부터 폰에 앱을 설정, 이를 통해
신청을 받아 택배를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어 파머스마켓에 들려, 지역농산물 판매코너,
친환경 학교급식을 위한 농산물처리장,
사업자를 위한 영업장, 아침 지역농산물 직거래장
등을 둘러보았다.
순천농협은 순천만 등 친환경지역인 동시에
30만 가까이되는 도시가 형성되어 있고,
순천시 관내농협들이 일찌감치 하나로 합병되어,
도시와 농촌이 상생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 있다.
이어 농협이 운영하고 있는 남도식품에 들려
그들의 열성과 어려움을 느껴보았다.
일본에 이어 미국에 수출을 하고 있지만,
중국산 김치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국내김치산업을 외면하고,
가격만의 이유로 중국산을 취급하는 유통업자,
식당 등의 운영주체는 다 우리국민.
국민의식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나라와 경제, 모두가 어려울 것이다.
여러가지 산재한 문제를 용감히 헤쳐나가고 있는
조합장과 상임이사에게 내심 찬사를 보내며,
낙안읍성을 찾았다.
이조 초기에 왜구의 침입을 대비 건축한 흙성.
임경업장군이 후에 다시 개축하기도 한 반듯한 성.
이안에는 98세대 230명이 생활하고 있고,
민박업, 식당 등도 영위한다.
성의 이곳 저곳에는 잎과 꽃이 따로 나와, 서로
그리워하는 상사화(꽃무릇)가 무리져 있었다.
일하고 성을 빠져나가고 있는 아낙네들 옷차림,
일꾼 옷이기보다는 풍물패의 것 같고, 깨끗하다.
기차를 타고 올 때의 들녁이나, 이곳의 들이나
황금물결이 넘실대지만,
작년보다 증수가 예상되는 쌀수확량은
농민, 국가 모두에게 걱정거리이다.
순천의 산들과 이곳의 초가지붕은 닮은 꼴이다.
사람들이 정답게 살고 있으니, 용인의 민속촌 같이
인위적이지가 않고 푸근한 느낌이다.
자그마한 읍성이지만 주위와 잘 어울려 있고,
순천시가 자랑할 만하다.
동헌에서 볼기맞고 있는 죄인.
요즈음 국회의원들 볼기를 맞아야하지 않을까?
남의 탓만 하는 국민 모두의 잘못이니,
나부터 맞을까?
대학교때 고등학교 동문 후배들이 기가 빠졌다고
나한테 빠따를 치라는 청이 들어왔다.
나부터 솔선해서 맞고 이들을 치는데
내손만 부르트고 말았다.
언제 몽둥이를 휘둘러 봤어야지.
동헌대신 서있는 사무당(使無堂).
원님 등 나리들은 백성들에게
아무 것도 시키지말라는 뜻인지.
성을 떠나 순천만 입구 도사동의 숙소 근처,
도사식당에서 닭 숯불구이를 먹었다.
뼈채 구어먹는 구이도 별미지만,
가슴살, 모이주머니를 생으로 먹는 것도 일미였다.
학장님이 준비한 조니워커블랙, 맛을 돋구었고.
조이사를 비롯, 젊은층은 숙소의 정자에서
맥주로 입가심하며 이야기꽃을 피웠지만,
나는 노장 둘이 두는 바둑을
구경하는 것으로 족해야했다.
옛날 같으면 밤늦도록 자시다, 고스톱 등으로 시끄럽게 보냈을 텐데.
우리가 하루 잔 순천만정원팬션은 시보조를 받아
잘 지은 한옥이다, 멋있는 정자와 정원도 갖춘.
김학장님과 같은 방을 썼는데, 그놈의 전립선
때문에 둘이 모두 다섯시도 안되어 깼다.
팔순이 된 학장님은 아직도 테니스를치고,
한달에 서너번 골프를 치신다는데,
이젠 운동하기가 싫어지신다고 한다.
열살 아래인 나도 손발이 저리고,
때로는 자다가 끙끙 앓는소리도 낸다.
늙어가는 것이 점점 느껴진다.
농업금융부 인력개발부로 자리를 옮기셨을 당시,
조사부통인 학장님은 스트레스를 받으신 모양.
과장말년시절 한량한 농협대에서 경영연구실로
옮겼던 나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기획부서들이 많은데 새로운
경영전략과 비젼을 제시하라고 하니.
같이 발령받았던 젊은층 대부분이 그랬으리라.
숙소는 순천만 입구라는데 집밖은 썰렁했고,
코스모스와 돼지감자꽃들이
그나마 가을분위기를 냈다.
아침식사때 강조합장 부인도 내방하여,
집주인과 맛있는 추어탕을 끓여 내왔다.
역시 가을엔 추어탕이 제격.
친환경지역이라 미꾸라지는 많지만
잡을 사람이 없단다.
우리는 순천만습지를 찾았다.
순천만은 도사동 별량면 해룡면으로 둘러싸였다.
갈대숲은 30만평이 훨씬 넘고,
철새 230종이 드나든다.
짱뚱어 게 등이 갯벌을 누비고,
또 이곳의 낙조가 일품이다.
우리는 무진교를 건넜다.
이곳에 안개가 자욱해야 제격.
김승옥(1941-)이 64년에 발표한
무진기행(霧津記行)의
조그마한 항구도시, 무진은 이곳이 배경이다.
안개로 상징되는 허무. 꿈과 낭만이
용인되지 않는 사회조직에서
소외당한 현대인의 고독과 비애.
김승옥작가가 그린 갈대숲.
무진기행에서 처가소유 제약회사의
임원을 하고 있는 주인공 윤희중은
일상에서 일탈하여 고향인 무진에 내려와
고향친구, 학교 음악선생 하인숙 등을 만난다.
속물이며 세무서장을 하고 있는 친구는
하인숙과 결혼하면 출세에 도움이
안된다 하며, 하인숙을 짝사랑하고 있는
국어선생 박선생이 하인숙에게
보낸 편지를 윤희중에게 보여준다.
윤희중은 서울로 가고 싶어하는 하인숙을 만나
한낮의 정사도 하고, 같이 상경하기로 하지만
상경하라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홀연히 홀로 상경하고만다.
웬 갈매기가 그리 많은지.
철새가 올 때가 안되서 그런지.
이곳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이라,
민물고기도 있고, 바닷고기도 있고.
우리는 30분정도 하구를 오르내리는 배를 탔다.
학장님도, 유통박사 이선배도, 갑판의
채형도 깊은 생각에 젖어 있었다.
새들도 상념에 젖어 있고.
순천만국가정원 동문쪽에서.
띠동갑모임, 입사동기모임, 동네모임에서
찍은 사진들은 자유분망한데,
옛동료, 상사들의 표정은 굳어있는 것같았다.
연령차이가 20세가 넘어서인가,
오랜만(26년)에 같이 여행을 해 감회가 깊어선지.
조이사는 당시 나와 같은 팀.
내가 사수였다고?
군대인가.
우리는 공원순환버스를 타고 한바퀴 돌았다.
영국공원, 일본공원, 중국공원 등 등
사랑은 역시 소녀들의 것.
국가정원의 하이라이트, 호수정원 위를 올랐다.
빛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연결다리를 건너
정원의 꼭대기에 올라 우리는 소망을 빌었다.
아무래도 건강이 최우선이지.
호수를 내려다보니 분위기는 완연한 봄?
짱뚱어는 귀하신 몸.
수요에 턱없이 자연산이 부족하고.
양식을 하다보니, 짱뚱어탕 수요가 떨어졌다고.
우리는 아랫장에 있는 건봉국밥에서 국밥 한 그릇,
순천역에서 커피 한잔 하고 귀경했다.
북부시장, 남부시장하는 것보다 운치가 있다.
일탈에서 일상으로의 복귀.
뭐 나에겐 큰 차이가 없긴하지만.
이십오륙년 전의 직장동료, 상사들
이젠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같다.
강조합장, 조이사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여행을 준비한 배형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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