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 꽃구경 약속이 겹쳤다.
4/5(목)과 4/7,8(토,일).
그것도 좋아하는 친구와.
4/5일, 빗줄기가 거세지고 있고
6:56 서울역발 누리로호는 텅 비었다.
출발하기 전, 한 여인 타더니 노래가 흘렀다.
조수미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
8시가 되려면 멀었는데-
2차대전 중 카타리니(그리스 중부에 위치)로
8시에 떠나는 기차에는 나치에 저항하는
젊은 레지스탕스가 타고 있었다.
카타리니는 민병대의 최종 집결지.
전쟁이 끝나도 돌아올줄 모르는 연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여인의 심정을 담은 노래.
비는 계속 오고
여인에겐 사연이 있나보다.
영등포에 들어서자 손님들이 우르르 타고.
신창 가는 누리로호가 폐지된다하니
일부러 이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온양온천역에서 기다리던 친구의 차를 타고
어디를 갈가 하다, 냅다 목포로 달리니
빗줄기가 약해졌다.
군산을 지나자니
벗꽃이 비바람에 흐드러졌다.
유달산(228미터) 입구의 노적봉.
이순신장군 전술에 관한 전설이 있는 곳.
노적봉에 이엉을 덮어놓고
평민들에게 군복을 입히며
영산강에 백토가루를 뿌려
많은 대군이 있는 척하여
왜군을 후퇴시켰다고.
이곳도 벗꽃이 한창이었지만
동백이 피고 지고 하고 있었다.
일등봉 향하는 길,
청초한 벗꽃도 있었고.
시 중에서 면적이 가장 적다는
목포시(인구24만)는 뭔가 정리가 안된 느낌.
이난영(1916-1965) 노래비가 있고
목포의 눈물이 흐르고.
봄비에 진달래는 애처러웠다.
달선각(達仙閣) 관운각(觀雲閣) 거쳐
일등바위 앞에 두고.
목련꽃 그늘 아래서-
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이름없는 항구에서-
빛나는 꿈의 계절아.
(박목월의 4월의 노래)
4월의 꿈은 접어두고,
민어회를 쩝쩝.
비나리는 호남선의 종착역, 목포역.
1913년 영업개시하여
일제시대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곳.
온양으로 오는 길, 또 폭우.
나를 울려주는 게 아니고
벗꽃을 울려주는 봄비.
온양 제일호텔에서 온천욕하고
발효시킨 비지국과 청국장.
제일호텔 온천은 깨끗하고, 뜨겁고.
그리고 아쉬운 친구와의 작별.
4/7(토) 남부터미널에서 친구 만나
무주 안성 가는 길, 날씨가 얼마나
매서운지, 차창에 입김 서리고.
정선 가는 친구로부터 온 카톡사진.
날씨는 좋은데, 정선은 하루 전 눈이 왔다고.
무주 안성에 내려 덕유산 가는 길,
벗꽃은 한창이었지만
덕유산은 하루 전 온 눈으로 덮혀 있었다.
흘러내리는 물은 눈물인지
잿빛과 녹색의 혼합.
냇가에는 '담여수'라는 글귀가 있었고.
군자지교담여수(君子之交淡如水)
군자는 사람사귐에 있어 맑기가 물같다.
(소인은 달콤하기가 단술같고)
눈맞은 꽃망울 필 수 있을런지.
향적봉을 거쳐 부드러운 능선 타고
이곳 무주안성으로 하산한 적이 두 번.
올해는 남덕유와 적상산을 올라야지.
이 추운 날, 전통결혼식이 있었다.
신부는 싱글벙글.
이마을에는 곳곳에
명품 소나무가 있고.
폐교자리에는 무이(無二)미술관이 있다.
이곳 길에는 차도 없고 사람도 없고.
언제 봄이 올려나 생각이 들게 하는
풍경도 있었고.
계곡엔 화사한 진달래
목련은 아직이었다.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을 때가 곧 오겠지.
목련은 1억4천만년 전의 꽃구조를 가진
원시식물.
오랜만에 맛있게 먹은 무지개송어회.
평창산이라 했다.
연못에는 송어 금붕어와 함께
철갑상어가 놀고 있었고.
2.5키로 상어 한 마리에 20만원.
우리식성엔 8명은 와야겠지.
칠연계곡을 거쳐 칠연폭포를 오르려니
산불관계로 4월말까지 입산금지.
칠연폭포는 일곱개의 폭포가 연이어 있다.
그 아래는 조선말기 의병장 신명선과
의병들이 묻힌 칠연의 총이 있고.
꿩 대신 닭이라고 용추폭포 구경하고.
근처에는 자연환경연수원이 있는데, 솔선
수범하여 환경을 파괴하고 건물을 세웠다.
눈 덮힌 덕유산, 밭에 난 새싹으로
화사한 느낌.
저녁으로 무주의 유명한 어죽 맛을 보려
택시를 타려했더니 27천 원을 요구.
에라하고 대전가는 버스를 탔더니 우리 뿐.
무주읍에 도착하니 해는 지려하고.
무주읍(무주인구 25천명의 2/5가 거주)에는
금강의 제1지류인 남대천이 흐른다.
남대천의 길이는 강릉의 남대천보다
훨씬 길은 54키로.
무주읍은 온통 반닷불이 선전과 기호1번의
지방선거홍보물 뿐. 사람은 없고 썰렁한 산촌.
금강식당에서 어죽 한 그릇에 소주 한잔.
그렇게 맛있을 수가.
나오니 남대천은 유유히 흐르고.
막차 타고 다시 안성으로.
버스값은 1인 천원.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눈천지.
숙소앞 학교운동장이 흰눈에 덮였다.
4월에 왠 눈.
하루 전에 온 눈이 또 왔으니.
바람은 없고 창문에 눈이 부셨다.
카텐도 예술이고.
시골식당은 아직 문을 안열었고, 친구가
끓여준 떡국, 하도 맛있어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아침산보 나서니
눈벼락 두 번 맞은 벗꽃나무,
온기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성당 옆 버드나무 반쪽은 백발,
반쪽은 청춘.
눈이 왔어도 화사한 꽃동네.
어제도 함께 했던 백로
오늘도 우리와 함께 했다.
짝도 없이 외로히.
무주공산 안성의 풍경을 더 한 번
눈에 담었다.
눈맞은 백목련 일찍 피어
황색이 되었다.
'무엇이 있다가
사라진 자리는 적막이 가득하다
절이 있던 터
연못이 있던 자리
사람이 있던 자리
꽃이 머물다 간 자리
고요함의 현현,
무엇이 있다 사라진 자리는
바라볼 수없는 고요로'
(조용미의 자리)
먼 훗날 내가 있던 자리는 어떨가?
버스터미널 옆, 편의점 햇볕드는 창가에서
뜨거운 커피 한 잔하며
우중설중 꽃구경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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