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선암사-송광사 천년불심길

난해 2018. 11. 5. 20:10


시월 마지막날에 떠난 여행.

날도 짧아져 10시에 세류역에서

친구들 만나기로.


어떻게 보면 과거로의 여행이기도 하다.

정든 곳들을 지나고,

가본 곳들의 추억도 되살리고.




세류에서 두 친구 만나

구례를 지나가자니,

지리산 줄기가 보였고.


남쪽지방도 가을옷을

입기 시작했다.




순천 아랫장에 있는

건봉국밥에서 국밥 한 그릇 먹고

낙안민속자연휴양림에 도착하니,


4시 조금 지나

해는 이미 기울어지고 있었다.




순천에 있는 직장후배가

휴양림 뒤, 금전산에 오르면

행운이 온다기에


서둘러 가파른 산길을 오르니,

지팡이 가지고 갈 여유도 없었다.




땀 흘리며 산등성이 올라타니

낙안 뜰이 내려다보였고,

구름 유유히 흐르고 있었고.


홀가분한 마음

날 것 같았다.




해지기 전, 정상(667.9m)에 서둘러 올라

지는 해 꼬리를 간신히 잡았고.





금년 2월, 뉴질랜드 남북섬을 휘돌아칠

때 만해도, 얼굴이 통통하고 기운찼는데-


허약해보이고, 지친 모습.




하산할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져

급경사를 내려올 때는

친구의 어깨에 한 손을 얹고,


친구의 핸드폰 불빛에 의지하여

숙소에 도착하니, 땀 범벅.

친구, 정말 좋은 놈!!

산행거리는 왕복 4.2km.


친구가 준비해놓은 오뎅국에

포도주 한 잔.


상 위엔 벌교에서 목회활동 중인

병헌친구 조카가 어느새

갖다놓은 더덕주 놓여있고.




숙소는 이층에 방이 하나 더 있어

난간에 젖은 옷을 걸어놓았더니

다음날 완전히 말랐다.


숙소를 출발한 후

한 친구 핸드폰 놓고 왔다하여

동네 한바퀴 돌자니, 9시 훨씬 넘었고. 




선암사 가는 길, 승주읍 상사면에 걸친 상사호.


남북으로 뻗은 조계산(884미터)의

동쪽에 상사호, 선암사가 있고

서쪽에 주암호, 송광사가 있다.


상사호의 두배되는 주암호는 광주,

전남권 용수를 조절하고, 순천, 보성, 화순

식수를 공급한다.


상사호 호반길, 드라이브할 만하다.




오늘 우리의 일정은

오른쪽 선암사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맨 아래 천년불심길을 걸어


조계산 큰굴목재 넘어

천자암에 들렸다 송광사로 가는 것.

10키로 남짓한 길이다.




조계산은 송광면, 승주읍, 주암면에

걸친산. 송광산이라기도 하고.


무등, 월출과 삼각형을 이루며

동쪽사면에 선암사, 서쪽사면에 송광사.


선암사는 신라시대 창건된 태고총림.

태고종은 사찰의 개인소유를 인정하고,

스님의 결혼문제를 자율에 맡긴다.


조계종에는 송광사, 통도사, 해인사

수덕사, 백양사 등 5개 총림이 있고.




보물 400호인 승선교.


1698(숙종 24)년 호암대사가 관음보살

보기를 소망하여 백일기도 드렸으나

헛일이 되자, 조계산 장군봉 배바위에서

투신하려는 찰라, 한 여인(관음보살)이

대사를 구하고 사라졌다는 것.

이에 대사는 원통전을 세워 관음보살을

 모셨고 무지개 다리, 승선교를 세웠다고.


승선교 아래 다리 천정에는

 용머리가 있어 사악한 기운이

다리를 지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승선교, 다리를 지나면 삼인당.

862(경문왕 2)년 도선국사가

축조했다는 계란모양에 섬이 있는 연못.


삼인(三印)은

모든 것은 변하여 머무르는 것이 없고

나라고 할 만한 것도 없으므로

이를 알면 열반에 든다는 뜻.




종묘, 궁궐문앞 등에 존경심을

표시하는 뜻에서 말에서 내려

걸으라는 하마비가 이곳에 있다.


우리가 오후에 방문할

송광사에도 하마비가 있고.


선암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의 하나.


조정래(1943-)가 대처승의 차남으로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태백산맥의 주무대, 벌교가

이곳에서 멀지 않다.




선암사는 일주문, 범종루, 만세루,

대웅전이 일직선 상에 배치되었고,


만세루(절의 강당건물) 후면 현판,

육조고사는 서포 김만중의 부친 김익겸

(1614-1636) 글씨.


 김익겸은 병자호란시 강화도에 항전

하다, 전세가 불리하자 순절한 인물.


인도에서 중국 선종을 창시한 달마선사가

선종 시조이고. 혜능이 6조.

 한국선종의 기원은 혜능이고, 그가

설법을 펼친 곳이 중국 조계산.




예불 중인 스님과

세 친구들.


1597 정유재란때 왜놈들은

선암사를 불태웠고,

해룡면 신성리에 순천왜성을 쌓았다.




대웅전 앞 좁은 공간에

당간지주가 작지만 네쌍.


당간지주는 설법, 법회 중임을 표시하는

깃대 또는 불화를 걸었던 장대(당간)

을 지탱하기 위한 기둥.




팔상전의 예불하는 스님.


팔상전은 부처님의 일대기를 그린

여덟쪽 그림을 둔 전각.




50여주 앙상한 가지 뿐인 선암매

(매화나무)를 보고 돌아서니

선홍의 단풍잎, 별 같았다.




엉덩이 깐 뒤 일보는 곳.

얼마나 속이 깊은지.


일전에 방문시 핸드폰을 이곳에

빠뜨리고 장대로 휘적이는

젊은이를 만났었는데.




천년불심길을 시작하자,

임선교(臨仙橋)에서 만난 불교가족.


선녀가족인지.

대처승가족인지.


다리 건너 서부도전이 보였다.

오래된 절이라 그런지

동서남북에 부도전이 있다.




가을 속을 헤짚고 가는 여행.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연 속에서 찾은 여유를 만끽.



1.3키로 더가면 큰굴목재.

조계산 정상 장군봉(884m)은

저 봉우리 넘어 있겠지.




호랑이가 턱을 고이고 있다,

착한 사람만 지나게 한다는

호랑이턱걸이바위를 지나니,


들메나무 한 그루.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며

깊은 산골짜기 냇가, 30m까지 자라는 나무.




불심길에서 한참 동행한 울산그네기.


며느리 친정이 울산이라는 등

정답게 얘기하며 잘 나가던 친구,

큰 굴목재 가까이서 '야호, 까악까악--'

하며 기쁨을 표시하니,


그 우렁찬 목소리에 그녀는

홀연히 사라지고 없었다.




이날의 분수령, 큰굴목재 넘으니

보리밥집(아랫집) 안내판.




보리밥 한 그릇에 6천원.

나물반찬 등 맛있는 반찬에 큰 양푼

하나씩(안에는 참기름, 고추장 넣은).


부침개 하나에 동동주 한 양푼

더 시키니, 대만족.




배두드리며 길떠나

원조 보리밥집 옆을 지나자니,

천남성 붉은 열매 익어가고

빨간 다알리아 몇 송이.


천남성열매는 장희빈에게 내려졌던

사약의 원료. 간질, 구안와사, 반신불수,

중풍 등에 치료제로 쓰인다고.


멕시코 고원지대 원산인 다알리아는

6-9월에 피는 꽃인데-

빨간 정열이 지나쳐서일까?


누군가는 집 떠난 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밝혀둔 외등 같은 꽃이라 하고.




물레방아, 배도사대피소를 지나니

서어나무 군락.


큰 나무 발등 위에 올라 키를 대보려는지,

서어나무 한 그루, 곧게 뻗었다.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서어나무는

참나무와 함께 온대림의 강자.


회색의 매끄러운 표면에 잘 다듬어진

보디빌더, 젊은 여성이 좋아할만한 나무,

나이테 간격이 일정치 않아 목재론 부적격.




천자암 가기까지

편한 흙길이 이어진다.

미황사 달마고도만큼 추천할 만한 길.




천자암 나한전은

벌써 겨울분위기.




송광면 이읍(梨邑)리 소재 

천자암의 쌍향수(곱향나무).


고려시대 보조국사와 담당국사가 중국에서

돌아올때 집고 온 향나무 지팡이가

자라서 쌍향수가 되었다고.


보조국사(1158-1210)지눌은 송광산 길상사

(조계산 송광사 옛이름)에서 11년 설법했고

선종과 교종을 합쳤다.


당당국사는 금나라 장종의 아들로

보조국사가 장종 왕비의 불치병을 고치고

귀국시, 보조의 제자가 되어 같이 귀국,

천자암을 창건했다고.


실제는 보조국사가 중국에

간적이 없다고.




천자암 오른쪽에 주지실이 붙어있다.

중국 천자가 창건한 천자암.





운구재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걷기 힘든 돌길. 이길을

내려오니, 산자락에  암자가 보였다.




생강밭 지나, 송광사 인근

대나무와 작은 감들이 잘 어울렸고.




송광사의 가을, 정말 아름다웠다.


조계종 총림의 하나인 송광사는 통도사,

해인사와 함께 우리나라 삼보사찰의 하나.


송광사는 큰 스님을 많이 배출한 승보사찰.

통도사는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사찰.

해인사는 대장경을 봉안한 법보사찰.


신라말 혜린선사 체징이 길상사를 설립.

길상사는 송광사의 옛이름.




송광사현판,

궁내부 시종, 서화가, 사진가였던

해강 김규진(1868-1933)선생이 쓴.


법정스님(1932-2010)이 70년대 후반,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17년 수행.


스님은 1997년 대원각 주인 김영한의

시주를 받아, 천억짜리 대원각 자리에

성북동 길상사를 개원했다.




대웅보전 문창살 문양,

가까이 보면 다양하다.


대웅전은 1988년 다시 지어진

현대한국전통건축의 수작.


이절 국사전에는 이절에서 배출한

15명 국사의 영정을 봉안했다.




송광사 한 바퀴 돌고 나오는 길,

물에 비친 가을.


대원각 주인 김영한이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나타샤.


님을 생각하면 천억재산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때 이르게 그시를 읊어볼까.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

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이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북한말 마가리는 오두막.

*출출이는 뱁새. 




우리는 송광사에서 택시 불러타고

주암호 지나 우리 애마가 있는

선암사 주차장으로.


떠벌이 기사는 송광사 아래 식당에서

마님을 도와 마늘 까다, 불려나왔다고.

투잡이네.


주암호와 상사호를 연결하는

공사를 하고 있어, 한쪽편 물이 부족한

 경우 서로 도울 수 있다나.




숙소 오는 길, 낙안온천에서 몸풀고

나오니, 석양이 지고.


저녁은 후배가 사겠다는 것을

만류하고, 숙소에서 삶은 계란요리

+꽁치졸임+포도주.




다음날(9/2) 8:50 숙소를 떠나

광양과 경계에 있는 순천왜성으로.

바닷가 왜성 옆에는 현대제철이 있다.


쓸쓸한 길섶에는 띠가 하얗게 나풀대고.

억새와 달리 작고, 이삭은

솜같이 부드럽다.


일행 중 역사학도가 둘이니,

역사적인 곳을 찾아

그들의 설명을 들을 수가 있어 좋고.




1597년 경기도 등에서 패한 왜군은

경상도, 전라도로 남하,

각요충지를 찾아 성을 쌓았다.


순천왜성은 1597.9-11에 축성한

전라도에 남아있는 유일한 왜성.



성곽은 본성과 외성으로 구성.

본성에는 별도 내성이 있고

천수기단, 문지, 해자 등이 남았다.


1598.9-11 조명연합군과 왜의

고시니유끼나가(小西行長)군과의

최대 격전지였다고.

(1598.8. 도요토미 히데요시 사망 후)



해자 옆길을 따라 문지(門址)로.

문지는 본성과 외성을 연결하는

주출입문.


만조때는 출입구가 다리처럼 보였다고

왜교(倭橋)라 했다.




내성 안 제일 높은 곳에 쌓은 천수기단.

위에는 5층의 천수대가 있었다고.


이곳에서 퇴각한 왜군은 1598. 11.

노량해전에서 이순신장군에게

패퇴하고, 7년 전쟁은 끝이 났다.




순천지도




(구례 화엄사 각황전, 국보)


당초 우리의 계획은 장흥 천관산에 올라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려 했으나,


금요일 상경길도 막히고,

우리의 체력도 고려하여

구례 화엄사로 달렸다.


2년 전 쯤 갑작스런 부인의 뇌졸증으로

구례에 내려와 집을 짓고 살고있는 친구

부부를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기도 하고.




화엄종의 중심사찰인 화엄사는

국보와 보물을 많이 보유한 큰 절이다.


이곳 단풍은 일주일 정도 지나야

절정일 것 같다고.


부부와 함께 화엄사 이곳 저곳을

둘러보고 금강문 앞에서 한 컷.


이절은 사천왕문 전에

금강문이 버티고 있다.





구례시장 맛집, 가마솥 소머리

국밥집에서 친구가 사준 소머리

국밥 한그릇 씩 먹고,


서울에 볼 일 있는 친구를 합승시켜

상경하다, 공주 이인휴게소에서

던킨도넛+아메리카노.


구례시장에서 부인은 차를 몰고

구례집으로 갔는데,

입원 후  처음 하는 운전이라

친구는 불안해 하는 것 같았다.


회복이 되었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하여튼

친 구 들   고 마 왔 소,

 좋은 여행이 되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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