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성북동 산책

난해 2018. 11. 16. 16:15


11/14일(수)

벼르고 벼르던 성북동 산책을 나섰다.


이달 첫날 송광사(옛이름:길상사)를

방문하고는 법정스님이 개원한 길상사를

한번 가보고 싶었고.


먼저 혜화문,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타를 찾았다.


국민학교 3,4학년때 삼선교에 살았는데

그땐 혜화문도 없었고, 집뒤의 성터를

올라, 곤충채집도 했고,


언덕길엔 아이스케키장사의

'케끼 사요'하는 외침소리,

침을 삼키게 했었지.




동대문과 대비하여 동소문(東小門)

이라고도 불린 혜화문의 옛모습. 


혜화동, 동소문동, 이름이 같은

문에서 유래되었지만, 지역은 틀리다.


일제시대 도로건설로 헐린 문은

1994년 지금의 위치에 복원되었다.


 백악산, 낙산, 남산,인왕산의 지형을

따라 굽이치는 한양도성엔 4대문,

4소문이 있고, 600여년 세월 동안

시민의 생활과 맞닿아 있었고.


1396년 조선은 새로운 수도에 전국의

백성 20만명을 동원, 98일 만에

18.6키로의 한양도성을 건설.




한양도성 혜화동 전시.안내센터에서

내다본, 마당.  늦가을의 정취가 가득.


센터는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1940년대 목조 건축물로


일제시대 일본인 소유, 적산가옥이었으나

1959년부터 20년간 대법원장 공관,

1981-2013년까지는 서울시장 공관이었다.


적산가옥(敵産家屋)은 적의 재산인 가옥을

뜻하며, 일본인이 소유했던 집을 말함.




멀리 삼각산이 보인다.

또 하나의 좋은 가을날.




센터에는 여러자료를 비치해 놓았다.


1930년대 대표 한국문학가 박태원

(1909-1986)의 중편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주인공

구보씨가 보였다.


주인공은 일제시대 무기력한

지식인. 소설 발표 후, 구보는

박태원의 호가 되었고.


박태원도 월북작가의 한 사람.




도성길로 성북동에 들어섰더니,

도시텃밭의 문이 잠겨있었다.

역시 부촌에는 안맞는 체험농장.



성북동은 부자촌이기 전에

지붕 없는 박물관.


골목도 많고, 언덕도 많고.

성벽따라 오래 전 많은 서울이야기를

품고 있는 동네.


비밀요정도 있었지만,

예술가, 유명인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간송미술관을 찾았지만, 허탕.

간송미술관 보수공사를 위해 휴관 중.


이곳에서 전시를 안한지 오래되었고,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간송문화전이 열린다고.


만석지기 간송 전형필(1906-1962)은

사재를 털어 일본으로 팔려나가는

문화재를 회수했다.


국보 12점, 보물 10점 등 5천여점을

수집, 17-18세기 진경산수화를 집중하여.


휘문, 와세다법대를 졸업한 선생은

보성학원을 인수, 인재양성에도

힘쓰셨다.




동네에는 폼나는 감나무가 여러 그루.


이름난 선동보리밥을 찾았지만

분위기, 맛이 별로였고.




점심 후, 물어물어

언덕길에 있는 심우장을 찾았다.


만해 한용운(1879-1944)선생이

만년을 보내다 세상을 뜬 곳.


3.1운동 옥고를 치른 후,

조선일보사 방응모사장 등 유지의

도움을 받아 지은 집.


조선총독부를 등진 북향집으로

불교의 무상대도를 깨우치기 위해

공부하는 집, 심우장.




선생은 이곳에서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 일송 김동삼(1878-1937)장군의

주검을 수습, 장례를 치뤘다.


장군은 만주 항일 무장투쟁 지도자.




마저절위(磨杵絶韋)

절구공이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



선생의 시, '님의 침묵'도 좋지만,

고성 거진 건봉사에 시(詩)비가 있는

'사랑하는 까닭'도  좋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건봉사는 선생이 정신적으로 출가한 곳으로

30세에 이곳에서 화엄경을 수료했다.



선생의 아들은 월북해 가정을 꾸렸고

따님은 1932년생으로 생존해 있고.




심우장에서 내려오는 길,

단풍이 아직 퍼렇네-


망우리 묘지공원에 가보면

한용운선생 묘에는 항상

꽃다발이 많이 있다.


국민이 사랑하는 시인.




리홀 아트갤러리에서 커피+사과계피차.

따스한 차가 좋았다.


이곳에는 LP판, 고서적, 그림 등이

많이 있다.

주인의 기호가 다양하다고.



삼거리에 위치한 갤러리,

분위기도 좋고.




해는 점 점 짧아지고.




드디어 가을이 아름다운 길상사로.


대원각 주인 김영한여사(1916-1999)가

법정스님의 무소유사상에 감동하여

천억 재산을 시주, 1997년 개원한 절.


그녀는 시인 백석의 자야이며

나타샤.




이절의 정랑(淨廊, 해우소), 슬리퍼로

갈아신어야.

이름도 그렇고, 깨끗한 절의 이미지?




가는 가을이 정말 아쉬웁다.

다시 못올 가을인양.




진영각(眞影閣)으로 들어섰다.


법정스님(박재철, 1932-2010),

길상사에서 입적하여 송광사에서 다비.

70년대 후반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17년 기거.


그의 저서 '무소유'가 370만권 이상

팔린 것을 보면, 우리 국민의 정신은

아직 순수한 것 아닌지.




스님의 자리는 비었지만,




사람들 마음 속에 남아있겠지.

낙엽을 모아 태우면 커피향이 날까,

스님의 향이 날까?




1997년 이절의 개원법회 때에는

김수환 추기경도 참석했었고.


향기나는 사람들,

요즈음, 정말 그리울 때이다.


요즈음 사회는 이 좋은 향기들을

말끔이? 쓸어버리고 있는 게 아닐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물소리 바람소리.....


스님의 뜻을 존중해

2010년까지만 팔기로 했던 책들은

2018년 이후 일부 서적과 미발표

원고 등이 판매되고 있다는데.....




진영각 문을 나섰다.


스님 생각 때문인지

수능고사 때문인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9월에 피는 투구꽃이

늦은 이때, 절숲에 많이 피었다.


영어로 Monk' Hood(수도승의 두건)라고

불리우는 이꽃으로 인디언들은

독화살을 만들었다고.




이절의 주불전은 극락전,

아미타불을 모셨다.


그리고 이절에는 침묵의 집,

명상의 공간이 있고.




성북동에는 김용준, 박태원, 윤이상,

조지훈 등의 집터, 선잠단터가 있고,

최순우, 이태준 등의 고택이 있다.


이태준고택(수연산방)은 구인회

사랑방이었던 곳.

이효석, 유치진, 정지용, 이상, 김유정,

박태원 등이 드나들었다.


최순우는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김광섭집터도 있고.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의 '저녁에')




김환기 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용준집터 노시산방(늙은 감나무가 있는 집)을

김환기(1913-1974) 김향안(1916-2004,

이상의 아내, 변동림) 부부가 사서

수향산방으로 고쳐짓고 살았다.


김환기와 김광섭은 절친이었고,

위 작품 제목은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끝 구절에서 따왔다.


유심초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서

다시 만나랴'란 제목으로

김광섭의 시를 노래했고.


김향안은 변동림의 필명.




성북동 산책을 마치고

오보록빵집에서 맛 있는 팥빵+커피.


오늘 만난 친구, 가족과 친척, 친구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ps  혜화문 근처는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에 자주 나오는 곳. 명륜동 일대는

갑바치들이 모여 살았다고 하고.


일제 때 간송미술관 앞 큰길은 온통

앵두밭이었고, 앵두가 익으면 보성

학생들을 불러 앵두잔치를 했다.


손기정 가슴의 일장기를 지우고

퇴출된 이길용기자가 살았던 곳도

선잠단 부근이었다.


(반영규 선생님 말씀)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친구와 함께한 제주여행  (0) 2019.02.25
여승과 달 보고 모래언덕으로  (0) 2018.11.23
선암사-송광사 천년불심길  (0) 2018.11.05
충주 단양 유람  (0) 2018.10.21
진도, 달마고도와 해남 2  (0) 2018.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