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여승과 달 보고 모래언덕으로

난해 2018. 11. 2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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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0(화) 용산발 7:27 열차로 한강을

넘자니 해가 떴다.

겨울나그네 같은 느낌.




온양온천역에서 친구 만나

수덕사 가는 길, 짐을 가득 실은 트럭,

우리의 인생길 같이 무겁다.




예산 덕산면 사천리에 있는 덕숭산수덕사,

안양 주부대학 회원들이 줄을 이었다.

안양출신 친구, 신이 났고.




아직도 가을빛 충만한 수덕사.

백제 위덕왕(554-597)때  창건되어

근대 한국불교를 중흥시킨 도량.

조계종 8대총림의 하나.



일주문 편액, 동방제일선원.

진도출신 손재형(1903-1981) 글씨.


 여승 일엽은 1933년 만공선사 밑에서

수덕사 견성암에 입사, 환희대의

주석으로 있었고, 이곳에서 열반했다.


김일엽(1896-1971)은 일제시대 여성운동가,

언론인, 시인이며 수필가.


일엽(一葉)은 친구 이광수가

일본여성작가 히구치이치요(桶口一葉)

이름에서 따온 김원주의 필명.



그녀는 나혜석(1896-1948)과 자유연애론,

신정조론을 외치며 신여성운동을 주도.


히구치이치요(1872-1896)는  서민층 정서와

유곽풍경을 그린 쓰시마출신 나카라이

도스이의 여제자. 일본 5천엔 화폐의 모델.




'인적없는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두고 온님 잊을 길 없어

법당에 촛불켜고 홀로 울적에

아- 수덕사의 쇠북이 운다'



나이든 사람들은 수덕사의 여승이란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김일엽의 남성편력도 만만치 않았고,

그녀의 애인, 백성욱(철학자, 불교학자)의

불교귀의로 오랫동안 방황하다,

금강산에 입산, 승려가 되었다.





수덕여관이었던 이응노선생 사적지.

본래 비구니승 거처였다.


우물이 있고 선생의 암각화가 있고.

충남 기념물 103호.


예산 출신 이응노선생(1904-89)은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접목을 시도한

근현대 미술사의 주요 예술가.


선생은 수덕여관을 1944년 구입했으며

6.25 피난처였고 수덕사풍경을 그린 곳.




동백림사건으로 옥고를 치루고 나와

요양하며, 삼라만상의 영고성쇠를

문자로 새긴 암각화.


(아들이 6.25때 납북되었으며, 북한 초청

평양전시회를 한 바 있다고)



나혜석이 불륜스캔들로 이혼당하고

수덕여관에 머물며, 수덕사 입적을

거절당하자 문하생을 모아 가르쳤다.


선배화가 나혜석은 이곳을 찾아온

이응노선생에게 도불의 꿈을 키워주었고.


1944년 나혜석이 떠나자 이선생은

수덕여관을 사버렸다.




한 스님의 비질, 정다운 풍경이라

사진 한장 찍었는데, 사진찍는 것을

싫어했다.


이화백이 제자이며 연인인 여인과 몰래

도불한 동안, 부인 박귀희여사는

이곳을 지키며 그를 기다렸고,


동백림사건으로 이곳에 잠시 머물 때,

잠간 부부는 정답게 지냈지만,

그가 도불한 후 그녀는 이혼을 당했다.

(그녀가 멋모르고 이혼요구를 승락)




나혜석은 한국 최초의 여성화가.

변호사, 외교관이었던 남편과의 결혼까지는

잘 나갔으나, 불륜으로 인한 이혼으로


그녀는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전시회도 실패하고.

결국 행려병자로 나돌다 사망.


좁은 내소견으로는 그녀가 원한 수덕사

입적을 친구인 김일엽, 만공선사

(1871-1946)가 거절한 것은 좀 그렇다.


세상이목이 두려워,

종교계에서 까지 외로운 영혼을

내동댕이 치다니.




견성암은 김일엽이 수덕사와 인연을

맺게 된 곳이고, 환희대는 그녀가

주석이었던 곳이며 열반한 곳.




수덕사를 가려면 이천왕문을 지나

사천왕문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황하정루(黃河精樓, 강당이

있는 누각)를 거쳐야 절마당에 이른다. 


부처님의 정신을 따라 큰 강이 흐르듯

정진하라는 뜻이라고.


황하정루 지하는 성보박물관.




가을의 막바지 불꽃.




국보 49호 대웅전.

고려 충렬왕 34년(1308)에 건립한 것으로

고려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주심포양식, 맞배지붕, 배흘림기둥 등

조형미가 뛰어난 목조건축사의 중요건물.




주심포양식은 기둥머리 바로 위에

짜임새를 만든 건축양식.

(다포식은 기둥 위는 물론 기둥 사이

공간에도 짜임새를 얹음)




맞배지붕 측면의 아름다움.




처음 수덕사를 찾았을 때,

대웅전 앞에 서면, 산하가 시원하게

펼쳐졌었는데.


금빛 탑신을 얹은 새로 조성한 탑이

갑갑하게 앞을 가린다.


돈들여 만든 곳곳의 새 건축물 등으로

한동안 수덕사가 곤혹을 치루었고.


그결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선정시

수덕사 대신 마곡사가 선정되었다고.




대웅전 배흘림기둥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대웅전 앞 삼층석탑은 통일신라시대

양식을 한 고려초기의 석탑.




우리는 서산 부석면 간월도리에 있는

간월암(看月庵)으로.


찾을 때마다 만조때를 놓쳐

물위에 떠있는 연꽃(간월암)을

보지못하는 아쉬움.




암자의 북동방향, 간월호쪽 풍경.




암자에 들어서자 250년 수령의 사철나무,

주황색 굵은 콩알만한 열매에

우리 눈이 황홀했다.


사철나무는 노박덩굴과.




조선초 무학대사가 창건했다는 절.

이곳에서 그는 달을 보고 홀연히 깨쳤다고.


수행하던 대사가 이성계에게 보낸

간월도 어리굴젓은 궁중의

진상품이 되었다고 한다.


1914년 만공선사가 간월암을 다시 창건.




관음전에는 의상대사와 부석사를

지켰다는 선묘와 흡사한 형태의

불화가 있다.


어업을 생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했던 곳.




스님과 불자들, 바다를 향해

기도하고 있었다.




절마당엔 미국 택사스, 멕시코 원산

체리세이지가 이곳까지 침투하여

꽃을 피우고.


꽃말은 건강, 미덕, 장수.




공양실 창문에 비친

한낮의 바다.




태안 가는 길,

서산 버드랜드 철새 박물관. (서산 부석면)


겨울철새들 철이 일러서인지

주변이 조용했다.




태안 소원면 송현리에 있는

시골밥상에서 점심.


충남지역 먹거리 미더유에서

별다섯개 인증받은 집.




밥상 1인분 7천원, 생선구이+ 8천원.

전 하나+4천원에 맥주 1병.

1인당 만원꼴이 조금 넘었다.


이곳에선 게국지 중(中)자가 45천원.


게국지는 살림이 어려웠던 시절, 서산

지역에서 절인 배추와 무, 무청 등에 게장

국물이나 젓갈 국물을 넣어 만든 음식.


이젠 게국지가 고급요리가 되었나?

서산시장에서 먹었을 때는 별로였는데.




벌써 전열기를 켜주고,

산과 바다로 둘러쌓인 아늑한 마을.

겨울분위기도 났고.


창문마다 유명시인의 시가

쓰여있어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만들고.


'길을 만들어 간다

여기서 부터'




중성같은 주인장, 방탄소년 탄이(지탄친구)

에게 바짝 달라붙고, 인사를 몇번이나 하는지.

주요 손님인가?


얼마 전에 네명인가 다섯명 여자손님을

모시고 왔다는데.


친구는 여자를 쫓아버리기도 잘 하지만

여인네들에게 매력적인 점이 많은가 보다.




우리는 이날의 최종 목적지,

태안 원북면, 신두리 해안사구를 찾았다.




먼저 신두리 해안사구(천연기념물

 431호)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바람에 의해 침식, 퇴적을 반복하여

이루어진 사구는 해안선 길이가 3.4키로,

육지까지 폭은 50미터-1.3키로.


국내 최대라지만, 외국의 사막을

경험한 사람에겐 별로이다.


염생식물 서식지, 조류 산란장소이며,

마르지 않는 두웅습지도 있고

다양한 사구식물과 멸종위기

동식물이 서식한다.


통보리사초, 갯그령, 갯메꽃, 갯방풍,

표범장지뱀, 금개구리 등




외항에 정박 중인 선박도 보이고,

멀리 서산 대산단지의 굴뚝도 보인다.




여름의 바다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작열하는 신두리 해안사구의 바다.

차가운 느낌도 들고.




걷기 좋은 산책로,

신선한 바닷공기를 즐기며.




눈부신 억새밭? 키가 난쟁이.

이런 해안가 풍치를 즐길 수 있는 행운아,

많지 않을 것 같다.




별똥이 떨어지는 작은 고개.

우리는 곰솔생태숲으로.


곰솔은 해송, 흑송과 같은 말.

검은 솔, 검솔이 곰솔로 변한 듯.


곰솔은 소금 물방울, 바닷바람에 강하고

강인한 생명력을 갖는다.


소나무, 곰솔은 유전적으로 가깝고

한 다발에 바늘잎이 둘인 이엽송.


둘을 비교하면,

소나무는 붉은 피부에 보드랍고 여성적.


곰솔은 딱딱하고 남성적.

어릴때 빨리 자라지만

나이를 먹으면 소나무에게 추월당한다.


둘을 교배하면 중곰솔.

더 곧고 떠 빨리 자라고.




낙엽 대신

곰솔이 연출하는 가을 분위기.



'낙엽을 연민하지 말아라

한자락 바람에

훨훨 날아가지 않느냐

그걸로 모자라거든

저쪽에서

새들도 날아가지 않느냐

보아라 그대 마음 저토록 눈부신 것을'


(고은의 '11월')




어둑어둑해지는 분위기




모래언덕을 즐기는 사람들,

정답기도 하고.




초승달 모양 사구, 바르한.

한 방향에서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의

작용으로 형성된다.


앞은 급경사,

뒷면은 완만하고.


바르한이란 말은

투르키스탄에서 유래한다고. 




우리에게 사막이 느낌이 나는

곳은 극히 적은 면적.


미국의 사막도 그렇지만 사막은

풀들도 있는 비가 적은 건조한 지대.

사하라, 고비 등 모래사막과는 달리.




산책로를 이탈하면

금새 그곳에서 나오라는 방송이 나온다.


모래에 남은 발자국은 일전에

이재춘, 류흥구친구가 몰래 들어가

남긴 자국.


두 줄이 나있었다.




개미귀신 실물은

볼 수 없었고.


개미귀신은 명주잠자리과

곤충들의 유충.




한 시간 넘은 사구 산책 후,

온양온천역 가는 길에 들린 예산 5일장터.

상인들 보따리 싸는 중이라 썰렁했고,

상현달, 상당히 배가 불렀다.




성민네 소머리국밥, 두번째 찾았다.

친구가 가져오는 새로 담근 깍두기.


그만 하려든 식사,

맛있는 깍두기 덕에 더먹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둥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 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나태주의 '내가 사랑하는 계절')


생각한 것 보다 많은 시인들이

11월을 노래했다.


친구 덕에 좋은 11월의 하루를

즐겁게 보냈고,

며칠 안남은 11월 더 즐겁게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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