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수) 올 들어 처음으로 기차 타고
한강을 건넜다.
아산친구와의 급작스런 약속으로
이루어진 여행, 전날 오후부터 아침까지
봄비가 왔는데도 하늘은 꾸물꾸물.
작년 이맘때 친구를 찾았을 때는
봄비가 여름비처럼 내려,
냅다 목포로 달려, 민어회 먹고
유달산의 벗꽃, 동백꽃을 만끽했는데-
전날에는 돼지띠모임에서 창경궁 산보.
창경궁은 세종대왕이 상왕, 태종을 모시고자
지은 수강궁 자리에 성종이 세명의
대비를 위해 지은 효성이 깃든 궁궐.
전란, 화재로 불탄 것을
순조때 중건했다.
유일하게 동향(東向)의 궁이고,
정궁이 아닌 이궁(離宮).
정조, 순조, 헌종 등이 이곳에서 태어났고
인현황후와 장희빈, 뒤주에서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의 이야기가 떠도는 곳.
경춘전, 영춘원, 춘당지 등의 이름을
보니, 봄의 궁궐이 아닐까?
창경궁은 마음을 위로받고 싶을 때
혼자 만의 여유로운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일제때 동물원으로 탈바꿈하여 궁궐의 격을
잃은 곳이며 '80년대 서울대공원으로 동물
들이 이사를 간 후, 유난히 빈터가 많은 곳.
사쿠라가 일본 꽃이라고 벗꽃나무가
뽑혀졌고, 지금은 몇 그루 고목에 핀 벗꽃,
담장의 개나리, 진달래꽃, 춘당지의
소담한 개나리꽃 등, 그외엔 무리진
꽃들을 별로 볼 수가 없었다.
어렸을 때 특히 벗꽃 필 때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잃은 아이들
찾는 소리 등 시끌벅적했던 창경원.
소요스런 이곳을 입대 전에
찾았던 것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역전에는 4월에 들어섰는데도 읍면별 항일
시위에 대한 홍보물이 붙어있고.
조선의 패망원인이 무엇인지 성찰도 없이
새삼스럽게 친일을 했느니 하며 백년 넘은
일을 되씹고, 새삼스럽게 떠들고 있다.
날씨는 싸늘하고,
역사내 커피점에서 반가운
친구와 따끈한 커피 한 잔.
인주면에 있는 현대자동차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벗꽃나무 사열.
이곳은 아산의 새 명물이 되었다고.
현대 자동차 공장에 붙어있는 현수막.
회사는 적자로 진입하였는데도
아직 정신들 못차리고.
영인산 입구 도착.
체조하는 하버드 어린이집 유치원생들.
이곳에 있는 수목원, 산림박물관 등
어린이 현장교육에는 안성맞춤.
외국선호, 일류병은
지방에도 만연되어 있다.
우리는 영인산 자연휴양림에서 출발,
수목원으로 해서 상투봉
(맨 아래)으로 올랐다, 산림박물관으로.
목련밭에는 자목련, 백목련,
라스베리 펀이 만개.
외국산 큰별목련, 라즈베리 펀.
덜꿩나무도 새잎이 나왔다.
2-3m 키에 콩알굵기 빨간열매가 달린다.
산새들, 특히 들꿩들이 이 열매를
좋아한다고. 그래서 이름이 덜꿩나무.
진달래는 역시 우리나라꽃.
님은 나보기 역겨워 숲길로 떠나버리고.
상투봉 오르는 길도
진달래 천지.
영인산 북쪽엔 삽교천이 흘러 선장면과
인주면 경계에서 곡교천을 합류하여,
삽교호를 이룬 뒤 아산만으로 흐른다.
상투봉에서
상투봉 남쪽에는 산업단지, 온양온천, 정상
에서 서울이 보인다는 망경산(600m), 충남
서북부에서 가장 높은 산 광덕산(699m),
친구집 근처 순천향대학교,
도고온천 등이 펼쳐 있다.
장미과에 속하는 마가목도 새잎을 냈다.
잎이 말의 잇발같다고 마가목.
초여름에 우산 모양 흰꽃을 피우고,
늦여름부터 콩알만한 붉은 열매를
단다. 열매는 풍, 어혈, 정력에 특효.
옛날 지리산 자락, 방원익친구 별장에서
마가목 열매주 큰 항아리를 우리가
다 비워버려, 친구가 놀랐던 일도 있고.
초여름에서 초가을, 울릉도 성인봉을
오르면 꺽다리 마가목 빨간 열매가
땅을 붉게 덮는다.
잎길이 20-40cm 3엽을 갖고있는
대왕소나무.
측백나무과 삼나무류 상록수,
삼나무 아쿠부스.
잘 생긴 금송과 꽃밭.
빗방울에 젖은 백목련.
'활짝 핀 꽃나무 아래서
우리는 만나서 웃었다
눈이 꽃잎이었고
이마가 꽃잎이었고
입술이 꽃잎이었다
우리는 술을 마셨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그날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돌아와 사진을 빼보니
꽃잎만 찍혀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나태주의 '꽃잎')
청댕이고개(아산시내에서 온양가는 길)
에 있던 느티나무 보호수.
2015년 강한 바람으로 쓰러졌다.
산림박물관 초입에 전시 중.
영인산의 옛 모습
장미수정 등
광물들도 전시되어 있고.
개암나무 전설 등 옛 이야기가 있어
아이들, 이곳에 오면 심심치 않겠다.
장수풍뎅이 등도 있고.
외국의 광물들도 전시한다.
아타카마이트는 염기성 염화구리로
된 할로겐 광물.
나무관련 화석들도 있고.
규화목은 돌이 된 나무.
각종 새들도 있고.
아산시에서 영인산에 가꾼 수목원,
산림박물관 등 모든 시설이 훌륭하다.
우리는 아산 영인면에서 아산만
방조제를 지나 평택 안중으로.
안중에 위치한 밥보다 국시에서
점심으로 들은 어죽칼국수, 별미였다.
평택호(아산방조제로 생긴 호수, 아산에선
아산호라 부른다)예술공원의 벗꽃,
금년 본 벗꽃 중에서 가장 탐스러웠다.
아산과 평택을 연결하는 KTX를
위한 다리, 아직도 건설 중.
우리는 다시 아산으로 넘어와
인주면 공세리에 있는 성당 방문.
성당이 있는 곳은 옛날 충남 서남부
조세를 보관하던 공세창이 있던 곳.
초대주임으로 부임한 프랑스 드비즈
신부가 서양식 고딕 성당을 지었다.
병인박해때 순교한 3인의 묘소가
이곳에 있다.
드비즈신부가 이곳에서 이명래고약
비법을 창안했고, 이명래에게 전수.
순교자 납골묘의 붉은색
부조가 마음에 박힌다.
작년 여름인가 폭우가 쏟아졌을 때
이곳을 방문했었다.
친구 둘은 폭우를 옴팍 맞고 있는데,
지탄친구는 친구를 팽개치고, 두 여인을
우산 받혀, 주차장으로 안내했었다.
품위 있는 성당박물관의 외모. 유리창에선
옛 사람들이 밖을 내다보고 있고.
이렇게 나이가 든 성당의 아카시아 나무,
딴곳에서 볼 수 있을까?
영인면 아산리에 있는
김옥균선생(1851-94) 유허(遺墟).
급진개혁파 선생은 상하이에서 암살
당했고, 시신은 양화진에서 효수
(梟首,목을 베어 높이 달아놓던 처형법).
그목을 선생을 흠모하던 일본인부부가
일본으로 가져가 신죠지(眞淨寺)에 묻음.
유허에는 선생의 옷과 머리카락이
묻혀 있다.
일본지식인 사이에는 아직도
선생을 우러러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묘소에서 바라본 사당
다음으론 음봉면 삼거리에 있는
이충무공(1545-1598) 묘소를 찾았다.
잘 가꾸어진 묘소와 소나무.
원래는 아산군 금성산에 모셨던 것을
광해 6년(1614) 이곳으로 이장.
충무공의 혼이
목련꽃에 깃들어 있지 않을까.
무덤 앞 양의 석상,
왼쪽 다리가 부실하다.
오래되어서겠지.
무덤과 상석 사이의 편편한 돌은
혼이 앉는 자리.
장군의 부인은 상주 방씨(방수진).
묘소 계단길 아래의
멋진 소나무 군락.
온양제일호텔 온천에서
오늘의 여독을 풀고.
이곳의 벗나무도 만개.
아산시 온주길에 있는 온주곰탕에서
우유같이 뽀오얀 곰탕을 들고.
이집은 장작으로 곰탕을 제대로
끓이고, 기름을 걷어낸다.
남자주인도 친절했고.
일정을 마치고 밤 8시 열차로 귀경.
사학과 친구 덕에 이충무공, 김옥균
선생 묘도 돌아보고, 공부도 하고.
고맙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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