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예담마을, 황매산 철쭉 기행(記行) 2

난해 2020. 5. 22. 22:46

5/11(월), 여행 둘째날, 다시 경호강가를 달려

우리의 목적지 황매산으로 달렸습니다.

 

 

 

하루 전 방문했던 대명사가 보이는군요.

 

경호강을 건너고, 산청의 신안, 신등을 거쳐

한 시간을 달려, 합천 가회면 황매산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8:30. 좀 이른 시간이죠.

 

황매산(1,113m)은 합천 가회, 대병면과

산청 차황면 경계에 있고

능선이 남북으로 뻗어 있습니다.

 

 

 

 

900m고지까지 차량진입이 가능,

왼쪽 상단(8번 근처)에 주차하고,

 

87638(6번 정상, 3번 삼봉)을 도는

6km, 3시간의 황매평원길이 무난해요.

 

 

 

 

높은 고지인데도 실개천이 흐르고

웅덩이도 있는데, 이곳이 우리의 출발점.

초장부터 붉은 철쭉에 눈이 환해졌구요.

 

 

 

 

지난해 가을 억새의 추억이 남아있군요.

이곳의 가을 억새도 볼만합니다.

 

 

 

 

왼쪽에 정상능선이 보입니다.

우리가 오르는 남쪽사면은 평탄하지만,

기타 사면은 전체적으로 급경사이죠.

 

 

 

 

철쭉은 붉기가 제각기죠.

토양의 철분 함량에 틀려지지만

유전인자도 원인이겠죠.

 

그래도 흰절쭉보다는 붉은 철쭉이 났구요.

헌화가에서 수로부인이 본 것도

붉은 색 아니겠어요.

 

 

 

 

서쪽능선을 돌아 북쪽으로.

부드러운 산의 능선이 마음을 푸근하게 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지리산 능선이 보이구요.

 

 

'그대 만나러 가는 길에

철쭉꽃이 피었습니다.

열일곱 살 숨가쁜 첫사랑을 놓치고 주저앉아서

눈물로도 못 고치는 병이 깊어서

지리산 세석평전

철쭉꽃이 먼저 점령했습니다

어서 오라고

함께 이 거친 산을 넘자고'

(1961년생 안도현의 철쭉꽃)

 

 

 

 

그대 만나러 가는 길,

구름 한 점 없고 온통 붉은 마음뿐입니다.

 

이 산에는 무학대사가 태어나 수도를 한

무학굴이 있죠. 무학대사 어머니가 산을 왕래하며

수발을 들다 칡넝쿨에 걸려 심하게 다쳐,

 

100일 기도를 하였더니, 이 산에는 칡, 뱀,

가시가 없는 3무의 산이 되었다네요.

(무학대사 출생지:합천)

 

모산재(767m) 부근에는 최치원이 수도하여

득도한 바위도 있구요.

 

 

 

 

천m 높이의 평탄한 고원.

억새로 이름난 정선의 민둥산이 생각나네요.

민둥산은 이 산보다 5m 높은 1,118m.

 

 

 

 

척촉, 개꽃은 철쭉의 다른 이름(참꽃:진달래).

꽃말은 사랑의 기쁨, 사랑의 즐거움.

 

진달래와 달리 잎도 꽃이 피면서 같이 자라고.

잎이 진초록으로 변할 무렵 통꽃잎이 그대로 낙화.

운봉이나 이 산도 목장 자리로, 철쭉의 독성으로

 

철쭉만 남았죠. 학명이 로도덴드론 슈리펜바키.

슈리펜바키는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철쭉을 처음 발견하여 서방에 소개했다 하구요.

 

 

 

 

 

간밤에 황매산에 비가 내려서

이봐요, 지난밤 고독을 얘기합시다

지들끼리 모여서 수다를 떨다가 그만

툭툭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네

 

새파란 열일곱살

장박리 부잣집에 시집가더니

골골거리던 서방님 죽고 탈상도 안지나

떡갈재 철쭉꽃 몸살나게 붉던 날

쑥꾹 쑥꾹새 따라 달아났다고

(윤인구의 '철쭉', 쑥꾹새:뻐꾸기의 방언)

 

 

 

 

꺽다리 철쭉도 있고.

 

 

 

 

쌍쌍이 걷는 등산객이 많았죠.

홀로 걷는 사람도 간혹 있었지만.

무리지어 다니는 70대 등산객은

별로 없었고요.

 

 

 

 

70대 청년의 길,

환하게 뚫렸습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

잠시 쉬며 여유를 갖아야 하죠.

 

급경사계단이었지만 계단의 폭이 적당하여

비교적 오르기 쉬웠고요.

 

우측으로 산청 영화주제공원에서 올라오는

길이 보입니다.

합천은 군립공원으로 지정했고요.

 

 

 

 

쓰레기 수거하는 자원봉사 젊은 처자,

우리와 얘기를 나누더니 쏜살같이

내려가는군요, 사슴처럼.

 

 

 

 

정상인줄 알고 오르면

또 봉우리가 있고.

 

인생길도 그렇죠.

한 고비를 넘겼다 하면 또 한 고비가 있고.

 

 

 

 

누가 폼이 더 좋죠?

 

 

 

 

정상은 절벽이고 좁고하여

넷이 함께 하기도 힘들군요.

 

정상, 꼭 올라야 하나요.

인생에도 정상이 있죠. 하나의 과정이죠.

오름이 있으면 내림이 있고.

 

 

 

 

삼봉을 거쳐 하산한다는 것이

얼떨결에 오던 길로 내려오고요.

험하고 좁은 정상을 탓해야 했죠.

 

병꽃이 아직 노랗네요.

서울 근교는 이미 붉어진지 오래되었는데.

그만큼 이곳이 춥다는 얘기입니다.

 

 

 

 

멋진 나무 한 그루 있어 길을 이탈했죠.

온길로 내려가는 것, 우리의 생리에도 안맞고.

 

 

 

 

길을 헤매다 보니, 우리처럼

외따로 홀로 핀 자주색 제비꽃이 있더군요.

 



 

구비구비 돌아가자니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라는 팻말이 있어요.

 

열심히 살아가던 형제가 한국전쟁에 참전하게

되고, 전쟁중 형제간 애증이 교차합니다.

 

서울이 재수복되고 형은 애인 을 비롯 가족을

만났지만, 청년단장이 이북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애인을 끌고가는 와중에 그녀를 사살하게 되고,

 

동생까지 이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착각한

형은 이북군이 되어 깃발군의 선봉이 됩니다.

 

형제가 적군의 관계로 만나게 되고,

세월이 지나 백발이 된 동생은 형의 유골을

발견하고 오열합니다.

 

 

 

 

붉은 빛에 그만 싫증이 나선

신록에 빠져버렸죠.

 

 

 

 

실개천으로 돌아와서 호박죽에 오렌지,

이날의 점심.

 

동남쪽 사면으로 흘러내린 실개천은 사정천,

양천을 걸쳐 경호강, 남강, 낙동강이 되고요,

북쪽사면의 계류는 황강, 낙동강으로 흐릅니다.

 

목적지는 같습니다.

 

 

 

 

세시간의 산행을 마치고 산청 시천면으로

가는 길에 있는 합천 가희면 오도리 이팝나무.

350살이나 되죠.

 

높이 15m, 둘레 2.8m.

당산목 기능도 하고, 여름엔 정자나무가 되고.

 

 

 

 

1시쯤 산청군 신등면 양전리 대성산(593m)

절벽에 있는 정취사(淨趣庵)에 도착하니

입구에는 일출 사진.

 

 

 

 

일출로 이름난 자그마한 절.

 

신문왕 6년, 동해 아미타불이 솟아올라

두 줄기 서광이 금강산, 대성산에 비췄고,

 

이에 의상대사(625-702)가 금강산에 원통암,

대성산에 정취암을 창건했다 하네요.

하계를 내려다보는 시원함,

그리고 적막과 고요가 흐르는 절.

 

 

 

 

참회와 하심.

 

자신을 낮추고 마음을 내려놓으면 마음이

크나큰 바다가 되고.

 

 

 

 

작은 부처가 마음에 들어오고.

 

 

 

 

이절의 쌍거북바위(영귀암, 靈龜岩)는 부부의

금슬을 좋게하고 귀한 자손을 보게 하며

원하는 바를 성취하게 한다네요.

 

 

 

 

절 뒤 절벽 위에 나무가 보이는

곳으로 오릅니다.

 

 

 

 

 

절 뒤 절벽 위에 조성중인 정자,

일출을 보는 자리이기도 하고요.

 

 

 

 

운치있는 고사목,

적막과 고요 그리고 시원함.

 

 

 

 

자신을 낮추고

마음을 내려놓고.

 

 

 

 

정취(情趣)가 있는 정취암.

심미에 바탕을 둔 정서적 흥취를 느끼죠?

 

 

 

 

시천면에 도착, 조식선생 관련 유적을 둘러

보기 전 잠시 들린 카페 '산책'에서 커피와 빙수.

 

진주출신 목소리가 잔잔하고 우아한

여주인이 만들어 놓은 탁자 위 붓꽃.

 

하동 쌍계사 입구에 있는 '바로물가' 여주인

이수민씨 생각이 나고.

그녀도 진주여인.

 

불교신자인 그녀와 함께

쌍계사 불일암을 찾았던 일을

친구들이 기억하고 있었네요.

 

 

 



천왕봉이 있는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시천.

덕천강이 만들어 놓은 작은 규모의 충적지.

카페에 있는 사진.

 

저녁은 우리가 전에 들렸던 기사식당에서

할 예정이었지만, 그녀의 권유로 산채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조은날'에서 하기로.

 

 

 

 

일찍 황매산 일정을 끝내 시간적 여유도

있고 하여, 지리산 대원사가는 길 초입,

삼장면 대포리에 있는 내원사를 방문했죠.

 

계곡의 물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사찰.

 

 

 

 

비로전과 신라시대의 삼층석탑.

전형적 신라탑으로 657년 세워졌고

도굴꾼이 파괴한 것을 1961년 복원.

 

657년 원효대사(617-686)가 덕산사로 창건했고

신라말기 무염대사(801-888)가 상주했던 절, 내원사.

 

삼층석탑과 1200년전의 석남암사지 석조

비로자나불 좌상이 중요 문화재.

 

 

 

 

비로전 문을 살그머니 열어보니

석남암사지 석조비로자나불상이

우아하게 자리를 하고 있었죠.

 

 

 

 

 

널직한 절마당과 왜소한 불전이

마음에 듭니다.

 

 

 

 

대웅전 앞, 붉은 아마릴리스와 철쭉.

아마릴리스는 수선화과 상록성 여러해살이풀.

 

 

 

 

돌틈에 피어난 자주색 붓꽃.

묵향이 감도는 붓꽃, 잎과 꽃봉오리가

붓을 닮았죠. 서양이름은 아이리스.

 

아이리스는 여신 주노의 예의 바른 시녀.

주피터가 집요하게 사랑을 요구하자 무지개로

변하여 주노에 대한 신의를 지켰습니다.

 

붓꽃과 꽃창포는 둘 다 붓꽃과이지만

꽃창포는 습기를 좋아하고 키가 크며

(60-120cm) 꽃무늬가 틀립니다.

 

붓꽃은 꽃 안쪽에 조갯살 같은 화려한

무늬가 있고 꽃창포는 역삼각형 형태의

단순한 노란색 무늬가 있죠.

 

 

 

 

무엇을 생각하여

 

 

 

 

깨달음을 얻었는가요?

 

 

 

 

시원한 내원사계곡에서 잠시 쉬었다,

빨치산 비트(비밀 아지트)가 있었다는 계곡

뒷동네를 올랐지만 난개발로 어수선했습니다.

 

요번 여행은 인간내비게이숀 재혁친구의

주도로 이루어졌는데, 어떻게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는지 감탄했고요.

 

 

 

 

황매산은 위 오른쪽, 내원사는 왼쪽 아래

덕천서원 위에, 예담마을은 아래 가운데에 있죠.

 

다음날 금서면에 있는 전통한방휴양관광지,

그 위에 있는 구형왕릉을 들렸다

함양으로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