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다시 가고 싶은 섬, 가거도 만재도

난해 2020. 6. 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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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요동을 쳐도

옷깃 하나

흐트러짐이 없는 이곳

 

하도 멀어서

저 수평선 너머에

감쪽같이 몸사린

환장하게 생긴 이곳

 

얼마나 고귀하기에

뿌연 짙은 안개 속에 숨어

쉽게 허락하지 않는

독실산이 솟아있는 이곳

 

이곳은 가거도

 

(고선경의 '이곳',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녀가 가거도중학교 2학년때 쓴 시)

 

 

 

 

요즈음은 우리가 고립된 섬입니다.

보고싶은 사람들도 못 만나고, 집에서도 마스크 쓴

집사람과 대화도 안되고-

 

그래서 작년 9월 중순 가거도를 향했다가,

거센 파도 때문에 홍도, 흑산도, 장도, 대둔도를

빙빙돌았던 기억 속에 또 가거도로 향했죠.

 

섬여행은 시끌시끌한 여행보다는

홀로 또는 둘이 가는 것이 제격이겠고.

 

 

5/26(화), 용산발 15:35분 ktx로 목포를 향해 출발.

ktx 5월호는 '영천 은해사 괘불, 꽃비 내리다'라는

제목으로 팔공산 기슭의 절을 소개하고 있군요.

한번 찾고 싶은 맘이 들게 말이죠.

 

 

 

 

목포역까지 가는 동안 차창밖 풍경은 단조롭고요.

농촌풍경을 보려면 긴 터널을 지나고.

모내기는 70-80% 진도를 보이는군요.

 

날씨는 청명, 요번 여행이 잘 될 것 같은 생각.

 

 

 

 

저녁은 역과 여객선터미널 중간, 초원집에서 병어찜.

오랜만에 보는 큰 병어였지만, 맛은 인천 연안부두

온양집이나 서산시장보다 못합니다.

 

식당 구석에는 미주문시 1인당 5천원 추가한다는

안내가 있는 것을 보니, 맛보다는

돈이 우선인 것 같고요.

 

터미널 앞 조선비치모텔에서 숙박하고

아침은 세화에서 콩나물해장국.

갈포래는 청태(감태, 파래)의 방언.

 

옛날에는 갈포래해장국이 유명났겠지만.

취급도 안하고, 콩나물해장국도 별로.

 

 

 

 

목포 여객선터미널 앞에 있는 조각,

김왕현(1953-)작가의 '내고향 섬마을 이야기'.

동양인도 아니고 서양인도 아닌 독특한 얼굴.

 

 

 

 

8:10, 가거도가는 쾌속선, 남해엔젤호 출발,

목포대교를 지나고. 이 대교는 서해안고속도로와

목포신항을 연결합니다.

 

신안군은 인구 43천명의 1,004개의 섬으로

된 군, 군청소재지는 압해도에 있고요.

72개 유인도가 있고 해상국립공원에 속하죠.

 

조선시대 여러군에 소속되었다가, 무안군으로,

그러다가 1969년 신안군이 신설되었고요.

 

흑산면은 가장 서쪽에 위치하고 가거, 만재, 흑산,

홍, 상 중 하태도 등 11개 유인도에 무인도가

205개. 인구는 4,400명 정도.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고 난대성상록활엽

수림대이며 신석기유물, 유적이 있고요.

 

 

 

 

 

 

배는 목포를 출발, 팔금도와 김환기고택이 있는

안좌도 사이를 지나고,

 

이세돌 출생지 비금도, 도초도 사이를 빠져

서남쪽으로 전진하지요.

 

이때부터 흙탕물이 파란 바다로 변하고,

배는 출렁거리며, 배멀미는 시작되죠.

 

 

 

 

출항한지 2시간 좀 지나, 상태도 인근에서

섬에서 대기중인 동력선과 해상에서 연결,

승객이 타고 오릅니다.

 

섬에는 쾌속선이 접안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 까닭이죠.

 

이어 하태도 들려 그토록 그리던 가거도로.

 

 

 

 

드디어 3시간 35분 항해 끝에 가거도 안착.

보통 4시간 이상 걸렸는데 말입니다.

항구는 아직도 작년 태풍에 피해를 입은

시설을 복구 중.

 

과거에 소흑산도로 불렸던 가거도(可居島)는

넓이는 9제곱km. 홍도의 1.5배.

해안선길이 22km.

 

최서남단 섬, 동해의 울릉도 독도

남쪽의 마라도와 견줄 수 있죠.

 

 

 

 

다희네 트럭으로 섬등반도의 숙소까지 이동.

5명의 빛고을 처자(2명은 서울 거주)들은

앞에 타고, 우리 둘은 짐칸에.

 

가거도의 인구는 290세대에 500명 정도.

대리, 항리, 대풍리 세 마을이 있습니다.

신안군 가장 높은 산, 독실산(639m)이 있고

 

해식애(海蚀崖)가 발달한 암석해안이

장관이죠.

 

신라시대 당나라교역의 중개지였다 하지만

1800년대 나주임씨가 최초로 거주했다는군요.

 

난류인 제주해류가 통과, 멸치, 농어, 돔,

열기, 전복, 장어 등이 많이 잡히고요.

가거도 멸치잡이노래가 전남유형문화재.

 

 

 

 

다희네집에 짐풀고 맛있는 점심먹고,

빛고을처자들과 독실산으로 출발.

 

이곳에서 1.8km, 백년등대에서 2.9km.

 

 

 

 

다희네 트럭으로 독실산 입구까지

이동, 쉽게 올랐습니다.

정상에는 해안경찰시설이 있고요.

 

 

 

 

멀리 백년등대에서 오는 길이 보이죠.

우리는 저 길을 다음날 넘어올 예정이고요.

 

 

 

 

하산길 숲에 들어서자 만난 천남성과 꽃.

구토, 심장마비, 허탈증세를 유발하는 독초죠.

장희빈에게 내린 사약 원료입니다.

 

꽃이 마치 뱀이 머리를 쳐든 모양이라

사두화(蛇頭花)라고도 해요.

작고 빨간 열매가 송이를 이루죠.

 

독은 잘 사용하면 약이라고

담결릴 때 치료제로 쓰인다는군요.

 

 

 

 

어린 참식나무. 녹나무과에 속하는 난대식물.

10m 키의 늘푸른 나무, 봄에 갓 돋아난 잎은

포인터 귀처럼 밑으로 늘어집니다.

 

꽃말은 변치않는 사랑.

(박상진교수)

 

 

 

 

남해안 섬지방의 늘푸른나무, 꽝꽝나무.

키는 2-3m, 회양목을 닮았죠.

 

엽육에 살이 많아 불에 넣으면 꽝꽝소리가 난다는데-

취향에 따라 여러가지 수형을 만들 수 있고,

아름답고 붉은 열매를 맺는다는군요.

(박상진교수)

 

 

 

 

 

나무나 바위에 콩자개덩굴이 많이 보입니다.

고란초과의 난대성 양치식물.

음지에서 잘 자라죠.

 

 

 

 

산밀나물?

같이 산을 내려간 빛고을 나무박사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낙엽 속에 숨어있는 족도리풀꽃.

 

쥐방울덩굴과의 다년생초본, 나무그늘을 좋아하죠.

꽃은 검은 홍자색을 띄고 족두리모양.

 

시골의 예쁜 소녀, 꽃아가씨가 궁녀로 있다,

중국으로 팔려가게 되고, 풀처럼 살다 죽어

한이 맺힌 꽃.

(정연옥의 야생화백과사전)

 

 

 

 

 

섬등반도의 끝이 보였습니다.

 

가파르고 돌산인 독실산을 내려가는 일,

정말 힘듭니다, 지리산 백무동길보다 더.

 

야생화를 찾아보는 덕에, 가끔 바다 경치 덕에

어려움도 잊고 산을 내려가죠.

 

반도끝의 조그만 바위, 섬도 아니고 여라

부르는군요. 바위밑은 연결되었겠지만.

 

그러고 보면, 섬이 되려면 어느 정도의

크기가 되어야 하는지.

또 조수간만의 차도 있을테고.

 

 

 

 

바다의 수채화물감이 하늘로 퍼지고요.

 

 

 

 

후박나무의 매끈한 줄기.

 

녹나무과 후박은 남부지방 바닷가, 산기슭에

자라는 상록활엽고목. 키는 20m나 되고

5-6월에 황록색 꽃을 피우죠.

 

나무껍질은 회색을 띤 황색. 20년 이상된 후박피는

소화기질환에 효과가 있어 과거 가거도섬의 큰 효자

역할을 했죠. 전국 후박나무약재의 70% 공급.

 

목재는 가구, 선박재로 쓰였고,

해인사팔만대장경도 이나무로 만들었다 하고요.

 

 

 

 

돌담 둘러친 무덤, 엉겅퀴꽃도 피었고요.

엉겅퀴는 국화과 여러해살이풀.

관상용, 식용, 약용으로 쓰입니다.

 

피를 멈추고 엉기게 하는 풀이라는 뜻에서

엉겅퀴. 소화기, 운동계질환에도 효과가 있다죠.

 

위쪽 갈색꽃이 핀 것 같이 보이는 나무는

새잎이 나고 있는 참식나무.

 

 

 

 

 

후박나무 새잎은 단풍든 것처럼 빨갛습니다.

 

후박은 자람에 까다롭지 않고 너그럽고

인정이 두텁고 거짓이 없는 나무.

울릉도 호박엿은 후박엿이 와전되었다 하네요.

(박상진교수)

 

 

 

곰배령에서 보았던 벌깨덩굴, 꿀풀과 다년생 풀.

꽃이 진 후 옆으로 덩굴처럼 가지를 뻗습니다.

산꼴짜기 응달을 좋아하고, 밀원식물의 하나.

 

 

 

 

섬등반도 뿐 아니라 섬 전체가 찔레꽃이 한창.

 

 

 

 

긴 해장죽(海藏竹) 속을 헤쳐나와야 했고요.

키가 작은 조릿대(신우대)와는 달리

키가 6-7m까지 자랍니다.

 

삼별초는 해장죽으로 화살을 만들었다 하지요.

 

 

 

 

콩과 2년생 초본, 살갈퀴꽃.

귀엽기까지 합니다.

 

 

 

 

섬등반도를 옆에 두고

마지막 편한 길을 걸었고.

 

 

 

 

산형과의 갯당귀꽃.

 

당귀는 풍병, 혈병, 허로(虛勞) 등

여러증상에 쓰이는 한약재로 쓰이죠.

 

 

 

 

 

마지막 포장된 비탈길, 금잔화가 길을 따라 줄줄이

피어있었습니다. 금빛술잔을 닮은 꽃.

 

태양과 함께 피고지는 꽃이라

일찍 지면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

꽃말은 이별의 슬픔.

 

1.8km 하산하는데 2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험한 길이긴 하지만 여유있게 걸은 셈이죠.

 

 

 

 

다희네집 바로 위에 송년우체통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극락도 살인사건이 촬영되었죠.

 

고립되었지만 극락같았던 섬에서

3일간 장선생(여성) 한 사람 빼고 17명 섬주민 전원이

흔적없이 사라진 사건.

 

신약실험 결과 로 일어난 사건이라니

어처구니 없지만 인기가 없었던 영화.

 

 

 

 

샤워하고 2시간정도 쉬었다가 받은 저녁상.

가거도의 만찬이라 할까요.

 

메인메뉴는 돌돔(줄돔), 뿔소라, 돌문어.

물론 자연산 참나물이나 죽순도 있었지만.

 

40cm정도 크기의 줄돔은 6-7개의 검은 줄무늬가

있는 도미. 돌처럼 딱딱한 외피가 있는 무척주동물을

먹고 살아서 그런지 쫄깃쪼깃한 회맛이 그만.

낚시 고수가 아니면 잡기가 어려운 고기라네요.

 

뿔소라회는 씹기 어려울 정도로 딱딱했지만

씹는 식감이 좋았고.

낮에 흘린 땀이 있어 그런지 맥주맛도 그만.

 

 

 

 

저녁 들기 전의 바다도 좋았지만

 

 

 

 

해넘이 전의 바다도 그런대로.

붉게 타오르는 마음을 가르고

배 한척이 지나가네요.

 

 

 

 

짙은 운무 때문인지 정작 일몰은 시시했고요.

 

 

 

 

초생달이 뜬 파란 하늘이 더 좋았다는 생각.

 

 

 

 

항리 몇 안되는 집들 중, 섬등반도 일몰명당자리에

있는 집은 비어있고, 또 한 집은 담장이 덩굴로

뒤덮여 있었고,

 

잘지은 민박집 주인, 이장은 부인이 애들 문제로

도시에 나가있어, 손님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태.

 

독거노인 한분, 저녁도 안들고 술 한잔에

쓸쓸이 담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우리들이 말 붙이니 그렇게 반가워 할 수가.

 

아무리 대처를 잘 해도 머지않아 우리에게도

고독한 나날이 찾아오겠죠.

 

말이 적고 무뚝뚝한 다희네 부부,

이런 동네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염소 모녀도 쓸쓸해 보이고요.

 

 

 

 

여행 3일째(5.28, 목), 독실산 쪽으로부터

날은 밝아왔습니다.

 

 

 

 

맛있는 아침식사 후 제공된 수박,

정말 맛있었습니다.

빛고을 처자들이 트렁크로 운반해온 것.

 

배낭에 수박을 넣어 설악산 꼭대기에서

후배들에게 풀어놓았던 지탄친구,

 

마찬가지로 수락산 정상에서 친구들에게

베풀었던 창수친구가 생각났죠.

 

 

 

 

백년등대로 출발하다 본 후박나무 열매.

 

독실산(犢實山)이름이 송아지가 후박열매를 먹고

자란다는 데서 왔다 하는데

신빙성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에선 일본목련을 후박이라고 하는데 이를 우리

나라에서 수입할 당시, 후박이라고 수입하여, 아직

까지 일본목련을 후박나무와 혼동하는 사람이 있다죠.

 

 

 

 

오전의 일정은 2.6km, 백년등대까지 걷기.

결코 만만한 일정이 아닙니다.

신선봉 오르는 길을 올랐다 내려가는 코스이니.

 

독거노인의 빨래,

쓸쓸함이 묻어 있네요.

 

 

 

 

첫 스타트는 순조러웠죠.

섬등반도 절경을 감상하며 쉬엄쉬엄 가는

비교적 순탄한 길이니까요.

 

 

 

 

나무계단이 끝나면, 험한 산길.

 

홍도가 여성스런 섬이라면 가거도는

남성다운 산이라 하죠.

그만큼 모난 돌투성이의 경사 급한 산.

 

 

 

 

해장죽숲 넘어 옥색의 바다,

목장의 그물이 경관을 해칩니다.

 

 

 

 

섬등반도와 이별을 하고요.

 

 

 

 

떨어진 꽃잎이 이어지고, 꽃향이 진동하여

위를 보니, 때죽나무.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처럼 소곤소곤, 재잘재잘대는

아이들을 보는 것 같죠. 개화 후 열흘 남짓 지나면

은회색 열매가 조롱조롱 매달리죠.

 

열매가 떼를 지어 있는 스님들의 머리 같기도 하고.

열매의 성분이 사포닌이라 피를 맑게 하며

이뇨를 좋게 합니다. 기름을 짜기도 하고.

(박상진교수)

 

 

 

 

여성동지들, 잘 걷고 있습니다.

 

 

 

 

독실산 내려올 때 쳐있던 야광줄이 이곳에도

있습니다. 길을 잃지 않도록 하는 장치이죠.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