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거무내길 걷기

난해 2021. 9. 24. 15:20

추석 다음날 오랜만에 용문행 열차를 탔다

상봉역에서 시간 늦게 도착해 헐떡거리는 

친구의 모습, 왜 그런지 신선한 느낌.

 

두물머리의 모습 또한

언제 보아도 신선한 느낌.

 

옛날 마포나루를 이어주던 번창했던 나루터.

물안개, 수양버들이 연상되는 곳.

 

 

 

 

곧 황금들녁으로 바뀌어질

들판도 신선했고.

 

 

 

 

구름이 흐르는 원덕역

오랜만에 걷는 거무내길 7.2km.

원덕 1리(덤바위마을)를 지났다.

 

덕(德)의 고향인지

모든 덕의 근본이 있는 마을인지.

 

덕(德)과는 소원한 마을은 아니겠지.

 

 

 

 

탐스러운 다알리아(Dahlia), 국화과

멕시코 원산이며 멕시코 국화. 

 

 

 

 

다음번엔 추읍산(583m)에 올라야지

이곳에 오르면 양평, 일곱개의 읍이

보인다해서 칠읍산이라 불리기도.

 

 

 

 

여기저기 피어있는 돼지감자(뚱딴지)꽃

양평이 돼지감자 제1산지.

 

음식으로 먹는 천연 인슐린, 돼지감자.

북아메리카 원산.

 

꽃도 볼만한데

용인 매실밭의 꽃보다 시원찮다.

 

 

 

백로가 있는 거무내

 

 

 

 

백로

'화왕산 억새의 흰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린다

이렇게 늙어가는 것들이야 어떻게 하겠냐만

남도 삼백 리 너른 벌판에 풍년이나 들었으면

이런저런 생각이나 하면서 

나도 이제는 흰 머리칼, 백로白老다

이렇게 늙어가는 것이야 어떻게 하겠냐만

주머니 사정이나 넉넉하여

못난 벗들에게 술이나 한 잔 권할 수 있다면

이런저런 생각이나 하자니

풀잎 끝에는 이슬이 맺히고

마음 끝에는 애잔한 생각이 맺힌다'

(성선경, 1960-, 백로)

 

 

홀로 노는 白鷺나

거무내를 걷는 白老나

애잔하다.

 

 

 

 

먼저 물들은 벚나무의 단풍,

화려하기까지.

 

설악산부터 물들기 시작할 단풍,

그 다음엔 쓸쓸함과 매몰찬 북풍이 올 것이고.

 

 

 

 

아직까진 숲의 녹색과

그림자의 녹색이 좋다.

뒤엔 추읍산 모퉁이가 보이고.

 

추읍산 입구엔 공사판이 벌어져

 

인부에게 물어보았더니,

지금 다리로는 홍수가 나면 길이 끊어져

큰 다리를 놓는다고.

 

 

 

 

수줍음 타는 코스모스 무리(꽃말은 소녀의 순정)

다알리아, 돼지감자, 코스모스 모두

짧은 햇살을 좋아하는 국화과 식물.

 

 

 

 

정다운 삼성리마을 도착

다리를 건너면 솟대들의 새들은 날아갈 듯하고.

 

 

 

 

앙증맞은 작은 국화들

나이가 들면 자주색이 좋아진다는데-

 

 

 

 

마을 음악당의 400세 보호수

고목이 여러 그루 모여있다.

 

 

 

 

언제나 고요가 깃든 마을

오늘은 차량이 두대나 지나갔고.

 

 

 

 

샤인머스켓과 수박이 들어간 떡

 

 

 

 

이야기하다보니 지나칠뻔한 무인카페

틀안의 가을풍경이 마음에 들었고.

 

 

 

 

섬세한 카페여주인의 감각이 돋보인다

 

 

 

이곳의 책들

감꽃이 필 때 부르는 노래,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재야운동가이며 작가였던 백기완 1932-2021 글)

불은 타오를 때만 꽃이 된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등.

 

장경숙씨가 지은 '감꽃이 필 때 부르는 노래'를

읊어 보았고.

 

 

 

 

 

'물 속에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는

그 하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 안에는

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이여

내 안에서 나를 흔드는 이여

물처럼 하늘처럼 내 깊은 곳 흘러서

은밀한 내 꿈과 만나는 이여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1959-,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는 고교 후배.

 

 

 

 

문짝으로 만든 식탁

우리는 CD 음악을 들으며 아마린스차 한 잔씩.

여주인이 준비해둔 조용한 음악,

 

클래식 한 곡과 스패니시 한 곡.

마음에 들었다.

 

 

 

 

이곳의 찻값은 1잔에 3천 원.

7천 원을 놓고 나왔고.

 

 

 

 

길가에 있는 간이화장실을 들렸는데

퇴색했지만 그림도 있고,

넝쿨이 좁은 창틀을 뚫고 기웃거렸다. 

 

 

 

 

전에 없던 나무가 심어져 있고

물포대가 달려 있고.

양평군의 정성이 달려 있다.

 

 

 

 

이어져 마주친 수진원농장

처음 안으로 들어가 보았고.

 

 

 

 

종을 치면 사람이 나옵니다

 

 

 

 

이 농장의 설립자는 구두약 명가,

말표산업 회장 고 정두화씨.

그래서인지 하마(下馬)하는 곳도 있고.

 

 

 

 

코로나로 인해 농장체험 등의 시설은 휴무상태

대신 유기농재배 콩, 전통장의 재료로

전통방식으로 만든 장류를 판매 중.

 

틈실한 여직원의 말로는 체험시설보다

장류 제조, 판매 만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해바랑은 햇살이 가득한 큰 주머니.

 

 

 

 

거무내는 어둠 속에서 더 빛이 나고

 

 

 

 

길가의 망태버섯 노란 망토를 펼치고

독버섯인지 알았는데 식용버섯.

볶음 등으로 해먹고,

항암작용이 있고 고혈압 방지를 한다고.

 

 

 

 

냇가 옆, 흙길이 이어지고

 

 

 

 

멋쟁이 단촐한 다리도 있고

 

 

 

 

냇가를 걸어가자니 밤나무엔 알암이 벌어져 있고

 

 

 

 

수양버들, 가을바람에 산발을 하고

버들이 없으면 양평이 아니지.

 

 

 

 

다문교, 용문역을 지나

능이버섯집으로.

점심으론 좀 늦은 시각이었는데

좀 기다리라고.

 

 

 

 

용문의 멋진 하늘 보며 능이버섯전골

능이스프+누렁지 있는 냄비밥+능이전골+칼국수

그리고 테라맥주 한 컵.

이집에 여러번 먹었지만 이날의 맛이 최고.

 

 

 

 

국밥은 없고 전골로 메뉴를 통일했다고

 

 

 

 

또 두물머리를 지났다.

이날이 마침 추분,

우리는 15천보를 걸어

가을의 심층으로 들어섰다.

 

 

 

 

'반짝이는 것과

흘러가는 것이

한 몸이 되어 흐르는 줄은 몰랐다

 

강물이 영원의 몸이라면

반짝임은 그 영원의 입자들

 

당신은 죽었는데 흐르고 있고

아직 삶이 있는 나는

반짝임을 바라보며 서 있다

 

의미가 있는 걸까

의미가 없는 걸까

무심한 격랑과 무차별 속으로

강물이 흘러간다'

(최정례, 1955-2021, 입자들의 스타카토

반짝임, 흐름,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