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11월의 버드나무나루께길

난해 2021. 11. 7. 17:39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워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추억을 읽어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곽재구, 1954-, 은행나무)

 

 

 

 

11/6(토) 전철을 타고 양수리를 지나 양평역으로

아홉친구가 양평역에서 모였다.

용문에서 온 손재완친구,

건강이 좋아졌고.

 

덕소에서 온 이명우친구,

카나다에서 귀국하여 두번째 모임 참석.

 

 

 

 

양평역 주위는 온통 황금빛

갈산공원-남한강변길- 현덕교-흑천길

그리고 해장국거리에서 해장국+한 잔

 

소노휴 양평(구 대명리조트 양평)-원덕교-

원덕초-종착역 원덕역

 

이날 10.8km, 18천보를 걸었다.

 

 

 

 

가을이 깊어가는 남한강변

그리고 부드러운 산세,

찰떡궁합이다.

 

 

 

 

오리 세 마리

오리의 철이 돌아왔다.

텃새인지, 먼 길 온 나그네새인지.

 

 

 

 

가을이 깊어가면 수심도 깊어지나?

날씨는 좀 덥게 느껴졌으나

다음날이 입동.

곧 추위가 오겠지.

 

 

 

 

사람들도 적어 우리만의 갈산공원

무법자들 같다,

걸음도 빠르고.

 

 

 

 

갈산공원의 붉은 마음

숲을 태울 것만 같다.

 

 

 

 

벚나무길을 걷다

벚나무 단풍도 볼만한데

추풍낙엽된지 오래.

 

풀들은 아직 진한 녹색.

 

 

 

 

남한강변길로 내려섰다

일찍 싹을 트는 버드나무군락,

아직까지 청춘.

 

 

 

 

다리를 건넜고

강변은 옅은 물안개가 자욱-

안개 속으로 가버린 친구들.

 

 

 

 

빈 배는 뭍에 있고

 

 

 

 

그네는 그녀들이 없어 공허하기만

 

 

 

 

억새와 버드나무, 그리고 산줄기

 

'살포시 다가오는 바람에도

안절부절 가만히 있을 줄 모르고

 

어둠을 하얗게 만들어 안고서

이슬이 눈물되어 떨어지는 것은

가슴 속에 맺힌 그대 슬픔이런가

 

마음 꺽지 못하고 하나 둘 다 떠나가도

그 자리 허한 마음으로 지키고 서있는 사연은

 

기다리는 그 사랑 그립고 그리움 간절하여

어찌할 줄 몰라서이겠지

(옥윤정, 억새)

 

 

 

 

 

 

친구들의 정담은 깊어가고

 

 

 

 

 

이날의 대화는 송승현친구가 이끌었다

친구의 옛여직원들과 우리친구들이 같이 만났다는데.

 

한 미모의 여직원왈, 사장님을 못xxxx 것이 한이라고.

화끈한 여직원의 말, 맘에 든다.

 

지금이라도 안될까.

 

 

 

 

억새밭 속으로, 이야기는 계속되고

윤석렬 전검찰총장이 대통령 후보가 된것은

당연한 귀결인데-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질 것인가가 문제라고.

 

아침을 서두르다보니 신문도 못보았고

나만 문외한 같은 느낌.

 

 

 

 

 

징검다리도 건너고

걸음걸이들이 청년 못지않게 쟀다.

 

한 이름 있었던 조폭은 그랜드캐년을 방문하곤

땅을 치고 후회했다고.

 

거대한 자연 앞에 서선

과거의 행동거지가 후회가 안되었겄나.

 

나무배를 타고 콜로라도계곡을 탐험한

남북전쟁 참전용사, 죤 웨스리 포웰,

그랜드캐년 트래킹 얘기도 했고.

 

 

 

 

언덕길을 올라 다시 뚝방 포장도로로(재춘친구 사진)

수명이 길어지니 이삼십년 마다

결혼계약을 재계약하던가

새로운 계약을 하던가의 문제도 또 얘기했고.

 

젊은층, 아줌마들 간에 유행병처럼 퍼지는 주제.

 

 

 

 

용문사의 은행나무 같이

양평의 은행나무들이 가을분위기를 주도한다.

 

명우친구의 이야기는 대학친구들 만나보니

우리들이 훨씬 젊어보인다고. 암, 그렇지.

 

의사친구들이야 나름대로 부유한 생활을 하겠지만

나름대로 틀이 있고 그 틀에 맞추다보니

자유로운 우리와는 틀리겠지.

 

재완친구는 6년 후배들이 우리보다

더 늙어보인다고.

IMF를 맞아 경제적 어려움이 더했다고.

 

 

 

 

조그만 섬 위에 버드나무 한 그루

과연 버드나무 고장, 양평(楊平)이다.

 

 

 

 

송서방표 모찌, 병헌표 달콤 케익,

태욱표 사과, 도원표 사탕, 재춘표 커피 외에 

이날의 특식은 용문 찐빵과 만두.

 

자기 고장에 왔다고 재완친구가 준비한 음식.

 

 

 

 

봄엔 화사했던 벚나무는 몰골만 보이고

 

 

 

싱싱한 소나무 밑의 노랑무늬 사사

조경을 했던 재춘친구의 도움으로

처음 대면한 벼과 식물,

 

줄기가 곧게 서지 않고 땅을 기어

낮게 자란다.

 

상록성 일본원산 귀화식물.

잎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재배.

 

 

 

 

철 만난 오리떼

흔히 보였던 가마우지는 잘 안보였고.

 

 

 

 

흑천이 남한강으로 유입되는 현덕교에서 본 수채화

 

 

 

 

이곳도 은행나무들이

가을풍경을 살리고 있다.

 

 

 

 

앞서 가던 친구들이 부르기에 가봤더니

친구들은 황금방석 위에 앉아 있었고.

자전거 타고 가는 친구에게 한 장 부탁했더니

들은체 만체 가버렸고.

 

 

 

 

자신의 황혼을 금빛으로 만들어선

떨궈버리는 멋있는 나무.

2.5억년간 쉬지않고 세상을 위해 헌신.

 

 

 

 

우리의 단골, 신내강호해장국

바깥 어른과 다투었나 뚱해 있는 여주인,

"민들레 김치 안줘요?

이쁘게 머리를 해서 몰라보겠네."했더니

 

금새 화색이 돌며, 이철에 무슨 민들레김치 하며

선지도 듬뿍 서비스로 갖다주고,

승현친구에겐 콩나물을 듬뿍 얹어주었다.

 

정이란 좋은 것.

 

병헌친구는 젊은 색씨 갖다주려고 

종전처럼 별도로 해장국을 주문했고.

색씨사랑 본받으쇼.

 

태욱친구가 가져온 야관문주가 남았다.

이젠 정력엔 관심이 없는 모양.

 

이날 우리들의 대화는 가장 길고

또 의미도 있었다. 승현친구의 덕이기도 하지만.

술맛도 났고.

 

이날 점심값은 명우친구가 패를 잡았다.

잘 먹었네, 친구.

 

 

 

 

흑천의 가을

시냇물은 여전히 검었고.

 

 

 

 

개군면, 공세리의 무사이온카페, 세르빌온천관광호텔 지나

소노휴 양평(소노호텔 앤 리조트)을 지나고 있다.

구 대명리조트 양평이 소노휴 양평으로 개명.

 

붉은 단풍이 더해지니

가을의 구색을 다 갖추었고.

 

 

 

 

리조트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

한 구석엔 사색하는 철학자 어린이도 있었고.

 

 

 

 

붉게 타오르는 리조트 단풍나무

 

 

 

 

오랜만에 걷기에 참여, 만족하는 손재완친구

항시 자신보다 남을 배려하는 친구는

원하는 대로 실개천이 흐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비록 친구들이 옆에 살고 있지는 않지만.

 

 

'먼산 저 너머엔

실개천이 흐르던 고향

자네와 난 미래를 꿈꾸며

그길을 밤새 걸었지

 

때로는 다투기도 했지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우정이란 보석 보다도 소중한 보물

 

친구야 친구야

그 모습 보고픈 그리운 친구야

혹시나 잠시 잊고 지낸

우리들이 아닐런지

 

친구야 친구야

우리집 가까이 살았으면 좋겠네

(김경남, 1953-, 친구)

 

 

 

 

 

'나무는 할 말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잎잎이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

 

봄에 겨우 만났는데

가을에 헤어져야 하다니

 

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

 

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이상국, 1946-, 단풍)

 

 

 

 

추읍산(583m)도 단풍이 들었다

올해는 오르기 힘들겠고.

 

 

 

 

정원이 이쁜 동네를 지나자니

고가는 고가대로 멋이 있고.

 

 

 

 

밭에서 일하고 있는 두 여인네

가을을 수확하고 있었고.

 

 

 

 

 

'길, 길

멀리 돌아 나간 길에

푸른 하늘이 깃발 같이 그립다

 

인생은 길이다

사랑은 길이라

쉬어서 쉬어서

오늘도

우리는 길을 걸어 보리니'

(헤세, 1877-1962, 빛나는 길)

 

 

 

 

 

 

원덕역 낙엽을 쓸고 있는 여인

가을을 쓸고 있는지 알겠지.

 

 

 

 

귀경길 양수리를 지날 때가 4시

전철은 만원.

올 때와는 달리

자리를 잡을 수 있어 다행.

 

가을의 아까운 하루가 또 지나고 있었다.

 

친구들, 고마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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