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망월사 단풍(丹楓)이야

난해 2021. 11. 1. 21:51

'이 가을에 한 번이라도

타오르지 못하는 것은 불행하다

내내 가슴이 시퍼런 이는 불행하다

 

단풍잎들 일제히

입을 앙다문채 사색이 되지만

불행하거나 불쌍하지 않다

 

단 한 번이라도

타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너는 붉나무로

나는 단풍으로

온몸이 달아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사람도 그와 같아서

무작정 불을 지르고 볼 일이다'

(이원규, 1962-, 단풍의 이유)

 

 

 

 

망월사역에서 망월사 가는 길

편의점에서 물 한 병 사려고 하였더니

군고구마를 판다고.

 

얼마만이냐,

군고구마 먹어본지.

 

역시 고구마는 구워먹어야 제 맛.

 

 

 

 

길가의 신영증권 홍보판

서울 근교 산길엔 신영증권홍보판을 쉽게 볼 수 있다.

좋은 전략 아닌가.

 

 

 

 

입구부터 빨간 단풍 일색

 

며칠 전 왔으면 더 좋을 뻔.

설악산보다 훨씬 좋다.

 

 

 

엄홍길 생가 근처에 있는

뱃살 측정기.

나는 30대.

 

60대 다음 칸은 '마음만은 홀쭉해'

 

 

 

 

언덕배기 숨차게 올라 쉼터에서 보니

큰 바위 틈이 옛날보다 훨씬 벌어졌고.

 

옛날 친구들과 올랐을 때

병으로 고생하는 친구에게 한 말,

'저 바위가 쪼개질 때까지 넌 살 수 있을거야'

 

그친구 지금까지도 생생.

 

 

 

 

노랑, 초록과 어울어져야 단풍이 멋있지

 

 

 

건너편은 수락산

 

 

 

큰 바위도 단풍이 들었고

 

 

 

누가 더 사랑에 빠졌나

경쟁 중.

 

 

 

단풍사랑에 빠진 나를 시샘하는지

벌 한 마리가 급습, 침을 깊숙히 찔러넣었다.

내 팔뚝도 단풍들기 시작.

 

예비군 훈련 때 땅벌 습격사건 후 처음.

 

다음날 이쁜 간호사 누나한테 엉덩이 침 맞으니

부기가 조금씩 빠지기 시작.

 

 

 

천천히 오르며 가을 속을 걷자니

전연 힘이 안들었다.

회춘했나.

 

사실은 하루전 북한산둘레길 20천보 걸어서

내심 걱정을 많이 했었고.

 

덕제샘은 검사 불합격.

한 모금 들면 덕도 쌓이고, 재물도 쌓이는데-

 

덕제샘까지 오르려면 중생교, 천중교,

극락교, 세 다리를 지나야 한다.

 

 

 

이날 등산길은 붐볐다

숨을 헐떡이는 사람들도 많았고.

 

 

 

 

새빨간 그대의 마음

 

 

망월사 도착

13번 해탈문을 지나고 17번 통천문지나

8번 문수굴 아래 11번 천봉선사탑비를 보고

 

5번 영산전으로 그리고 

뒤에 있는 혜거국사부도탑 방문,

그리고 점심.

 

2번 천중선원, 3번 심검당을 보며 내려와

계단을 오르고

 

6번 무위당(지장전) 돌아보고

14번 자비문, 15번 여여문을 거쳐

1번 낙가보전에서 세 번 머리 꾸벅.

 

16번 금강문을 나와 세속으로

 

도봉산 정상으로 가는 길 조금 오르다

'출입금지' 표시의 줄을 넘어

 

19법 광법사 앞으로 해서

비밀정원을 거닐었다.

 

 

 

천봉당태흘사리탑

팔각 종모양의 천봉선사(1710-1793)의 사리탑.

태흘은 그의 호.

서산대사의 5대손.

 

1794년(정조 18년) 세움.

 

 

 

천봉선사의 행적을 기록한 탑비

사리탑이 만들어진 3년 후 1797년(정조 21년) 건립.

 

 

 

천중선원(天中禪院)과 멋진 나무 한 그루

넓은 잔디마당도 좋고.

스님들 수행중으로 출입불가.

 

 

 

하늘에 있는 선원이라

뒤는 멋진 봉우리들.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영산전의 내부

조선후기 목조불삼존상, 16나한상이 모셔짐.

 

영산전(팔상전)은 석가모니 일대기를 여덟가지로

나누어 그린 팔상탱화를 봉안하는 불교건축물.

 

영산은 영축산의 준말. 석가모니가 설법했던

영산불국(靈山佛國)을 상징.

 

 

 

영산전 벽화, 팔상도?

팔상탱화 대신?

 

 

 

영산전에서 비탈길을 가면

혜거국사(899-974) 부도, 혜거탑이 있다.

17세기에 조성.

 

고려 광종 19년(968년), 국사로 임명됨.

도봉서원자리에 있었던 영국사에서 활동했다.

 

법안종을 고려에 최초로 들여옴.

 

 

 

영산전 주위의 산

혜거탑, 양지바른 곳에서

약식떡+사과+둘째딸이 사온 맛있는 배

+커피 한 잔.

 

성환배맛이 일품.

전에 주말농장, 배나무에서 수확한

먹골배 못지 않은 맛.

 

 

 

영산전에서 바라본 풍경

뒷편 좌측이 수락산,

옆으로 불암산이 뻗쳐있다.

 

 

 

노박덩굴 열매, 앙증맞고

 

 

 

산중에 웬 칠엽수?

 

 

 

우리가 오를 때 지났던

통천문(通天門)을 다시 지나고.

 

 

 

무위당(지장전) 한 모퉁이에 있는 자그마한 종

종각에 있는 동종(1786년, 편수 이영희 제작)보다

마음에 든다.

 

 

 

내가 좋아하는 무위당(지장전)

아무일도 안하고 먹고 노니까.

 

무위에는 네 가지 뜻이 있다고.

1. 이룬 바를 이루지 못한 상태

2. 아무일도 하지 않음

 

3. 사람, 생각, 힘을 더하지 않고

자연에 따라 행위하는 것.

4. 불교에서 말하는 생멸변화(生滅變化)를

초월하는 것.

 

 

 

망월사 현판은 중화민국 초대 총통

위안스카이(1859-1916)가 1891년 쓴 것이라고.

 

망월사 소재지는 의정부시 호원동.

동쪽에 토끼모양의 바위가 있고

남쪽에 달모양의 월봉이 있다.

 

망월사는 639년(선덕여왕 8년) 해호(海浩)스님이

건립. 선덕여왕은 해호를 존경하여 측근에 머물길

원했으나, 산중에 암자를 짓고 나라를 위해 기도함.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해호가 머물렀던 동대(東臺)가 있던 곳이 

옛 망월성. 그는 신라 월성, 경주를 향해 기원을 

드렸고. 신라말 마의태자가 은거했다기도.

 

 

 

 

무위당 벽의 삼존불

 

 

 

 

청초한 연꽃

 

 

 

부처님

 

 

 

뉘신가?

 

 

 

역시 난해한 그림

 

 

자비문을 지나

문패가 멋지지 않은가.

 

 

 

 

또 여여문(如如門)을 지나

이 절의 단청, 현판들이 옛멋을 풍기고.

 

부를 자랑하는 절들은 새로 칠한 단청,

멋없는 중국산 돌부처상을 자랑질 하는데-

 

여여는 한결 같고 변함이 없다는 뜻.

산스크리트어 타타타의 의역.

있는 그대로 진실의 모습, 진여.

 

 

 

 

금잔디가 부른 '여여'

'돌아보면 아쉬운 듯 살아야지

 

오늘은 오늘이라 좋은 날이고

내일도 내일이라 좋은 날일세

마음속에 무거운 짐 던져 버리고

오늘도 웃음으로 살아나 보세'

 

 

 

 

김국환이 부른 '타타타'

'산다는 건 좋은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 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 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 재미

그런게 덤이 잖소'

 

두 노래 모두 불교에서 말하는

'그대로 진실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지만.

 

 

 

드디어 이절의 본전, 낙가보전에 닿았다

낙가보전(洛迦寶殿)은 관세음보살을 모신 법당.

 

관세음보살이 머문다는 인도 남쪽 끝,

보타낙가산에서 따온 것이라고.

 

관세음보살은 천 개의 손과 눈을 가졌다.

 

 

 

고티 나는 문

설마 돈이 없어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

 

 

 

 

삼존불 모두 천개의 손을 가졌고

 

 

이곳에서 본 영산전

망월사.

 

달이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는 것은

세상만사도 마찬가지.

영원한 것은 없고 지나갈 뿐.

(유승혜작가)

 

 

 

금강문을 나와 속세로

조금 전 시작한 스님의 독경소리,

시간만 있으면 더 듣고 싶었다.

 

뜻 보다는 경지의 이른 목소리

그리고 절의 가을 분위기.

 

 

 

 

흰 구름 하나, 그리고 태양

 

 

 

정상으로 오르는 길, 조금 오르고

 

 

 

입산금지 팻말을 넘어

광법사로 가는 눈이 파란 스님,

우리에게 줄을 넘지 말라고 엄명.

 

절 좀 구경하면 안되요 하며

줄을 넘었다.

 

낙엽이 그대로 여여히 쌓여있는

다리를 건넜고.

 

 

 

 

칡넝쿨과 옛 돌계단을 올랐고

 

 

 

허술한 나무다리도 지났고

 

 

 

스님들이 수행하기 좋은 광법사, 허술 그 자체

(청계산씨 사진)

 

 

 

인적 없는 험한 산길을 찾다보니

단풍을 즐길 사이도, 셧터를 누를 사이도 없고. 

 

 

 

능선으로 올라 능선길을 따라 하산

길을 잃어 잠시 back한 것은 단지 한번 뿐.

 

친구들과 망월사에 오면 하산길은 이길.

엄한 벌금이 있지만.

 

덕분에 무사히 하산. 

 

 

 

 

지장암 산신각이 눈에 뜨이니 안심

 

 

지장암 경내 풍치

세심한 손길을 느낄 수 있고

 

 

 

대불보전

망월사 불전보다 화려.

 

 

 

건물 뒤 바위엔

불상을 조각할 만한데-

 

 

 

 

다리 건너 또 세속으로

 

 

 

정성이 깃든 나무계단

 

 

 

뒤돌아보아도 good

 

 

삼거리 도착

원효사쪽으로 가면 포대능선, 도봉산 주능선이고

300m가면 원도봉 탐방지원센타.

 

 

 

 

망월사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망월사에서 지장암까지 직선으로.

험한 골짜기와 능선을 지그재그로.

 

어제 20천보에 이어

13천보 산길을 걸었다.

 

지장암, 덕제샘길이 만나는 쌍용사로 고고.

 

 

 

쌍용사 가는 길가도

단풍이 한창.

 

 

 

쌍용사 지나니

짓다말은 빌딩은 흉물 그대로인데

두 건물은 신축 중,

 

 

 

도봉산 굿당도 지나고

전에는 큰 돼지 한 마리 잡아놓고

왁자지껄 굿을 했는데.

 

불황에다, 코로나에다-

굿소리도 그리웠다.

 

 

 

그 옛날 우리의 단골집, 싸리골을 지나자니

여전히 젊고 이쁜 여주인 왈,

정원에서 식사하실 수 있다고.

남자주인은 머리가 많이 빠졌다.

 

마당에 말리는 고추색깔이 곱다.

 

 

 

빨간 색으로 익어가는 꽈리(홍낭자), 가지과

요즈음엔 빨간열매를 입에 넣고 

씹고노는 소녀들은 없겠지.

 

 

 

정원 별채에서 자연버섯전골+비어 한 잔

괴산 산막이골 식당에서 먹은 것보다 좀 못했지만

오랜만에 맛본 별미.

 

전골엔 식당이름에 걸맞게

싸리버섯도 들어있었고.

 

벌에 쏘였지만 보약이 될 수도 있고.

좋은 산행이었다.

 

 

 

싸리골의 감나무

'돌아보기엔 이미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겠습니다'

(나태주, 1945-,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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