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형적 흐리멍텅한 날 아침,
열차는 양화대교를 옆에 두고 한강을 건넜다.
코로나 어쩌구 해서 공항철도를 탄 것도 오랜만.
전에 없던 영상화면이 눈에 들어오고.
올해 들어 첫 섬여행이 시작되었다.
사진동호회 회원이 준 정보에 따라
공항에서 인천버스를 타고 무의도로 가서
무의도 한 바퀴 돌기로.
주말 정체도 피할 수 있고
도보로 느긋하게 하는 여행.
버스출발 10분 전.
무의1 버스 표시판에 Soon.
soon이 뭐야?
순이 하고 같이 하는 여행?
날씨가 추워 대합실에서 기다리던 사람들
꾸역꾸역 나오니, 자리가 없어.
다행히 10분 전에 나온 우리일행은
모두 자리를 잡았고.
그나마나 30분 정도의 거리니.
무의도의 호룡곡산(246m)과 국사봉(236m)이
봉긋봉긋하고.
앞에는 외로운 섬, 사렴도(상엽도).
무의도(舞衣島)는 인천 중구 무의동.
인구는 천 명이 안되는 섬.
(인천 중구 운서동, 국제공항의 남서쪽)
옛날 선녀가 내려와 춤을 추고 했던 섬.
(옷은 입고)
1970년대 중반에 인천 근무시는
중구는 인천의 중심지였는데-
백합, 바지락, 굴 등을 양식하고
새우, 숭어, 꽃게 등이 생산되는 곳.
성수기엔 입도차량을 제한한다.
주변 실미도, 소무의도는 연륙교로 연결되고.
포구요, 일출명소.
2월의 바람 귓불을 간지럽히고.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1939-, 섬)
시는 간단하지만
읊는 사람들의 마음, 느낌은 다 다르다.
정현종시인은 우리의 고교 선배이지만
나태주시인(1945-)의 대학 은사라고.
하나개해수욕장 지나고
광명항에서 하차.
해녀섬이 보였고.
'우리는 서로를 보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서로 바라보고 있다고 믿었던 옛날에도
나는 그대 뒤편의 뭍을
그대는 내 뒤편의 바다를
아득히 바라보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섬이다
그대는 아직 내릴 곳을 찾지 못해
떠도는 저녁 바다 갈매기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내 밤은 오고 모두 아프게 사무칠 것이다'
(정일근, 1958-, 쓸쓸한 섬)
우리는 호떡집에서 호떡 익기를 기다렸다.
그리곤 화장실엔 세면장도 없고 해서 안씻은 손으로
뜨끈한 호떡을 호호 불며 먹었고,
뜨끈한 오뎅국물 겻들여.
바닷바람은 쌀쌀맞기만하고.
호떡아줌마도 바빴다,
손님들은 기다리고.
그렇지만 우리들에게 인사도 꼬박꼬박.
여행은 비운 마음으로
천천히 유유하게 떠나는 것.
보드 타는 젊은이들, 마을의 소형자동차 등이
다리를 건넜고.
급경사를 올라 이섬의 정상(74m)으로.
정상에 있는 하도정에서 반대편으로 하산,
명사해변, 소무의도 스토리움이 있는 곳에서
커피 한 잔하고, 몽여해변길, 부처깨미길로 해서
떼무리항에서 다시 인도교 건너
무의도로 가는 일정.
초록색 무의도.
왼쪽 조그만 섬은 실미도.
무의도 동남쪽에 소무의도가 있고.
영종 옹유도 위쪽엔 좌로부터
장봉도, 모도, 시도 그리고 신도.
우측에 소무의인도교.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이 뜸해졌고.
소무의도 남쪽, 전복 따던 해녀들이 쉬곤 했던 섬.
갯벌이 없고 자갈, 몽돌 뿐인 무인도.
막내가 싸온 자색옥수수차, 재춘, 영우표 커피에
체리, 왕방울토마토, 파프리카, 약식, 사과 등.
굴껍질 등으로 흰빛도 많이 보였고.
해변길에선 해녀섬이 우리를 계속 뒤따라 오고.
커피 한 잔.
흥구친구 단골 카페.
청순한 오드리 헵번(1923-1993, 영국 배우),
그녀가 타계한 지도 오래 되었다.
갈매기떼 바쁘기만하다.
(이재춘친구 사진)
섬에 손님들이 들끓으니 수탉들은 정신이 나가
때도 없이 울어댔고.
모래와 하얀 굴껍질, 몽돌로 이루어진
250m의 작은 해수욕장.
8.15해방 후 백범 김구선생이 이곳에 들려
독립군자금 지원에 대한 감사의 말을 전하며
연설도 했다고.
박대통령가족이 휴양을 하기도 했고.
이곳은 주민들이 만선, 안전을 기원하기 위해
풍어제를 지냈던 곳.
소무의도는 뱀이 또아리를 틀고있는 모습.
이곳은 뱀의 머리부분.
영종도 인천공항, 인천대교가 보인다.
봄의 날씨로 시계가 흐려 별로였고.
간혹 봄의 흙탕길이 나왔다.
질퍽질퍽, 이젠 완연한 봄이 아닌가.
소무의도인도교로 이어지는.
따뜻한 햇볕에 졸음이 가득.
흥구친구의 단골집, 선창식당에서
낚지볶음+백합칼국수+인천 생막걸리, 소성주,
단촐한 음식에 친구들은 대만족.
밑반찬도 맛있고.
호떡 등 간식이 과했나?
영우친구 한 잔에 호기가 나왔고.
옆자리 이쁜 아줌마에게 농도 걸고.
물이 빠졌다.
30분 이상 기다려야 했고.
술 한잔에 업되어 하나개까지 걷기로.
주말엔 소무의도 인근 정체가 심하다.
주차장도 턱없이 부족하고.
대학교때 무전여행하는 기분으로.
봄의 진창도 피해 가고
다 내려왔나 했지만
재빼기고개를 또 넘어야.
호령곡산 정상가는 길 입구도 지나고
무의도자연휴양림 입구, 빽빽한 자동차주차장도
지나, 하나개해수욕장으로.
운 좋게도 물이 완전 빠져있었고.
하나개는 섬에서 가장 큰 갯벌이란 뜻.
이산에 오르면 아름다운 해변은 물론
남으로는 서산반도, 북으로 교동섬 넘어
연백, 옹진반도가 시야에 들어온다고.
이번 우리가 둘러본 코스는
재작년 왔을 때와 대동소이.
다음번엔 호령곡산을 오르고
실미도를 찾아야겠다.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녁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으니
만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강은교, 1945-, 우리가 물이 되어)
얼음판 같기도 하고.
활기가 있는 얼굴들.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러고 남은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히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있는 구름 누워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 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강은교, 1945-, 사랑법)
봄의 태양은 반짝이고.
더 이상 바위의 모양은 내 흥미를 끌지 못했고.
단단하여 걸어도 모양이 그대로일 듯.
바닷가로 안내려갈 수 없지.
송승현친구는 뻘에 빠질 것이라 했지만.
해수욕장 입구 계단길에서 만났었다.
영우친구, 그녀들에게 뻘에 빠질까봐
부츠를 신었냐고 물었고.
우리 모두 출발점에서 타지 않았으니
서서 올 수 밖에.
뒷문 근처에 서서오다가
고교 십년 후배를 만났다.
영우친구 핸드폰 케이스에 붙은 고교이름을 보고
후배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케이스는 총동문산행때 기념품으로 받은 것.
현재 모교교장을 하고있는 친구와 동기생으로
연대상대 출신 김진홍후배.
마지막으로 입시를 치룬 친구들이며
우리때와 마찬가지로 어느 고교보다
연대에 제일 많이 입학한 기수.
덕분에 이야기 꺼내다 보니 만원버스에서
지루한 줄 몰랐고.
헤어질 때 후배의 인사말은 건강하시라고.
인천공항에선 빠리바케트에서 커피 한 잔하려니
직원들의 퇴근시간.
이미지가 나빠졌는데도 일찍 퇴근하고,
좋구먼.
CINNABON에서 커피 한잔하며 여행 마무리.
시나본은 미국체인점.
이날 20천보 걸었다.
친구들, 덕분에 즐거운 여행이었네.
무두들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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