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난해 2020. 7. 26. 20:12

홍천 모곡에 있는 친구가 찰옥수수를 보내왔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공기 좋은 곳에서 건강하다는 소식.

 

나는 껍데기를 벗기고

마나님은 찌고.

 

백개를 다 벗기고 나니 선수가 되었다.

두 번 껍질을 잡아다니면 끝.

 

한 번은 일부 껍질을

두번째는 수염을 움켜쥐고 잡아당기면 된다.

 

 

 

 

코로나 때문에 모임이 연기되다 보니

한 모임에선 복숭아를,

또 한 모임에선 삼계탕을 보내왔고.

 

수고하는 임원진들의 기지가 엿보이고.
감사하는 회원들의 마음이 보인다.

 

한더위의 과일, 음식을 맛보면서 지인을

생각하는 것도 삶의 즐거움.

 

 

 

 

올여름은 본격적인 더위가 아직이지만

피서의 한 방안으로 밀란 쿤데라(1929-)의 소설,

'참을 수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농담'을 읽었다.

 

저자는 인생드라마를 항상 무게라는 기준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은 주인공 토마스가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여자, 사비나와 정사를 나누는 장면을 상상하며

괴로워하는 무거운 여자, 시골마을 출신, 테레자.

 

사랑과 성(性), 역사와 이데올로기 소용돌이 속에서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는 주인공들의 방황을

통해 인간의 삶을 묘사.

 

결국은 사비나부부는 사고로 죽고

토마스와 테레자는 사랑하며 살게 되지만.

토마스도 많은 여자와 관계를 했던 가벼운 남자.

 

장래가 촉망되는 의사였던 토마스는 1968년

프라하의 봄이 서리를 맞은 후, 체재에 대한

협력거부로 청소부, 트럭운전수 등으로 전전.

 

소련의 체코침공 자체가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기도 하고.

 

 

 

 

체코 동부 브로노 출생, 밀란 쿤데라도

프라하 봄의 희생자.

조국을 떠나 프랑스에서 활동.

 

체코사람들은 불어로 글을 쓴 쿤데라나

독일어를 사용한 카프카보다는

 

'착한 병사 슈베이크'를 쓴 하셰크를 좋아한다.

1차대전 때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군대에 들어간

슈베이크는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를 고집스럽게

 

완수, 제도의 기대를 저버리고 언제나

자기만의 존재로 남는다. 소리없는 반항아.

 

체코는 16세기 초부터 거의 400년간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았다.

 

 

 

 

1967년 발표된 '농담'은 가벼운 마음으로 건넨

농담 한 마디 때문에 순조롭던 인생항로에서

벗어난 남자의 이야기.

 

소설은 네 인물의 서술로 구성되어 있다.

1950년대 반공산당 활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공산당에서 추방당한 저자의 경험이 밑바탕.

 

주인공 루드빅은 대학생으로 야로슬라브와 민속

음악단을 조직 외국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지만

농담 한마디로 공산당에서 제명 당해 군에 징집되어

 

탄광에서 일하게 되고, 그를 축출한 제마넥에

대한 복수로 그의 아내 헬레나를 유혹했지만

제마넥은 이미 애인이 있었고.

 

허탈에서 빠진 그는 야로슬라브의 악단에서

클라리넷 연주로 옛추억에 빠진다.

복수만을 생각하는 무거운 사나이.

 

코스트카도 루드빅 같이 공산당에서 축출

당했지만 루드빅이 군시절 사랑했던 루치에도

구해주고 모라비아에 정착.

 

루드빅과 달리 용서와 화해로 어려움을

극복한 사나이.

 

어떻게 보면, 인생은 무겁고 가벼움의 양분보다

적절한 부드러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프라하성의 야경.

 

쿤데라의 소설을 읽으며, 그의 조국.

체코에 대한 여행(2017.3)도 회상해보니

마음에 드는 나라.

 

독립군의 청산리 전투에서 체코군의

무기 덕이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프라하 블타바강가에 있는 유럽최초 아트센터,

루돌피눔, 체코필하모닉의 주무대.

 

드보르자크, 스메타나를 들먹이지 않아도

모짜르트가 제일 사랑했던 도시, 프라하.

 

 

체코는 인구 10.7백만명에 국토는 우리의 0.8배.

5-7세기에 슬라브족이 정착, 보헤미아왕국이

9-14세기까지 존속.

 

1355년 이곳 출신 카를 4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등극, 프라하는 황금시대를 맞았다.

 

 

 

 

체코 최대의 영웅, 카를4세 동상.

 

1526 합스부르크왕가가 왕권을 차지한 후

20세기 초까지 오스트리아 지배 하에.

 

1918-1992년 1차대전 끝나고 체코연방 성립.

1944년 소련군에 의해 해방되었고

1968년 프라하의 봄, 소련 침공.

 

1989 동유럽 공산주의 붕괴와

1993 독립하여 시장지향 체재유지.

 

 

 

 

카를교에 있는 얀 네포무츠키신부의 동상.

 

보헤미아왕, 바즐라프 4세가 출정한 사이, 왕비의

고해성사를 왕의 측근이 일러바쳤고, 왕비를

의심하는 왕은 얀신부에게 내용을 물었지만,

 

신부는 침묵을 지켰고, 왕은 신부의 혀를 짤르고

신부를 카를교 밑으로 밀쳐 죽였다.

 

그 이후 나라에 좋지않은 일이 자꾸 일어나자

신부의 시신을 성비투스성당에 안치하자

다시 평화가 왔다고.

 

 

 

 

프라하광장에는 얀후스(1372-1415)동상이 있다.

그는 마틴 루터보다 백년 빠르게 종교개혁을

주창하여 화형에 처해짐.

 

종교개혁은 400년 지배, 합스부르크왕조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한 민족저항운동,

 

 

 

 

요번 목요일 본 CGV월간 오페라, '사랑의 묘약'

야외극장에서의 공연실황.

고선생님의 귀뜸으로 오랜만에 즐긴 오페라.

 

도니체티(1797-1848)가 6주만에 완성한 오페라.

이탈리아 3대 코믹오페라의 하나,

세빌리아의 이발사, 돈 파스콸레와 함께.

 

농장주의 딸, 아디나와 젊은 농부 네모리나와의

사랑 이야기. 실제무대는 여름철에 맞게

바닷가의 수영복차림 공연.

 

네모리나와 하사관 벨코레와의 사랑싸움에서

네모리나는 돌파리 의사, 둘카마라한테서

사랑의 묘약을 샀고.

 

사랑의 묘약의 효과가 아니라, 네모리나의

진실성에서 그녀는 하사관에서 그에게 마음을

돌렸다는 이야기.

 

젊은 농부는 무겁고, 하사관은 가볍고.

 

 

 

 

오페라는 1, 2막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간 20분간의 휴식시간이 있다.

 

코로나 덕인지 관객은 열 명 정도.

좌석배치가 감염 예방을 위해 띠엄띠엄.

 

1막은 별로였지만, 네모리나의 아리아, '남 몰래

흐르는 눈물' 열창이 있자 클라이맥스로.

 

 

'남 몰래 흐르는 눈물이

그녀의 두 눈에서 흘러요

 

그녀는 나를 사랑해요

그녀의 아름다운 가슴의 고동을 느껴요

 

내 한숨, 혼란스러움이

그녀의 한숨과 섞였으면

 

나는 죽을 수 있어요

사랑을 위해서라면'

 

 

그나마나 요즈음 참을 수 없는

정부, 국회, 법원 등 존재의 가벼움은?

 

나 또한 가벼운 인간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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