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억새 기행

난해 2023. 11. 2. 18:27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계곡의 굽이치는 억새꽃밭
보노라면
꽃들도 강물임을 이제 알겠다
 
갈바람 불어
석양에 반짝이는
은빛물결의 일렁임
억새꽃은 흘러흘러
어디를 가나
 
위로위로 거슬러 산등성 올라
어디를 가나
물의 아름다움이 환생해 꽃이라면
억새꽃은 정녕
하늘로 흐르는 강물이다'
(오세영, 1942-, 억새꽃)
 
 
 
 

청량리 7:34분 발 열차타고 민둥산으로

짙은 안개로 단풍진 산하도 흐릿했고.
낮에는 맑게 개이겠지.
 
 
 
 

충북 제천역, 많은 사람들이 내렸고(두 시간 소요)

우리는 제천까지는 중앙선을 타고
민둥산역까지는 태백선을 타는 셈.
 
중앙선은 단양, 안동, 경주로
이어진다.
 
중앙선은 1939년 개통되었고
348.2km.
 
태백선은 1949년 개통, 104.1km.
석탄, 텅스텐, 시멘트 등의 수송으로
화물열차비중이 높고 길이 험난.
 
 
 
 

안개가 걷히는 듯하더니

단종의 애달픈 마음이 흐르는
청령포역을 지나쳤고.
 
청령포 단종유배지는 영월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 서강이 곡류하는 곳.
 
 
 
 

벌써 겨울의 느낌?

앙상한 나무도 보였고.
 
 
 
 

영월역의 화차들

탄광지역의 영화와 애환에 얼룩진.
 
 
 
 

영월역의 한옥 역사

특출난 느낌.
 
 
 
 

탄부, 연하, 석항을 뛰고 예미역 정차

영월읍 연하리에 있는 탄부, 연하역.
영월 산솔면 석항리에는 천민들이
집단적으로 살았던 돌항소가 있었다고.
 
예미역에서 함백선이 분기한다.
정선 신동읍 예미역- 조동역을 잇는 9.6km.
중간에 함백역 1개소만 있다.
 
조동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가장 가파른
구간으로 예미역에 보조기관차가 있어
힘들어하는 열차를 끌어주었다고.
 
 
 
 

예미역, 단풍주차장

주차한 자동차 대수는 얼마 안되고.
 
예미산 1,000m 지하에 기초과학연구원 
산하의 지하실험시설, 예미랩이 있어
암흑물질을 탐색한다. (세계 6위급)
 
예미산은 영월 산솔면과 
정선 신동읍 경계를 이룬다.
 
 
 
 
 

10시 반 지나 민둥산역 도착

정선아리랑 열차도 쉬어가는 역.
주중 운행 않고 공휴일, 정선 5일장 등
수요가 있는 날만 운행하는 관광열차.
 
청량리역에서 중앙선, 태백선, 정선선을 
경유, 아우라지지역까지 운행.
전좌석 새마을호 특실등급 취급.
 
정선선은 민둥산역에서 정선-아우라지를 
거쳐 구절리역까지 운행.
 
 
 
 

민둥산역의 억새

민둥산에서 옮겼나?
 
 
 
 

역에서 내려오면 우측에 두위봉샘터

두위봉 정상, 민둥산역 모두 정선 남면 무릉리.
두위봉은 역 바로 남쪽에 위치.
 
두위봉(1,466m)은 능선이 부드럽고
오르기 쉬운 산. 품안에 1,400년 수령의
주목 삼형제가 살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장수하고 있는 나무들.
2018. 6월, 운탄고도 트래킹시
찾아보았던 삼형제 나무.
 
두위지맥은 백운산, 두위봉, 질운산을
거쳐 망경대산으로 이어진다.
 
 
 
 

역 입구

증산역(민둥산역 옛이름)은 석탄시대가
저물며 사람들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민둥산역 시대가 되었고.
 
무릉리는 정선을 비롯 전국에 11곳.
괴산, 충주, 영월, 진안, 상주, 안동, 거창,
밀양, 함안, 서귀포 등.
 
서울, 경기에만 무릉도원이 없군.
 
 
 
 

민둥산 가는 길의 은행나무, maiden hair tree

2억 3천만년 이전에 지구에 터전을 마련.
한때 11종이 번성했으나 극동아시아에서만
명맥을 유지.
 
강력한 환경적응력을 가졌고, 심한 악취의
열매가 동물먹이가 되는 것을 원천 봉쇄.
천년 넘은 나무도 여럿.
 
1목 1과 1속 1종의 나무로 선조는 한종류.
(박상진교수)
 
 
 
 

같은 거리의 단풍나무

은행, 단풍나무가 없다면
우리의 가을은 어떨가?
 
꿈 많은 소녀, 노년의 아픔을 느끼게 하는 나무.
20여종이 있으나 단풍나무, 당단풍이 대표.
 
기온이 떨어지면 나뭇잎 색소들의 균형이
깨지고, 붉은색, 노란색, 갈색이 남는다.
 
잠자리 날개 같은 씨앗을 맺고.
(박상진교수)
 
 
 
 

삼거리교 아래로는

지장천이 흐른다.
지장천은 조양강(동강)으로 흘러들고.
 
 
 
 

육교의 포스터

세련되었다.
억새축제는 9/22-11/5까지.
 
 
 
 

민가의 은행나무 두 그루

집안으로 가을을 불러들이고.
 
 
 
 

증산초교 길 건너 등산 안내도

우리는 1코스 시루봉, 쉼터 거쳐 정상으로
하산시는 발구덕, 시루봉거쳐 원점 회귀.
 
십수년 이전에는 4코스로 등정하여
증산초교로 하산.
 
정선 화암면 화암리에서 1박 하고
화암약수물 마시고 민둥산 정상 등정.
 
1코스는 3.7km, 1시간 반 소요.
4코스는 7.1km에 6시간 반 소요.
4코스가 훨씬 험하다는 얘기.
 
 
 
 

등산 시작

민둥산 등산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정상 부근은 험하지 않지만.
 
 
 
 

입구의 자그마한 절, 청룡사를 들려

갖고 온 커피 한 잔.
 
 
 
 

보기 좋고 편안한 길도 있었지만

험한 길을 땀을 뻘뻘 흘리고 올랐고.
 
 
 
 

평지를 만나면 쉬기 마련

정다워 보이는 일행.
 
 
 
 

쉼터 왼쪽에 있는 화장실을 들렸다

또 힘든 경사진 길로.
 
 
 
 

민둥산 억새 언덕이 보이기 시작

산 입구에서 1시간 반 걸린 지점.
 
 
 
 

이곳 전망대에서 본 산자락

두위지맥일까.
이곳에 무인판매대가 있었고.
 
 
 
 

멋진 소나무 한 그루

왼쪽은 바람에 씨앗이 다 날라갔고
오른쪽은 그나마 남아 있다.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맵니다'
(고복수, 1911-72, 짝사랑)
 
 
 
 

바람을 노래하는 억새, 벼과 여러해살이풀

햇빛 잘 드는 곳에 무리를 짓고
9월에 꽃이 핀다.
 
갈대는 이삭이 갈색이고 물가에 자란다.
 
 
 
 

좌측은 제법 볼만

축제가 11. 5일 끝난다 하니,
너무 늦게 이곳을 찾았다.
 
 
 
 

정상을 향하여

민둥산에는 36과 108종 식물이 산다.
 
과거 산불에 나무는 모두 타버리고
풀밭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여러차례 불.
 
산불 발생후 억새풀이 덮게 된 기간이 20년.
이곳은 기온이 낮고 바람이 센 곳.
건조한 기후이다.
 
 
 
 

뒤돌아본 길

하산시에는 건너편 언덕으로 해서
발구덕길로.
 
 
 
 

민둥산, 1119m

일행을 한참 기다렸다.
 
나는 기차시간을 생각하여 서둘렀고,
일행은 마음이 느긋했고.
 
출발, 1시간 45분만에 등정.
안내판보다 15분 지연.
 
 
 
 

옛날 시발점이었던 화암약수방향

이곳서 8.1km.
멀기도 해라.
 
 
 
 

무릉리 동네 보이고

좌측 방향이 바람이 없는 모양.
 
 
 
 

펼쳐진 두위지맥?

부드러운 산줄기.
 
 
 
 

입사동기 4인방 왈

내 작은 카메라가 고물이라고?
일행을 30분정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떡도 먹고
마나님한테 전화 보고.
 
하루전 ebs에서 방영된 민둥산을
같이 보았기에.
 
 
 
 

하산 시작

오르는 사람의 지친 표정.
 
 
 
 

자리잡고 점심

이곳의 바람도 만만치 않았고.

옛날 이곳 어디에선가, 경희친구가 가져온
홍주 한 병을 처치 못하고 있을 때
증산초교를 졸업한 젊은 아줌씨들을 만나니
금새 동이 났었다.

술김에 그랬는지, 그녀들 하산해서
한 턱 쏜다더니, 하산해선 줄행랑.

강원도사람들, 그런 사람은 없는데-
우리의 하산 속도가 너무 느렸나?
 
 
 
 

'사랑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 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최돈선, 1947-, 나는 사랑이란 말을 하지 않았다)
 
 
 
 

발구덕으로 곧장

하산 시작.
 
 
 
 

구덕(돌리네, doline)

석회암 함몰로 생긴 원형의 웅덩이.
정선말로는 구덕(구덩이).
 
산기슭엔 이런 구덕이 여덟 개.
팔구덕이 발구덕으로 변했다고.
 
 
 
 

전망대에서 세 여인, 달걀을 까고 있었고

그 모습이 하도 재밌어 정면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숙기는 없고.
 
한 여인의 모자만 찍었다.
 
'맛있게 드세요-'
 
 
 
 

해는 서산으로 지기 시작

반사된 길의 따스한 느낌.
 
 
 
 

발구덕까지는 600m.

우리는 증산초교 방향으로 go go.
 
 
 
 

무릉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

얼마 남지 않았구나.
 
삼거리로 나오니, 우리가 오른 길은 급경사길.
왼쪽으로 마을로 돌아가는 완경사길이 있다.
 
 
 
 

으악새코스

민둥산, 증산 남쪽이 두위봉.
우측으로 하이원리조트, 정암사.
우측 위로 한강 발원지 태백 검룡소.
 
정암사 아래는 만항재, 두문동에 살던 일부가
옮겨와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키며,
고향을 그리워한 곳.
 
만항재 아래는 태백산,
태백산맥의 어머니산.
 
 
 
 

지는 해에 물들은 청룡사

나그네의 발길은 무거웠고.
마지막 부분은 왜 그렇게 힘든지.
 
 
 
 

승강기로 다리를 오르고

다리를 건너, 다시 승강기 타고 건너편 도로로.
 
 
 
 

멋들어진 가을 정취에 빠지니

도사가 된 느낌.
이날이 시월의 마지막 날.
 
'그날의 즐거웠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단풍 든 잎과 빨간 옷의 소녀

지장천은 흐르고.
 
내를 건너니 장터의 풍각소리만 시끌벅적,
등산객들은 외면했고.
 
콧등치기, 수수부꾸미는 구미를 당겼지만
과연 맛있을까.
 
 
 
 

귀로는 한적

우리가 좀 늦은 편.
 
 
 
 

쉬어 갈까

 
'숲속 정자에 가을이 깊어지니
시인의 시상(詩想)은 끝이 없구나
멀리 강물은 하늘에 잇달아 푸르고
서리 맞은 단풍은 햇빛을 향해 붉게 물들었구나'
(이율곡, 1536-1584, 팔세부시)
 
팔세부시(八歲賦詩)는 선생이 여덟 살때
지은 시.
 
 
 
 

적색, 갈색, 황색이 어우러진 나무

고고하기까지.
 
 
 
 

시월의 마지막 오후

낙엽을 밟는다.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을 지은

레미 드 구르몽(1858-1915),
프랑스 시인.
 
 
 
 

이대감 쭈꾸미 철판 닭갈비에서

닭갈비+소주.
한 잔 하니 기분이 엎.
 
 
 
 

역 앞에서

날이 갈수록 노루꼬리가 되어가는 햇볕.
 
 
 
 

2009년 증산역을 민둥산역으로 개명

증산의 동쪽은 고부산, 북쪽 지억산, 남쪽으로
두위봉이 둘러싼 가운데 시루봉이 있어,
시루 증자를 사용하여 증산(甑山).
 
정선군 남면은 고려 충렬왕때 군명을 주진에서
도원으로 개칭시 무릉리 증산에 읍터가 있었음.
 
무릉리는 옛날 군소재지. 면내 가장 넓은 곳으로
삼한시대부터 문인들이 모여 풍류를 즐겼던 곳.
 
 
 
 

정선군 남면의 역사터

공동우물, 소방서, 자미원탄광, 우체국 등.
 
 
 
 

민둥산역 물탱크

동절기 난방과 열차의 물공급을 위한 시설.
30m 떨어진 우물물을 양수기로 퍼올림.
철도 산업유산.
 
 
 
 

민둥산역에서 찍어주는 별어곡역 스탬프

정선선은 민둥산-별어곡-선평-정선-나전-
아우라지-구절리역으로 운행된다.
 
별어곡은 자라 물고기 골짜기,
이별의 골짜기.
 
임철우(1954-)의 소설, '이별하는 골짜기'는
별어곡이 배경.
 
원래는 마을이름이 별암(자라바위)인데
일제강점기때 별어곡으로 바뀌었다고.
 
 
 
 

귀경열차는 17:03분 출발

은행나무, 기중기 색이 공교롭게 노랑색.
 
 
 
 

노을이 져오고

이날 귀가하니 밤 9시.
22천보를 걸었다.

시월 마지막날의 멋진 산행이었다.
 
여행을 기획한 김재원대장을 비롯
입사동기 친구들에게 감사 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