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좋아 산에 가나?
---정해 년 봄, 목요산행의 흔적---
삼월 초하루, 수락산 석림사에서 처음 본 진달래꽃은, 사월 오일 당고개의 불암산 자락에 옮겨와 옛 동네를 붉게 물들였다. 그러고 보니 목요 산행에 참여하는 친구들의 수가 점점 불어나는 것 같다.
3/1 3/8 3/29 5/3일은 수락산, 3/15(오봉 옆 솔밭) 3/22 4/12(민초샘) 4/19(여성봉)일은 도봉산, 4/5 불암산, 4/26천마산, 5/10 예봉산을 찾았다.
장소로는 오봉 옆 솔밭이 최고였고, 참여한 친구들이 많았던 날은 삼일절(29명)과 식목일(14명)이었다. 천마산에서는 야생화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기도 했고, 예봉산에서는 북한강 남한강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셨다. 식목일에는 산행 후 순영 군이 갈매기살에 잔치국수를 쏘아, 친구들을 더욱 즐겁게 했다. 여성봉과 천마산을 찾았을 때는 상갑대장이 손수 요리한 귀한 산채, 매실, 산초 등의 귀한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현직 군이 주도하는 산행은, 그 동안 여러 사정으로 네 번에 그쳤다. 그나마 3/4일은 우천관계로 재완 군과 나만 참여했고, 4/8일은 재완, 경희, 중국에서 잠간 귀국한 천유 군이 참석했다. 천유 군은 중국 사업이 잘되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 3/1 수락산 )
29명이 참여했다. 정회원은 20명. 창수, 원익, 재건, 지탄, 성익 군이 모처럼 얼굴을 보였고, 지우 군이 오랜만에 얼굴을 보였다. 마침 휴일이라 많이 참석했는데, 종교관계는 역시 큰 연관성이 없는 것 같다.
산행은 당고개에서 학림사, 정상을 거쳐 장암 골짜기를 타고, 석림사로 완주를 하였다. 난코스에선 준회원들의 불평이 좀 있었다. 어떤 사람은 손 잡아주고, 어떤 사람은 안 잡아 주냐고. 대단했던 것은 완주한 성복 군이 친구들을 위해 막걸리 통을 지고 왔다는 것이다.
하산 후 장암 골짜기 한스 호프에서 한잔 하였는데, 맥주, 소주, 막걸리 정신이 없었다. 술자리는 군자로 이어졌고, 점잖은 안양 신도님은 주신이 되어 신도도 인간답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봄이 왔다는 것은 그렇게 좋음을 보여주고.
(3/15 오봉 옆 솔밭)
사 대 삼의 일곱 명 친구들은 방학동 산책길, 무수골을 거쳐 오봉에 이르러, 도봉산 가장 좋은 솔밭에서 휴식을 취했다. 방학동 친구들이 준비한 나물, 명란젓, 잡채, 곰국, 신선채소 등에 피곤한 줄 몰랐다. 특히 명란젓은 무치는 비결이 있다고.
인적이 끊어진 아름다운 우이령 계곡에서는 냇가에 발 오래 담그기 시합을 했는데, 아직도 겨울의 얼음물이었다. 성도원, 구봉사로 하산을 하니, 10키로에 일만 사천 보를 걸은 셈이다. 봄새 소리와 암자의 염불소리가 어울리는 하루였다.
솔밭의 명품 음식을 준비한 친구들에게 보답을 못하여 미안한 날이었다.
( 4/5 불암산 )
13명의 친구들이 삼육대 호수를 거쳐 수락산 헬기장에서 자리를 폈다. 성복 군은 봉주 군과 어울렸던 마당바위에서 홀로 그를 추모했다. 같이 했어야 했는데. 다섯 사람은 정상으로, 나머지는 정상만 안 갔을 뿐, 당고개로 하산을 했다. 창수, 춘식 군이 오랜만에 참석하여서 더 좋았고, 순영 군이 고맙게도 한턱 멋지게 쏘았고, 용선 군이 럭셔리 노래방 값을 쏘았다. 그리고 봄날의 악을 우리들은 쏘았다.
( 4/19 여성봉 )
여섯 명의 친구들이 산길을 걸었다. 개나리, 벚꽃, 목련에 노란 제비꽃. 오봉은 언제 올라도 수려하고, 바람은 시원하고. 정상에는 진달래꽃이 아직도 피어 있었다.
물 없이 뻑뻑한 여성봉을 오른 후, 하산 길에 막걸리 한잔. 송추의 시골길엔 목련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진 진달래 꽃잎의 자주 빛 상처를 보고, 우리는 비로소 봄도 많이 남지 않았는가보다 생각했다.
현직 군은 여성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여성봉을 멀리서 음미했을 뿐이었다.
( 4/26 천마산 )
청량리 롯데 백화점 앞에서 여섯 명이 모였다. 주도사 수영, 용문 군은 술독 해독 때문인지 여간해서 빠지지를 않는다. 술독에는 빠질 것 같으면서. 오랜만에 시외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마치터널 앞, 구룡대에서 하차하여 오래된 길을 한참 걸었다. 마치고개에서 천마산으로 가는 왼쪽 좁은 길로 올라섰다. 오른쪽은 우리들의 발자취를 남긴지 오래된 백봉산으로 가는 길이다. 산길에 접어들자마자 각시 붓꽃, 제비꽃, 현호색 등 야생화가 지천이다. 스키장 그늘 집을 지나, 오르는 길의 경사가 점점 급해지자, 트리포리의 숨이 가빠지고, 수영 군이 뒤를 따랐다. 그래도 대단한 지고, 친구들.
앞서가는 도사님을 따라, 813미터 천마산 정상에 올랐을 때는 모두 환희에 차고. 오남 쪽으로 가는 하산 길 들어서자, 우리들은 마음속까지 시원해지는 약수를 양껏 들이켰다. 약수 옆에서 우리는 자리를 펴고, 상갑대장이 준비한 돼지 머리고기, 매실 등에 대원들이 준비한 토스트, 부추, 총각김치 등 성찬을 즐겼다.
내려오는 길엔 엘러지, 앉은 부채, 처녀치마, 피나물 등 근교에서는 보기 힘든 야생화 군락을 보았다. 먼 산들은 산벗꽃으로 수채화가 되어 있었다. 귀경하여서는 광나루역에서 소맥 파티를 벌이고, 내친김에 왕십리역에서 빈대떡 잔치를 열었다.
( 5/10 예봉산 )
좋은 산은 꼭 예닐곱 명이 즐기는 것이 못내 아쉽다. 청량리에서 팔당 가는 버스를 타고 내려, 팔당2리 마을회관에서 시작하는 등산로를 택했다. 가파른 언덕에 여름에 가까운 기온이었지만, 모두들 시원한 강바람에 심호흡하며, 어제 내린 단비에 고마움을 느꼈다.
예봉산 정상(683미터)에서 식사를 하고, 철문산, 적갑산을 거쳐 덕소로 내려왔다. 철문산 옆 페러그라이더 활강장에는 네 젊은이의 낙하산이 유유히 떠가고, 가는 길 곳곳에는 잘생긴 소나무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운길산까지 내닫고 싶었지만, 대원들은 고개를 흔들고, 20년 만에 상봉한 여인과 진하게 한잔했던 상갑대장은 진이 빠져 있었다. 용선, 상갑 군은 가고, 회기역에서 갈매기살을 구웠다. (2007.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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