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간 걸려 산행에 참여하는
아산친구에 대한 보답으로, 그를 찾아,
2/20 7:28분발 무궁화호에 몸을 실었다.
그것도 봄바람이 매서운 날 아침에.
올 첫 여행이다.
같이 가기로 한 한 친구는
공교롭게 일이 있어
참석치 못하고.
온양온천역에 내리자마자
우리는 온천을 향했다.
옛날 임금들도 그렇듯이
추운 날 아침 온천욕을 즐겼다.
야외온천에도 몸을 담갔는데,
코가 시큰했다.
온천장 옆의 영괴대비(靈槐臺碑).
영조의 온양 온궁 행차시
장헌세자가 따라나서 활을 쏘던 곳.
정조가 비석을 세워 사적을 기록했다.
정조가 왕위에 오른 후 사도세자의
시호를 장헌세자로 바꾸었다.
그린타워에 올라 아산시내를 보려하였으나,
이웃의 아산생태곤충원과 함께
월요일이라 휴관.
소각처리장의 열을 이용하는
이웃의 목욕탕 입장료는 2천원.
아산 염치읍 방화산 기슭의 현충사도 휴무.
이웃의 온양민속박물관도 마찬가지.
고궁 박물관 등이 월요일 휴무일인 걸
알면서도, 가보고는 '아하'한다.
현충사는 이순신장군(1545-1598)이
혼인하여 살던 옛집과 공을 기리는
사당이 있는 곳.
매년 4월28일 탄신제전이 열린다.
구현충사가 더 마음에 든다.
이곳에서 장군은 십년간 무예를 연마.
32살에 무과에 급제했다.
발길을 돌려 아산 탕정(湯井)면에 있는
지중해마을을 들려, 편의점 With Me에서
커피 한 잔.
아래층은 상가, 윗층은 숙소로 만들은
지중해마을은 아줌마들이
많이 찾는다는데. 글쎄-
프로방스 파르테논 산토리니 등
외제면 다 좋아하니까.
탕정은 전쟁의 난리통 속에도
평화로운 마을이었다고.
우리는 예산 대흥면에 있는
예당저수지로 달렸다.
대흥면에는 백제부흥군이 저항하였던
임존성이 있고.
밤중에 볏단을 나르다 마주쳐
서로가 놀랐던 의좋은 형제가 살았던
마을이 있다.
이곳에 이성만형제 효제비가 있다.
'소쿠리밥상'에서 보리밥 한 그릇 뚝딱.
참기름에 들기름을 섞은 기름에
비빈 고소한 맛.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친절도 하였고.
그리고 인근에 있는 유명한 광시면
한우거리에 갔지만, 이미 배는 불렀고.
임존성을 찾아가다 길을 물으려
노인회관을 들렸는데.
마당에는 큰 윷판이 그려져 있었다.
봉수산(484미터)자락에 있는
임존성(산 가운데 흰 부분)은 길이가 2.5Km.
복신 도침 등이 일본에 있는
풍왕자를 받들어 백제를 부흥시키려할 때
흑지상지가 임존성에서 군사를 일으켜
최후까지 버틴 곳이다.
봉수산에는 자연휴양림도 있고하니
다음에 다시 찾아야할 것같다.
다음 예산 신암면 용궁리에 있는 추사고택을 찾아
먼저 그 유명한 백송을 찾았다.
김정희선생이 25세때 청의 연경을 다녀오면서
가져온 씨앗을 고조부 김흥경 묘소앞에 심은 것.
화순옹주 홍문.
영조의 둘째 딸이며 김정희의 증조모인
화순옹주의 정절을 기리는 열녀문.
그녀는 13세에 영의정 김흥경의 아들,
김한신과 결혼했으나,
그가 39세에 세상을 떠나자
14일을 굶어 남편 뒤를 따랐다.
영조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은
불효자의 열녀문을 내리지 않았으나,
정조가 열녀문을 내렸다.
조선왕조의 유일한 열녀.
김정희(1786-1856) 생가 입구.
이곳은 조상의 터전이 있는 곳이며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곳.
증조부 김한신은 영조대왕의 사위가 되면서
예산과 서울의 저택을 하사받았다.
53칸 규모였으나 일부만 복원.
선생의 글 그림 글씨는 독창적이었고
청나라 제일의 학자들과 교류하였으며
고증학에 관심이 있었다.
문하에 삼천의 제자가 있었고
그들 중 개화사상가가 나왔다.
헌종 6년(1840) 제주도 유배시
추사체를 확립, 헌종도 이를 사랑했고,
청, 일본에서 그의 글씨를 찾았다.
고택 안을 한바퀴 돌았다.
죽로지실(竹爐止室).
차를 끓이는 대나무화로가 있는 곳.
주련(柱聯)의 내용.
'글씨 쓰는 것은 외로운 소나무
한가지와 같다.'
봄볕의 창호.
영당(影堂)입구.
문안에 검은 대나무가 보인다.
영당은 아들 김상무가 세웠는데,
김정희의 평생벗 권돈인이
영당 세우는 일을 도왔고,
추사영실(秋史影室)이라는 현판을
추사체로 직접 썼다.
그리고 김정희의 제자 이한철에게
초상을 그리게 했다.
(원본은 국립중앙박불관에 있다.)
좋은 친구를 둔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뜰의 매화는 바람이 매서울지라도
곧 피어날 것이다.
추사고택은 정말 잘 복원한 것같다.
자연석이 선생의 묘와 잘
어우러져 있었다.
이어 당진 우강면 송산리에 있는
솔뫼성지를 찾았다.
소나무가 우거져 솔뫼라 불리운다.
김대건신부와
2014년 이곳을 찾은 프란치스코교황.
솔뫼성지는 김대건신부의 생가터이며
1785년 천주교를 받아들여
집안 4대에 걸쳐 신앙을 증거한 장소.
신부는 1821년 이곳에 태어나
1846년 서울 새남터에서 순교했다.
새남터는 이촌동 한강변 백사장으로
사육신 등이 처형당한 곳.
대건당
그 앞의 아르헨티나출신 프란치스코신부.
소쿠리와 장작이 정겹다.
송림이 봄볕에 따뜻해 보였고
성화도 친근하게 다가왔다.
6시 다되어 친구의 아파트에 도착하니
해가 뉘엿뉘엿 져간다.
마나님이 손님대접 잘 하라고 했는지
깨끗한 이불 위에 상을 폈다.
더러워지면 어쩔거냐고
우격다짐으로 상을 옮겼다.
불고기 미리 준비해놓고
서울로 손자 보러간 친구부인 생각하니
몸둘바 모르겠고.
고맙습니다, 마님.
다음날 한시간 넘게 달려, 10:37분
서산 대산읍 석유화학단지 앞에 있는
황금산(156미터) 입구에 도착했다.
우리는 바닷가에 위치한 세곳을
완전 일주, 만 천보걸었다.
밀물때라 완전히 해변을 돌지 못했지만.
이산은 해송과 야생화가 아름답고,
완만한 숲길과 몽돌해안이 있다.
전설에는 황룡이 연평도 근해로 간
조기떼를 몰고와 고기가 많이 잡히는
바다라, 황금바다라 불리웠다.
산을 넘으면 코끼리바위로 대표되는
아름다운 해안을 볼 수 있는
서산 9경 중 7경.
배들이 있는 바다.
물이 깊고 물살이 급한 것이
동해바다와 다름이 없다.
남쪽방향으로는 아기자기한 풍경.
더 아래쪽엔 보령화력발전소에서
뿜어나오는 연기가 보였다.
가까운 산 위에 있는 황금산사(黃金山祠).
매년 4월1일 이곳에서 황금산신과
임경업장군을 모시고
고기를 부르는 제를 지낸다.
인조반정 때 등장, 이괄의 난도
해결했고, 낙안군수, 정주목사, 안변부사,
의주부윤 등을 거친 조선후기 명장,
임경업(1594-1646)장군은
명 청 사이에서 곡예를 했지만
모함의 희생물이 되고 말았다.
임장군과 이곳은 무슨 관련이 있었는지.
배도 세 척, 친구도 셋.
큰배들은 멀지감치 정박하고,
작은 배들 만이 단지와 연결되는
곳에서 작업을 한다.
생명력이 강인한 소나무들.
코끼리바위.
이곳의 몽돌은 크고 세파에 닳지가
않아선지 각이 졌다.
다시 산으로 힘들게 올라와
내려간 굴금의 바닷가.
몽돌해안의 돌들은 세파에
닳고 닳아 조그마하고 맨들맨들.
화학단지와 선박 간의 접점.
다시 산능선으로 올라와
산의 북쪽 헬기장을 지나 내려가면
급한 절벽 아래 주상절리가 있다.
이곳에 오면 반드시 들리는
서산동부시장에서
셋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새조개와
간재미를 샀다.
(새조개는 참새의 빛갈을 띤다.)
우리의 단골이 된 문패없는
번개수산 여사장.
그녀는 우리가 잘 먹고 있는지 확인차
식당 '맛있게 먹는날'에 들렸는데,
소주 세잔을 맛갈나게 연거프 들이켰다.
제철음식 갱개미무침과
충남소주 오투린.
갱개미는 간재미의 이곳 사투리.
'충청도의 간재미, 전라도 홍어'라 할만큼
이곳의 명물.
가오리목에 속하는 연골어들로
홍어와는 달리
대부분 생으로 먹는다.
주꾸미 새조개 샤브샤브,
요즘 제철이다.
좀 비싼게 흠.
번개사장은 써비스로 주꾸미,
홍합을 주었다.
주꾸미 머리는 쪼그마하지만,
자르면 하얀 쌀밥알같은
알이 들어있다.
하여튼 갑작스런 일로 참석못한
친구를 생각하니
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4시 50분 신창역에 도착
친구가 사준 벨기에초코 아이스크림
입에 물고 전철로 뛰었다.
친구 정말 고마웠다,
마나님께 안부 전하고.
또 오께.
아이스크림 먹고나니
화장실을 안다녀왔다.
천안에 내려 5분안에 화장실 들렸다,
급행지하철로 갈아탔다.
놓쳤으면. 무궁화를 탔을 운명.
또 하루의 황혼이 진다.
임존산성도 가봐야겠고
황금산의 봄야생화도 봐야겠고.
기다려진다, 또 다른 날들이.
'여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주 남산, 포항 그리고 호미곶(2017.5.29) (0) | 2017.08.20 |
---|---|
야생화 만발한 격랑의 풍도(2017.3.13) (0) | 2017.08.20 |
늦가을의 남쪽여행(2016.11.4) (0) | 2017.08.20 |
그리운 섬,굴업도(2016.10.11) (0) | 2017.08.20 |
무진기행(霧津記行,2016.10.14) (0) | 2017.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