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동네친구들 나들이(2017.5.14)

난해 2017. 8. 20. 20:53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5/14(일), 아들녀석이 마련해준 곤지암리조트로

동네친구들과 나들이 나섰다.

 

되어서는 안된다는 인물이 되고난 후

뭔지 모르는 허탈감에서 벗어나,

 

비가 온다는 예보였는데,

하늘엔 뭉게구름 뭉실뭉실.

 

 

아파트 앞 모과나무엔

아기 모과가 달렸다.

 

 

곤지암 리조트에서 네 부부가  만나

숙소에 짐을 푸니,

창밖은 벌써 녹음이 우거진 느낌.

 

곤지암리조트는 광주시 도척면에 있다.

곤지암에 있지 않고.

 

도척은 백제 온조왕이 한강유역에

도읍을 정할 때, 이곳을 수차례 답사하고

자로 재고 또 재고 하였다고.

 

곤지암은  바위이름.

신립장군이 패퇴하고 신하들이 눈을

부릅뜬 그의 시신을 광주에서 장사지냈다.

 

고양이 같은 바위를 지날 때

말발굽이 떨어지지 않아 행인들이

곤욕을 치루는 중에,

한 장군이 신립장군묘를 찾아

왜 행인을 괴롭히냐고 핀찬을 주었더니,

바위가 두쪽으로 갈라지고 연못이

생겼다고. 이 바위가 곤지암.

 

 

네시 다되어 화담숲을 찾았더니,

모아뮤지움에선 이탈리아 근현대

조각전이 열리고 있었다.

 

제2의 로댕이라는 플로리아노 보디니의 작품.

작가의 마나님 얼굴엔 수심이 가득.

 

우리들의 마나님들은 그렇진 읺겠지?

 

 

정다운 부부상.

 

우리들도 서양의 노부부들처럼

자식걱정일랑 집어치우고

즐겁게 여생을 보내야 할 텐데.

 

 

수족관에 들려 물고기도 구경하고.

 

 

숲에는 쪽동백꽃이 한창,

 

때죽나무과에 속하는 수피가 매끈하고

향기로운 꽃이 무리지어 피는 나무.

열매에서 짠 기름은 동백기름 대신

사용되었다.

 

 

붉은 아카시아도 눈부시고.

 

 

잎 속에 싹이 또 나오고.

 

 

자작나무 숲도 지났다.

 

 

입술을 삐쭉 내민 촌색시, 수선화꽃.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나태주의 멀리서 빈다)

 

 

주말의 숲길은 붐볐고.

 

 

영산홍의 낙화는 애잔하기보다

화사하기까지 했다.

우리들의 노년처럼?

 

 

소나무 줄기도 듬직했고.

 

 

연산군이 좋아했던 영산홍.

꽃이 져도 화사한 여인들이랄까.

 

 

작은 꽃들도 화사했다.

 

 

모노레일도 눈부셨고.

 

 

건장한 여인의 다리와

가냘픈 '너도 부추'의 다리.

 

 

그리고 소녀들의 꿈은 익어갔다.

 

 

다람쥐는 머리 위에서 놀고.

 

 

젊은이들은 롤라스케이트 타고.

 

 

숲에서 돌아오니 저녁 때.

오울드 주부들은 외식타령 않고

성찬을 준비했다.

 

 

아들이 준비해준 샴페인으로 만찬 시작.

 

 

스마트폰 위의 소주잔

다이아몬드로 변했다.

 

 

다음날 아침,

지난 겨울 젊은이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스키장은 조용하기만 했고.

 

 

아침의 뜰안은 정겨웠고.

 

 

아침은 전복죽,

마나님들 아침상 치우는 동안

우리는 숙소의 계곡을 찾았다.

 

 

소나무 순이 많이 올라와

붉은 꽃과 어우러지고.

 

 

개여울은 초록색으로 흘렀다.

 

 

계곡의 끝, 개구멍을 들여다 보고.

 

 

계곡의 작은 물결따라 졸졸거렸다.

 

 

도시의 모란은 이미 져버렸지만

이곳의 모란은 이제야 봉우리를 열어

 

 

숲의 고요을 이루고 있었다.

 

 

늙은 부부 우리와 같이

자연 속에 파묻혀 있고.

 

 

견고하게 뿌리 내리는 나무를 응시하는

젊은 여인.

 

20세기 미켈란젤로라 불리는

이태리작가 줄리아느 반지의 작품.

 

 

우리는 숙소에서 화담 숲 입구까지

리프트를 타고 올랐다가

오솔길을 걸어 내려왔다.

 

 

간단한 점심후

계곡에 다시 내려와 기념촬영.

 

 

전날과 마찬가지로 뭉게구름 떠 있었고.

우리는 이곳을 떠나 구리 한강공원으로.

 

 

한강변의 풍경은 아파트 아파트---

 

석명식친구는 아버님이 위독하다는

전갈이 와 도중에 떠났다.

 

 

유채꽃 축제는 끝나고

축제장은 철수 중이었다.

 

 

꽃밭에는 양귀비꽃이 돋보였고.

 

명식친구와 먼저 떠난 손재완친구가

요번 여행에 남은 음식도 있고

이사간 집도 구경할 겸 오라고 독촉.

 

 

두루마리 휴지 사가지고

도봉산 밑 친구의 집을 찾았더니.

탁자가 예술.

 

 

앞 창으로는 자운봉이 보였고.

도봉산을 흐르는 내(川)가 아파트를 지나간다.

 

 

방안에는 친구부인 박화가가

그린 그림들이 여러 점 걸려 있었다.

 

 

동네 재래시장으로 나섰다.

우리가 늘 가던 도봉산 대로에서 멀지않다.

 

우리한과에서 값싸고 맛 있는

한과 한 보따리 사고.

 

 

그리고 도봉산역 뒤에 있는

창포원을 산보했다.

창포꽃이 한창.

 

 

나무 한 그루 마음에 들었고.

 

 

흐려진 하늘엔 쪽배들이 흐르고.

 

 

작약꽃이 한창.

모란(목단)과 작약은 꽃과 잎이

거의 비슷하다.

 

모란은 나무, 작약은 여러해살이 풀.

 

우리는 도봉산입구 섬진강매운탕에서

잡고기 매운탕+소주 한 잔.

손재완친구가 집들이 왔다고

한턱 쏘았다.

 

 

다음날 저녁 이대 목동병원에서

석명식친구 부친상 조문.

 

구리 유채밭에서 우리와 함께 했다면 부친께서

운명하시는 걸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네 마나님 모시고 신목동역에서

전철 타고 집으로 돌아오다 보니

그제야 여행이 끝난 기분.

 

어른들은 모두 가시고,

이제는 우리 차례.

 

어제 거기가 아니고

내일 저기도 아니고

바로 여기, 지금

그리고 당신.

(나태주의 행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