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마지막날(목),
세류역에서 세 친구 만나러 가는 길,
김주영의 '홍어'를 꺼내들었다.
'유목인들은 씨앗과 소금, 요강과 향수 그리고
고통과 증오까지 지니고 다닌다.'
여행은 고통과 증오와는 먼 일,
대신 무언가 모르지만, 기대에 부푼다.
사람이 모인 도시에는
'바꾸자, 바꾸자.'하는 선거물결.
동서남북에서 모인 네사람의 첫 방문지는
강원도 횡성에 있는 친구의 별장이며 농원,
지나는 길, 얼굴이나 보려고.
이곳에서 일하다 뇌졸증을 맞았다는
백학천친구는 건강했다.
LP판 모으는 것이 취미의 하나인데
우리 친구, 고 조동진의 LP판도 있고,
정태준, 박은옥도 좋아 한다 했다.
두달에 한번 여는 고스톱대회는 진행 중.
아직도 안양의 목장이었던 허름한 건물
안에서 하는지 궁금했고.
근처에 윤석화친구도 있다는데,
연락할 겨를이 없었다.
'천객만래(千客萬來)'라는 액자를 걸은
강림순대집은 여전했고.
손님도 많고, 맛도 여전.
밖에는 모란꽃, 노란 창포꽃이 현란했고.
우리가 떠들석하게 나오니
식당 앞에 쪼그려 앉은 동네 노인네들,
우리가 부러운지 말을 걸어왔다.
강림의 친구 권유대로
시골동네 '미투, 치킨엔 피자'에서 생닭
한 마리 25천원에 산후, 친구와 이별.
평창 가는 길, 내일 점심을 위해
안흥찐빵 한 상자 구입.
빵집주인이 월남 십자성부대에 있었다 하여
전재혁, 민경희친구가 월남동기라 했어도,
별 반응이 없었는데,
숙소에 와보니 두개가 더 들어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문재터널(해발 700미터)을 지나니
평창군 방림면 운교리.
고냉지 밭이 시작되었다.
지나치는 곳곳이 정든 지역.
퇴직당시 넷이 한패가 되어
강원도를 들락날락 했었지.
방광암 투병에서 승리한 친구가
모처럼 제안해서, 오랜만에
이루어진 '운탄고도'여행이다.
날씨가 더워 성하(盛夏)가 된 느낌.
평창읍 뇌운리에 있는 뇌운계곡을 지났다.
계곡입구에서 계촌천이 평창강과 합류.
입병흡친구 부부와 이곳에서 투망하다
경찰에 걸렸었다. 씨알 굵은 고기가
얼마나 많이 걸려들었는지.
동생같이 여겨온 방림의 광구란 친구도
생각났고. 친구들이 올 때마다 평창강에서
잡은 뱀장어, 쏘가리를 가져다 준 친구.
지금은 타계해 볼 길이 없다.
평창에서 비행기재를 지나 정선으로.
넘는 고개가 하도 꼬불꼬불해 어지러워
비행기 탄 것같다고.
차 타고 간 친구가 이고개를 내려오니
걸어 온 친구가 먼저 와 있었다.
그래서 비행기 타고 왔냐고 물었다고.
그만큼 굴곡이 많은 길.
전재혁친구의 재담.
정선은 강원 남동부에 위치하고, 인구는
39천명. 함백산(1,573미터), 가리왕산
(1,561미터), 백운산(1,426미터)등이 있고,
이곳에서 조양강이 동강과 만나,
남한강의 본류가 된다.
정선장터를 찾자니,1957년에 정선공소로
시작한 성당이 있고.
현대식으로 지은 시장건물엔
나폴리와인, 영어, 가요주점 등의 간판.
더 이상 장터가 아닌 시장.
포장된 수수부꾸미도 아주매가
부친 것이 아닌 대량화된 음식.
맛도 아니올시다.
정선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2박3일에 필요한 식재료 구입.
정선읍 덕산기계곡 중간에 있는 마을.
백미터 이상되는 층암절벽으로 둘러싸인
12키로 계곡, 중간에 있다.
이곳에서 유명 연예인 결혼으로
피서철엔 난리통 속이라고.
이 계곡에 취적봉이 있는데,
연산군의 세자들이 귀양와서
한양을 그리며 피리를 불었다고.
그리고 화암약수에서 약수 두 바가지.
개인약수보다는 못하지만,
탄산약수치고는 마시기가 수월하다.
약수터 앞은 캠핑장인데
캠핑카라반이 즐비해 있었고.
그 옆은 십수년 전에 민둥산 오를 때
묵었던 집. 표고버섯죽이 일품이었다.
드디어 정선 사북에 있고, 정선군이
운영하는 도사곡자연휴양림에 도착.
두위봉자락에 있고, 화암약수에서 가깝다.
정선 남동부에 있는 고한읍은 인구 5천.
1959년 무연탄 개발로 전성기를 맞았고,
1985년 사북읍이 분리해 나갔다.
사북도 인구가 5천명. 석탄역사체험관이
있고,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이
서자, 읍 남부에 강원랜드가 입지.
카지노와 호텔, 본사 건물은 사북에,
스키장 등 하이원(High 1)리조트는
고한에 위치.
녹두넣고 끓인 토종닭에
푹 빠진 세 흰머리.
'지난날의 추억은 한갓 헛된 꿈이랴
윤기 흐르던 머리 이제 간 곳 없구랴
오 내 사랑하는 님 내 님 그대 사랑 변찮아
지난 날을 더듬으면 은발 내게 남으리'
막걸리에 얼근해 밖으로 나오니,
시원한 바람과 총총한 별들.
다음날, 유월 초하루
도사곡의 아침은 밝아왔고.
숙소 앞 이팝나무,
흰꽃을 활짝 피웠다.
두위봉(1,466미터)가는 언덕에 올라서니
숲이 밝아왔고.
두위봉은 백두대간 함백산에서
갈라진 지맥. 두리뭉실하여
두리봉이라고도 한다.
철쭉제, 우리나라에서 제일 고령인
주목 삼형제, 거제수나무 군락이 볼만.
언덕에서 내려오니, 밝은 햇살
한 구석에 배회하는 노인.
숙소에 들어오니
목소리 큰 친구, 아직도 꿈 속에.
녹두죽으로 아침 때우고, 차를 몰아
운암정 아래 주차장(옛 폭포주차장)으로.
사북, 카지노와 콘벤숀 호텔이 보였고.
택시를 타고 사북, 고한, 정암사를 거쳐
만항재에서 하차.
서울이 고향인 기사는 놀음중독이 되었던
강원랜드 희생자의 하나.
이곳의 자살율은 전국 평균의 두배.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 이곳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 지분의
51% 지분을 공공부문이 차지.
안될 말이라는 게 그와 나의 의견.
요즈음 인사비리로 한창 시끄럽고.
시간이 없어 최대의 야생화 군락지,
만항재(1,330미터)를 못돈 것이 아쉬웠고.
만항재가 있는 함백산(1,573미터)은
태백과 정선의 경계이고, 한반도 등줄기
백두대간의 한 가운데 있는 태백의 진산.
이곳은 태백, 정선, 영월이 만나는 곳.
경기 개풍군 두문동에 살던 주민 일부가
정선에 이주, 고려에 대한 충절을 지키며
살면서, 이곳에서 고향으로 돌아가길
빌었다고.
망향이 만항이 되었다 한다.
우리는 10시반 만항재에서
운탄길을 걷기 시작.
운탄고도(運炭高道)는 1957년 함백역이
개통되자, 탄광에서 역까지 석탄 실은
GMC가 다니던 길.
2천여명 국토건설단이 삽과 곡괭이로
만든 길. 1,100미터 넘는 고지와
능선을 달린다. 지금 능선에는 수백종
야생화가 피고 진다.
우리는 화절령 삼거리에서 정선
신동읍에 있는 새비재로 가지않고,
바로 사북으로.
22키로를 걷는 일정.
원래 길은 만항재(1,330미터)-백운산(1,423)-
화절령(1,010)-두위봉(1,471)-질운산(1,172)
-새비재(850)를 잇는 길.
정암풍력발전단지는 공사 중. 풍력발전기
14기를 건설하는데, 490억원이 든다고.
이상은 좋지만 원자력발전을 줄이고,
고비용 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터.
아직도 길은 옛날 기억으로
시커멌다.
물이 흐르는 바닥은
광물질로 주황색.
여름의 열기가 올랐다.
우리는 우수의 사냥꾼?
노인은 우수를 사냥하지 않는다.
우수는 머리카락이 빠지듯,
썩은 이가 빠지듯,
그렇게 힘없이 빠져가고 있다.
가는 길 왼쪽에 영월 상동 소재
혜선사가 보였다.
45년 넘게 이절을 지키는
비구니스님이 있다는.
여섯살의 우수는 포대기 속에.
열살의 우수는 숙제장의 하얀 공백에.
스물둘의 우수는 영화관 좌석번호에.
33세의 우수는 아내의 립스틱이
반쯤 지워진 입술에.
49세 우수는 콘돔에 괴어있는 정액에.
(우수 관련 글은 이어령의
'시와 함께 살다'에서)
백발이 길가의 데이지와 어울리고.
데이지는 여름부터 피는 국화.
하이원리조트에 뿌린 씨가
이곳에도 뿌려졌나 보다.
길가의 집터,
우리를 우수에 잠기게 하고.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야생화는
쥐오줌풀.
뿌리에서 역한 냄새가 난다고.
맛없는 열매가 달리는 개다래.
다래나무과의 개다래는 흰색 물감이
칠해진 잎을 갖고 있다.
잎에 안정제 성분이 있어 동물원 사자를
안정, 마취시킬 때 쓰인다고.
백운산(1,423미터) 휘돌아 가는 길,
구름 하나 없구나.
가다보면 산 정상으로 가는 길,
옛날 같으면 그리로 갈텐데-
이젠 빙글빙글 주변만 도네.
왼쪽 아래 골짜기
영월의 인가들이 보였고.
돌길에 떨어진 민들레 씨앗,
두 송이 꽃을 피웠다.
그늘에 들어서니 시원했고.
'방랑자여,
어느 길에서 시원한 바람 만나거든
보고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줄 아시오.'
라는 친구의 여행 중 메세지도 있었건만,
바람보다 그늘이 나은 날이었다.
들어난 석탄지대도 곳곳에 보였고.
폐광에서 흐르는 물을 정화시키는
정화시설도 있고.
물은 산소와 만나 붉은 색.
요즈음 한국사회도 이런 정화시설로
오염된 친구들을 걸러내야 할텐데,
권력 상류층부터.
오늘 트래킹 중 처음 만난 세 여인.
활달하고 이뻤고.
앞서가던 김지탄친구,
흉악한 놈들이라고 우리를 소개했다.
사탄같으니라구.
차는 세대를 만났다.
공사차량 둘, 산림청 여직원 차 하나.
우리는 훗날을 위해 한 길을 남겼다가
후회없이 꼭 다시 걸어야지,
단풍든 가을날에.
사북지역 탄광개발 시발점,
1177갱 앞에서.
1970년대 갱도의 지반침하로 생긴
도롱이 연못.
화절령 일대 광부의 아내들은 도롱뇽이
생존하는 한 사고가 안날 것으로 믿고,
무사고를 도롱뇽에게 기원했다고 한다.
화절령(花折嶺) 삼거리.
뭇 여인네들이 봄이 되면 꽃을
꺽으러 왔다는 화절령.
헌화가에선 남자가 꽃을 꺽었는데-
22키로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단계.
올해 7월 개장을 앞둔 하이원 워터월드.
공사로 인한 소음, 먼지로 우리를
지치게 했고,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리조트시설, 주위와의 어울림이 없었다.
휴양림으로 복귀.
사북 하나로마트로 가서 저녁거리를
작만하려 했지만, 내비는 춘천
사북면으로 길을 안내했고.
사북 조그만 아파트 구멍가게에서
햄, 골뱅이 캔을 비싸게 구입.
아파트 앞에서는 청중은 없는데
운동원만 줄지어 세워놓고
군수 후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다음날(6/2,토) 5시 10분전,
두위봉 주목군락을 찾아 출발.
이날의 해뜨는 시각은 5시 4분.
해 뜨는 방향과 반대로 산을 올랐고,
숲은 우거져 일출을 볼 수가 없었다.
풀솜대, 벌개덩굴이 가끔 눈에 띄었고.
흙길보다는 바윗돌 많은 험한 길을 오르니,
간격을 두고 쿵쿵하는 큰 새들의 소리가
적막을 깼다.
2.2키로 오르니 제1샘터.
500미터 더 오르니 제2샘터.
맛좋은 샘물 두 바가지씩 마셨다.
0.4키로 더 가면 주목군락 있는 곳.
쭉쭉 뻗은 거제수나무 군락을 본 것이
요번 여행 또 하나의 기쁨. 어둠 속에서
거제수 흰줄기가 하늘을 찔렀다.
숲이 어둡고 하여 그 자태들을 못찍은
것이 무척 아쉬웠고.
키가 30미터 자라고, 큰 것은 굵기가
두 아름이나 된다.
자작나무, 거제수나무(黃檀木), 박달나무,
물박달나무, 사스레나무 모두가
자작나무과에 속한다.
박달나무는 줄기가 검으며, 물박달은
줄기 거풀이 많고. 자작나무군락은
인위적으로 심은 것이 대부분.
박상진교수에 의하면 거제수나무는
깊은 산골 높은 산에 집단으로 자생.
따뜻한 지방엔 살지 못하고,
낮가림이 심한 이 나무지만,
일부 박달, 물푸레, 산벚나무가
공생하는 것을 용인한다.
등산객 거의가 이곳의 거제수나무를
자작나무로 오인하고.
드디어 숙소에서 3,1키로 떨어진
주목군락지 도착.
지리산의 고사목과는 달리 정정했다.
삼형제가 사이좋게 있는데,
가운데 것이 1,400살, 아래 것이 1,200살
위 것이 1,100살로 추정.
용문사 은행나무가 1,100살로 추정하니,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가
이곳에 두 그루 있다.
이곳에서 2.2키로를 더 가야 두위봉.
두위봉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주목나무 어르신네들과
아침운해를 감상했고.
왕복 3시간 걸린 산행,
만만치 않았다.
아침은 녹두밥에 어제 사북시장에서
사온 열무김치+라면국물.
처음 먹어보는 녹두밥의 환상적 조화.
9시 숙소를 출발, 올 때와는 달리,
영월에서 연화폭포 구경하고
동강, 서강건너,
기사는 지탄친구, 조수는 재혁친구.
오는 내내 얼마나 시끄러웠던지.
기사가 조수말을 들어야지.
음성 감곡에 있는 오갑산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
유오갑친구가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안성의 우정냉면이 먹고싶다 하여
들렸더니, 기다리는 줄이 끝이 없었고.
마침 가는 날이 장날.
대신 안성 장터국밥 맛있게 먹고.
오산대역 앞에서
재혁친구가 산 빙수 먹고 차는 보냈다.
역에 들어가니 서울가는 차는 7개역
전에 와있고 하여, 셋이 하행선 탔다가
오산에 내려 다시 상행선을 탔다.
즐거웠소 친구들,
가을에 또 이곳을 걸어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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