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다시 가고 싶은 섬, 가거도 만재도 3

난해 2020. 6. 4. 22:14

 

마구산 초입, 한전에서 운영하는 발전소 입구에 핀

꽃양귀비, 화려했습니다.

 

우리의 계획은 이날 오후, 등대가 있는 마구산(177m),

다음날은 앞산에 오를 예정.

 

 

 

 

 

 

만재도는 바람이 센 섬이라 돌담이 이어지고,

파란 지붕집이 많습니다.

 

2009년기준, 섬의 인구는 42세대에 92명.

가거도와 비교하면 면적은 1/15, 인구는 1/5.

대부분 어업에 종사.

 

도미, 다랑어, 전갱이, 고등어, 갈치, 장어 등 회유어종이

많아 연중 고기잡이가 가능. 낚시꾼에겐 잘 알려진 섬.

 

한때는 진도군 조도면에 속했었고,

1700년대, 평택 임씨가 처음 입도했다는군요.

 

 

 

 

마구산에 오르는 중 만난 돈나무.

 

키가 작은 상록관목. 돈이나 돼지와는 상관이 없고,

제주 사투리로 똥낭, 똥나무의 뜻이죠.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꺽으면 고약한 냄새가 납니다.

 

바닷물이나 가뭄에 꺼떡없고, 어긋나기 잎이 앙증맞고,

조금 손보면 예쁜 몸매가 된다는군요. 가을엔 황색

구슬열매를 맺고 익으면 붉은 씨가 나오죠.

 

암수 다른 나무이고 흰꽃은 노랗게 변하고요.

관상용, 약용으로 쓰입니다.

(박상진교수)

 

 

 

 

 

낮은 산인데도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만재도(晩才島)란 이름은 바다 가운데 멀리

떨어져 있는 먼데섬에서 유래하여 만재도로 변했다는

설이 가장 타당성이 있어 보이는군요.

 

한문으로 풀이하면 재능이 늦게 나타난 섬?

재물 실은 섬의 뜻으로 해석하면, 한때 전갱이 파시로

흥청댔던 과거를 유추하여 가능도 하겠지만.

 

1930-60년대에는 무동력선 200여척이

전갱이(아지)잡이에 나섰고, 800명 정도의

사람들과 돈뭉치가 이 좁은 섬에서 북적거렸다 하죠.

 

 

 

 

한적한 숲길.

옛날에는 땔감문제로 전국 산이 벌거숭이산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섬도 그랬다는군요.

 

 

 

 

마을이 보이고 앞산이 보입니다.

앞산은 그래도 정다운 이름이지만,

마구산 좌측의 물생산은 이름이 좀 그렇네요.

 

 

 

 

멀리 보이는 가거도.

오전에 보았던 해무가 아직도 걷히지 않았는지.

그리움이 솟는 것은 왜일까요.

 

 

 

 

앞산은 한 마리 공룡 같기도 하고.

 

 

 

 

섬은 살아있는 공룡이 되어

계속 꿈틀거립니다.

 

 

 

 

해장죽숲은 이곳에도 있고요.

 

 

 

 

이섬의 천남성은 종류가 틀립니다.

두루미천남성으로 한 줄기에 5-11개 잎이

둥근 모양을 하죠.

 

 

 

 

계단은 계속 이어지기도 하는데

중간 중간 보수할 곳이 많아,

잘못하면 다리를 다칠 수 있겠어요.

 

 

 

 

가거도보다 소나무가 많이 보이는데

재선충이 걸렸는지 빌빌합니다.

병충해 무섭군요, 이곳까지 침투하니.

 

마을사람들도 걱정 만 하고 있더군요.

 

 



명상의 계단.

무엇을 그리 깊게 생각하는지.

 

저는 망그러진 계단에 발이 빠질까봐

정신이 없었는데 말이죠.

 

 

 

 

산 꼭대기에 있는 등대, 보기 드물죠.

태풍 불 때 이곳의 등대지기 마음은 어떨까요.

망망대해의 등대지기.

 

'파도가 지나간 자리'를 보셨나요.

이런 곳에서 아이를 두 번이나 유산한 등대지기 부부,

배에 떠내려온 아이를 기르게 되고.

 

친모가 나타나자 갈등하는 부부.

모르는 척하고 싶은 아내,

그리고 친모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남편.

 

 

 

 

우리는 서로를 보지 못했는지 모른다

 

서로 바라보고 있다고 믿었던 옛날에도

나는 그대 뒤편의 뭍을

그대는 내 뒤편의 먼 바다를

아득히 바라보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섬이다

그대는 아직 내릴 곳을 찾지 못해 떠도는

저녁 바다 갈매기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내 밤은 오고 모두 아프게 사무칠 것이다

(정일근, 1958-, 쓸쓸한 섬)

 

 

 

 

산 꼭대기에 용틀임하는 팽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섬의 외로움을 못 견디는 양.

 

팽나무는 바닷가에서도 잘 자라고, 수백년 되어도

울퉁불퉁하게 갈라지지 않는 얇고

매끄러운 껍질로 버틴다 하는군요.

 

남부지방에서는 갯마을, 포구에 서있어 포구나무로

불리고, 산림청 관리 고목나무의 10%를 차지,

60%를 차지하는 느티나무 다음으로.

 

황색의 콩알만한 열매는 옛날 아이들 팽총의 총알.

(박상진교수)

 

 

 

 

외로운 뻐꾸기 한 마리,

뻐꾹 뻐꾹-

 

 

 

 

앞산 앞의 섬 또한 외롭고.

 

돈나무와 함께 많은 이섬의 천리향,

멀리까지 향기를 날립니다.

 

팥꽃나무과의 천리향은 백색 또는 홍자색의

꽃을 피우는 암 수가 딴 그루인 나무.

서향이라 불리기도 하고요.

 

 

 

 

마을입구로 돌아오니 해녀 딸이 건진

홍합을 해녀였던 어머니가 홍합을 깔 채비.

 

 

 

 

숙소에서 샤워하고 집안을 돌아보니,

가족사진 이외 주인 최상복군과 윤미자양의

결혼기념으로 받은 액자가 걸려 있네요.

 

정관자득(靜觀自得)

 

사물을 고요히 관찰하면 스스로 깨달아

얻는다는 말, 다시 말하면 객관적으로 살피고

생각하면 진리를 알 수 있음.

 

밑의 사진은 삼시세끼 촬영팀과 함께 한

부부의 사진. 이집 마나님의 음식 솜씨

미루어 알 수가 있겠죠.

 

 

 

 

방에서 딩굴딩굴하며 장은진의 '당신의

외진 곳'이라는 단편소설을 보고 있으려니

일터에서 돌아온 부부, 바삐 움직이네요.

 

우리와 젊은 친구들을 위해 자연산 광어회를

뜨고 있는 주인양반의 솜씨 좀 보세요.

넙치도 크고 잘 생겼구요.

 

사실은 숙소 구하느라 애먹었습니다.

민박하는 집도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주인들이 생업으로 바쁘니.

 

최선생한테 방 좀 쓰자고 전화를 했는데,

마나님한테 물어보고 답 해준다 했고,

승락을 겨우 얻어 방을 구했다니까요.

 

 

 

광어회도 먹어본 중 최고의 맛이었지만

주인공은 큰 우럭내장과 농어 부레로 만든 내장탕.

돈을 많이 주고도 먹어보기 힘든 음식.

 

맛을 아는 젊은 친구들, 내장탕 국물 한 방울까지

싹 해치웠습니다.

 

주인부부도 합석, 8명이 먹은 만찬은

생애 최고의 맛.

 

주인장의 이야기도 좋았지만

식품회사를 한다는 젊은이들과의 대화도 좋았구요.

모두 음식만들기를 좋아하는 쉐프들.

 

그 친구들은 18개월 군생활을 했는데

우리는 35개월을 했다는 둥,

친구들이 가져온 소주도 얻어 먹으며.

 

젊은이들이 큰아들과 같은 연령때에다,

전에 한 번 이곳에 온 적이 있어, 주인내외가

신경 좀 써서 음식을 마련했겠죠.

 

 

 

 

여행 마지막날(5/30, 토) 6:30, 부둣가로 나갔더니,

여인네들 아침에 들어온 물고기를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싱싱한 열기(도화볼락,불볼락), 1상자에 택배비 포함,

10만원 정도. 가거도 다희네서 구운 것이

밥상에 올랐었는데, 맛있었죠.

 

우럭은 좀 더 비싸고.

우럭은 조피볼락을 말하죠.

 

 

 

 

아침밥상, 좌로부터 광어튀김, 열기구이,

삿갓조개, 소라볶음.

그리고 갓김치에 구수한 시레기 된장국.

 

 

 

 

9시에 나선 앞산 트래킹.

험한 바위를 동네 우측으로 한 바퀴 빙돌아서.

 

 

 

 

여기저기 싱싱한 방풍(풍을 방지한다는 뜻).

건강 식재료로 향긋하고 쌉싸름한 맛.

 

발한, 해열, 진통에 효과가 있고, 칼륨이

풍부하여 돼지고기와 잘 어울리죠.

 

뿌리에서 많은 뿌리잎이 모여나고

7-8월 겹산형(우산모양) 꽃차례 꽃을 피웁니다.

 

 

 

 

이런 바위를 오르내리니, 심하게 부딪친 일도

없는데 양 무릎에 상처가 났고.

 

 

 

 

마을사람들이 공들여 만들어 놓은

예쁜 돌계단.

 

 

 

 

이름이 앞산이라고, 동네 앞산으로 보면

큰 오산. 산 넘어 또 산.

 

 

 

 

때이르게 예쁜 싸리꽃이 핀 것 같습니다.

아니면 야생란의 꽃?

 

 

동네 앞 좀 지저분한 짝지해안과는

다른 아담한 해수욕장이 숨어 있고요.

 

 

 

 

조화를 이룬 갯메꽃과 장다리꽃.

 

분홍색 갯메꽃은 사구식물로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5-6월 개화하고 유전적 다양성을 보인다네요.

 

 

 

 

건너다본 마을.

 

항구에는 접안시설을 건설 중.

공사가 완성되면 큰 쾌속정도 접안이 가능하고

육지사람들의 접근이 용이하게 되겠죠.

 

그러면 섬사람들은 가거도 사람들처럼 돈맛을 밝히고,

좋은 이곳 인심이 변할까 걱정입니다.

 

 

 

 

뒤 오른쪽 험한 물생산(물쎈산)은 괭이갈매기

등의 서식처.

 

 

 

 

무리진 십자화과 장다리꽃

이섬에 제격인 것 같습니다.

 

 

 

 

원시림을 헤치고,

말이 앞산이지.

 

 

 

 

1시간 반만에 도착한 정상.

T자형의 섬이 들어나고요.

좌측이 물생산(물쎈산), 우측이 마구산.

 

 

 

중앙부분이 저지대.

 

마구산, 외마도 , 내마도 등

마자가 들어간 지명이 많습니다.

왼쪽 섬 두 개가 말모양인가요?

 

 

 

 

경사가 심한 앞산 앞의 봉우리.

동네에서 들을 수 없는 괭이갈매기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립니다.

 

인천, 충청 등의 섬에서는 항구 가까이에

사람들이 남긴 물고기 먹이를 먹으려고

떼를 지어 나는데-

 

이곳 갈매기들은 자연에서 먹이를 구하고

천적을 피하려고 낭떠러지에 집을 짓는다네요.

 

 

 

 

하산을 시작했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작년의 태풍으로 만재도 섬표지돌이

쓰러질 번 했고요.

 

망망대해의 섬에 불어오는 바람,

막을 자가 없겠죠.

 

큰 태풍이 오면 이곳의 고깃배들을

목포로 피신시킨다 합니다.

(가거도는 흑산도로 피신)

 

 

 

점심특선은 처음 맛본 홍합죽과

 

 

 

 

해녀 안주인이 까준 거북손.

 

재작년 뉴질랜드팀과 거제에서 먹은 거북손이

생각납니다. 만재도의 것은 거제와는

비교가 안되게 크고, 맛도 신선했고.

 

그때는 거북손을 처음 먹어보는 것이라

친구 넷이 아주머니가 파는 함지박에

담긴 것 전부를 먹어치웠었죠.

 

덕분의 아주머니의 젊은 친구가 하는 카페에서

차도 공짜로 마셨고, 좋은 자연산횟집을

소개받아 같이 맛난 도미회를 먹었구요.

 

해물은 신선도가 중요합니다. 남은 거북손을

제가 해치웠는데, 처음 먹었던 것과는 달리

흐물흐물하더군요.

 

 

 

 

일나가는 주인내외에게 감사의 표시하고,

(2인 숙박비+삼시 세끼 값, 10만원 달라기에

15만원 지불)

 

1:15분에 오는 쾌속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탄

동력선에서 낚시왔다 가는 수원팀을 만났습니다.

 

갯바위 낚시를 했는데도 농어 큰 것을 많이 잡아

교통비를 빼고도 남았다고 좋아서 어쩔줄 모르더군요.

 

 

 

 

잘 있거라, 만재도.

각종 해산물 많고 인심 좋은 섬.

 

마구산을 오를 때는 조그만 산 두 개 오르려고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저녁때 주인내외가

차려준 저녁상을 마주하고부터

 

아, 잘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었죠.

 



만재도의 위치를 보면

목포를 기준하면 남서쪽으로 105km(가거도 145km)

가거도 동북쪽 40km에 위치.

 

 

 

 

목포로 돌아가는 배,

썰렁하기 짝이 없었고.

 

4박5일의 벼르던 가거도 만재도 여행.

모든 것이 만족했습니다.

 

트래킹, 절경과 맛 있는 음식, 만재도 최선생 내외,

다희 부모, 중앙식당 여주인, 빛고을 여인들,

울산 부부, 젊은 셰프들, 수원 낚시꾼들-

 

 

 

 

목포역 근처 커피숍에서 여행마무리.

역내 숍보다 값도 싸고 주인 친절하고.

 

새로 도착한 남녀 쌍들, 갈 곳도 정하지 못하고,

숙소 등은 물론 정하지 않았고.

카페 젊은 주인, 이리 저리 코치 하고요.

 

16:57분발 ktx로 19:31분 용산에 도착하여

친구와 이별하고 집에 도착하니 8시반.

 

요번 여행을 계획한 재혁친구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