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다시 가고 싶은 섬, 가거도 만재도 2

난해 2020. 6. 2. 19:05

험한 바위길을 헤매다 보면

나뭇잎들은 우리에게 활력을 주죠.

 

원시림에 가까운 숲에는

예전엔 뱀, 쥐가 많았다네요.

족제비를 방사하여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실제로 친구는 지나가는 족제비를 확인했습니다.

 

 

 

이런 험한 길에 오르내림도 심하고,

6월이 되어 여름이 오면 숲에는 히말라야 같이

산거머리가 있다 하네요.

 

친구는 다희네 숙소에서 샤워하다

물거머리 두 마리를 발견, 놀라기도 했죠.

 

신선봉에서 300m 거리에 있는 사거리(대풍리, 백년

등대, 신선봉, 항리)에서 신선봉 오르는 것은 포기.

 

 

 

 

2시간 이상 걸으니, 바다 풍경이 나오고,

포장된 큰 길이 나왔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여름이 시작되기 전이라 하루살이 등

곤충들의 괴롭힘이 없어 다행이었고요.

 

 

 

 

2시간 반만에 드디어 백년등대 도착.

 

등대는 중국과 가까이 있는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위치. 1907년 무인등대로 설치되었으나

통행선박의 증가로 1935년 유인등대화.

 

이곳에서는 동지나해, 외해에서 서남해안으로

진입하는 선박들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고,

100마일 이내에서 위치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네요.

 

설치된지 110년이 넘은 등대라 이름이

백년등대.

 

2005년 기준 우리나라 등대수는 429개,

이중 49곳이 유인등대.

 

 

 

 

등대 앞 섬들.

검은여 앞까지 소로길로 가서 확인하니

멀리서 보는 것보다 많은 바위들이 있었죠.

 

구글도는 국흘도가 맞는 이름 같기도 하고.

삿갓재와 샛개재도 헷갈리고.

 

 

 

 

생각보다 많은 고기배들이

물살을 가르고 지나갑니다.

 

 

 

 

다정스러운 장미과의 다정큼나무. 잎들이

다정스럽게 앉아 꽃들과 소근거리고 있습니다.

 

큐틴층이 발달한 두꺼운 잎은 바닷물을 뒤집어 써도,

강한 추위에도 굿굿하고.

 

작은 몸매, 보랏빛 열매로 정원수로 적격이죠.

(박상진교수)

 

 

 

 

등대에서 올려다본 다양한 색깔의 독실산.

 

 

 

 

등대입구 소로길로 찾아간 가거도패총.

식료로 사용한 동물뼈, 어패류 등이 쌓여 있었던 곳,

실제론 빈 공터만 있고.

 

신석기시대, 무늬 없는 토기, 석기, 뼈로 만든

도구 등이 이곳에서 발견되었다네요.

 

 

 

 

등대전시관 등은 코로나로 휴관.

정적만이 감돌았고.

이 맑은 공기에도 코로나균들이 있을까.

 

등대 쉼터에서 비비고 죽 하나씩 먹고,

빛고을 여인들이 주는 맛있는 간식,

넙죽넙죽 받아만 먹고-

 

정자에서 그녀들만이 푹 쉬게 남겨놓고

12:20 우리의 오후 일정을 시작했습니다.

이곳서 항리 다희네 집까지 걷기.

 

 

 

 

'너무 멀고 험해서

오히려 바다 같지 않는

거기

있는지 조차

없는지 조차 모르던 섬

 

쓸만한 인물들을 역정내며

유배 보내기 즐겼던 그때 높으신 분들도

이곳까지는

차마 생각 못 했던

 

 

 

 

그러나 우리 한민족 무지렁이들은

가고 보이니까 가고 보이니까 또 가서

마침내 살 만한 곳이라고

파도로 성 쌓아

대대로 지켜오며

후박나무 그늘 아래서

당할아버지까지 한식구로 한데 어우러져

보라는 듯이 살아오는 땅

 

비바람 불면 자고

비바람 자면 일어나

파도 밀치며

바다 밀치며

한스런 노랫가락 부른다

 

 

 

 

바람 바람 바람섬

파도 파도 파도섬

 

자식 길러 가르치고

배운 자식 뭍으로 보내

나라 걱정 나라 위해

목숨도 걸줄 아는

멋있는 사람들이 사는

살 만한 땅'

(조태일, 1941-1999, 가거도)

 

 

 

 

올때는 안보이더니 뒤돌아보니 대풍리마을이

채곡채곡 쌓여있네요.

 

고개넘고 긴고개길 내려오니

얼추 30분이 지났고.

 

 

 

 

뒤돌아본 길, 일부는 하루 전 독실산

정상에서 본 길.

 

빛고을 여인들 아직도 출발을 안했는지.

홀로 운전하는 경찰차가 지나갔는데

사정하면 공짜로 다희네까지 올 수도 있었는데-

 

 

 

 

뒤에 오는 친구, 열심히 뛰따라 오고.

그러더니 등대에 정차해 있던 소형화물차 타고

빛고을 여인들이 지나갔죠.

 

우리보고 같이 안타고 가겠냐고 하며,

물론 고맙지만 사양하겠다 했고요.

 

가거도의 소형트럭 타는 비용 만만치 않아요.

독실산, 항리까지 5만원, 등대까지 12만원,

대풍마을까지 8만원.

 

그녀들, 틀림없이 12만원 지불했을 겁니다.

 

 

 

 

 

섬에는 갈매기는 못본 것 같고

쇠백로가 많습니다.

 

얼마 안가면 길숲에서 이들이 날아가고,

카메라로 포착하려면 멀리 가있고,

조금 더 가면 서너 마리의 쇠백로가 또 날고-

 

가장 작은 체형의 이 백로는 여름철새이지만

일부개체는 월동을 한다네요.

 

숲, 개울 등지에서 개구리, 어류, 곤충 등을

먹이로 하고요.

 

부리, 다리가 검은 색이고 번식기에는 머리에

두 가닥의 긴 깃 장식을 하고, 등, 가슴에

여러가닥의 깃장식을 합니다.

 

 

 

 

드디어 긴 오르막을 지나 내리막길로.

 

여행전 프랑스소설가 올리비에 블레이즈가 쓴

'내가 걸어서 여행하는 이유'를 읽었습니다.

 

프랑스 남서부, 팡플렌에서 시작, 스위스,

이태리 북부를 거쳐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를 지나

항가리까지 걸은 여행기.

 

숙소, 식사도 불편한 가운데 알프스 산맥을 걷자니

얼마나 어려웠겠습니까.

 

왜 걷냐고 물으면 정확한 답변이 없고

상식적인 애매한 답변 만 하고.

 

가거도 트래킹은 할 만합니다. 시원한 바람에

땀도 안나고, 이곳 생태계도 대충 살피고.

검게 타는 살갗을 보면 무척 건강해지는 것 같고.

 

친구와의 우정도 쌓고 사람들도 사귀고,

편안한 숙소에서 별미도 맛보고.

 

지긋지긋한 마스크 안써도 되고.

무엇보다 마나님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어

정말 좋습니다.

 

 

 

 

등대에서 4.7km, 샛개재까지는 2.1km 남은

지점을 지나니, 가물에 콩나듯 나타난 그늘진 길.

 

 

 

 

독실산 가는 삼거리,

여기서 부터 하루 전 트럭타고 지났던 길.

 

우리는 삿갓재(샛개재)로.

 

 

 

 

독실산 삼거리에서 1.3km 더 걸으면

가거도항, 항리길이 갈라지는 샛개재 삼거리.

항리까지 3.7km 남은 지점.

 

 

 

 

섬등반도가 보이기 시작했고요.

 

 



 

커다란 구실잣밤나무 아래 쉼터.

이나무는 후박나무와 함께 난대 상록수로

숲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터줏대감.

 

키는 15-20m의 참나무과 늘푸른 활엽수,

6-7월 개화하는 밤나무와 달리 5월말 개화.

연노랑 수꽃이 밤꽃처럼 강한 향기를 냅니다.

 

도토리모양의 고소한 맛을 갖는 열매는

해를 넘겨 다음 가을에 익고요.

 

 

 

 

구실잣밤나무의 잎 뒷면에는 갈색 짧은 털이

있어 나무전체가 짙은 금빛을 띄우죠.

 

 

 

바위 위에 나무 한 그루

단정하게 서 있었고.

 

 

 

 

마지막 낮은 언덕을 넘으니,

눈에 익은 섬등반도와 다희네 동네.

 

 

 

 

아담한 길가의 항리 마을회관과 노인정.

6가구에 빈집도 있으니 무용지물은 아닌지.

이곳도 코로나로 문이 잠겨있고요.

 

 

 

 

우리는 이날 7시간 45분, 3만보를 걸었죠.

안내판 거리로 계산하면, 13-15km.

 

1보에 60cm로 작게 잡아도 18km,

항상 느끼지만, 상당한 거리 차가 있습니다.

 

오전엔 현위치에서 상단 백년등대까지.

오후는 등대에서시작, 파란 줄, 노란 줄을 따라

걷다, 삿갓재에서 현위치까지.

 

완전한 한 바퀴는 아니지만

대충 섬 한 바퀴는 돈 셈이죠.

 

 

 

 

샤워하고 두시간 정도 휴식후

맥주, 수박 겻들인 저녁.

그리고 일몰보러 나갔고.

 

이날 일몰시각은 7:41

일출 시각은 5:23.

날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울산에서 온 젊은 부부, 새로 왔다고

내린 커피를 방으로 가져와 마셨구요.

서글서글하고 붙임성있는 부부.

 

 

 

 

이날의 일출은 전날보다 더 시원찮았구요.

 

보이는 국흘도는 뿔쇠오리, 슴새 등의 번식지.

해조류, 멸치떼 등 먹이환경이 좋아

100여종의 철새가 가거도를 찾는다 하네요.

 

 

 

 

여행 4일째(5/29, 금) 아침,

짙은 운무가 끼었습니다.

 

 

 

 

아침식사 후 젊은 울산부부는 독실산을 오르며

중간 중간 뒤를 보며 손을 흔들었죠.

다음날, 만재도 배 위에서 다시 보자며.

 

 

 

 

우리는 다희엄마가 모는 트럭 타고 회룡산으로.

이날이 낚시 적기라, 아빠는 낚시터로 갔고요.

 

 

 

 

이날의 운무는 장관이었습니다,

바다는 운무에 덮혀 보이지도 않았고.

카메라로는 잘 표현할 수 없는 풍경이었고,

차 위에서 보는 바다 위 운무, 감탄 만했죠.

 

가거도에선 1년에 70일 정도

맑은 날을 볼 수 있다 하네요.

 

우리는 회룡산입구에서 하차, 선녀봉으로.

 

 

 

 

회룡산 선녀봉(282m)에서 내려다본 항구.

 

용궁의 왕자가 이산에서 수도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에 빠지자, 화가 난 용왕은 왕자를 용산으로

만들었고, 선녀들은 눈물 흘리다 하늘로 갔고.

 

 

 

 

선녀가 흘린 눈물 구덩이 앞에서,

벌써 팔뚝과 얼굴은 검게 탔고.

 

 

 

 

용왕은 당시 왕자를 수호하던 장수를

앞에 보이는 장군봉으로 만들었다죠.

 

 

 

 

항구마을, 대리에는 당구장도 있고,

다희엄마가 소개해준 만물슈퍼와 중앙식당도 있고.

 

이곳에서 서울은 420km,

중국은 390km.

 

 

 

 

슈퍼와 식당 사이 예쁜 골목에

다희네 본가가 있습니다.

 

 

 

 

 

동개 검은 몽돌 해변에 나아가 보니 장군봉

뒤로 녹섬과 회룡산이 보이고요.

 

 

 

 

서러벌예고 재학 당시 4.19에 희생된

이곳 출신 김부련 열사.

 

이앞에서 빛고을 막내는 대학후배를 우연히

마주치고는 "죄짓고는 못살아!"하고 외쳤습니다.

전에 남자후배에게 큰 죄를 지은 것 같죠.

 

 

 

 

만물슈퍼에서 싸만코 하나 사먹고

점심 먹으러 들린 중앙식당에서 본 사진.

 

기행문 서두에 실은 시의 주인공,

고선경양의 어머니이며 식당주인,

80kg짜리 돗돔을 껴안았습니다.

 

옆에는 140kg의 돗돔과 찍은 사진도 있고요.

돗돔은 전설의 심해어. 최고의 횟감이며

파는 경우는 드물고 몇 백만원 호가한다죠.

 

농어과의 길이 2m되는 대형어류, 돗돔은

산란기인 5-7월 얕은 바다로 나온다고 합니다.

 

 

 

 

항구에 근무 중인 헬리콥터 경찰.

 

가거도는 과거에 귀양지는 아니었지만, 목포로 나가는데

1달 이상 걸리고, 주민들이 귀양살이 했던 섬.

그나마 독실산 덕분에 물걱정 안한 것이 다행.

 

 

 

 

쾌활한 중앙식당 여주인과 환담을 하며

식사를 마친 후, 만재도(목포) 가는 배를 타러 가는 길.

 

 

 

 

잔잔한 물결에 부서지는 파도.

 

가거도 첫날은 기대보다 못미친다 생각했었지만

다음날 트래킹과 안개낀 회룡산 등산, 만족입니다.

특히 가거도트래킹은 잊혀지지 않을 멋진 트래킹.

 

 

 

 

대기하고 있던 만재도 배로 바다 위에서 환승.

빛고을 여인들과는 이별.

고마웠습니다.

 

 

 

 

남해엔젤호는 목포로 향하고.

가거도로 올 때는 상태도, 하태도를 들렸지만

목포로 갈 때는 만재도만 들립니다.

 

 

 

 

이제부터는 서울에서 온 네명의

젊은이와 친구가 되었고요.


이 중 두명은 전에 이곳에 온 적이 있었고

그때의 추억 때문에 다시 온 모양으로,

만재도는 좋은 섬이다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곳 해변가에도 헬기장이 있고요.

 

 

 

 

이곳의 테트라포드는 신형으로

모양이 독특합니다.

 

 

중간 부분에 구멍이 있어 바닷물이 이곳을

드나들게 하여 파도의 저항을 줄이려는 생각이죠.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