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추억 속의 용추계곡 언저리 산책

난해 2020. 6. 11. 23:14

6/10(수), 뉴질랜드팀 세명이 상봉역에서 만나

10:10분 경춘선에 몸을 실었다.

 

가평역에서 용추계곡 가는 버스가 오전에 세대.

11:15분 버스에 맞추자니, 느즈막하게 출발.

 

 

 

 

 

 

천마산 지나고 대성리 철교를 지날 때면 강건너

화야산, 고동산(청평면 삼회리)의 추억이 떠오른다.

2010년대 초반에 야생화를 찾아 떠났던 산들.

 

 

 

 

 

 

2011년 4월, 화야산 정상에서의

산상 비빔밥도 좋고 야생화 군락도 좋았지만,

 

 

 

 

 

 

산 입구의 초라한 절, 운곡암이 잊혀지지 않는다.

1380년에 운곡 원석천선생(1330-?)이 창건한 절.

 

두문동 72현의 한 사람으로 이방원의 스승.

태종이 스승을 불렀지만, 여말선초의 격변하는

시국을 개탄하는 운둔 선비가 되었고.

 

선생의 회고가는 알 만한 시조.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잡초만 무성)

오백년 왕업이 목적(목동이 부는 피리소리)에 부쳐시니

석양에 지는 객이 눈물겨워 하더라

(만월대:고려 태조가 919년 창건한 궁궐터)

 

 

 

 

 

 

2013년 4월 고동산 정상(600m)에 올라

한강의 절경을 보고 하산하니

 

때아닌 폭설로 산은 순식간 눈으로 덮혔고,

동행했던 태욱친구는 길을 잃고 헤맸고.

야생화들이 얼어죽을까 걱정을 했었다.

 

그때 동행했던 한 친구는 지금까지 회복이 어려운

병 중에 있고--

 

 

 

 

 

 

가평역에서 11:15분에 출발한 버스는 가평읍

승안리에 있는 마을을 전부 돌아, 조금 전에

왔던 동네를 또 지나고.

 

밤꽃이 한창, 꽃향기가 진동했다.

6월말에서 7월초에 개화하는 꽃이 한창이니

올 여름은 무척 더울 것 같은 느낌.

 

 

 

 

 

 

내려서 한 잔 벌컥벌컥했으면 하는

삼거리주막도 두번씩이나 마주쳤고.

 

 

 

 

 

 

1970년대 신입사원시절, 화전민촌이 많았던 이곳,

근사한 집들이 많이 들어서 있고,

연인산, 용추구곡 덕에 팬션도 많이 들어섰다.

 

동네엔 예쁜 꽃들이 많이 피어있고.

 

 

 

 

 

 

 

용추폭포 종점에 내렸지만,

연인산 도립공원 지정으로 변화된 환경에

눈이 휘둥그레져 엉뚱한 길로 들어섰다.

 

 

 

 

 

 

전에 없던 숲길, 걷기에 안성맞춤.

 

 

 

 

 

 

땡볕으로 걸어 개울도 마주치고.

 

 

가평(加平, 嘉平)은 산 좋고 물 좋은 아름다운 곳.

인구 63천명의 작은 군이지만 북한강이 동서로

흐르고, 화악산(1,468m), 명지산(1,267m)

 

현등산(936m), 유명산(864m) 등이 있고

맥국, 고구려가 지배하던 곳. 고구려때는

근평(斤平), 병평(幷平)이라 불렸다.

 

공민왕이 북면 적목리에 홍건적을 피해 성을

축조했고, 선조때는 한석봉선생이

군수로서 선정을 핀 곳.

 

 

 

 

 

 

징검다리도 건넜고.

 

지방자치단체의 둘레길 조성,

방방곡곡에 열풍이 분지 오래 되었다.

 

 

 

 

 

 

단군조선의 건국이념,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하자는 홍익인간탑도 서 있고.

 

요즈음 정부, 국회, 법원은 홍익인간의

개념을 알까나.

 

 

 

 

 

 

잘 조성된 목책길도 편히 걷다보니

용추계곡 건너편.

 

 

 

 

 

 

계곡도 깊고 하니, 이길이 용추구곡쪽이

맞아 하며 계속 전진.

 

 

 

 

 

 

잘 꾸며진 쉼터에서 막국수타령하는 흥구친구

달래려고. 싸온 음식 먹기.

 

한참 먹고 일어서려니 뽕나무 아래였고.

 

 

 

 

 

 

열매는 보잘 것 없지만, 얼마나 달콤한지.

 

가평은 잣의 고장이지만

1970년대 초, 신입사원시절엔 생사가 중요

수출품으로 가평은 양잠의 고장이었다.

 

그러니 곳곳에 뽕나무가 있고.

청평의 경기제사는 전희환선배가 경영하고

있었는데, 신세를 많이 졌었다.

 

당시 정진석선배를 모시고 근무하고 있어

선배님 주최로 대학동문의 모임이 자주 열렸고

전선배의 스폰서도 많았던 것 같다.

 

퇴직 몇년 안남기고 인천 근무 당시, 전선배를

뵈었는데, 얼마나 반가웠던지. 당시는

고려엔지니어링이라는 회사를 경영하고 계셨고.

 

 

 

 

 

 

식후 계곡을 왼쪽에 두고, 내가 좋아하는

황톳길도 걷고,

 

 

 

 

 

 

양탄자길도 걷고.

 

 

 

 

 

 

길가에 핀 꿀풀꽃.

 

20-60cm 크기, 5-7월 개화.

벌들이 많이 찾고 독특한 향이 있고.

 

연한 잎, 줄기, 싱싱한 꽃은 식용.

염료, 약용식물로도 쓰인다.

 

 

 

 

 

 

계곡이 깊지만 수량은 용추계곡보다 못하고.

 

 

 

 

 

 

더위에 쳐진 친구들 기다리며

산딸기도 따먹고.

 

 

 

 

 

 

잎이 깻잎을 닮고 자라면 덩굴로 변해가는

벌깨덩굴도 있고.

 

 

 

 

 

 

흔히 볼 수 있는 개다래 설명판.

흰잎은 병든 것이 아니고 위장술.

 

열매는 다래처럼 먹을 수 없다.

 

 

 

 

 

 

더위가 왔는데도 피어있는 금낭화.

이곳의 기온이 낮아서일까.

 

우리는 며느리주머니라기도 하는데 서양사람은

피흘리는 심장(bleeding heart)이라 하고.

 

 

 

 

 

 

개활지로 나오니 현리쪽 산이 나왔고.

확실히 옛날 우리가 찾았던 용추구곡이 아니고나.

 

나이 탓도 하고.

 

 

 

 

 

 

통통 살이 오른 비상의 꿈을 향해 깃을 세우며

소리없이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초여름 창을 열어 놓습니다

 

그대 누구를 힘들게 한 적 있었다면

편안한 옷을 입고 저벅저벅 숲으로 걸어가

악수를 청하십시요

 

뜨거운 맥박을 식히며

쥐똥나무 푸른 꿈을 꾸는 듯

초원을 도닥거리는 소리 들리지 않습니까

 

놓지면 안 되었던 안타까운 순간들이

나무 등걸에 꽂혀

푸른 열매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명희의 '6월에는')

 

 

 

 

 

 

친구들은 그늘에서 쉬고, 잘못한 죄

(땡볕에 끌고다닌 죄) 때문에 연인산 도립공원

탐방안내소에 들렸는데 젊은 직원 친절했다.

 

손님없는 관리동엔 젊은 직원들 많았고.

버스시간, 상점, 식당 등을 안내받고.

 

 

 

 

 

 

어린이들을 위한 여러 시설, 체험장이 있는

가평 아홉마지기마을.

 

한 마지기는 씨앗 한 말을 뿌릴만한 면적.

한 마지기를 200평으로 보면 아홉마지기는 1,800평.

 

화전민이 다수였던 이 산골에

1,800평이면 꽤 큰 평야지였나보다.

 

 

 

 

 

 

승안 2교를 지나니 자연역팬션,

그러고 보니 버스 안에서 보았던 곳.

 

그러면 우리는 개미쳇바퀴 돈 셈.

 

 

 

 

 

 

농업인 건강관리실도 있는

승안 2리 마을회관 지나고,

 

 

 

 

 

 

승안 1교쪽으로 갔더니 '커피 먹인 닭'.

커피 먹인 닭을 먹을 수 있는 곳인지.

커피를 파는 카페인지.

 

편의점을 찾아 시원한 캔맥주로

더위에 위축된 목을 달랬고,

 

 

 

 

 

 

 

편의점 옆에는 큰 오디가 달린 뽕나무,

손만 대면 오디가 절로 떨어진다고.

 

매년 오디따기 봉사를 갔던 직장후배에게

전화했더니 힘이 들어 그만두었다고.

허기야 오디 팔아야, 오디따는 인건비나 나올까.

 

 

 

 

 

 

군인관사 앞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려니, 마로니에 한 그루,

열매를 맺고 있었고.

 

길가에 심겨진 딸기포기에는 잘 익은 딸기

달려있어 이것도 따먹고.

 

 

 

 

 

 

3시반 가평역으로 원위치.

34도를 웃도는 더위에 3시간 이상 걸은 셈.

 

가거도에서 피부가 벗겨진 살갗이

뜨끔뜨끔.

 

 

 

 

 

 

지난 4월 하순, 남이섬 산책시 찾았던

힐링닭갈비로 가는 길,

씨앗이 떨어져 도로 틈에 핀 꽃 두 송이.

 

쓰러지면 또 일어나고

그러다 쓰러지고 일어나는

우리 민족 같다.

 

 

 

 

 

 

벌써 핀 코스모스 한 송이 옆에

옥수수가 심어져 있고.

관상용? 아니면 임자있는 옥수수.

 

 

 

 

 

 

딸기 같은 열매를 맺는 산딸나무꽃은

임무를 마치고, 조그만 열매가 맺혔다.

 

 

 

 

 

 

길가의 수레국화꽃.

 

유럽원산의 국화과 귀화식물, 6-7월 개화.

그리스, 로마시대 등장한 꽃으로 1800년대 빌헤름

1세 황제때 독일국화로 지정되었다고.

 

 

 

 

 

 

지난 4월에 들렸던 가평잣과자가게 주인

우리를 알아보았다. 한 봉지 사니,

또 자체 조제한 시원한 건강차를 대접했고.

 

우리는 이층에 사는 여인네 하고 잘 지내냐고

안부를 물었다.

 

 

 

 

 

 

힐링 닭갈비 주인내외와 반가운 해후.

서비스 치즈 두 종지 먼저 내왔고.

우리는 따온 오디와 잣과자를 내놓았고.

 

부부 모두 청평 출신이라고 해서, 그옛날 청평터미널

주인딸 미스민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공용터미널로

오래전에 바뀌었다고. 그녀는 같이 근무했던 새침떼기.

 

그때 청평파출소장과 친했었는데, 유원지 파출소라

무척 골치 아파했다. 관내에서 복상사도

심심치 않게 일어 났었고.

 

 

 

 

 

 

닭갈비집 후원에는 앵두, 보리수가 잔득 달렸다고

해서, 두 친구 또 열심히 따와

또 열심이 먹었고,

 

앵두는 시큼했지만

보리수는 정말 달콤했다.

하루종일 자연산 무공해 열매 복이 터졌던 날.

 

 

 

 

 

다시 역전으로 돌아가는 길,

햇볕을 잘 받고 통풍이 잘되라고

층을 이루는 층층나무 한 그루 보였고.

 

 

 

 

 

 

길가의 아주머니

모종을 심고 있었고.

 

잣가게과자에서 과자 한 봉지 더 사려고

들렸더니, 다 팔았다고 찬 음료수를

또 내왔다. 인간성 멋진 사나이.

 

닭갈비집 말로는 이층 여자와는 부부라는데

이 사나이 아닌 척하고.

 

닭갈비집 사나이는 활달한 부인이 듣는데서

청평여자와는 결혼할 것이 아니라 하고.

 

사랑하는 사이라도

결혼하면 웬수가 되나?

 

 

 

 

 

 

가평역 옆에 있는 사나이,

왜 피를 흘리고 있는지.

 

이날, 이래저래 만보 이상 걸은 셈.

 

 

 

 

 

 

6시 조금 못되어 전철타고,

천마산을 지나고.

 

집에 오니 7시반.

왜 이리 시간이 빨리 갔지?

 

다래가 익기 전에 용추구곡 걸어보고

진달래철에는 연인산도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