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찍은 신두리 해안사구)
고향이 바다 건너 먼 어디쯤일 거라 속짐작하게
했던 바로 그 여자
캄캄한 빈 방으로 돌아와
무릎 끌어안고 주저앉아 울었을
작은 삶 하나가 보이네
발걸음을 멈춘
내 가슴 한켠이 서늘해 오네
눈을 맞추고 나직이 이름을 물으니
갯그령이라 하네, 그 여자
(안금자, 1956, '갯그령, 그 여자')
여행배낭을 꾸리려면 마음이 설레인다,
하루짜리 여행이라도.
6/17(수) 육사 교훈탑 옆으로 해가 떴고.
아침이면 들리는 생도들의 구호소리가 없는 듯.
요즈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그날 아침, 마나님이 채려준 아침상,
코로나 때문 책상 위에 삼시 세끼, 독상이 차려진다.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시간에 맞춰 차려주는
마나님에게 감사해야겠지.
용산 발 7:27 무궁화호 타고, 8:57 온양온천역 도착,
친구 셋이 아산친구차를 타고 태안으로.
10:50 만리포(태안군 소원면 모항리)에 도착하니,
해당화꽃 우리를 반겼고 일부는 열매를 맺고.
인구 63천의 태안은 각각 17만 인구인 당진, 서산에
둘러쌓여 있지만, 해안국립공원이 있고,
삼면이 바다인 자연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해안선은 길고 복잡한 리아스식 해안.
마한 중심지의 하나였지만, 1989년 서산시가
탄생하자 태안군이 복구되었고.
경기, 충청에서 제일 온난한 지역.
옛날에는 왜구가 극성을 피던 곳.
만리포해수욕장은 연포, 대천 등과 더불어
젊을때 가장 인기 있었던 바닷가 중의 하나.
박경원의 '만리포 사랑'이 귀에 익을 것이다.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사랑'
이제는 똑딱선도 없고, 갈매기도 별로.
지난 6. 6. 전국에서 첫개장했다는 이곳,
썰렁하기만 했고.
위험표시판으로 해안선은 자연스럽지 않고
잔득 들어선 위락시설, 복잡키만 하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두리 가기 전, 골목으로 빠져
충남지역 먹거리 '미더유'인증을 받은
시골밥상에서 점심.
소재지는 소원면 송현리.
식당 전면에는 황토밭이 있고
멀리 송현저수지가 보이고.
문입구에는 '오시느라 힘드셨죠?'하는 인사말,
차범근 등 이곳을 찾은 명사들의 싸인이 있고.
이집의 제일 비싼 메뉴는 게국지.
가격은 45-60천원.
절인 배추, 무, 무청 등에 게장 국물이나
젓갈 국물을 넣어 만든 음식. 살림이 어려웠던
시절, 서민들의 음식이기도 하고.
유리창엔 시들이 쓰여있다.
'마음에 맞는 시절에
마음에 맞는 벗과 만나
마음에 맞는 말을 나누며
마음에 맞는 시문을 읽는 것
이것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다'
정갈한 음식에 이곳 막걸리, 소원생막걸리.
한번 들어보시죠.
식사후 정원에서 커피 한 잔하며 담소.
뜰에는 꿀풀과의 박하가 무성했고. 7-9월에
자주색 또는 흰꽃이 피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주성분이 멘톨로 잎에 60% 함유.
청량감, 강한 향과 맛. 요리, 음료, 사탕, 과자, 치약,
화장품 등에 쓰이고, 두통, 중풍 등의 치료제.
보통 목련의 키는 10m정도인데,
이렇게 줄기가 매끈하고 단아한 나무는 처음.
한라산이 고향인 목련은 4월에 개화하여
열매를 맺어, 익어가는 중.
이곳을 떠나 달리니,
예쁜 하늘은 얼굴을 내밀었지만
해는 있는 둥 마는 둥.
세월과 금계국 무리가 쏜살 같이 흘렀고.
오늘 기차간에서 젊은 친구를 만나, 요즈음 인기있는
책이 까뮤(1913-1960)의 페스트란 말을 들었다.
요즈음시대가 1347년경 페스트가 아시아,유럽을
휩쓴 시대와 여러점에서 유사하다고.
페스트의 배경이 된 도시는 알제리의 오랑,
숲도 없고 답답한 도시, 오랑과 요즈음 대도시.
우리는 서울을 탈출, 해안가를 달리는 중.
얼마나 행복한 것이냐고?
1시 신두리 해안사구 도착, 산책 시작. 남아프리카
원산 사철채송화(송엽국)가 활짝 피었다.
중국에서 발생한 페스트는 실크로드, 유목민족을
거쳐 유럽으로. 1347년 몽고족은 노예무역 항구도시,
캅파를 공격시 투석기로 페스트로 죽은 시체를
성안으로 발사. 균은 이탈리아상인을 거쳐 전 유럽
으로 퍼졌고, 유럽인구 1/3이 사망. 1330-50년
원나라 인구 30%가 페스트로 사망했다는 설도 있고.
우리는 대표적 염생식물, 갯그령꽃이 한창일때
운좋게 이곳을 찾은 셈. 화본목 벼과의 갯그령은
키 50-100cm의 여러해살이풀로 6-7월 개화.
뿌리가 깊고 수분증발 억제장치를 갖고있는 이풀은
가축먹이로 쓰이기도 하지만 해안사구복원에도
이용된다고. 표범장지뱀 등의 안식처도 제공하고.
산과 논밭 등 들에 사는 벼과의 수크령의 키도
50-100cm이지만 개화시기는 8-9월.
맨발로 깨끗하고 보드라운 모래길을 걸어
모래언덕 쉼터를 향하여. 찾은 시기도 좋았지만
햇볕 없는 날씨도 우리를 도왔다.
그렇지 않았으면 가거도에서 벗긴 피부를
또 한번 벗길 번 했고.
언덕의 한우 모자, 한가로왔고.
개인이 방목한 것이 아니고 분위기 띄울려고
관리하는 측에서 방목한 것이 아닐까.
신두리 해안사구는 길이 3.4km, 폭 0.5-1,3km.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해안사구로 천연기념물.
사구 형성과정, 서식하고 있는 동식물 측면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곳.
갯그령꽃 핀 언덕에서.
시원한 바람은 불어오고.
14세기 유럽의 페스트 만연은 중세 봉건주의를
흔들리게 했고 성직자는 더 이상 존경을 받을 수
없게 되었으며, 교회는 쇠락의 길로.
요즈음 세계는 폐쇄되고, 국제협력의 시대는 쇠락.
사회문화적 규범이나 가치관은 상실되고.
이시대가 지나가면 큰 변화가 예상된다.
우리나라 종교계도 큰 변화를 겪을 것이고.
언덕에서 보는 바다.
관리되고 있는 사구지역과 관광지와의 구분이 명확.
어떻게 슬기롭게 이 난국을 헤쳐나갈 것인가.
과거사나 파고 하는 등은 둘째로 치고 권력층은 그들의
집단이익을 위한 파렴치한 행동들을 계속하겠지.
개인 개인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대처하고.
행복한 두 여인, 무얼 생각할까.
페스트에선 몇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문제들로
부터 도피하려는 사람들, 자신의 이익에 보탬이 되어 환영
하는 사람들, 예를 들면 형집행이 연기되는 범죄자 등.
그러나 대부분은 장소이동이 금지되고, 대화도 끊기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 페스트와
맞서 싸우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한 사랑 속에
있는 사람들. 그도 여러형으로 나눌 수 있지만.
소근거리는 잔잔한 바다.
파늘루신부는 페스트투쟁에 참여하지만 그의
믿음은 시험에 들고 페스트를 악으로 규정하지만
자신도 죽음에 이르고,
오랑에서 휴가 중이었던 이방인 타루는
페스트균과 싸우는 자원봉사단에서 활동.
신문기자 랑베르도 탈출을 단념하고.
주인공 의사 리우는 페스트 의미를 제일 처음
깨닫고 페스트에 대항하는 싸움을 주도,
인간적인 존엄성을 지키려 했다.
저자는 2차대전 중 나치에 점령당한 프랑스를
각색, 일반적인 인간애를 상징화하고 무관심에
대한 투쟁을 전개하여 선의지를 실천하는
실존주의, 행동주의 휴머니즘을 이책에 담았다.
키 50-100cm의 가지과의 도깨비가지.
더운 날씨에 빨리 성장하고 가뭄에 내성이 있는
북미원산 귀화식물. 6-10월 개화.
어쨋든 현 코로나상황이나 정치적상황에서 올바른
것을 주장하고 관철해 가는 사람보다 문제로부터
도피하려는 사람이 대다수가 아닐까.
7월말- 9월초 개화하는 순비기나무.
제주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나와서 세차게
내는 숨소리가 숨비기소리. 열매는 두통치료제.
잎, 가지가 향이 좋아 천연허브.
추운 곳에 잘 자라고, 바람에 의해 모래가
유실되는 것을 방지, 사구형성에 중요.
모래언덕 쉼터.
이곳에 오는 기차 안에서 젊은이는 lgbt(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를 포함하는
성소수자) 문제를 꺼냈었다.
코로나 확진자발생과 연계되어 이태원 등의 이에
관한 젊은이들의 문제가 제기되었었고.
우리가 젊었을 때 변태로 치부되던 일들이
서구문화에 더 익숙해진 젊은이들에게 파고들어
심각한 문제가 되었나보다.
이들 소수의 권리를 주장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고.
친구의 표정은?
지친 표정은 아니지.
양쪽 집게발의 크기가 다른 달랑게.
크기는 1.5-3cm의 게. 번식기 수컷은
선홍색과 노란색의 혼인색을 띈다.
모래를 삼켜 영양분을 섭취하고 나서
모래를 뱉어 둥글게 말아놓는다.
달랑게보다 더 작은 엽량게.
크기 1.1-1.4cm.
이곳에 사는 표범장지뱀, 도마뱀의 일종.
크기 7-9cm. 꼬리길이 7cm.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
개미귀신 굴 앞에서 얼쩡거리는 개미.
명주잠자리과 유충, 개미귀신. 1cm크기.
작은 곤충의 체액을 먹고, 껍질은 밖으로 버리고.
가을분위기를 연출하는 듯한 갯그령.
사구센터 입구 옆, 탐방로 출구에서 출발,
순비기언덕, 모래언덕 쉼터를 거쳐
작은별똥재 근처.
운석이 떨어진 자리는
좋은 기운이 머문다고.
해당화동산, 억새골을 지나 곰솔생태숲.
곰솔은 해송, 흑송이라 하기도.
바닷바람에 강인한 바닷가 소나무.
붉은 피부의 소나무에 비해 줄기는 검은색.
곰솔은 남성적, 소나무는 여성적.
둘 다 잎이 두개씩.
드디어 모래언덕, 사구 도착.
사구 오른쪽 끝 에 모래언덕 쉼터가 보이고.
어린 딸, 아들을 데리고 가는 애기엄마를 만나,
김홍복 보은대추 스낵조각 두 개씩 나눠줬더니,
잘 씹지도 못하는 아기, 자기는 한 개 밖에
못받았다고 손을 내밀었다.
일본으로 수출하는 건대추, 무척 달콤했고.
우리농산물도 옛날과는 다르다는 느낌.
어느 곳에서나 소 모자가 보였고.
평안함을 느끼게 했다.
사구에 들어가면 나오라는 방송이
즉각 나온다. 그래도 여전히 발자욱이 있는 것을
보면 사막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느껴졌고.
'모래가 되어본 자만이
낙타가 될 수 있다
낙타가 되어본 자만이
사막이 될 수 있다
사막이 되어본 자만이
인간이 될 수 있다
인간이 되어본 자만이
모래가 될 수 있다'
(정호승, 1950, 모래)
오른쪽 나비 한 쌍.
그처럼 흔했던 나비 구경하기가 참 힘들다.
더구나 하양, 노랑나비가 짝을 짓고.
금계국 꽃색과 녹색의 조화.
환한 느낌.
정면에서 본 사구.
사구는 장애물이 공기의 흐름을 방해, 그 뒤편에
모래가 쌓이게 된 것. 바람의 속도와 관련.
2018년 2,3월 뉴질랜드 여행시, 이곳에도 사구가 별로
없어 이를 찾아 헤매다 뉴질랜드친구의 도움으로 오
클랜드 서쪽 와이나무호수의 조그만 사구를 찾았었다.
미 캘리포니아주 데스벨리에 있는 메스퀴테 사막.
(2015년 10월 여행)
사구는 초승달 모양의 사구, 바르한과 기다란 모래언덕
세이프로 구분된다. 메스퀴테사막은 바르한.
신두리사구를 굳이 분류한다면 세이프.
데스벨리 메스퀴테에서 본 여우.
사구에는 여우가 살아야 제격.
생텍쥐패리의 어린왕자의 친구, 사막의 여우를
만나봐야 되니까.
2시간 20분간의 신두리 해안사구 산책을
끝나고 아산으로 귀환하는 길,
엄청나게 화려한 꽃밭을 또 지났다.
땀을 흘린 것도 없지만 온천동 제일호텔에서
온천욕을 하고, 이사를 한 현대갈비에서
맛있는 갈비탕 한 그릇.
이사를 했어도 맛은 변함이 없었고.
온양온천역에서 8시 무궁화호 타고
9시반 용산역 도착, 10시반 경 귀가.
좋은 여행을 같이 한 지탄, 태욱친구에게 감사.
현지 안내, 운전한 지탄 친구, 목욕도 시켜줬고,
태욱친구, 맛있는 점심을 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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