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우수(雨水) 전일 청주 산책

난해 2021. 2. 18. 23:46

봄은 창문으로부터 온다.

2/15(월) 후배 상가 방문.

마나님이 우울증으로 타계.

코로나의 영향은 어디까지 미칠까.

 

 

 

열차는 여의도 파크원 타워를 지나고.

2/17(수) 오랜만에 친구들과 하루 여행을 떠났다.

쾌청한 날씨였지만 기온은 영하 10도에

바람이 쎈 날.

 

그렇다고 연기하긴 그렇고

마나님 "이렇게 추운 날에 어딜?"

"추우니 가지."

 

 

 

천안역에서 아산친구 만나

행복 천안에서 눈 내리는 청주로.

눈이 제법 쌓여 있었고.

 

천안역은 온양온천역, 아산역과는 달리

옛날 그대로 후졌다.

 

 

 

함박눈 내리는 신호등 앞에서

사람들은 어데로 갈지 헤매이고

차들도 마찬가지.

우리의 마음도 헤매고.

 

 

 

친구들이 찾아놓은 맛집, 부속구이 전문점, 장군집.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 소재, 백종원이 붙어있는 집.

사람이고 동물이고 장기가 부속품이 되었고.

 

 

 

모듬이 1kg에 17천원.

셋이 먹어도 남는 도야지 고기.

막창, 껍데기는 물론 호디기(풀피리가 아니고 내장종류),

암뽕(암놈생식기), 돈낭 등. 열댓가지. 삼겹살은 없다.

 

돈낭은 제주도에서 직송한 귀한 것이라고.

맛이 좋다고 한 친구도 있었지만, 지린내 나고.

 

연탄불에 셋이 둘러앉아

호텔리어가 솜씨를 발휘, 맛갈나게 구었고.

맛있게 먹었다.

 

 

 

음식점 밖, 멋진 눈 내리고.

우리의 마음은 옛날로 돌아갔다.

그 옛날로.

 

 

 

그리고 청남대 입구, 모짜르트에서 커피 한 잔.

손님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

 

겻들인 과자에 리필도 해주고.

한 잔에 오천원.

 

 

 

파란 봉지의 과자는 호텔리어 마나님 선물.

이집 마담에게도 선물했고.

마담은 손님들은 모짜르트 음악을 별로로 생각한다고.

우리는 그렇지 않은데-

 

나가면 늦게 들어오는 걸 좋아하는 마나님,

밖에 나가면 싫어하는 마나님 얘기를 하다보니

신문쟁이 재혁친구가 악처얘기를 꺼냈다.

 

 

 

카페 안의 청순한 여인들.

세계 4대 악처가 있다고.

 

이집 주인 모짜르트(1756-1791)의 아내, 콘스탄체,

소크라테스(1828-1910)의 마나님, 크산티페.

 

톨스토이(1828-1910) 처, 소피아,

그리고 링컨 와이프, 매리 토드.

 

악처가 되었던 원인은 남편의 무관심과 무책임.

사람을 만나느라고, 연주하러 다니는라고

시간도 없었고.

 

요즈음 금슬이 좋은  용문, 분당친구를 보면

이말이 딱 맞는다.

 

 

 

슈페탄 성당에서 모짜르트는 콘스탄체와 결혼했고

같은 곳에서 9년 후 그의 장례식이 거행됨.

그가 어느 곳에 묻혔는지 모른다고.

돈이 없어 묘를 쓸 수 없었다고.

 

그녀는 변덕, 바람기, 낭비벽이 있었고

6명의 아이를 두었다.

 

그럼에도 연주 여행 중에 백만 번의 키스를

보낸다고 썼던 모짜르트, 경희친구와 똑같이.

 

실은 그녀는 악처가 아니었다고.

성공한 천재가 왜 그렇게 힘들게 살 수 밖에

없었는지 안타까워 했다고.

 

 

 

소크라테스 마나님 크산티페(영어론 악처,

그리스어론 금마, 금발여인의 뜻)는

손님들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자

어느 날 세숫대야 물을 남편에게 퍼부었다.

 

"분별력 있는 자네가 어쩌다 저런 여자와?"

"훌륭한 기수는 제일 사나운 말을 골라 타는 법이네."

 

 

 

톨스토이는 16사살 어린 소피아와 결혼,

15년 살았고 자녀는 13명. 그녀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남편에게 잔소리를 해댔다.

 

톨스토이는 82세에 가출, 시골역에서 객사.

죽으면서 "장례식에 저 여자만은 제발 데려오지 말게."

 

 

 

링컨의 아내, 매리 토드,

남편이 중요인사와 대화 중에

"아까 부탁한 것 어떻게 되었어요?"

"시간이 없어 못했어."

 

화를 내며 "내가 부탁한 말보다 다른 일이

더 중요해요?"

 

링컨이 친구에게 한 말,

"여보게 신경 쓰지 말게. 감정을 폭발시켜야

안정을 찾네. 내버려두어야 내가 편해."

 

정말, 맞는 말이다.

 

 

 

날씨가 하도 추워 상당산성 대신에 문의문화재단지로.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문산리 소재.

1997년 개장된 고유전통문화를 재현한 역사교육장.

대청댐 수몰지대의 것을 재현하기도.

 

옷 한 벌 더 껴입고,

경희친구가 준비한 핫팩 하나씩 넣고.

 

문화재단지 뒤에 양성산(301m)이 있어

입구의 문 이름이 양성문.

 

 

 

두 팀이 모여 기념사진.

배경은 대청댐 호수.

1980년 완성된 대전 청주 사이 복합형 댐.

 

금강지역 홍수를 조절하고 인접도시에 용수 공급.

울창한 숲으로 절경이 이어진다.

 

인근엔 청원이 고향인 신동문(1928-1993)시비.

시비의 내용은 '아! 신화(神話)같이 다비데군(群)들'

'4.19의 한낮에'란 부제가 붙었다.

 

 

 

숙종32(1706)년 세워진 서덕길(1594-1658)효자각.

강가의 효자에게 두 마리 잉어가 튀어오르고,

한 마리는 부친의 약재로, 또 한 마리는 방생.

효자의 마음은 틀리다.

 

 

 

꽤 큰 초가집 한 채.

청주는 충청도에서 대전 다음 인구가 많은 곳.

84만명. 청원과 통합된 도농복합형 도시.

 

구석기 유물이 나오고, 백제때 상당현.

1908년 관찰부가 충주에서 청주로 옮기자

충북의 중심도시가 되었고.

 

구릉지이고 북쪽은 미호평야.

시가지 중심으로 무심천이

무심히 흐른다.

 

 

 

마루 중간에 보기 드문 벽감.

물건 진열을 위해 벽에 움푹 파놓은 장식 벽장.

 

 

 

입구 문의 기둥이 넷.

 

 

 

선정비도 있고.

정말 선정을 하였는지.

 

 

 

민화들이 주변과 어울리고.

 

 

 

초가집 고드름과 달리 가즈런한 기와집 고드름.

 

 

 

맑아진 하늘엔 흰 구름 흐르고.

기와집과 어울어진 동물 그림들, 흙마당.

 

 

 

문화해설사 말대로 아늑한 명당자리.

바람도 없었고 따뜻했다.

 

 

 

여막 앞에서.

무덤 가까이나 혼백이나 신위를 모신 자리 옆에

짓고 상제가 살던 초막.

강내면 연정리 조육형, 조병천 부자가 시묘하던 곳.

 

 

 

대청댐을 좌로 하고.

 

 

 

대청호, 문의문화단지를 내려다보며.

 

 

 

현종 7년(1666)에 세워진 문산관.

전주객사에서 유래를 볼 수 있는 객사.

수몰지역에 있던 것.

 

문의현은 청원군 문의, 현도, 부용면 일대의

옛고을.

 

 

 

2/18(목)이 우수(雨水).

 

따뜻한 사랑으로

마음을 녹여주소서.

 

따스한 봄 햇살에

얼었던 강을 유유히 흐르게 하고

 

차가운 대지

푸른 새싹 틔워 생동하게 하소서

 

봄꽃들 먼저 미소 짓고

꽃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개구리 일찍 깨워

이 아름다운 봄을 알려주소서

(재혁친구가 보내온 조은산의 '우수')

 

 

 

청주 부용면 부강리 고가(古家)

세종시의 김종철씨가 살던 집.

ㄱ자 목조기와집.

 

 

 

대청마루의 주련.

천부능궁력색가(天不能窮力穡家)

하늘도 힘써 모으는 집을 궁하게 하지는 못한다.

 

이집 주인은 무척 부지런했던 모양.

 

 

 

문의현이 있던 당시, 현감 신자오가 중수한 누각,

민화정(民和亭).

현감은 백성들과 화목했겠지.

 

 

 

친구들과 헤아지기 섭섭하여

천안 중앙시장 맛집, 옥수사를 찾았고.

수육+칼국수+소맥.

 

옛날 천안 시장의 인심은 없고.

마음 좋은 친구들, 주메뉴 수육에 칼국수는 딸려오고.

꺼지지 않은 도야지 배에 또 수육을 우겨넣었다.

 

 

 

천안역에서 아산친구와 안녕하고,

요즈음 일몰시각은 6시 정도.

집에 오니 8시.

 

왜 시간은 그렇게 빨리 흐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