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청주산책시 약속한대로 서울팀 넷은
포천을 거쳐 철원으로.
고속도로 덕분에 1시간 반이면 철원에 도착 가능.
아수문팀(아산, 수원, 문산)은 하루 전 문산에 도착,
파주 프로방스, 용미리 석불입상 등을
한 바퀴 돌은 모양.
친구들의 성의에 눈물이 날 지경.
아수문팀이 오는 도중 뜨거운 소머리국밥
먹느라고 1시간 정도 늦어진다기에
우리는 포천 영북면 대회산리에 있는
비둘기낭 폭포를 들렸다.
추운 날씨였지만 쾌청하고 상쾌한 길.
비둘기낭 폭포, 계곡에서도 주상절리를 볼 수 있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분출하여 식을 때
부피가 축소되어 암석과 지층에 나타나는
단면의 형태가 기둥모양인 절리.
50만-13만년전(신생기 4기)에 강원도 평강 부근
오리산(453m), 680m고지에서 화산이 폭발,
현무암질의 용암이 분출하여
한탄강 줄기로 110km 흘러들었고,
평강-철원-포천-연천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용암대지의 평원을 형성했다.
이쪽 지역에선 현무암 맷돌이 예로부터 많이
생산되었고. 제주도 가벼운 현무암에 비해
기포가 적어 건축자재로도 좋다고.
하천의 흐름에 따라 하식동굴도 만들었고.
현무암의 주상절리는 제주도에서도 볼 수 있다.
갈수기라 물이 없고.
주상절리(柱狀絶理), 하천의 흐름에 따라 생긴
하식동굴(河蝕洞窟)이 보인다.
비둘기낭에는 옛날 백비둘기 서식처였다고.
선덕여왕, 추노 등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
봄볕이 찾아들었고.
2019년 준공된 길이 200m, 높이 50m의 다리.
이곳 다리에서 가마소길 5km, 멍우리길 5km,
3시간 반 코스의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걸을 수 있고.
한탄강은 북한의 평강군 장암산 남쪽계곡에서 발원,
김화 경계를 따라 철원, 포천, 연천을 흘러
임진강으로 흐르는 134.5km 길이의 강.
6.25전쟁에서 한탄하며 죽었다는 강이 아니고
크고 넓은 강(漢灘江).
고석정에서 아수문팀을 반갑게 만나고
지질문화해설사 노여사와 합류,
소이산(所伊山)으로 이동.
비번인 여사께서 우리를 위해 시간을 할애,
감지덕지, 그녀에게 이날 일정을 맡기기로.
흥구친구의 덕이기도 하고.
소이산은 철원읍 사요리에 있는 362m의
작은산이지만 60년간 민간통행이 금지되었고,
생태계가 잘 보전된 숲을 갖고 있다.
아카시아, 포플러가 많이 자라고 있고.
고려때부터 이곳에 봉화대가 설치된
서울의 남산이라할까.
이 산 덕에 우리가 철원평야를 지킬 수 있었고.
철원은 6.25격전지, 군사분계선이 있는 곳.
용암대지상의 넓은 평야로 강원 최대의 곡창지대.
읍이 넷, 철원, 김화, 갈말, 동송. 인구는 45천 명.
김화(金化)군은 전쟁 후 1963년 철원에 읍으로 편입.
삼국시대에는 철원군, 통일신라때는 철성군.
905년에 궁예가 태봉국의 도읍으로 결정,
후삼국의 중심지이었으나
918년 왕건이 개성으로 이전.
1434년 세종때 경기도에서 강원도로.
동부는 산지, 중부는 평야, 서부는 구릉지대.
남쪽의 금학산(947m), 명성산(923m)이 경기도와의 경계.
북한 평강공원에서 흘러온 한탄강이 중앙을
남서로 흘러 임진강으로.
희귀조류, 어류가 많다.
구철원은 철원읍 화지리, 동송읍 이평리 등이고
군의 남부 갈말읍 지포리 등은 신철원,
북쪽 궁예의 도읍지는 원철원.
경지율은 24%로 최고 수준.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시대 유물이 나왔고
동송읍 도피안사에는 국보인 비로자나불좌상,
보물인 3층 석탑이 있다.
철원읍 사무소가 있는 화지리, 동송읍 사무소가 있는
이평리가 붙어있어 하나의 도심을 이루고.
1936년 철원읍에 금강산으로 가는 전철이 생기자
화신백화점의 유일한 지점이 이곳에 생기는 등
철원은 절정기를 맞았지만
휴전 후 철원읍내 대부분이 민통선 안으로.
오성산(1,062m)은 철원 근동면, 근북면 경계에 위치.
지금은 휴전선 이북.
6.25격전지, 저격능선 바로 옆.
청성부대(푸른별부대)는 6보병사단.
1948년 창설되어 현재까지 초창기 편제를 유지.
춘천 방어, 용문산전투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움.
푸른별부대는 6.25때 UN군이 부른 애칭.
뒤의 좌측산이 금학산(947m), 우측산이 고대산(832m).
금학산은 동송읍 이평리, 고대산은 연천 신서면 대광리.
고대산은 우리가 자주 올랐던 산.
특히 한 겨울 설산을 헤맸던 기억.
타계한 상갑친구가 생각나는 곳.
언제인가 신탄리역에서 귀경열차를 탔을 때
상갑의 고향, 예산의 여인들을 우연히 만났던 일.
몇 번인가 산에도 같이 갔었지.
보이는 산이 6.25때 전투가 치열했던 백마고지.
1952년 10월, 10일간 가장 치열한 챙탈전이 있었다.
그 결과 삼각지대 일각을 끝까지 확보.
김종오소장이 지휘한 9사단이 중공군 3개 사단과 붙었고
1만여 명 중공군을 섬멸(아군 피해:3,500명 사상).
심한 포격으로 고지가 흰색으로 변했고
모양은 말모양. 철원읍 대마리소재.
좌측 맨 뒤의 표죽한 산이 김일성고지(780m고암산).
앞의 호수는 비무장지대 인근 산명호.
고암산은 궁예가 도읍의 진산으로 삼은 산.
(철원군 북면과 평강군 서면 사이)
넓은 철원평야지대 뒤에는 푸른 숲의 띠가 형성되었고,
그 뒤가 이북의 평강평야.
오른쪽 평야 안에 있는 숲 근처에
철원역(폐역)이 있다. (철원읍 외촌리)
오른쪽 앞 산 뒤에 백마고지가 보인다.
1967년 정부가 국가정책사업으로 제대군인들을
민통선 북방, 대마리에 입주시켜 개간사업도 했으나
원소유자가 나타나자 아직까지도 분쟁 중.
'지뢰꽃 마을 대마리'
월하리를 지나 대마리를 가는 길
철조망 지뢰밭에는 가을꽃이 피고 있다
지천으로 흔한 지뢰를 지긋이 밟고
제 이념에 맞는 얼굴로 피고 지는 이름 없는 꽃
꺽으면 발밑에
뇌관이 일시에 터져 화약 냄새를 풍길 것 같은 꽃들
저 꽃의 씨앗들은 어떤 지뢰 위에서 뿌리를 내리고
가시철망에 찢긴 가슴으로 꽃을 피워야 하는 걸까
흘깃 스쳐 가는 병사들 몸에서도 꽃 냄새가 난다
(정춘근의 '지뢰꽃')
우리 민족의 비극, 궁예의 눈물을 생각하면서도.
학교운동장, 제2금융조합지, 농산물검사소, 샘통,
월정역, 아이스크림고지 등이 보인다(좌에서 우로).
제대로 보려면 쌍안경을 갖고 와야.
샘통 근처에서 고추냉이가 재배된다고.
극심한 포격으로 아이스크림 녹듯이 무너져 내린.
지금은 생태계가 잘 보전되어 있다고.
이 산 밑에 삽송리(揷松里)마을이 있고.
투구모양이라 투구봉이라기도 한다.
산 정상에 봉수대가 있다고.
1946년 완공되어 6.25전쟁 전까지 북한의 노동당사.
검게 그을리고 총탄 자국.
마침 소이산에서 두루미떼를 촬영하는
이태곤선생(철원에 거주하는 시인이며 소설가)을 만나
촬영한 두루미 사진을 전송받았다.
고맙습니다.
두루미는 천연기념물로 학이라고도 알려진 철새.
선비성품을 갖고 장수하는 새라 하여
공예품, 복식, 그림, 시의 소재로 쓴다.
머리 꼭대기가 붉으며 목, 꼬리 등은 검은 색.
시베리아, 북해도 등에서 번식하다 북한을 거쳐 남하.
10월 하순-3월 하순까지 철원, 파주 등에서 월동.
번식집단 9백 여 개체의 45%가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귀한 새. 잡식성. 울음소리에서
두루미란 명칭이 나왔음.
백로는 제주, 남부지역에서 흔한 텃새이며 겨울새.
황새도 천연기념물(2,500개체)이며 시베리아에서 날아와
한국에서 월동. 부리, 날개의 검은색 외에 전체가
흰색이나 눈 주위, 다리에 붉은 색을 띤다.
왜가리는 백로과에 속하나 여름철새. 일부는 텃새.
부리, 날개의 검은색 이외 회색.
금강산도 식후경.
동송읍 장흥리에 있는 맛집, 장흥웰빙짜장은 휴일.
갈말읍 신철원리에 있는 맛집, 철원막국수에서
막국수+수육+꿩만두+철원막걸리.
양도 많고 맛도 있고 모두 만족.
노여사가 추천한 집.
식후 승일교 옆을 지나 철원 한탄강 은하수교로.
승일교(昇日橋)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차량통행은 안된다.
1948년 한탄교로 착공했으나 전쟁으로 중단.
전쟁 후 한미공병대가 완성.
김일성이 시작 이승만이 끝낸 다리라고 하나,
한국전쟁중 인민군에 끌려간 박승일(1920-)
연대장을 기린 다리.
이곳에서 커피 한 잔.
2020년 10월 개통된 길이 180m, 높이50m의 다리.
동송읍 장흥리와 갈말읍 상사리 연결.
두 팀 모두 흥구친구 화물차로 태봉교로 이동.
한탄강 물윗길 트래킹 팔찌를 준다.
그리고 5천원 짜리 상품권을 주고.
실제 입장객 부담이 없는 셈이고
상품권은 은하수카페 등 서너 곳만을 쌀찌우게 한다고.
군청직원들은 많은 애를 쓰는데
관광객이 입장료를 실제 부담하게 하고
상품권은 이곳 농산물 구입 등에 쓰일 방안을 강구해야.
우리는 일정 끝난 후 식당에서 사용.
날씨가 추웠는데도 한탄강의 일부만 얼었고.
나무들이 많이 보였다.
물이 뚝 위를 넘친다고 한다.
반짝이는 것과
흘러가는 것이
한 몸이 되어 흐르는 줄은 몰랐다
강물이 영원의 몸이라면
반짝임은 그 영원의 입자들
당신은 죽었는데 흐르고 있고
아직 삶이 있는 나는
반짝임을 바라보며 서 있다
의미가 있는 걸까
의미가 없는 걸까
무심한 격랑과 무차별 속으로
강물이 흘러간다
(최정례, 1955-2021, 입자들의 스타카토 반짝임,
흐름, 슬픔)
천사같은 친구가 점심값을 냈다.
얼마나 행동이 빠른지.
그래서 누구는 입장료 내고,
누구는 커피 사고,
누구는 고기값 내고--
부교를 가설했다 철수했다 하는 군청 관련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고.
그냥 놔두면 여름에 떠내려갈 터이니.
제법 물살도 있고 거친 바위도 많고.
요번 여행에서 주상절리의 아름다움을 처음 느꼈고.
철원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햇살은 빛났다.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흔적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미소 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1923-, 폴란드시인, 두 번은 없다)
1코스 동송읍 장흥리,
2코스 갈말읍 상사리를 연결하는 180m 다리.
동송읍 장흥리에 있는 고석정은
신라 진평왕때 한탄강 중류에 세워진 정자.
고석정 바위 안에서 임꺽정이 살았고
위기시에는 물에 뛰어들어 꺽지가 되었다고.
조선 삼대 도적 임꺽정(-1562)은 16세기 몰락농민,
백정, 천민을 규합, 황해도에서 경기, 평안, 강원까지
세를 확장했고 1560년엔 서울에 진출했으나
책사 서림이 잡히자 몰락의 길로.
연산군때(1494-1506재위) 충청도 일대를 중심으로
활동한 홍길동, 17세기말 황해도, 평남에서 활동한
광대출신 장길산도 삼대 의적.
이날 걸은 거리는 1만보 정도.
트래킹을 마치고 갈 길이 먼 아수문팀과 이별하고
동주산성에서 소고기 구이에 소주 한 잔.
영우친구가 계산, 항상 비싼 것은 친구 차지.
떠난 친구들 생각에 음식이 목에 걸리는 것 같았다.
동주산성(東州山城)은 891년 세달사를 뛰쳐나온 궁예가
강원 동남부 일대를 점령하고 양구, 화천을 거쳐
896년 철원에 처음 도착, 진을 편 곳.
거란, 몽고족 침입의 아픈 역사도 간직한 곳이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노여사와도 이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운전하느라 고생했던 지탄, 흥구친구를 비롯,
친구들 모두 고마웠소,
즐거운 여행의 추억을 또 하나 만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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