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행 버스를 타고 한강을 건넜다.
매주 한 번 만나 그림을 그리는 드로잉 모임,
기원을 따지면 10년이 지났다.
모임의 원로이신 90대 신사, 반선생님은
수술후 회복 중이시고-
팀원 중 한 사람의 따님이
속초에 아파트를 샀다고 한 번 가자하니
뿌리치기도 곤란하고.
또 하나의 한강다리(33번째 다리라기도 하고)가
건설되고 있는 중.
이 다리가 완성되면 세종 포천 고속도로가 연결된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생활을 즐기는 게 우선인가보다.
서울에서 속초가 2시간 반이면 충분히 갈 수 있어
속초에 수시로 바람 쐬러가는 것이 가능.
덕분에 옛날 속초아파트값은 형편 없었는데
지금은 고층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일기가 수시로 변하고.
안개가 잔득 끼었다간 흐리고
금새 맑은 하늘이 나타난다.
다행이도 이날 날씨는 온화했고.
바로 택시를 타고,
조양동 서희아파트에서 두 사람 더 태우고
속초중앙시장(속초관광수산시장)에서 하차.
속초 기사들은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에
친절하기 그지없다.
저녁에 요리할 도루묵,
집에 가져갈 반건조 임연수 등 구매.
옛날에는 흔했지만 요즈음은 귀하신 몸, 도루묵.
1kg에 15천원.
동해 중부 이북 수심 100-400m 모래지역에 서식하고
11-12월 수심이 얕은 해초류에 산란.
겨울철 생선.
쥐노래미과 임연수어(이면수)는 동해북부에
분포, 옛날 함경도 임연수란 사람이
많이 잡았다는 물고기. 껍질이 일미.
지금은 대부분 러시아산 일 게다.
가을, 겨울이 제철로
내가 좋아하는 물고기.
대포항으로
맛집, 속초별미토속음식점에서 점심으로 곰치탕.
이집은 저녁장사를 않는다.
2시 데드라인 전에 간신히 입장.
1인분에 25천원인데
요즈음 많이 잡히는지 2인분에 25천원.
지리와 매운탕 섞어 주문.
속초여고 출신 여주인은 속사포 말씨.
남자주인은 입이 무겁고. 천생연분.
조카가 속초여고, 숙명여대 출신으로
IBM에 근무한다하니 좋아했다.
흐물거리고 비늘이 없고 둔한 생김새.
뼈는 뼈 같지 않고 살도 살 같지 않지만
담백하고 깔끔한 맛은 속풀이로 최고.
간기능을 강화하는 타우린 성분이 많다고.
원이름의 곰치는 뱀장어목의 기다란 물고기.
물곰과는 천양지판.
흰색의 물고기인데 숫놈의 색깔은 흑색.
사진은 숫놈.
비싼 물곰으로 둔갑하기도.
크기가 작고 몸에 가로무늬,
검은 점들이 있다.
옛날 정감이 가는 골목은 없어지고 번듯한 건물이
섰지만 가게주인들도 정이 없는 듯.
세가 졔법 커진 옥이네 활어센타 등에서
저녁에 먹을 세꼬시감 도다리, 오징어,
반건조 물고기, 게튀김 등을 샀다.
다리도 있고, 아파트도 있고.
14층에 있는 숙소에 들어서니
속초해수욕장 앞 바다가 보이고,
부엌창으론 울산바위가 보인다.
방 3개가 모두 바닷가로 배치된
멋진 아파트.
분양가보다 많이 올랐다고.
다음날은 속초해수욕장,
외옹치 바다향기길을 걸어
롯데리조트로 가는 일정.
얼마나 한가한 일정이냐.
베토벤(1770-1827), 모짜르트(1756-1791),
바흐(1714-1788)가 있는 잔으로.
나는 모짜르트가 포함된 4대 악처얘기를 꺼냈다.
모짜르트 처, 콘스탄체는 변덕, 바람기, 낭비가
심했지만 성공한 천재가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는지 이해가 안되었다고.
소크라테스 처 크산티페가 친구들 앞에서
세숫대야로 그에게 물을 퍼붓자, 훌륭한 기수는
사나운 말을 골라타는 법이라고 했다나.
시골역에서 객사한 톨스토이는 장례식에
그의 처, 소피아를 부르지말라 했고.
링컨의 아내, 메리 토드가 친구들 앞에서
화를 내며 잔소리를 하자, 링컨은 '신경쓰지
말게, 내버려둬야 내가 편해.'라고 했다나.
나는 5시에 도착하는 회원 한 사람을 마중나갈 겸
속초해수욕장 한 바퀴 돌기로.
오징어, 도다리 세꼬시회, 도루묵구이,
게튀김, 새우튀김+맥주, 청아.
세꼬시는 일본말로
뼈채 잘게 썰은 회.
나중에 맛있는 매운탕+밥 한 술
대부분 남편이 퇴직하자 남편 돌보랴,
어린애들 돌보랴 바쁘다.
남편의 퇴직 이후 생활이 그녀들
생활의 분깃점이 된다.
부부가 취미가 같으면 좋겠고,
각자의 간섭없는 생활이 키가 될듯.
먹을만 했다.
임진왜란때 선조가 피란처에서 묵이라는
생선을 대접받아 잘 먹고, 은어란 이름을 하사.
궐에 복귀해서 옛맛을 못잊어
도루묵을 잡쉈는데, 그맛이 아냐.
그래서 도루묵이 되었다고.
알만 있는 도루묵을 사먹는 것보다
가격이 절반도 안되는 숫놈도 사서
단백한 살코기 맛도 즐기는 것이 좋을듯.
그림을 배울 만하지 않은가.
나는 대화 중에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흘렸다.
Tammy
Tenesee Whiskey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
님의 향기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
그녀가 처음 울던 날
Jolene
사랑했지만
A Whiter Shade of Pale
The Climb
Perfect
You are The Reason
Can't Help Falling In Love 등
지우고, 또 지우고
발자국과 기억은 같은가?
요즈음 우연히 영화화된 소설,
'The Light Between Ocean',
호주작가, M.L. 스테드먼이 쓴 책을 읽고 있다.
1차대전 참전용사, 톰은 전쟁의 상처로
외딴섬 등대지기로 자원했고
그지방의 십대 처녀 이자벨을 만나 결혼.
둘만의 행복한 섬생활을 했는데,
불행하게도 두번의 유산을 겪고.
어느날 남자의 시신과 울고있는 아이가
탄 보트가 섬에 도착.
이자벨의 고집으로 시체는 묻고
아이를 친자식처럼 길렀다.
지역에 있는 친엄마를 알게 되고
톰은 사실을 그녀에게 알리게 되고.
톰은 억울하게 살인죄로 복역하고
아이는 친엄마에게.
친엄마와의 화회, 이자벨의 후회 등으로
톰은 감옥에서 나와 다시 부부생활을 하지만
이자벨은 슬픔 속에 일찍 죽고
어느날 혼자 사는 톰에게
시집간 아이가 아들을 데리고 찾아왔다.
이자벨이 살아있을 때 찾아왔드라면---
알리시아 비칸데르(1988-)는 이 영화가 계기가
되어 결혼하여 잘 살고 있다.
영화와 비슷하게 12세 연령차가 있는 부부.
주문진에서 처럼 발을 적시고
아파트 현관을 모래투성이로 만들었다,
주책!
행복한 사람들의 발자국이겠지.
파도는 너무 잔잔하고 등대빛은 가냘프고.
꼭 있어야할 한 쌍.
게가 놀라 벌떡.
11시 되기까지.
요즈음 볼만한 영화는
로그 인 벨지움,
프랑스,
메이드 인 이태리라고.
촬영차 방문했다가
코로나로 앤드 워프에 15일간 호텔 격리.
외로움, 자기인생에 대한 다큐가
로그 인 벨지움.
불행의 소용돌이 속의 스타저널리스트,
프랑스 드 뫼르.
다시 태어나기 위해 무너지기를 반복하다
결국, 자신의 세계를 떠나지 못하고 고통을 감수.
이 영화가 프랑스.
뫼르에는 죽다, 부활하다의
이중 뜻이 있다고.
토스카나가 배경이 되는 메이드 인 이태리.
사이프러스, 꽃, 파란 하늘
그리고 세월의 흔적이 있는 건물.
부자가 이건물을 처분하려 와서는
한 달간을 산다.
부자간의 오해는 풀리고 진심을 발견하고.
아들은 새로운 사랑에 빠지고.
푹 자고 일출을 보려 서둘러 숙소를 나왔다.
이날 일출시각은 7:30.
'살아 숨쉬는
바다를 보는 것은
삶의 음률이 되어
출렁이는 파도는
생의 파고처럼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홀로 찾는 사람에게
바다는 연인이 되어 곁에서 팔짱을 끼워주고
둘이서 바다에 온 사람들에게 바다는
사랑이 수평선처럼 무한함을 일깨워줍니다
겨울바다는
인생의 봄을 향한
희망의 속삭임입니다'
(김영근, 겨울바다를 걷다)
그래도 음식이 남았고.
네번째 나서는 속초해수욕장.
어제 오후, 밤, 오늘 일출.
외옹치 바다향기 해안 산책로.
일제강점기 속초 중심지는 옹진.
내옹진은 대포리
옹진리는 외옹치리라는데-
외옹치가 정확히 어디를 지칭하는지.
앞에 롯데리조트가 보인다.
참치는 차가운 물을 좋아한다고.
유영호(1965-)작.
나도 누군가에게 빛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할 텐데.
아파트군이 들어섰으니 인구도 증가하겠지.
옛날에는 양양도호부 관내.
1914년 양양군의 도문, 소천면이 도천면으로 통합,
대포리에 면의 치소(治所)를 두었음.
1930년대 속초항 항만개발이 시작되었고
중심지가 속초리로 이동.
6.25전에는 이북.
월남한 실향민들이 많이 살았으나
지금은 국제적 관광도시로 변모.
인구 83천 명.
가시버시는 부부를 정답게, 귀엽게 이르는 말.
네 명은 다시 중앙시장으로.
시장은 엄청 크고, 안에 들어서면 미로 속.
서울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시장.
한 회원은 모자점에서 골프용 털모자 사고.
이시장 구석의 모자점이 강남에도 알려지고.
참 좁은 세상이 되었다.
일부 회원들, 젓갈, 게장도 사고.
핸드폰 번호를 찍고
자리가 비길 기다렸다.
맛도 특색이 있고
종업원도 친절하고.
동서울터미널행 버스를 탔다.
나머지 세명은 서초동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탔고.
7시 반쯤 귀가.
이날의 속초 일몰시각은 17:05분.
낮의 길이가 9시간 35분.
곧 동지가 되겠지.
다음날 재포장하면서 하는 말,
"남자들이 사오는 것은 다 이렇다니까."
임연수는 제대로인데
우럭꾸러미는 뽈낙 세 마리 빼고
전부 고등어.
중앙시장 압구정 덕장직매점에 전화걸었더니
사진을 찍어보내라고.
그랬더니 자기들은 판적이 없다고.
그래서 열받고 전화를 끊고
카톡방에 올렸더니,
크크거리며 대포항 노점에서 산 것이라고.
어르신네가 다되었다.
연락할 길 없고
고등어라도 먹을 수 밖에.
정말 한가로웠던 여행.
똑 같은 바닷가를 네번이나 걸었고.
시간이 천천히 흘렀던 여행.
첫날 12천보, 둘째날 14천보.
그래도 그런대로의 여행.
헤세 등은 여행은 좀 더 깊은 의미에서 하나의
체험이 되려면 확고하고 특정한 내용과
의미를 지녀야 한다고 했지만.
드로잉동호회 '유쾌한 발상팀',
특히 장소와 기회를 제공한 회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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