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봄비 내리는 남당항 그리고 서산

난해 2022. 3. 16. 21:18

 

'심장에 맞지 않아도

사랑에 빠져 버리는

천만 개의 화살

 

그대, 피하지 못하리'

(양광모, 1963-, 봄비)

 

 

 

 

새남터 기념성당

 

3/14(월) 봄비가 계속되는 날, 용산역에서

07:22분 발, 온양온천역 가는 무궁화열차를 탔다.

 

한강철교를 건너기 전

차창에 보이는 독특한 모양의 건물,

건널때마다 궁금했었는데-

 

경희친구왈 새남터 기념성당이라고.

 

용산구 이촌동 소재, 새남터는

조선초의 이름은 연무장, 일명 노들.

 

중죄인의 처형장소로

사육신 그리고 김대건신부를 비롯 11명의

성직자가 처형된 장소.

 

기념성당엔 9인의 성인 유해가

모셔져 있다고.

 

 

 

 

여의도 풍경이 지나갔고

푸릇푸릇한 버드나무들이 봄비에 젖고 있었다.

이봄비에 가뭄이 해소되고

동해안 산불이 진화되었다니.

 

윤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것이 아니겠나.

 

 

 

 

봄비 오는 충청도

잔설이 남아있고.

 

우리의 계획은 홍성 남당항에서

계절의 진미, 새조개와 주꾸미 샤브샤브 들고

남당 앞에 있는 섬, 죽도 한바퀴 돌기.

 

 

 

 

9시에 아산의 지탄친구를 비롯 아수문팀과 합류

온양온천역 앞엔

산수유꽃이 활짝.

 

작년 이맘때는 서울인근에도

진달래, 생강꽃이 피었었다.

 

올봄은 폼을 잡고

느린 걸음으로 다가온다.

2,3월 날씨가 추웠던 탓.

 

 

 

 

아산, 예산을 지나자니

붉은 황토흙이 자주 보였고.

 

 

 

 

빗줄기가 제법 거세졌다

전주에 있는 지탄친구 아들

애비에게 안부전화.

 

교육을 잘 시켜서 그런지

친구의 목소리가 커서인지.

 

 

 

 

 

'비가 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새는 하늘을 날고

 

눈이 쌓여도

가야할 곳이 있는

사슴은 산을 오른다

 

길이 멀어도

가야할 곳이 있는

달팽이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길이 막혀도

가야할 곳이 있는

연어는 물결을 거슬러 오른다

 

인생이란 작은 배

그대 가야할 곳이 있다면

태풍 불어도 거친 바다로 나아가라'

(양광모, 1963-, 멈추지 마라)

 

 

 

 

남당항에 도착하니

바다물결 거세고

죽도가는 배는 기상악화로 운항정지.

 

서해안의 여객선은 모두 스톱.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에 있는 남당항은

천수만에 소재하는 국가어항.

 

새조개, 대하, 우럭 등 수산물이 풍부하고

석양이 아름답다.

 

남당리는 남당(南塘) 한원진선생

(1682-1751)의 고향.

 

선생은 이이(1536-1584), 송시열(1607-1689),

권상하(1641-1721)의 학통을 이은 

정통 주자학자.

 

홍성, 예산 독립운동가 탄생의

이론적 배경이 되었다고.

 

 

 

 

선착장의 세 백두

죽도 가는 배가 출항금지라니 환희에 찼다.

 

죽도(竹島)는 홍성 서부면 죽도리 소재

홍성 유일의 유인도.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낭만, 자연이 어우러진 천혜의 섬,

 

해돋이, 해넘이가 아름답고

남당항에서 3.7km 떨어진 천수만의 섬.

배 타고 15분.

 

서해금빛관광열차를 타면

홍성 죽도 당일 여행이 가능.

 

 

 

 

묶여있는 어선들

한 배는 서둘러 귀항. 

 

부두에는 홍성 12경이 안내되어 있다.

 

홍주산성, 남당항, 죽도, 홍성 명품 낙조, 

한용운선생, 김좌진장군, 성삼문선생

생가, 홍주의사총은 가보았고,

 

용봉산, 오서산 정상은 올라갔으나

 

이응노화백 유허지, 그림 같은 수목원은 

아직. 아산친구의 덕이 크고.

 

 

홍성군은 충남 서해안 중부에 있는 

충남도청소재지. 인구 10만 명.

 

조선시대 홍주목과 결성군이 합쳐진 군.

 

천수만 방조제가 생태계를 변화시켜

광천 중심 항구상업기능이 쇠퇴.

 

 

 

 

남당항 수산물거리는 쓸쓸

앞줄에 새조개, 주꾸미가 진열되어 있고.

 

새조개는 감칠맛 나고 쫄깃쫄깃한 귀족조개.

샤브샤브해 먹는 것이 제일.

늦겨울-초봄이 제철.

 

조개살의 생김새가 작은 새.

 

주꾸미는 문어과에 속하는 두족류.

모양은 문어, 크기는 낙지이나

다리가 짧다.

 

주꾸미는 봄에 태어나 먹이활동을 하다

가을이 되면 먼 바다로 간다. 그리고

 

이듬해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번식 후 죽고.

 

봄주꾸미는 알맛이 좋고

가을주꾸미는 전체가 맛덩어리.

 

 

 

 

거리를 구경하고 GS 25에서 커피 한 잔

비 오고 바람 불고 엄청 추웠다.

이 편의점 객실에는 연탄을 피워 안성맞춤.

 

나이 지긋한 여주인도 친절했고.

커피맛도 그만.

 

지방에 가야 맛보는 여행의 맛.

작년 가을 백담사 입구 버스정류장은

바람막이 뿐아니라 의자가 뜨끈뜨끈.

 

 

 

 

해산물 집산지라 괭이갈매기도 많고

경희친구가 편의점에서 새우깡을 사와 

갈매기를 꼬셨는데-

 

맛을 모르는 갈매기들, 여객선 주위를 배회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받아 먹을 줄도 모르고.

 

아이, 아까와 하며

갈매기 대신 줏어먹는 친구는 누구?

 

 

이곳의 새조개값은 많이 비싼 편.

우리는 단골이 있는 서산 동부시장으로.

 

 

 

 

중도에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 한다리길에 있는

영조의 계비, 정순(定順)왕후(1745-1805)

생가 방문. 그녀는 사도세자를 무고하게 죽인

인물, 김한구(1723-1769)의 큰딸. 

 

단종비는 정순(貞純)왕후(1440-1521).

 

생가 앞의 느티나무는 400살 넘은 보호수.

 

 

 

 

집 안팍에는 백송 등 정원수가 잘 다듬어져 있고

정순왕후는 51세 연하인 영조의 계비.

영조가 너무 늙다리였는지 무자식이었고.

 

그녀는 영특하여 간택하는 자리에서

영조의 마음에 쏘옥 들게 했다.

 

다른 후보자들은 전부 앉았는데 그녀는

서있었다. 왜 그러냐 하니 "아버지존함이 써있는

방석을 어떻게 깔고 앉을 수 있사오리까."

 

가장 맛있는 음식은 소금, 제일 좋은 꽃은 

의복을 만드는 면화, 무엇이 제일 좋은고

하였더니 사람의 마음이라 답했다고.

 

 

 

 

ㅁ자 집을 돌아보았고

정조(1752-1800)때는 왕대비,

순조(1790-1834)때는 대왕대비로

수렴청정을 했고.

 

천주교 박해에 앞장을 섰으며

(정조는 천주교 묵인)

그녀의 정조독살설도 있다.

 

 

 

 

우물이 있는 ㅁ자 가옥 안채

현재도 경주김씨 후손들이 살고 있고.

독립유공자 김용환지사(1892-1919)의 본가이기도.

 

 

 

 

효종(1619-1659)이 김홍욱(1602-1654)이

부친 김적을 봉양하는 효심에 감동,

1650년 하사한 집으로

16대를 살아온 집.

 

 

 

 

12시 지나 서산시 예천동에 있는

서산동부시장 도착.

실로 오랜만에 찾았다.

 

 

서산시는 충남 서북단에 있는 충남 제 3도시.

옛날엔 유배지이기도 했지만

군사전략상 요충지.

 

2000년 이후엔 산업단지로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 인구 175천 명.

 

백제때 기곡군,

통일신라때 부성군,

태종 13년에 서산군이 되었다.

 

"얘이 시즐아(바보야), 늠들

다 허는걸 왜 모더는겨."

충남말 재미있지만 흉내내기 어렵고.

 

 

 

 

새조개를 손질하는 번개상회 여사장

우리의 오랜 단골집.

상호를 붙여놓지 않아도 손님이 득시글.

 

44세된 건장한 총각 아들이 어머니를 돕고 있었고.

 

이곳에서 산 새조개, 주꾸미는 남당항 것보다

엄청 컸다.

 

새조개 까서 1kg, 주꾸미 1kg,

간재미 한 마리, 도합 10만원.

 

요리는 근처에 있는 '맛있게 막내네 3호점'에서.

'맛있게'가 근처 음식점을 통일하는 모양.

 

 

 

 

새조개 샤브샤브

 

 

 

 

 알이 들은 주꾸미 샤브샤브

 

 

 

 

간재미 무침

양이 많아 반은 싸가지고 왔다.

 

 

 

가오리

간재미의 바른 말은 가오리.

홍어목 또는 가오리목의 연골어류.

 

홍어, 노랑가오리, 상어가오리, 흰가오리 등이

이에 속하고,

 

홍어는 상온에서 암모니아 발효를 하는데

간재미는 발효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간재미는 생으로 먹고.

 

간재미는 대부분 상어가오리.

바위, 펄이 섞여있는 곳에 많이 서식.

 

 

 

 

그리고 젊은이, 여성들이 좋아하는 이즈백 진로

이즈백(is back)은 요즈음 돌아온 두꺼비.

예전 아버지세대들의 소주를 흉내낸.

16.9도.

 

우리들이 좋아하는 빨간 뚜껑은 20.1,

진로 골드는 25도.

 

 

 

 

번개상회 여사장을 초대했더니

후딱 소주 네 잔을 드시곤 가버렸고.

바뻐, 바뻐.

 

1인당 점심식대는 33천 원 꼴.

 

 

 

 

이곳에 오면 식후에 꼭 들리는 집

'옛날빵집'에서 할머니가 만든 호떡 한 개씩.

가격을 천 원으로 올렸다고

미안해하는 기색.

 

쉴 때가 되지 않았냐 했더니

쉬면 뭐하냐고.

 

 

 

 

 

문수사와 명종대왕태실을 찾아가는 길

서산 부장리 고분군. 넓이는 4,300평.

서산시 음암면 부장리 소재.

 

2004년 임대아파트 조성시 확인된 유적.

청동기시대, 백제시대, 조선시대

주거지와 무덤들이 발견됨.

 

청동기시대 문화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 유적지이며

 

지방세력과 백제중앙의 정치적관계 등이

연구과제.

 

백제시대 출토유물은 금동관 등 다양하고

지방세력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서산시 운산면 태봉리, 상왕산에 위치한 문수사

고려때 창건된 사찰로 추정.

조용한 산사 분위기와 봄철 벚꽃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경치가 일품.

 

주변은 서산목장.

마애여래삼존상(운산면 용현리), 개심사(

운산면 신창리)가 이곳에서 멀지 않다.

 

 

 

 

봄비에 젖은 소원을 비는 금빛쪽지들이 반짝반짝

 

 

 

 

주심포식과 다포식이 절충된 아름다운 건물, 극락보전

맛배지붕이고

1346년(충목왕 2년) 조성.

 

극락보전내 금동여래좌상이 봉안되었으나 도난당함.

청양 칠갑산, 장곡사 금동약사불좌상과

동일한 양식의 불상.

 

고려후기의 불상양식 대표.

단아하고 균형 잡힌 체구 등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룸.

 

 

 

 

금동여래좌상에서 발견된

문수사 발원문과 유물.

 

 

 

 

같이 나온 복장유물(服裝遺物)과 경전

당시 경전, 인쇄발달사, 직물연구에 중요한 자료.

수덕사에 소장되어 있음.

 

금동여래좌상에서 나온 이들

복장유물(腹藏遺物)은 대한민국 보물.

 

 

 

 

문수사 건물에 붙어있는 조그만 현판

나는 마음에 드는데

아산친구는 아니라고.

 

 

 

 

절마당에 있는

배롱나무, 봄비를 맞고있고.

측은지심보다는 봄기운을 발산하는 따뜻한 느낌.

 

 

 

 

젊고 예쁜 보살님의 따끈한 매실차 대접받고

한 잔 더 청해 마셨고.

 

 

 

 

절 아래 예쁘장한 연못

 

'어룰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김소월, 1902-1934, 봄비)

 

 

구름나무는 귀룽나무의 북한어.

어룰 없이는 부질없이, 덧없이, 야단스럽지 않게.

어룰은 얼굴의 평북사투리.

 

 

 

 

내비로 찾은 명종대왕 태실 및 비, 문수사 인근

가는 길에 대한 설명이 부족.

 

명종대왕 태실 및 비 때문에 이곳을

태봉리라 하고.

 

 

 

 

오르는 길엔 편백나무가 도열해있고

주위엔 대나무숲이 우거졌다.

 

명종은 중종의 둘째 아들로 인종의 아우.

중종이 죽고 인종은 즉위 재위 8개월만에 타계.

 

명종(1534-1567)이 즉위하자 어머니 문정왕후

(1501-1565)가 8년간 수렴청정.

 

불교중흥책을 썼고 덕분에 임진왜란때

스님들이 큰 역할을 했다.

 

윤원형, 문정왕후가 죽자 1553년 명종의 친정이

시작되었지만 임꺽정 등의 민란, 왜구의 노략질로 

나라는 어지러웠고.

 

 

 

 

가파른 길을 오르면 평평한 큰길

명종은 노원구 공릉동 태릉(문종왕후 능)

근처 강릉에 묻혔다.

 

우리동네.

 

 

 

 

태봉산 정상에 있는 명종태실 및 비, 보물

제대로 된 왕실의 태실.

요번 여행의 백미.

 

태실은 왕실에서 자손을 출산하면 그 태를 

봉안하는 곳. 태는 생명력을 부여한 것이라고

또 국운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우리나라에서 태실이 가장 많은 곳은 

경북 성주 월항면 인촌리 서진산.

조선왕실 13위의 태실이 있다.

 

 

 

 

태실비가 셋

가운데 비는 1711년 (숙종 31년) 건립.

왼쪽은 1546(명종 1년), 오른쪽은 1538

(중종 33년) 건립.

 

현재의 태실은 1975년 복원한 것이라고.

(대한민국 구석구석)

 

 

 

 

아름답게 꾸민 난간석

 

 

 

 

태실에서 내려다본 서산목장

안개가 자욱.

 

 

 

 

급경사를 조심조심 하산

 

 

 

 

온양온천역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본

당진 면천읍성.

1439년(세종 21년) 왜구 침입에 대비

자연석을 다듬어 쌓은 성.

 

치성, 옹성을 합하면 길이가 1,564m.

 

면천에는 칼국수 맛집, 원산칼국수,

김가면옥 등이 있다.

 

오래전 서산목장장을 지낸 직장후배와

수원, 문산친구와 같이 들렸었다. 

주꾸미대접을 잘 받은 보답으로.

 

 

 

 

친구가 돼지감자를 사고싶다 하여

아산시 방축동에 있는 아산원예농협,

로칼후드직매장에 들렸고.

 

원예농협의 하나로마트는 처음.

딸기와 꿀고구마 구입.

 

요새는 노랑고구마보다

꿀고구마가 대세라고.

 

집에 와서 우유에 말아먹은 딸기,

맛 있었고 싱싱.

 

 

 

 

온양온천역 에디야커피에서 이별의 커피

용산역에 도착하니 7시 5분,

집에 오니 8시.

 

집사람이 처조카집에 애보러 가서

저녁이나 들었냐고 아산에 전화했더니

집사람이 녹두죽 만들어 놓고 갔다고.

 

행복에 겨운 친구.

 

친구들, 고마웠소.

덕분에 올봄 첫여행, 만족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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