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만의 추위라고.
영하 15도를 밑돌고.
코로나, 사회분위기로 어느 해보다
더 썰렁하고-
연말의 책보기가 마음을
그나마 훈훈하게 한다.
철로된 강물처럼(Gradual Grace), 미국작가 윌리암
켄트 크루거(1950-)가 저자인 추리소설.
나이가 될수록 우아하고, 품위가 있어지면 좋겠지.
어른으로 되어가며 무너져가는 자신의 세상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13세 소년 이야기.
1961년 여름 철로 위에서 숨진 아이 등
5건의 죽음 한 복판에 선 프랭크.
사랑하는 누나, 에이리얼의 죽음은 가족 모두의
엄청난 시련. 목사인 아버지도 울부짖고.
프랭크는 사건을 차분히 지켜보며
원인을 밝히고, 40년 후 그 여름날을 회상한다.
또한 의미있게 읽은 책.
헤세는 청춘의 고뇌와 휴머니즘을 잘
표현한 작가이기도 하지만 괴팍한 작가.
그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말년엔 글쓰기를 멈추고 그림을 그렸다.
2차대전때는 그림을 팔아 생계도 유지했고.
헤세는 이탈리아 등 유럽은 물론
인도, 스리랑카를 돌아보았고.
이책의 말미, 뉘른베르크여행은 특히 읽어볼 만.
여러 곳의 시낭송회을 참석하며 친구도 만나고
그곳의 의미있는 장소도 찾아보고-
서울을 떠나 서해로.
눈이 오니 날씨는 포근했고.
'안개 속을 거닐면 참으로 이상하다
덤불과 돌은 모두 외롭고
수목들은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혼자이다
나의 생활이 아직도 밝던 때엔
세상은 친구로 가득하였다
그러나 지금 안개가 내리니
누구 한 사람 보이지 않는다
안개 속을 거닐면 참으로 이상하다
살아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
사람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헤세, 안개 속에서)
마치 안개 속에 있는 듯.
7.3km, 2000년 12월 개통.
얼마나 맛있던지.
세계 5위의 긴 해저터널이라나. 약 7km.
2010년 착공, 21년 12.1일 개통.
대단하다고 떠들지만
겉보기에 일반 터널과 뭐가 다른가.
투자액에 대비한 효용성도 그렇고.
터널이 무너진다면 바닷물과 물고기들이
쏟아져 들어오겠지.
원산도로 갔었는데-
그 낭만은 어디로?
경희, 재혁친구와 마음 가는 대로 떠난 여행.
대천항에서 우연히 탄 배였다.
소요시간은 40분.
지금도 있으려나.
멧돼지 형상의 원산도,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리소재.
충남에선 안면도 다음으로 큰 섬.
안면도 남단 에서 1.7km.
최고봉은 오로봉(118m), 인구는 200명.
흰색띠가 섬 전체를 휘감고 있는 느낌으로
띠의 길이가 70리 넘고.
농경지, 염전이 있고 깨나리액젓이 특산물.
이섬엔 원산도, 오봉산, 저두 등
3개 해수욕장이 있다.
안면도 꽂지섬 닮은 쬐그만 바위가 서있고.
햇빛 반사된 서해바다, 눈부셨다.
고운 모래질, 완만한 경사도, 깨끗한 수질,
적당한 수온을 자랑한다. 길이 2km.
'썰물을 바라보며 여기 서 있어요
나 홀로 우울하게
그냥 그대의 꿈만 꾸고있죠
그대의 배가 떠날 때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죠
내 모든 꿈, 모든 것을 빼앗아가는
파도는 한숨을 짓고 바람은 울부짖고
내눈엔 눈물이 흐르고
"돌아와요, 내 사랑"하면서
이렇게 살아야만 하나요
나는 해변의 외로운 길손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해변의 외로운 길손이 되어야 하는지'
(Patti Page 노래)
'쓰러지는 사람아 바다를 보라
일어서는 사람아 바다를 보라
쓰러지기 위해 일어서는
일어서기 위해 쓰러지는
현란한 반전
슬픔도 눈물도 깨어 있어야 한다'
(이명수, 1945-, 파도)
바위 덕분에 찬바람을 막을 수 있었고.
배 한척이 뒤집혀 있었고.
그는 그물을 쳐놓고 물빠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소주 한 병을 선사했더니
5시까지 기다리면 회를 떠주겠다고.
아쉬움을 남기고 우리는 떠났었다.
섬의 어황은 좋지 않은 듯.
8년전 어부의 말도 똑같았고.
이 대교는 2010년 착공, 2019.12월 개통.
원산도와 태안 안면도, 고남면을 연결한다.
길이 1.8km.
8년전, 우리는 배를 타고 안면도 영목항으로 이동.
그때 영목항의 제비꼬리친구네 회는
잊을 수 없고.
영목항의 인심은 안면도 관광지의
인심과는 천양지판, 아주 후했다.
그때가 그립고나.
안면읍 안면도자연휴양림에서 운좋게 하루 숙박.
430ha의 소나무 천연림을 갖춘 휴양림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
지나는 길에 들렸는데 빈 숙소가 하나 있었다.
우리는 웃통 벗고 산림욕.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한
행복할 만큼 성숙해 있지 않다
가장 사랑하는 것들이 네 것일지라도
잃어버린 것을 애석해하고
목표를 가지고 초조해하는 한
평화가 어떤 것인지 너는 모른다
모든 소망을 단념하고
목표와 욕망도 잊어버리고
행복을 입 밖에 내지 않을 때
행위의 물결이 네 마음에 닿지 않고
너의 영혼은 비로서 쉬게 된다'
(헤세의 '행복')
고남에서 북쪽 안면읍으로 달리고(14km)
다시 남쪽의 천북굴단지로(41km).
간월암(看月庵)은 조선초 무학대사가 창건하고
1914년 만공대사가 중건한 암자.
간조시 뭍과 연결되고
만조시에는 섬.
안면도와 육지 사이가 수심이 얕은 천수만.
천수만 북단, 북쪽으로 파진 인공호수가
부남호, 간월호(오른쪽).
간월암은 간월호 인근에 위치.
호수를 둘러싼 간척지가 서산간척지.
1980-1995년, 태안 안면도와 서산 부석면 사이
천수만을 매립, 그 넓이가 154제곱km.
여의도 33배 넓이. 방조제 길이가 6.4km.
물막이공사에 폐유조선을 가라앉혀 급류를
막는 등 고 정주영회장의 업적은 위대하다.
현대에서 농사를 지을 때는 철새도래지였으나
개인 소유로 바뀐 후에는 별로 안온다고.
추수후 떨어진 벼낱알이 적어져서.
하여튼 우리는 천수만 바다를 우측으로 하고
남쪽으로 달렸다.
봉화산 굴수산에서 굴돌솥밥.
새조개는 본격적 철도 아니고
흉작이라 1kg에 10만원 정도.
그것도 홍성 남당항에 가야 맛을 본다고.
사장에게 우리집도 봉화산(160m) 아래에
있다 하니 둘이 금새 친해졌고.
이곳의 봉화산은 202m.
멋진 겨울바다.
원산도 풍경 못지않은.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란 하늘빛 물이 들지요
어여쁜 초록빛 손이 되지요
초록빛 여울물에 두 발을 담그면
물결이 살랑 어루만져요
물결이 살랑 어루만져요'
(1958년 발표된 방송동요)
'백사장이 누워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지난 여름 수를 놓았던 발자취는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뜨겁게 속삭였던
아름다운 입술은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빈집이 되어버린 바다는
밤 하늘을 향해 귀를 귀울였다
지난 여름 내내
열병을 알았던 열기가
이제는 차가운 바람이 되어
백사장을 어루만져 주고 있다
보내여야 했던 그리움
끝내 말없이 보내고
빈집이 되어버린 바다는
백사장 옆에 나란히 누웠다'
(신경희, 겨울바다)
동해의 겨울바다는 걸을 때는 잔잔한 감동이고
홀로 찾는 이에겐 팔짱 끼워주고
둘이서 온 사람에겐 사랑이 무한함을 일깨워주는
수평선처럼 무한함을 일깨워 주었는데
(김영근, 겨울바다를 걷다)
서해의 겨울바다는
차가운 바람이 백사장을 어루만지고
그리움을 말없이 보내고
빈집이 되어버리는 바다.
싱싱한 굴이 저장되어 있고.
서해 겨울바다는 동해보다 더 거셌다.
님은 가자하고.
밀물시간을 확인하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고.
왜 등대굴집이냐고 물었더니
멀리 등대가 보였다.
더 번화한 굴집 거리.
세 관아문 중 정문인 진남문만 열려있고.
세 문 중 유일하게 본래 형태를 갖췄다.
동,서문은 1974년 복원.
해미읍성은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 소재
조선시대 읍성.
1414년(태종 14년) 덕산(지금의 예산)에 있던
충청도 병마절도사영이 옮겨왔다.
1491년(성종 22년) 읍성을 축조,
1651년(효종 2년) 청주로 이전하기 까지 군사적 거점.
그리고 서해안 방어를 맡았던 곳.
충청도 신자들(주로 가야산 너머 12고을,
내포지역 신자)이 잡혀와 고문받고 죽음.
1866년 박해때 1천여명 처형. 사진의 300년 된
회화나무에 매달려 고문을 받고
자리개돌에 처형되었다고.
1791년 정약용이 해미읍에 유배되었고
정조의 비호로 풀려났다.
김대건신부의 증조부도 이곳에서 순교.
남녀옥사가 구분되었다고.
1576년 무과에 급제한 이순신장군은
1579년(선조 12년) 충청병마절도사 군관으로 부임.
팔봉산만 못올랐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방문.
서문 밖 수구 위에 놓여있던 돌다리였다.
해미읍성은 평지에 쌓은 타원형 성.
성벽 밖에는 2m 깊이의 해자가 있었다고.
귀경길에 올랐고.
빗방울이 뚝뚝.
이날 걸은 거리는 10천보.
서해바다를 느껴보고
8년전 원산도 섬 여행을 회고도 하고.
병헌친구의 매형이 목회를 하고 있는 섬.
새조개를 시식 못한 것이 아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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