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콜로라도를 거슬러 올라9(로키산맥국립공원)

난해 2017. 8. 20. 19:36

 

 

 

9. 콜로라도강의 발원지, 로키산맥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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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모뉴먼트를 벗어나니, 이제야 겨우

사막을 벗어난 기분.

수채화 같은 풍경들이 차창을 스쳤다.

우리가 마지막 방문할 국립공원,

로키산맥국립공원(Rocky Mountain

National Park)을 향하여 달렸다.

목적지까지는 475키로.

 

우리의 여행도 13일째, 절반을 넘어

성숙기를 지났나보다.

 

미국의 역사적 성숙기는 남북전쟁이 끝나고

부터 1900년까지라 할 수 있다. 성숙기가

시작되는 시점은 독립이후

90년 정도 되는 시기.

 

1865년 전쟁이 끝나자 링컨대통령은

피살되었고 미국은 극도의 혼란기로

빠져들었다. 북군의 총사령관이었던

그랜트장군(Ulysses Simpson Grant,

1822-1885)1869년 대통령이 되어

8년간 나라를 이끌어 갔으나,

무능한 대통령으로 낙인이 찍혔다.

뇌물, 권모술수, 부패와 무질서가

횡횡하던 시대. 우리나라의 경우 해방,

독립된 지 70년 쯤 되는 요즈음과 

비슷하다 할까.

 

1873-76년 경제파산을 겪은 미국은

슬기롭게 위기를 극복하고, 풍부한 자원과

유럽으로 부터의 우수한 노동력 유입,

에디슨 등의 우수한 발명가들의 공헌에 힘입어,

미국의 공업생산은 전 유럽을 능가하게 되었다.

이시기에 록펠러, 카네기, 모건 등 대재벌이

태어났으나, 농민, 노동자의 불만이 가득한 시기.

어쨌든 미국은 세계 최대 강국으로 성장했다.

 

월트 휘트먼은 민주주주의 전망(Democratic

Vistas)’이라는 수필에서 19세기 말의 미국의 

고삐 풀린 물질시대의 부()와 산업에 대해

맹렬한 비판을 가했었다.

 

 

콜로라도 모뉴먼트를 떠난 지 네 시간,

본격적으로 산림들이 이어졌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풍경들이 나타났다.

벌써 겨울의 냄새를 풍기며 자작나무

숲이 파란 하늘과 어울리고 있었다.

 

 

이어서 침엽수림군락이 나타났고,

 

 

로키산맥의 준령들이 자태를 나타내기 시작했고,

 더불어 높은 산악지대의 특징들이 나타났다.

 

 

우리는 그랜비(Granby)타운에 들어섰다.

그랜비는 고도 2,380미터에 위치해 있고,

국유림에 둘러싸여 기막힌 경치를 자랑한다.

서부 특유의 사람을 환대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산골 마을.

주위에 그림자 산(Shadow Mountain),

그랜비 호수와 그랑레이크(Grand)호수가 있다.

 

그랜비는 스포츠의 천국이다. 하이킹, 골프,

산악자전거, 보트타기, 래프팅, 승마, 사냥

등을 즐길 수 있으며, 겨울에는 다운힐 스키

(Down Hill Ski), 크로스칸트리 스키

(Cross Country Ski), 얼음낚시,

개썰매 등을 즐길 수 있다.

 

 

주택가에는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는데,

소떼들 뒤의 건물들은 소들의 아파트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주택가에 있으면

이들의 냄새가 심할 텐데 말이다.

 

 

고지대 마을은 차분하면서 확 트여 있었고,

우리나라 스키촌과 같이 숙박시설,

스키용품점 등이 줄지어 있었다.

 

 

이어 늦가을 냄새가 풍기는 산길을 달렸는데,

그랑레이크 등 프랑스 냄새가 나는 지명들이

많이 남아있다..

 

단풍이 져가는 큰키나무 뒤에는 큰 키 침엽수림,

다음에는 작은 키의 침엽수들이 높은 곳까지

진출해 있었고, 맨 위는 툰드라지대이다.

 

 

공원은 설립 100주년을 자축하고 있었다.

공원입구에서 찍은 사진 속에는 완연히

여행에 지쳐버려 몸조차 간수하기 힘들어

보이는 노인네 여섯이 있었다.

 

기후도 초겨울로 바뀌었고 여행도

13일째로 들어섰으니 지칠 때도 되었다.

그나마 안락한 여행도 아니었고.

 

 

                                   (천병헌친구 사진)

 

캠프장에 자리를 잡고 식수시설을 찾아

인근에 있는 공원사무실을 찾았더니,

직원들은 이미 퇴근을 한 후였고 9월말부터

단수한다는 공지가 붙어 있었다.

9월부터 겨울이라니.

 

인근의 화장실에 들려 패스화인더로

가는 지름길을 익혀두려니, 겨울바람이

어둠 속을 뚫고 쌩쌩 울며 지나갔다.

 

로키산맥은 캐나다, 미국, 멕시코를 잇는

대륙의 등뼈. 산맥의 중간 부문을 떼어

공원화했는데 넓이는 캐니언랜즈 국립공원과

비슷하다. 고도는 2,300미터에서

4,345미터(Longs Peak).

 3천 미터가 넘는 봉우리가 98개나 된다

관광객은 연 3백만 명이 넘고, 콜로라도 주

수도인 덴버에서 100키로 서북쪽에 위치.

 

이곳도 20억 년 전에는 바다 밑이었다.

15억 년 전 바닥이 솟아서

로키산맥의 토대가 이루어졌고

4천만 년 전의 빙하의 잔재를 볼 수가 있다.

 

 

우리는 서둘러 무인 판매기로 장작을

구해 와서 불을 지폈다. 추위 속에서 몸은

오그라들었고, 몸을 녹이려고

불 주위에 모여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해보는 캠프 화이어.

그동안 시간적으로 그럴 여유가 없었다.

새빨간 숯불을 만들어 고기를 구우니,

주대감이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천병헌친구 사진)

 

이날 텐트 속에서 밤을 지낸 사람은

손재완, 천병헌친구.

병헌친구는 그 추운 밤에 손을 호호 불어가며

삼각대도 없이 별을 멋지게 찍었다.

이번 여행기 속에는 친구가 찍은 사진이

더 있으나 일일이 명기를 안했다.

 

로키산맥과 인연이 깊은 동물학자이며 작가,

그리고 화가였던 사람이 있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Earnest Thomson Seton,

1860-1946)이 그이다.

 

어려서 대자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박물학자가 되려고 했으나, 화가가 되길 원한

아버지의 뜻에 따라 화가가 되었다. 화가로서의

가난한 생활 중에서도 로키산맥에 들어가,

야영생활을 하며 야생동물의 관찰에 힘을 써

동물기를 씀으로 세계적인 학자가 되었다.

 

 

시튼이 쓴 샌드힐의 수사슴을 보면, 한 겨울 깊은

산 속에서 벌어지는 쫓기는 사슴과 쫓는

사냥꾼의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냥꾼 얀은 눈 속에서 잠을 청하지만,

개처럼 되었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개처럼 얼굴에 털이 나고 털북숭이 꼬리가 있어

얼음장 같은 손과 발을 감쌀 수 있다면  하고

생각을 할 정도로 숲에서 보내는 밤은

진저리나게 추웠다.

겨울의 정령이 눈 위로 다가오고,

하늘의 별도 쩍쩍 갈라지는 것 같았고,

나무며 땅이 모두 혹독한 추위에

산산조각이 나고 있었다.

 

오랜 추격 끝에 그와 사슴이 얼굴을 마주 했을 때,

멋진 사슴은 이미 탈진 상태에 있었지만,

사슴은 조금도 움찔하지 않고 그 커다란 귀와

슬픔이 가득차고 진실된 눈으로 얀을 바라보았다.

, , 지금이라구! 바로 이 순간을 위해

그렇게 고생한 거잖아,”하는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라져 갔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동안 얀은 심경의 변화를 느끼고

 녀석의 생명을 빼앗을 자신이 없어졌다.

 

네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봐 준다면,

그래서 오늘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야수 같은 마음을 내 가슴 속에서

모조리 몰아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나면

마음의 창이 조금이나마 열리고,

현자들이 갈구하던 진리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을 거야. 나는 부처의 가르침을

깨달았어. 다시는 너를 만날 수 없겠지.

 

"안녕!”하고 얀은 사슴과 결별을 고했다.

 

 

1017일 아침에 눈을 떠보니, 침엽수림 위로

예쁜 분홍색 구름 띠들이 광휘를 발휘하고.

사막지대와는 전연 다른 풍경이었다.

, 자연의 신비로움이여.

기온은 물론 영하로 한참 내려갔고.

 

 

아침에 캠프화이어하기는 난생 처음.

 

 

아침햇볕으로 로키산맥의 품안은 따뜻해져왔다.

어디서 슬림 휘트맨(Slim Whitman,

1924-2013)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로키산맥에 봄이 오면(When it's springtime

in the Rockies ), 나는 그대 품에 돌아가리

(I am coming back to you)--

그러나 봄은 멀기 만했고.

 

10월 중순부터 5월 하순까지 우리가 가는 길,

트레일 릿지 로드(Trail Ridge Road)는 폐쇄.

이 길은 높이가 3,350미터 이상이나 되고

길이는 18키로 미터이다.

 

여름이 없는 산(Never Summer Mountains)

앞에서 주대감이 포즈를 취했다.

여름이 없는 산은 공원의 북서쪽 경계에 있는

로키산맥의 7개 산줄기를 말한다.

 

로키산맥국립공원은 여름철에 특히 인기.

그때는 캠핑장이 항상 만원이라고 한다.

여름이 없어 여름에 인기가 있는 산?

 

 

멀리 보니 Poudre호수 한쪽에서 오리

세 마리가 잔물결을 일으키며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예술가가 따로 없다.

 

 

드디어 높이 3,695미터에 위치하고 있는

썰렁한 알파인 방문자센터에 도착

센타 지붕의 위로는 흰 구름들이

멋진 유희를 벌이고 있었다.

 

 

센타는 문이 굳게 닫혔고, 'CLOSED FOR

SEASON'이라고 쓴 팻말이 썰렁하게 걸려있었고.

센타의 이곳저곳에는 눈이 왔을 때 적설량을

알 수 있는 긴 장대들만 멀대들

마냥 뻗쳐 있었는데, 눈이 오면 지붕이

안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우리는 강원도의 민둥산을 오르는

기분으로 센타의 뒷산을 올랐다.

입에서는 입김을 내면서 적막하고

차디찬 공기를 헤치며.

적막강산이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 게다.

 

 

위는 수목이 없는 툰드라지대, 이를 보호하자는

팻말이 꽂혀 있었다.

 툰드라지대 밑은 아한대성 수목이 자란다.

 

 

밑을 내려다보니 우리가 타고 온 패스화인더

그리고 승용차 두 대가 호젓하게

센타를 지키고 있었고, 부드러운 능선들

위로는 따뜻한 햇볕이 비추고 있어

로키산맥은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12천 피트(3,659미터) 정상을 훔쳤다.

콧등이 얼마나 시려 왔는지.

 

 

내려가는 길, 승용차 두 대는 언제 떠났는지

안 보이고, 하동에서 온 겨울 나그네가

무척이나 외로워 보였다.

 

 

센타의 아래 곳곳은 단단하게 결빙되어 있었고.

 

 

 

우리는 다시 트레일 릿지 로드

(Trail Ridge Road)를 달리며,

 

 

고산지대는 5월이 봄이라는데, 11월부터

4월까지는 기나긴 겨울밤이 이어지는 곳.

이곳의 자연은 혹독한 여섯 달 동안 자신의

기쁨을 아껴두었다가, 마침내 자신이 빚을

졌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갚는다고 한다.

 

잃어버린 여섯 달 동안 자라났어야할 온갖

꽃들이 한 번에 빛을 뿜어내어

그동안 밀린 기쁨을 보상한다고.

 

그리고 봄이 되면, 로키산맥의 동쪽에서

부는 건조하고 따뜻한 바람 치누크

(Chinook)는 봄의 소나기와 겨울의

눈을 몰고 온다고 한다. 그 바람은 이 넓은

고지대에 풀을 자라게 하고, 그 풀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자라게 한다.

 

 

3,700미터의 최고지점을 통과하여,

 

 

우리는 양지 바른 곳에 차를 세우고는

거인 같은 그림자를 늘어트리며,

로키산맥의 채색화를 들여다보았다.

 

 

한쪽에는 빽빽한 침엽수림이 들어서 있었고.

 

 

멀리는 설산을, 가까이는 햇빛에 붉어진

구릉을 둘러보다가, 10월 중순이면 통제되는

길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음에

무한한 감사를 드렸다.

그리고 내리막길을 달려 Estes Park

입구 쪽으로 나서니,

 

 

우리는 어느새 겨울에서 다시

노란 가을 속으로 와있었고,

 

 

마침 주말이라 입구에는 공원으로 들어오려는

차량행렬이 끝이 없이 줄을 잇고 있었다.

 

로키산맥(Rocky Mountains)은 우리에겐

행운의 산맥(Lucky Mountains)이었다.

눈이 내리지 않아 통행에 지장이 없었고,

긴 차량행렬에 지친 일도 없었으니까.

 

임목사와 미국인들의 참을성 있는 줄서기,

공직자들의 내려다보는 위압적 자세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누었다.

 

서양사회, 지금의 안정된 미국사회의

원류는 귀족주의이다. 농민 노동자 계급은

항상 줄서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고,

상류사회, 자본가에게 순응해온 것이

사실이 아니겠냐고.

 

죤 스타인벡(John Steinbeck, 1902-1968)의 

찰리와 함께한 여행을 보면,

그는 정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생각을 갖은 것 같다.

 

"정부는 사람을 너무도 미미하고 천한

존재로 만들어서, 자존심을 도로 찾으려면

무엇인가 애를 써야만 한다."

 

존 스타인벡은 찰리라는 애견을 데리고,

19609월에 시작하여 4개월간 30여개 주를

16천키로 이상의 자동차 여행을 했다.

자기가 기억하고 있는 미국과 현재의 미국은

갭이 있으니, 직접 나서서 미국사람,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 그리고 자연을

알아내려고 한 여행이었는데,

무엇을 알아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20일 정도의 짧은 여행을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언어도단.

 

 

로키국립공원의 지도를 보면, 우리는 좌측 최

하단에 있는 그랑레이크(Grand Lake)쪽으로

입장하여, 34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트래일 리지 로드(Trail Ridge Road)

통과하여 다시 34번 도로로 해서

우측 상단에 있는 Estes Park쪽으로 빠졌다.

 

콜로라도 강의 발원지(Trail Head)

좌측 상단의 34번 도로상에 위치해 있다.

우리는 그냥 모르고 지나쳐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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