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여름의 끝자락

난해 2020. 8. 22. 14:21

 

 

더운 여름의 끝자락

매미들은 울어대고

느릿느릿 읽던 책 한 권 베고서

스르르 잠든다

내가 찾아간 그곳은

꿈에서만 볼 수 있는

아침이면 까마득히 다 잊혀질

아득히 먼 그곳

(아티스트 김동률, 1974-)

 

 

 

 

지루했던 긴 장마 끝나니,

매미는 울고,

 

이 더위 어떻게 이겨낼거나.

 

 

 

 

8/19(수) 수요산행의 날이지만

친구들은 늙어선지, 더워선지 불참한다 하고,

 

용산역에서 7:27분발 열차표를 끊으려니

휴가철이라 그런지 기다리는 줄이 있었고.

 

노약자 매표창구에서 표를 끊으려니 줄에 서있던

서양인 둘이 새치기를 한다고 항의를 했다.

(용산역은 일반창구, 노약자창구가 따로 있음)

 

aged, disabled는 생각이 안나고,

for old people이라고 그들에게 콩글리시를

썼더니, 이해는 하는 모양이었지만, 좀 그랬고.

 

 

 

 

한강철교를 지나자니 붉은 띠를 두른 우리나라

세번째 높은 빌딩, 여의도 파크원타워가 지나갔다.

 

7월말 준공은 했지만 아직

정식 오픈은 않은 상태.

 

 

 

 

꽉 차지는 않았지만

젊은 승객들이 꽤 있었다.

 

 

 

 

단편소설을 보는 것도 좋은 피서법의 하나,

장편은 너무 지루하고.

 

11권으로 된 한양에서 간행된 한국단편문학.

끝권부터 읽어나가기로 했다.

 

11권은 김주영(1939-)씨만 빼고 모두 40년대생.

황석영, 조선작, 한수산, 김채윤, 이문열의 작품,

대표 단편 두 편씩만 실었고.

 

동년배이고 작품의 배경이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이라, 이해도 쉽고 재미도 있고.

 

 

 

 

이문열(1948-)의 '익명의 섬'은 좀 특이한 내용.

 

중년여성의 첫 국민학교(산골의 학교) 부임당시의

추억담. 부임시 자기를 유심히 쳐다보는 산골의

부랑자, 깨철을 대면하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

 

남편을 월남 보낸 후, 그의 육체를 그리워할

때였는데, 하루는 휴가 나온 남편을 만나기로 한

날, 그는 오지않고 허탈한 심정이었고,

 

때마침 소나기가 내려 피하려고 찾은 빈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깨철이 있었다.

 

 

 

 

 

부분적으로 파란 하늘이 보이기도 했지만

안개가 자욱하고, 무더위를 예고하는 징후.

 

깨철이 달려드는데 그는 남자의 모습으로 다가오고

그와의 정사는 남편에 대해 죄책감이 없었다.

그후 그는 그녀의 근처에 얼씬도 않았고.

 

마을에서의 깨철의 존재를 확인하는 얘기는

계속되고, 그녀의 후임으로 새로운 여선생이

오는 날, 그곳에도 그가 또 나타났다.

 

그는 씨족사회였던 동네여인들이 분출할 수 밖에

없는 비밀스런 욕구를 말끔히 처리했고,

 

밥을 얻어 먹는다던가 잠자리를 얻는데 전연

문제가 없었던 그는 사회의 필요악인 존재.

말하자면 익명의 섬.

 

 

 

 

 

8:57분 온양온천역에 도착하니

때마침 철로다리 밑에는 5일장이 열렸고.

 

 

 

 

아이들 좋아하는 자두를 샀다.

긴 장마 끝이라 물건은 변변치 못했지만.

 

 

 

 

역 건물 벽에는 아산의 인물로 선정된

이순신장군(1545-1598), 명재상 맹사성(1360-1438),

 

토정 이지함, 장영실의 부조상과 관련 자료가

나열되어 있다.

 

토정비결로 유명한 이지함(1517-1578)은 화담

서경덕(1489-1546)의 학문을 이어 받았고

이이, 정철과 교유한 정통 유학자.

 

그의 실용학풍은 유형원(1622-1673), 박제가

(1750-)로 계승되었고.

 

은거하면서 제자 양성에 힘썼지만

말년에 아산현감을 지내다 이질병으로 타계.

보령출신.

 

 

 

 

장영실(-1442)은 원나라 출신 귀화인.

어머니가 동래현의 기생이었기에 동래현의

관노였으나 그의 재주와 세종대왕의 배려로

 

종 3품까지 올랐다, 혼천의, 자격루, 측우기

등을 제작. 본관이 아산이며

묘소가 아산 인주면 문방리에 있다.

 

 

 

 

아산친구와 안면도 가는 길에

복숭아농장에 들려 황도 구입.

 

만원에 15개, 두 개는 현장 시식.

며칠간의 맑은 날씨로 맛이 들었고.

 

농장 모녀, 장마피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덤도 아낌없이 주었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안면도에 들어서 친구는 칼이 없다고

백사장하나마트에서 2천원 주고, 칼 구입.

친구는 서둘러 오느라고 잊어버렸다고.

 

편리한 세상, 2천원짜리 칼, 쓸만 했다.

 

 

 

 

안면도 삼봉해수욕장(태안군 안면읍 창기리),

솔밭에 그늘막을 쳤고,

 

 

 

 

일단 쉬면서 맥주 한 캔씩.

그 시원한 맛.

 

 

 

 

삼봉해수욕장의 남쪽.

여름끝이 되어선지 썰렁.

 

해수욕장의 길이는 3.8km, 폭 300m, 평균수심

1.5m. 놀기 좋은 곳. 사람 붐비는 꽃지보단

호젓해 우리에겐 안성맞춤.

 

북쪽의 튀어나온 삼봉의 괴암, 해당화,

솔숲이 명품.

 

 

 

삼봉해수욕장 남쪽으로 안면,

꽂지해수욕장 등이 있고

오른쪽은 천수만.

 

안면도는 안면읍, 고남면이 속하는 연륙도.

안면(安眠)은 조수가 편안히 누워 쉬는 섬.

 

국사봉(107m) 제외 100m이하 낮은 구릉의

리아스식 해안. 천수만에 연한 내안 역시 복잡.

 

조선 인조때 세곡 운반을 위해 운하를 팜으로

섬이 되었다, 1970 교량 건설.

 

인구 12천명 중 대부분은 농업 종사.

솔숲이 좋고 모감주군락은 천연기념물.

 

 

 

해수욕장 북쪽 끝에 삼봉이 있고,

 

 

 

 

외로운 나그네,

짝을 찾을 길 없고-

 

도원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8/15일(토) 광화문집회에 같이 참여했는데

내가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는 소식 듣고.

 

8/17일(월) 마나님과 딸들의 등살에 중랑구보건소

에서 검사를 받았다.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기관의 문자도 있었고.

 

목구멍, 콧구멍에서 검사시료 채취.

집회에 참여하였다 하니, 여직원이 사랑의

교회라 써넣었다. 나는 교회에 안나간다고

 

 

 

 

외로운 배와 갈매기.

 

항의했지만, 그렇게 써넣어야 검사료를 안낸다고.

검사료를 낸다고 했으면 될껄, 얄팍한 내 행실,

공짜라니 그냥 지나갔고.

 

집회에 참여한 사람이 모두 사랑의 교회신자인양,

그 중에 확진자가 많은 양 언론기관은 떠들고.

 

내가 보기엔 고교동문회, ROTC모임 등의

단체에서 온 사람들도 많았고, 자발적 참여자도

많았는데- 억지들이 참 많다.

 

검사를 받은 다음날, 음성이라는 연락이 왔는데-

하여튼 의료계통의 사람들, 수고가 많은 것은 인정.

 

 

 

 

해변의 전어 사체,

살이 통통 쪘다.

 

전어(箭魚)는 서남해안에 사는 근해성 물고기.

긴 등지느러미가 특징.

이제 슬슬 먹을 때가 안되었나?

 

옛 문헌에는 錢魚. 귀천(貴賤)이 없이 좋아하고

맛이 좋아 돈을 생각치 않고 좋아하는 물고기.

 

 

 

 

자세히 보니 죽은 전어들이 즐비.

날씨가 무더워서일까?

 

 

 

 

제법 바닷바람도 불고,

 

 

 

 

 

파도도 일고.

 

 

 

 

조그만 게들의 집, 사람이 있으면

얼씬도 안하고.

 

 

 

 

우리의 그늘막 아래의 솔숲 길,

얼마나 좋은지.

 

마음과 살이 찌는 것 같았다.

 

 

 

 

두꺼운 불판에 삼겹살 구우려니

쌀과 가스가 없었고.

 

친구가 차로 가게에 가서 비싼

햇반과 가스 사오니

불판에 불꽃이 안튄다?

 

차로 가서 라이터를 가지고 와서

드디어 고기를 굽기 시작했고,

나오는 기름에 햇반을 볶았다.

 

맛있는 지방산 삼겹살+타지 않은 햇반 누렁지+

친구마님의 오이김치+카스 한 캔+솔바람

천국이 따로 있나.

 

 

 

 

재완친구가 보내온 물안개 낀 흑천.

 

얼근해 져 푹신한 매트 위에

푸른 파도소리를 벼게삼아 누웠더니

스르르 잠이 들어

 

우리가 찾아간 곳은

아득히 먼 그곳.

 

한 시간 가량의 꿀잠.

 

 

 

 

그늘막 앞 솔길로 산보객들이 지나가고,

1시간 반 걸리는 솔숲길, 다음기회에 걸어야지.

 

중학동창이라는 네명의 여인들에게

맛있는 복숭아를 보시했고.

 

그리고 우리는 작열하는 늦여름 오후의 바다로.

 

 

 

 

갈매기통신을 받고 날아온 갈매기떼,

죽은 전어를 포식했고.

 

 

 

 

죽은 전어떼를 수거하는 이곳 번영회장과 친구.

'왜 바닷물이 어느 곳은 뜨겁고, 어느 곳은 차죠?'

'바다이니까요.'

 

 

 

 

우리가 꿈나라 갔다온 사이

바다는 만조가 되어 있었다.

 

 

 

 

당찬 번영회장님,

금새 버켓에 죽은 전어를 그득히 수거했고.

 

그녀의 빠른 걸음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다음날 연합통신의 보도에 의하면

이곳 해안에서 특전사 병력, 공무원들이

20톤의 죽은 전어를 수거했다고.

 

수질 오염이나 수온 상승으로 인한 폐사보다는

고기잡이배에서 버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날씨가 더워진 오후엔

물놀이 피서객을 볼 수 있었다.

 

 

 

 

요즈음 여자수영복은 비키니 보다

달라붙는 바지스타일이 대세라고.

 

 

 

 

8월말로 향하는 여름,

햇살은 따가웠다.

 

 

그늘막 걷고, 살림살이 주섬주섬 챙겨

출발한 때가 4시반.

 

 

 

 

천수만(淺水灣)을 지난다.

수심이 10m내외의 얕은 바다라 천수만.

 

태안반도 남단에서 안면읍, 홍성, 보령, 서산

사이로 남쪽으로 40km 길게 뻗은 만.

 

옛날에는 고급어종의 산란지이며 서식지,

그리고 철새도래지. 광천젓갈, 김의 주산지라

김, 굴 양식도 활발했었다.

 

1980년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간월호와

부남호가 조성되었고, 간척지 면적은 15천ha.

 

방조제 건설 이후 오염이 심해 새조개도

사라지고 수산물 생산량도 감소.

 

 

 

 

낚시터 좌대도 썰렁했고.

 

현대가 간척지에 벼농사를 대충대충 지을 때는

추수 후 남겨진 곡식을 먹으려 철새떼가 날라왔는데

 

개인에게 경작권이 넘어가자, 흘려지는

낟알도 없어지고, 철새들도 안온다고.

 

 

 

 

복숭아 좀 사가려고 농장에 다시 들렸지만

찌끄러기만 남아 포기하고.

 

역 근처 염소탕 잘하는 '예산출렁다리'를

들리려 했지만, 다음 차시간과의

간격이 너무 크고.

 

 

 

 

6:30분발 서해안 특별관광열차, 서해금빛열차를

타고 귀경. 오늘 같이한 아산친구에게

염소탕 대접도 못하고 헤어지자니 아쉽기만.

 

친구야, 고마웠다.

 

 

 

 

좀 있으면 저 들녁에 황금물결이 출렁이겠지.

 

 

 

 

7시 가까워지니 해가 넘어가려 하고.

하지가 지난지 두 달이 되어 간다.

 

 

 

 

 

다음날 그림 하나 그리며

광화문 집회, 코로나 얘기를 들었다.

 

어떤 모임에서 광화문 갔다온 사람 손들라 해서

손든 사람은 나가라 했다던가. 병균이 옮을가 하여.

항시 정부를 비판하던 사람들이 집회의 의미는 잊어먹고.

 

집회시기가 잘못되긴 했지만

친일하며 국민을 편가르고 제대로 된 정책 하나

펴지 못하는 정부는 어떻게 견제를 할 것인지.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발열체크, 방명록 작성,

의무적인 손소독을 하고 있지만,

 

수도권의 식당 등 대중이용시설은 옥천 청산면사무소

옆 선광식당처럼 언급한 엄격한 코로나 방지조치를

스스로 해야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가을, 겨울이 지나 새봄이 와

코로나도 없어지면

유정(1992-)의 '인생의 선물'을 따라 부르고 싶다.

 

 

'봄이면 산에 들에 피는 꽃들이 그리도 고운 줄

나이가 들기 전엔 정말로 정말로 몰랐네

 

내 인생의 꽃이 다 피고 또 지고 난 그 후에야

비로서 내 마음에 꽃 하나 들어와 피어있었네

 

나란히 앉아서 아무 말하지 않고 고개 끄덕이며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 하나 하나 있다면

 

나란히 앉아서 아무 말하지 않고

지는 해 함께 바라봐 줄

친구만 있다면 더 이상 다른 건 바랄게 없어

 

그것이 인생이란 비밀

그것이 인생이 준 고마운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