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석파정, 윤동주 언덕 등 인근을 맴돌았으나
이곳 산책은 처음.
국민학교시절 자문밖에 자두를 먹으러 갔을 때
지나쳤을런지 모르겠으나.
모처럼 전형적 여름날.
하늘은 파랗고 흰구름이 둥둥 흐르고.
자문밖은 종로구 신영동, 부암동, 구기동, 평창동,
홍지동을 말한다. 북한산, 인왕산, 북악산이
병풍처럼 둘러싸 풍광이 수려한 곳.
말하자면 창의문(북문)의 바깥 동네.
숲과 계곡이 울창한 이곳에 자줏빛 노을(紫霞)이
아름답게 내려앉아 창의문의 별칭이 자하문.
1623년 인조때 이문을 부수고
궁안에 들어가 반정에 성공했었다.
세검동초등학교(종로구 신영동)에서 내려
신영교를 건너 CU편의점 골목으로 진입.
고려때 세워졌다는 현통사를 지났다.
일직선 상에 나란히세워질 정도로
작고 아담한 절.
잘 가꾸어져 있어 비구니절인 줄 알았더니
스님의 독경소리가 낭낭이 퍼지고 있었고.
종로구 도심의 절인데
심심유곡의 사찰인양 들려오는 독경소리.
연과 수련은 수련(睡蓮)과의 여러해살이 수생식물.
개화시기는 연이 7-8월, 수련이 6-7월.
수련꽃이 좀 일른 편. 연꽃은 한낮에 오무라들고
수련은 낮에만 피고 밤에 닫히고.
30-50cm 연의 큰잎은 뿌리줄기에서 나온
긴 잎자루에 달리고 9-10월 까만 씨가 있는
연밥이 달린다.
5-10cm 수련 잎은 물위로 자라지않고
수면에 뜨고.
이절 범종각에는 불전사물의 법고가 없고
바닥엔 고양이가 피서중.
도심에 가까운 계곡이라
이름이 났나보다.
깨끗하긴하지만
계곡이라 부르기는 그렇다.
자연과 어우러져 도시의
삭막감이 없다는데 의의가 있을듯.
우측 하단 능금마을 옆으로.
옛날 능금마을엔 능금과 자두나무가 많았었고.
계곡과 못엔 개구리, 도룡뇽, 맹꽁이,
버들치, 가재가 있고
개도맹 서포토즈도 있다고.
도룡뇽은 우리나라에만 사는 한국특산종.
장마가 예상시에는 돌에 알을 붙여놓고
가뭄이 드는 경우는 물 속에 산란.
백사실 사랑터에는 정겨운 모자가 대화 중.
오성과 한음의 이항복(1556-1618)과 이덕형
(1561-1613) 그리고 이원익(1547-1634)은
임진왜란 때의 명재상들. 청렴하고 인간적이었고.
나이가 적은 순으로 일찍 타계했다.
오성네 감나무 가지가 옆집 권판사네 담을 넘어
열매를 맺었는데
하인이 감을 못따게하자 오성과 한음은
대감을 찾아 방문을 뚫고 팔을 들이밀어
누구의 팔이냐고 질문을 해 감을 따먹었고.
한 겨울 엉덩이를 돌절구에 얼린 후
잠자리에 들어 부인을 놀래키기도 하고.
백석동천, 능금마을 갈림길이 나오고.
둘러쌓인 동네, 백석동천은 국가지정 문화재.
다른 곳의 동천에 비해서는 별로.
이일대는 한때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사유지.
'난 말야
계절 중에
니가 제일 싫어
죽어라
죽어라
불볕으로 옷 벗겨
널브러진
험한 꼴
보고 싶은 거지
무방비로
몸 맡기는 걸
원하는 거겠지
강자의 쾌감을
즐기는 거냐
나쁜 새디스트
눈 흘기던
여름이
한마디 한다
가탈진 놈
나도
니가 싫어'
(공석진, 1960-, 여름)
멋들어진 관송루.
대부분의 연륜있는 부부는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한 당신.
잘 꾸며놓은 응선사.
응선다원도 운영하고.
환경지킴이 지정단체.
수암스님의 '살며 생각하며'
교도소에서 법문도 하는 스님.
그리움이 뻗어가는 능소화.
옛날에는 서울에선 보기 힘든 남쪽지방 꽃.
온난화의 지속으로
그 한계가 없어졌다.
7-8월 개화.
원각사 가는 길도 지나고
'마음의 정원' 가는 길도 지나고.
백사실의 자연도 좋지만
길거리 풍경이 더 좋다.
MBC드라마 커피프린스 촬영장소,
부암동 산모퉁이 카페.
청춘들의 사랑과 꿈을 그린
희망찬 이야기였다고.
북악산 오르는 길은 헐떡헐떡했었지.
입산시 요즈음도 주민등록증 보여줘야겠지.
북악산 1번 출입문.
북악산은 서울의 주산으로 높이는 342m.
주위에 2, 3, 4 출입문이 있고.
'그냥 괜찮아' 지나고
'소소한 풍경' 지나고.
이곳은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이 세운
별장, 무계정사가 있던 곳.
형님, 수양대군과의 경쟁에서 밀려 처형된 예술인,
안평대군이 이곳에서 읊은 문장,
'어느 밤 꿈에 춘산을 거닐다 무성한 숲속에서
도원을 찾았다. 전생에는 나의 산수였으리니
하늘이 숨긴 곳. 훔쳤다 웃지 말기를'
꿈 속 무릉도원의 이야기를 하며
안견에게 부탁한 그림이 몽유도원도.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무릉도원을 거닐었네.
목인박물관(목석원)으로.
마침 '꽃놀이 가자'라는 특별전을 하고 있는 중.
목석원은 인사동에 있던 목인(木人)박물관을
이곳에 옮겨 목석(木石)원으로 재개관한 것.
돌로 된 작품(문인석, 무인석 등)들이 추가되었다.
5천점이 훨씬 넘고
3천여평의 야외전시장을 갖추었고.
고교 후배, 장원산업회장, 김의광(1949-)이 주인.
화사함 그 자체이다.
사무실에서 제공한 커피 한 잔하며
임영웅의 노래도 듣고
더위도 식혔고.
그러고 보니 이곳은 한양도성 안.
남편은 무표정하고
색시는 새침하고.
제주의 석인들과 석물들이 있고.
특이한 표정의 노친네들.
둥글고 판판한 돌판 위에 그보다 작은 돌을
올려 옆으로 세우고 소와 말로
돌리게끔 하여 곡식을 찧는다.
이렇게 작은 것들도 있구나.
또끼, 너 뭐 하냐?
여인들을 놀라게 하고.
우물 속의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웬지 중국 것들이 싫어집니다.
악귀로부터 사람들을 수호하는 돌호랑이.
평온하고 순수하고.
가계도에 할아버지는 첩이 있고
막내외삼촌 여자친구는 선녀.
서로 별로인 것 같은 느낌.
아버님을 고향에 모실 때도 동네의 상여를 이용했는데,
달궁할 때 달궁질하는 형님들은
모르는 체, 더 많은 노잣돈을 요구했지.
그돈의 일부는 상여 운용하는 비용으로 쓰였겠고.
경주엘 문상갔더니 상주들은 대나무지팡이를
사용했었다.
곡도 하고 손님들에게 절도 하고.
동네 한 집의 담장 위에도 석물이 있고.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가자니
시원한 바람이 언덕을 올라온다.
어이 시원해.
게바위파스타+돌솥라떼파스타+시원한 생맥 한 잔.
뻥과자 바위 위의 꼬마게 몇 마리.
파스타 부드럽고 맛있고
맥주 한 모금 날 죽여줬고.
자몽차 한 잔.
땡볕의 7월 날씨에 11천보 산책.
더위를 느낄 수 없었던 멋진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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