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한탄강 주상절리길, 산정호수 둘레길

난해 2021. 7. 2. 18:05

6월 마지막날 9:30, 중곡역에서 

4명이 만나 포천 비둘기낭으로.
지난번 누여겨 두었던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돌고,
시간이 있으면 산정호수 둘레길도 돌기로.
 
 
 
 

천연기념물, 비들기낭 폭포는 지난 2월 

소이산 방문시와 같은 모습.
비가 많이 왔으면 시원한 폭포를 볼 수 있었겠지만.
 
폭포는 포천 영북면 대회산리, 
현무암 침식협곡에 위치하고
불무산에서  발원한 불무천이 흐른다.
 
비둘기 둥지모양이라 하기도 하고
비들기의 동굴서식처였다기도 하고.
 
유사시 마을주민의 대피시설이었으며
군인들의 휴양지였다.
 
주상절리, 판상절리를 보여주며
지질형상과정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
 
 
 
 

주상절리길은 구라이길 4km, 가마소길 5km,

벼룻길 6km, 멍우리길 5km
도합 20km. 전부를 도는데 5시간 소요.
 
우리는 가마소길을 왕복하고는
산정호수길을 걷기로 했다.
 
가운데 표시된 부소천은
산정호수에서 넘쳐흐른 물이 시원이 되어
파란 줄기의 한탄강에 합류.
 
 
 
 

비들기낭에서 멀지않은 4번 한탄강 하늘다리

2018. 5월 준공된 길이 200, 높이 50m의 다리.
제법 흔들림도 있고 유리바닥이 셋이나 되고.
이곳에 오르면 주상절리 협곡을 조망할 수 있다.
 
 
 
 

네 청년들

 
 
 
 
 

다리 중간의 쌓인 돌들이 잔잔함을 거슬리고

 
 
 

한탄강의 잔잔한 흐름

한탄강은 한반도 중서부 화산지대를 관류하는 강.
길이 135km. 북한지역 강원도 평강군 장암산에서
발원, 김화군 경계를 남쪽으로 흘러
 
철원, 포천을 지나고 연천에서 임진강으로.
한강의 제2지류이며 임진강의 제1지류.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6.25때 격전지.
위의 3개군 유역이 2020년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인증되었고.
 
6.25때 후퇴하지 못한 사람들, 궁예의
한탄이 서린 강이지만 명칭은 
크고 넓은 강이란 뜻.
 
 
 
 

세개나 되는 유리바닥

지날 때 겁을 먹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나무계단을 오르내리고

포천은 삼국초기에는 백제, 고구려 마흘현,
신라때는 견성군.
 
양길 세력권이었던 지역이 궁예의 태봉을 거쳐
고려때는 왕건의 지지기반이 되었다.
 
1914년 영평군과 포천군이 합쳐졌고.
인구는 147천 명.
 
이동막걸리, 인삼제품제조, 이동갈비-
공업화가 상당히 진전된 도시.
 
백운산, 광릉수목원, 산정호수와 명성산 등
광주산맥 지맥이 이곳을 지난다.
 
 
 
 
 
 

가마소길을 걸으면 비들기봉-하늘다리를 연결하는

마당교(광장교)를 건너야 하고.
길이 58m, 높이 16m. 2016년 7월 준공.
마당소에 설치되어 마당교.
 
기둥 위에 비들기 두 마리.
모양이 괜찮은 다리.
 
건지천을 가로 지르는 출렁다리.
 
 
 
 

바람이 부는 시원한 벌판

한쪽엔 루드베키아 무리.
북아메리카원산의 국화과 초본.
 
이젠 흔한 꽃이 되었다.
서부개척시대, 백인장교와 사랑에 빠진 인디언
추장의 딸, 집에 돌아와보니
 
과격파 부하에 의해 장교는 살해되었고
동네는 폐허가 되었다.
 
처녀가 장교를 기다리다 죽은 자리에
이꽃이 피었다고. 꽃말은 '영원한 행복'
 
 
 
 

3개 부분으로 포장된 무대 마당

빠깥부분은 소금밭 같기도 하고.
 
 
 
 

작고  아담한 다리도 지나고

 
 
 

황금꽃을 피우는 모감주나무

열매로 큰스님의 염주를 만드는
Golden Rain Tree.
 
 
 
 

큰까치수염꽃도 피었고

앵초과에 속하며 6-8월 개화.
흰색의 작은 꽃들이 까치수염을 만든다.
 
까치에 정말 수염이 있나.
조상들의 해학이 들어있는 꽃.
 
 
 
 

되돌아오는 길, 하천으로 내려가

간식도 하고, 족탁도 하고.
한여름이 되었는지 물은 시원한 맛이 없었다.
 
 
 
 

다시 주차장으로 이동, 근처에 있는 전망대로

 
 
 
 

조금 전에 가보았던 공연무대

야외에 노출된 시원한 무대.
인근의 흰 개망초 무리.
 
 
 
 

북아메리카원산 국화과 잡초, 개망초

농부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잡초이지만
고향을 그리워하는 풀.
 
 
'눈치 코치 없이
아무데서나 피는게 아니라
개망초 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 꽃을 개망초 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 꽃은 핀다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안도현, 1961-, 개망초 꽃)
 
 
 
 

먹구름이 끼어가지만

시원한 바람 부는 산하.
 
 
 
 

전망대에서 내려와 산정호수로

흥구친구 가까운 거리를 귀신에 홀렸는지
미국 특수부대를 지나 크게 한 바퀴 돌아 
산정호수 하동주차장으로.
 
이동숯불갈비 궁예가든에서 왕갈비탕.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소나기가 퍼부었고.
그 시원함에 우리는 쾌재를 불렀다.
 
 
 
 

곽재구(1954-)의 소나기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이를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빗줄기가 약해지자

음식점 낙천지(樂天地)에서 명명된 낙천지(落天池)로.
 
 
황순원(1915-2000)의 '소나기'는 사춘기 소년 소녀의
슬픈 첫 사랑을 그렸다.
 
 
 
 

낙천지는 한탄강 지류 부소천 발원지

제방에서 넘친 산정호수 물이 
발원지가 된다.
 
 
김유정(1908-1937)의 '소낙비'에선
흉작과 빛에 쪼들린 춘호는 아내를 때려
돈을 구해오라고 내보냈고.
 
소낙비를 만나 밤나무 밑에 피하고 있던
아내는 마을부자 이주사에게 몸을 맡기게 된다.
 
2원을 얻어 빚도 갚고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춘호는 아내를 곱게 치장시켜
이주사에게 보내게 되고.
 
 
 
 

언덕을 오르고 다리를 건너

 
소나기는 답답한 마음을 뻥 뚫어주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불행이 되었던 행복이 되었던
어떤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추억을 만드는 계기도 되고.
이날 우리에게도 일어난 일이지만.
 
 
 
 

새로 만든 수변테크길을 걸었다(좌측길)

2,3년 전 일인가,
아산 공세리 성당에서 억수 같은 소나기를 맞았다.
 
피할 사이도 없고
옆의 완전치 않은 그늘막으로 피했고
 
아산친구 빗속을 뚫고 차에서 우산을 꺼내왔는데
친구를 우선 차로 피하게 하지 않고는
 
마침 같이 비를 피하고 있는
두 젊은 여인을 우선 대피시켰다.
홀딱 비에 젖은 나와 또한 친구.
 
남정네는 믿을게 못돼.
친구도 믿을게 없고.
 
 
 
 

이렇게 운치있는  둘레길은 처음

오랜만에 찾은 산정(山井)호수. 서울에서 72km.
1925년 건설된 영북농지개량조합의
관개용 저수지.
 
천연암벽을 이용 제방을 쌓았다.
북쪽엔 명성산, 남쪽에는 관음산,
서쪽에 망부봉이 있고.
 
옛날 이곳 할머니한테 산 두릅은
생애 최고의 맛.
 
여러번 왔지만 서울지역 직장팀에서 온 기억이 
새롭다. 사무소장, 여직원 각각 1명씩 참석.
 
총각때 같이 일했던 미스하도 만났는데
그때도 싱글. 얼굴은 옛 그 모습 그대로.
 
야간 모닥불 지펴진 모임에서
'시월의 마지막 밤'을 독창으로 불렀었다.
가을이었던 것 같다.
 
 
 
 

비안개가 산을 넘는 비경은

수시로 변했고.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는 멋진 풍경.
 
오른쪽 봉우리는 망봉산(363m).
명성산 줄기도 멋있고.
 
 
 
 

소나기 쏟아지는 날

오래도록 행복하다, 너와 나.
 
 
 
 

누군지 모르는 한쌍

누구 팔이 누구 팔인지.
 
 
 
 

왼쪽 수변길, 거의 끝에 자리잡은

한옥건물의 갤러리 카페, 가비가배.
포천 영북면 산정리.
 
주차장도 있고.
가비나 가배 모두 커피를 나타내는 말.
 
 
 
 

이 카페의 월유정(月遊亭)

달이 누워있고.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창으로 보이는 산은 망무봉(442m).
궁예가 왕건이 오지않나 감시한 봉우리.
 
갤러리가 문을 닫았으니 커피값을 싸게
해달라 했더니, 이쁜 여직원 웨하스 몇개
슬그머니 갖다주며 딴분들에게 얘기하지 말라고.
 
쎈스가 있는 아가씨.
 
 
 
 

둘레길을 되돌아올 때는

수변테크길 위에 있는 호젓한 오솔길로.
산정호수둘레길을 한 바퀴 도는 것은 
시간상 제약이 있었고.
 
 
 
 

왼쪽에는  명성산 줄기가 뻗어 있고

명성산(鳴聲山, 922m)은 철원 갈말읍과
포천 이동면, 영북면 사이에 있다.
 
명성산은 울음산.
궁예가 왕건에 쫓기어 피신, 1년 후에
피살된 곳.
 
그때 산새들도 슬퍼했다고.
산정호수에 면해있는 자인사는
궁예가 머물렀던 암자가 효시.
 
5만평 억새가 유명. 몇번이나
이산을 찾았어도 정상 정복을 못했다.
한번은 등정해 보아야지.
 
 
 
 
 

명성산의 멋진 자태

십년이 더 되었나,
이절의 행사날, 멋진 승무를 보았던 
기억이 생생.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우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방울이야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조지훈, 1920-1968, 승무)
(사진: 유스티나 사랑채)
 
 
 

비를 즐기러 나온

어린 두꺼비 한 마리.
 
 
 
 

자귀꽃에 앉은 호랑나비(제비나비)

콩과의 자귀나무 작은 잎은 두줄로 서서
마주보기로 도열. 밤에는 마주보는 잎들이
겹쳐 잔다. 남여가 사이좋게 잠자는 모습.
 
그래서 야합수, 합환수라 불리우고.
6-7월 연분홍색 우산모양 꽃을 피우며
정원수로 많이 심겨진다.
(박상진교수)
 
무늬박이 제비나비는 애벌레때는 머귀나무, 
산초, 탱자, 귤나무 등 운향과 식물을
갉아먹지만
 
5, 9월 연 2회 나비가 되어서는
자귀나무, 엉겅퀴, 누리장나무 등의 
꽃에서 꿀을 딴다.
(송국 담양에코센터장)
 
류흥구친구는 떼를 지어 자귀나무에
앉은 이 나비들을 보았다고.
 
 
 
 

좌변 길을 내려와서

끝부분에서 우측 길로 내려오니
궁예(-918)의 동상.
 
신라말 반란군 두목이 된 신라왕자는
스스로 나라를 세우고 자칭 미륵불이라 했다.
 
궁예의 나라 태봉은 강원, 경기, 황해, 충북을 
차지했고, 고려건국의 바탕이 된 나라.
 
태어날 때 국가에 이롭지 못할 인물이
될것이라 하자, 왕은 아이를 죽이려했는데
 
유모가 몰래 아이를 빼가는 과정에서
그녀의 손가락에 찔려 애꾸가 되었다 한다.
 
 
 
 

우리는 낙천지쪽으로 내려오지 않고
김일성별장자리를 지나 초록선의
길로 하산.
 
길가의 마음 좋은 아주머니,
시원한 샘물을 제공하여 목을 축였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햇살은 다시 비추었고.
우리나라, 이젠 아열대 나라가 되었다.

이날 걸은 거리는 19천보.
 
 
 
 

구리-포천 고속도로 덕에

한 시간 정도 걸려 집에 돌아왔다,
출퇴근 시간인데도. 좋은 세상.
 
친구들 덕에 멋진 하루 여행이 되었고.
소나기여행? 갑자기 이루어진 여행.
 
흥구친구를 비롯 고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