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앵봉산을 걷다

난해 2022. 4. 3. 15:25

4/3(토) 10:30 구파발역에서 네 친구 모여

은평둘레길 2코스 앵봉산생태길과

1코스 봉산해맞이길의 일부를 걸었다.

 

쌀쌀했던 하루 전과는 달리 완연한 봄날.

진달래가 이곳 저곳 피었고

우리는 겉옷을 벗어젖혔고.

 

 

 

 

상전벽해가 된 구파발역

80년대 중반만해도 시골이었는데-

농협대학시절, 지하철 3호선이 갓 개통되어

구파발-양재 간을 달리던 때,

 

출근시 구파발역에서 스쿨버스를 

기다리곤 했다.

 

북쪽이기도 해서 이북과의 긴장감도 있었고

이곳 집값도 형편 없던 때.

 

구파발은 조선중기 공문서를 전달하기 위한

파발역에서 유래. 덕수원이란 숙소가 있었고

주막, 대장간이 많았다고.

 

 

 

 

 

 

 

 

 

은평둘레길은 총 5코스에 24km

앵봉산을 오르는 2코스,

봉산을 오르는 1코스를 마치고

증산역에서 지하철을 탈 예정이었으나

 

앵봉산을 올라 봉산 옆 봉수대 밑까지 걸어

14천보를 걸었다.

 

은평구 증산동은 이지역에 있는 삼각산

지맥의 산봉우리 모양이 시루처럼 생겨

증산(甑山)이란 이름이 붙었고.

 

한강물이 범람하면 마을에 들어찬 물이

시루에서 물이 빠지듯 빠져나갔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은 재물이 모이지않아

시루증(甑)자를 비단증(繒)자로 바꿨다고.

 

 

 

 

납골생태공원을 지나고

남쪽 입구에는 조선시대 궁궐에서 일하던

분들의 묘를 지키던 석물이 있다.

(김영윤의 여행보따리)

 

 

 

 

앵봉산 보덕사(은평구 진관동)를 지나고

보덕사란 이름의 절도 많다.

영월 보덕사에는 17세에 세상을 뜬

단종(1441-57)의 어진이 있고.

 

 

 

 

 

산수유꽃도 활짝

 

 

 

 

운파당, 설파당이란 당호를 가진 스님도 많고

파(坡)는 언덕 파.

 

 

 

 

 

강원도 고성 건봉사의 운파당대사 부도비(1730년 건립)

비문은 영조때 영의정까지 오른 명문장가이며

청백리였던 이의현(1669-1745)이 지었다고.

 

그가 파직되어 촌늙은이로 양주에 머물 때

건봉사의 쌍식이라는 스님이 찾아왔다.

운파당의 비문을 청하려고.

 

"속세를 버리고 산에 사는 사람은 

어떤 것도 구애되는 일이 없을텐데

나를 찾아와 고역스럽게 하시는고?"

 

"불교는 무위로써 구애되는 일, 구하고자

하는 것도 없습니다. 허나 부처의 길을 열어서

밝혀 전함은 법문이 폐하여 없어져야 할 것은

 

아니기 때문이기에 저의 스승의 발자취를 

비석에 새겨 선생의 말씀을 얻으러 왔습니다."

 

"나는 유자이니 부탁들어주기 어렵네"

그래도 스님은 돌아가지 않기에,

 

"스승은 어떠한 사람이길래 스님의

감동이 이리 깊은고."

 

"휴정, 유정, 송월당을 잇는 허곡대사의 

제자, 청안(淸眼)이요 호는 운파입니다." 

 

"허무적멸을 불도라 하며 살아 있음은 

거짓이요, 죽음이 참됨이라 하니 마땅이

살아 있을 때 유와 무를 들어야하지

 

죽은 뒤에 널리 떨쳐 오르게 함은 크게

기뻐함이 아닐세."

(강원도 고성문화원, 건봉사의 역사적 발자취)

 

 

 

 

생강나무꽃은 몽실몽실

산수유, 생강나무는 이른 봄에 꽃을 피우지만

 

산수유는 층층나무과, 탱탱하고 빨간 열매는

정력강장제, 한때는 일본으로 수출하여 

돈이 되었던 나무.

 

생강나무는 녹나무과, 흑자색 열매는

기름을 짜 동백기름 대용으로 쓰였음.

 

두 나무 모두 노란꽃을 피우나

산수유는 꽃대가 길고, 생강나무는 짧아

생강나무꽃이 몽실몽실한 느낌.

 

 

 

 

진달래는 활짝

개나리는 피려고 폼을 잡고 있고.

진달래가 피어야

봄이 왔음을 실감.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눈사람처럼 커지고 싶던 

그마음 내마음

 

아름다운 시절은 꽃잎처럼 

흩어져 다시 올 수는 없지만

잊을 수는 없어라'

(이용복, 1952-, 어린 시절)

 

 

 

 

 

따뜻하고 호젓하고

부드러운 앵봉산 길.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향수를 생각케 하는 1930년대 대표시인,

정지용(1902-1950), 옥천이 고향.

 

일본문단에도 알려졌던 그는

어찌 좌익단체에 속하게 되고

6.25때 납북되고 생을 다했다.

 

 

 

 

가장 먼저 연초록빛을 내품는

나무는 무슨 나무?

다음엔 자세히 살펴보아야 하겠지.

 

 

 

 

엄마는 지나는 어른들에게 인사하라고

초등학교 1학년 아이한테 가르치고

아이는 귀엽게 인사하고.

 

 

'설레는 봄바람이 아롱이며 피어날 때

사람이 그립거든 , 그대여 기차를 타라

보고픈 마음 하나로 모든 것을 용서하며'

(김민정 시조시인, 1959-, 사람이 그립거든)

 

 

 

 

곳곳에 진달래, 벤치

연두색 담장은 서오릉 경계.

 

 

 

 

꾀꼬리가 많다는 앵봉산(235.1m)

은평구와 고양시 사이.

주변에 서오릉, 지축역, 구파발역.

 

매봉은 잘못된 표시이겠지.

매 응(鷹)자가 아니고 꾀꼬리 앵(鶯).

 

 

 

 

자연이 보낸 솔잎 엽서

사랑한다고.

 

리기다소나무의 북한 이름은 삼엽송.

세 잎이 뭉쳐 난다.

 

 

 

 

올해 처음 본 오랑캐꽃

제비꽃과에 속한 다년생풀.

제비가 돌아올 무렵 피는 꽃.

 

그리스 양치기 소년 아티스는

아름다운 소녀 이아를 사랑했는데

비너스는 못마땅했고.

 

아들 큐피드를 시켜

이아에겐 황금화살, 아티스에게는

사랑을 잊게하는 납화살을 쏘게 했다.

 

아티스는 이아를 모르는척했고

이아는 슬퍼 죽어 무덤엔 제비꽃.

 

 

 

 

이곳에도 연초록 나무

 

 

 

 

앵봉산생태놀이터를 오르고

 

 

 

 

서오릉로 개통으로 단절된 봉산과 앵봉산을 연결하는

녹지연결로를 건넜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도 힘든 일도,

행운도 명예와 영광도.

 

랜터 윌슨 스미스(1856-1939)는

미국의 시인이자 음악가이며

목사의 아내.

 

페르시아왕이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오라 하니

 

반지를 가지고 왔는데

이 글귀가 반지 안에 써있었다 하기도.

 

 

 

 

우리는 봉산 봉수대 밑까지 갔다가

이름없는 꽃도 보고

새로운 길도 걷고

수국사(守國寺)쪽으로 하산.

 

 

 

 

수국사 대웅보전

1992년 온통 금칠을 한 황금사찰,

내 입맛에는 안맞는.

 

1459년 세조가 어린 나이로 죽은 세자,

덕종(1438-1457, 성종의 아버지)이 어린나이로

죽자, 영혼을 달래기 위해 창건한 절.

 

단청의 아름다움이 봉선사와 쌍벽을

이룬다 하나-

 

 

 

 

대웅보전 내부

절이 급하게 지어지자

1471년 인수대비가 중창을 명했다고.

 

인수대비(1437-1504)는 세자빈이 되어

궁궐에 들어갔으나 남편이 일찍 죽고

 

아들인 성종이 왕위에 오르자

인수대비가 되었다.

 

그녀는 유교경전에 능통했으나

불교 옹호론자이었고

 

손자 연산군(1437-1504)의 할머니였으나

손자와 갈등이 있었고.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복장유물은 보물

이불상은 고려후기의 것으로

다양한 복장유물이 발견되어

제작연대를 추정할 수 있었다고.

 

세조때 지은 절인데-

불상은 어디 있던 것이 이절로 왔는지.

저절로?

 

지난 3월에 방문한, 마음에 드는 절,

서산 문수사의 금동여래좌상에서도

복장유물이 나왔었다.

 

 

 

 

대웅보전 앞에 있는 꺽다리 산수유나무와

그밑의 자그마한 생강나무가 꽃을 피우고.

두 나무 꽃을 비교하며 관찰.

 

우리는 서오릉로를 걸어 구산역 사이에 있는

불광골정육점 토종한우식당에서

두툼한 삼겹살에 빨간 딱지.

 

점육점 식당의 고기는 영우친구 말대로

역시 맛있었다.

 

태욱친구가 쏘았고.

 

 

 

 

구산역, 증산역 모두 생소한 이름

알고보니 6호선의 역들.

내가 사는곳은 6호선의 종점, 봉화산역.

 

응암역에서 완웨이가 되어 역촌역, 독바위역,

연신내역 등으로 한바퀴 돈다.

 

우리는 구산역에서 상차.

손님이 많았는데

연신내역에서 우르르 내린다.

 

 

구산동은 마을 건너편 산이 거북이 형상이고

이산에 있는 거북받침의  인조별서유기비

(仁祖別墅遺基碑)에서 이름이 유래.

 

인조(1595-1649)가 반정으로 왕위에 오르기

전 머물렀던 별서에 있는 기념비(보물).

 

 

다음에는 증산역에서 모여

봉산을 올라야지.

 

 

 

 

Tammy Wynette(1942-1988), 미국가수

 

글을 쓰고 있으려니 그녀가 부른

'Help me make it through the night'를

이상영선배가 보내왔다.

 

타계한 지형친구가 좋아했던 노래.

 

 

'리본을 풀어주고 이리와 내곁에 누워요

그리고 이 밤 보낼 수 있도록 해줘요

 

누가 옳든 상관없고

내일은 악마가 가져가도

오늘밤 친구가 필요해요

 

홀로 있는 건 슬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