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박수근미술관 그리고 펀치볼둘레길

난해 2021. 6. 11. 22:31

6/9(수) 7:30 중곡역을 출발, 구리암사대교를

건너 양구가는 길,

 

롯테타워 모양이 볼수록 안좋다고 했더니

재춘친구는 볼수록 멋있다 하고.

 

 

 

소양강은 유유히 흐르고-

양구 박수근미술관 방문은 세번째.

2019. 10월에는 동창회 가을행사로 방문했었다.

 

청춘열차를 타고, 춘천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미국에 있는 고광해친구를 포함 37명 참석.

 

 

 

눈에 익은 배후령터널(길이 5,057m),

춘천 신북읍과 화천 간동면을 이어준다.

2016년까지만해도 국내 최장터널.

 

이제는 인제양양터널에 이어 율현터널(수서-평택)이 

50.3km로 국내 1위.

대한민국 대단하다.

 

 

 

화천 오음리 가는 갈림길도 나왔고.

군시절 유격훈련 받던 곳. 구보하다 넘어져

남은 무릎상처가 아직도 남아있다.

 

한적한 산길을 걸어 추곡약수터

(춘천시 북산면 추곡리)로.

 

이곳 가는 길엔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의

발생지라는 비석도 서있고 사명산 기슭에

자리잡은 추곡사로 가는 갈림길도 있다.

 

이제 장수하늘소는 광릉숲에서만 볼 수 있다고.

 

사명산(四明山, 1198m)에 오르면 춘천, 화천

양구, 인제 네 동네를 볼 수 있다해서 사명산.

 

파라호, 소양호가 한 눈에 보이고

오봉산 청평사도 보인다고.

 

추곡약수에는 상탕, 하탕 둘이 있는데

우리는 상탕에서 철분이 있는 탄산약수

한 모금하고 다시 길 떠났다.

 

 

양구에 들어서자 산양이 휙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앞차로 온 친구들도 보았다고.

 

10시 못되어 박수근미술관(양구읍 정림리)에

도착하니 멋진 나무 한그루,

 

포항에서 온 차건동친구,

코로나로 네팔트래킹을 못해 몸살이 나있는 친구.

 

변함없이 활달한 해여사,

 

강남에서 출발한 세 친구가 

우리를 반겼다.

 

미술관은 10.17일까지 이건희회장의 뜻을 이어

홍라희여사가 기증한 유화 4점, 드로잉 18점을

전시하는 특별전을 열고 있는 중.

 

 

 

양구가 고향인 미남 박수근(1914-1965)은

 

'예술은 고양이 눈빛처럼

쉽사리 변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깊게 한 세계를

깊이 파고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벌은 없었지만 국전심사위원도 거쳤고

자신만의 마티에르기법을 개발했고.

 

1945년 평안남도 도청 서기직으로 있을 때

전재혁친구의 아버님도 같이 근무히셨다고.

 

 

 

딸 인숙(1944-)과 함께.

그녀는 중학교 교장 퇴임 후 시니어모델로 활동 중.

딸, 아들, 외손자 3대가 화가.

 

 

 

한가한 날(閑日).

해외에 반출되었다가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낙찰, 국내로 다시 들어온 작품.

 

 

 

아기 업은 소녀.

경매에 출품되지 않아 희소가치가 높은 작품이라고.

 

 

 

농악.

1965년 박수근 유작전에 출품되었던 작품.

 

 

 

마을풍경.

'농악'과 마찬가지로 1965 유작전에 출품된 작품.

 

그의 유화는 독보적 마티에르기법에

드로잉선의 미학이 조화를 이룬다.

 

단순 평범한 사람들의 이미지를

한국적 정감으로 그렸고.

 

 

 

마을풍경(드로잉).

그의 그림엔 항상 나목이 등장.

 

 

 

미8군 초상화부에 취직, 박수근을 만난 박완서.

(1931-2011). 그녀는 박수근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고향은 황해도 개풍군.

 

 

 

박수근부부를 소재로 한 나목.

그녀는 이소설로 등단을 했고

그녀가 가장 사랑한 작품.

 

 

 

종이에 수채화로 그린 '정물'

정감어린 노란 세상이다.

미군에게 그려줬던 초상화를 보고싶다.

 

현재 미술관이 소장한 박수근의 작품은

유화 17점, 드로잉 117점.

 

 

 

미술관 2층을 돌아보니

마음이 훤해졌다.

 

홍나희여사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자작나무숲도

사람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고 있고.

 

 

 

현대미술관에선

제5회 박수근 미술상 수상작가 임동식(1945-)전이

열리고 있다. 충남 연기출신 작가.

 

 

 

할아버지고목을 주제로 한 작품들.

주위에는 할아버지들이 감상을 하고 있고.

 

 

 

아래층을 보니 유치원생들이 뛰놀고.

이 아이들은 아기 업은 소녀, 빨래터 등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작가의 고향, '원골에 별이 빛나는 밤'

 

 

 

원골의 여인.

 

 

'당신의 나이도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고

당신 웃음 속의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눈물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에릭 헨슨의 '아닌 것')

 

 

 

어린이 미술관 기획전시실 1층에 있는

양구출신 김용철(1949-)작가의 '꿈꾸는 징검돌 화가 박수근'

 

 

 

김용철의 박수근표 마을

 

 

 

기획전시실 2층에는 

박수근이 그린 고구려이야기의 호동왕자,

그 옆에는 부인 김복순여사가 쓴 글이 있고.

 

자녀를 위해 그리고 썼던 교육자료이다.

 

 

 

양구읍 동수리에 있는

양구 인문학 박물관으로.

 

이곳에는 철학의 집 이외 안병욱교수 묘,

그의 절친 김형석교수의 가묘가 있다.

 

두 분 다 실향민.

 

 

 

안병욱교수(1920-2013)가 역설한

젊은이의 다섯 가지 자본.

시간, 정력, 감격성, 이상주의, 용기.

 

요즈음 젊은이들 용기가 있을까.

아니 그럼 지식인들은?

우리는?

 

나라는 형편없이 망가지는데-

 

 

 

안교수의 저서들.

그는 평남 용강 출신으로 평양고보, 와세다대학을

나왔고, 숭실대 철학과 교수를 역임.

 

 

 

일이층 사이에 걸려있는 '두 구름',

소나무 사진작가 김종호작품으로

김형석교수가 기증한 것.

 

두 구름은 안병욱교수와 김형석교수.

 

 

 

'여기 나뭇가지 아래 빵 한 덩이,

포도주 한 병, 시집 한 권- 그리고 당신이

내 옆에서 노래 부르니-

황야도 천국이 되네

(오마르 하이얌, 1048-1131, 루바이 11)

 

 

 

김형석교수(1920-)의 사랑과 인생.

 

'인생에서 최대 비극은 죽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일을 그만두는 일'이라고 서머싯 몸이 얘기했지만.

 

현정권에 대해서도 할 말을 하는 김형석교수는

평남 대동이 고향. 연대교수로 봉직.

 

사랑이 없으면 100세 인생도 없었고

지금까지도 사랑을 하시는.

 

중고시절 강당에서 교수님의 말씀을 들었다.

벌써 60년 가까이 되었나.

 

 

 

양구읍내에 있는 '풀향기'에서

산채정식에 청국장.

 

그리고 펀치볼둘레길을 걸었다.

 

국가숲길 1호라고 자랑하는 73km의 둘레길.

오유밭길, 먼멧재길, 민대벌판길,

평화의 숲길로 구성됨.

 

우리는 21.1km의 오유밭길 일부를

2시간 반 돌았다.

 

 

 

해안면 만대리에 있는 자생식물원이 출발지.

 

이길을 걸으려면 양구 통일관에 사전 신청을 하고

당일 방문을 하면 숲길체험지도자가 배정된다.

현지로 이동, 트래킹을 시작.

 

전지역이 민통선 안에 있어 특별 통제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한 코스를 하루에 돌기도 어렵고

전 코스를 도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

 

이날 우리팀에 지도자 외 두 명이 따라붙었다.

 

 

 

해안면 오유리에 있는 숲길.

 

 

 

숲길로 들어서니

한 여름 같은 더위는 저리 가고,

신선한 그늘 바람이 불어오고.

 

 

 

20m 키의 피(皮)나무.

우리나라 절에 염주나무로 심는 보리수.

열매로 염주를 만든다.

 

잎은 하트형. 밀원식물(bee tree)로도 심고

나무껍질을 끈 등으로 이용하는 등 쓸모가 

많은 나무.

 

줄기는 회갈색.

 

 

 

나무계단길이 적지 않다.

그냥 산길로 놔두었으면 좋으련만.

 

 

 

첫번째 전망대에서.

 

해여사는 하루 종일 우리와 함께 했다.

박수근미술관 해설사로 짬을 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터인데.

 

그녀의 남편 사랑도 본받을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한 달에 한 번은 남편과 같이 트레킹을 한다고.

 

우리친구들의 정다운 모습을 두세번 본 터라.

그리고 가정형편이 좋아 학력들도 좋다고 하고.

 

우리 중에도 고교 등록금을 못내

담임선생님에게 혼난 친구가 있는데.

 

 

 

난초과의 은대난초(30-50cm의 키).

흰색꽃이  5-6월에 피는 여러해살이 풀.

은난초는 모양이 비슷하나 키가 작다.

 

양구는 태백산맥의 분수령이라

서부, 동부의 식생계의 경계.

따라서 희귀 동식물이 많고.

 

 

 

앞서가는 친구들.

민둥산이 된 이유가 있겠지.

 

 

 

멋있는 자태의 부부소나무, 돋보였다.

 

 

 

맨좌측에는 가칠봉(1,242m).

 

을지전망대(1,049m, 해안면 후리)가 보였고.

군사분계선 1km 남쪽 지점, 가칠봉 능선에

자리잡음. 코로나로 휴관 중.

 

이곳에서 금강산 비로봉, 내금강을 볼 수 있고.

 

전망대 앞에서 이북처녀들이 벌거벗자

남측에선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했다나.

 

가운데 뒷쪽엔 향로봉(1,296m, 고성과 인제 사이).

 

 

 

계단길 내려오니 함박꽃나무 꽃이 지기 시작.

산목련이라고도 불린다.

이북에선 목란이라 불리는데 이북 국화.

 

목련과 작은키 나무. 5-6월 향기나는 흰꽃이

밑을 향해 핀다.

 

 

 

처음 본 분홍찔레꽃.

장미과의 낙엽관목. 들장미.

향기가 좋아 향수의 원료로 쓰이고.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고향, 이해가 된다.

 

 

 

방어벽을 넘어-

 

한반도의 배꼽이라는 양구의 인구는 24천명.

울릉, 영양, 장수 다음의 작은 군.

5개 읍면이 있다.

 

옛날 낙랑의 땅이었고 고구려때 지명은 요은홀차.

6.25전에는 이북땅이었으며 주요 격전지가 많다.

 

이곳은 백자의 본고장이었으나 고려시대부터

광주분원으로 이어졌다 하고.

 

북쪽으로 금강산 가는 길이 있고

양구사과, 양구시래기가 명품이 되었으며

박수근 외 이해인수녀가 이곳 출신.

 

해여사말로는 2사단이 해체되었지만

주민들도 부유해져 살기좋은 곳이라고.

 

 

 

학사바위로 원위치.

이날의 숲길체험지도사는 눌변이지만

첫눈에 마음 좋아보이는 사나이.

 

트래킹 시작시 양손으로 하트모양을 지으며

숲을 사랑하자는 구호를 외치자고 했다.

 

말문이 터지자 우리보고 형님, 형님하며

나이들어선 부부사이가 좋아야한다는 애처가.

우리보다 두 살 연하.

 

 

 

트래킹이 끝나고,

 

해여사가 양구옛길로 안내,

길가의 대암샘터에서 차디찬 샘물을 벌컥벌컥.

추곡리 약수는 저리 가라였고.

 

엄청 더운 날이었다.

이 좋은 물이 철철 넘쳐 흐르니

아깝기도 했고.

 

 

 

인근 쉼터에서 펀치볼을 내려다보았고.

 

펀치볼(Punch Bowl)은 1,100미터 이상 산으로 

둘러쌓인 분지. 6.25당시 외국의 종군기자가

화채그릇 같이 생겼다고 이름을 붙였다 한다.

 

행정구역은 해안(亥安)면.

1956년 휴전 후 피난민정착사업의 일환으로

재건촌을 조성했다.

 

옛날 이곳에 뱀이 많은 지역이었는데 뱀의 천적,

돼지를 기른 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이 되었다고.

 

 

 

고지대에서 양구읍으로 내려오는 꼬불길에는

산딸나무꽃이 군락으로 피어있고.

 

제법 넓은 뜰에는 모내기가 끝나 있고.

양구오대미도 품질이 좋다.

 

 

 

대암산(1,304m)입구 광치계곡 입구에 있는

광치막국수에서 편육+곰취막걸리+막국수,

해여사는 막국수 대신 임자탕.

 

들깨가루를 탄  물에 메밀로 수재비

뜬 것을 넣은 음식.

 

힐끗거리는 남정네들에게

한 숫가락씩 보시했고.

 

뒷풀이값은 영우친구가 쏘았다.

 

 

 

음식점 뜰에서 이 쑤시고 담소하고

정원도 둘러보고.

 

 

 

뜰에 있는 싱싱한 구상나무.

우리땅에서만 자라는 나무.

학명이 Abies Koreana.

 

자람터가 높은 산 꼭대기.

한라, 지리, 덕유, 가야산 등.

 

기후가 더워지니 멸종위기에 처해있으나

해외로 건너간 구상나무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인기.

 

그리고 헤어지기 섭섭하여

인근의 달님카페에서 커피 한 잔+건동표 빵.

재혁친구가 쐈다.

 

멀리서 온 건동친구는 만나자마자

빵과 오미자차 하나씩 앵겨주었었고.

 

 

 

산골이라 노을이 일찍 졌다.

 

집에 도착하니 10시. 준비하느라 수고한 재춘친구,

운전하느라 수고한 류흥구, 신영우친구를 비롯

모두들 수고했습니다.

 

해여사 고마웠고요.

 

 

 

여름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내 마음의 초록 숲이 굽이치며 달려가는 곳

거기에 아슬히 바다는 있어라

뜀 뛰는 가슴의 너는 있어라'

(이시영, 1949-,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