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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빗속을 뚫고

지금 나는 비에 갇혀 있습니다 갈 곳도 없거니와 갈 수도 없습니다 매일매일 계속되는 이 축축한 무료 적요 어찌 이 고독한 나날을 다 이야기하겠습니까 비는 내리다간 쏘와! 쏟아지고 쏟아져선 길을 개울로 만듭니다 훅, 번개가 지나가면 하늘이 무너져 내는 천둥소리 하늘은 첩첩이 검은 구름 지금 세상 만물이 비에 묶여 있습니다 (조병화 1921-2003, 장마의 계절) 무료하고 적요한 장마에 지쳤는지 아산친구로부터 내려오라는 전갈이 왔다. 8/5(수)7:27분 무궁화열차를 타기위해 플랫홈으로 내려가자니, 용산역에 새로 설치된 손소독기. 손바닥을 넣으면 소독약을 자동으로 분사. 우한바이러스 국내 유입된지 벌써 반년이 훨씬 지났다. 차창 밖은 성하(盛夏). 요즈음 읽고 있는 호주출신 작가, 클라이브 제임스(1939..

여행 이야기 2020.08.0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홍천 모곡에 있는 친구가 찰옥수수를 보내왔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공기 좋은 곳에서 건강하다는 소식. 나는 껍데기를 벗기고 마나님은 찌고. 백개를 다 벗기고 나니 선수가 되었다. 두 번 껍질을 잡아다니면 끝. 한 번은 일부 껍질을 두번째는 수염을 움켜쥐고 잡아당기면 된다. 코로나 때문에 모임이 연기되다 보니 한 모임에선 복숭아를, 또 한 모임에선 삼계탕을 보내왔고. 수고하는 임원진들의 기지가 엿보이고. 감사하는 회원들의 마음이 보인다. 한더위의 과일, 음식을 맛보면서 지인을 생각하는 것도 삶의 즐거움. 올여름은 본격적인 더위가 아직이지만 피서의 한 방안으로 밀란 쿤데라(1929-)의 소설, '참을 수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농담'을 읽었다. 저자는 인생드라마를 항상 무게라는 기준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

일상 2020.07.26

7월의 무의도

그리운 사람을 가슴에 안고 밀려드는 파도를 보셨나요 가느다랗게 이어진 인연의 틈을 따라 햇살도 부수고 밀려오는 7월의 파도를 손을 내밀고 할 말도 많지만 기다림이라는 한 마디에 서로의 마음을 맡기고 7월의 바다 앞에 서면 온 몸을 적시며 부서진 햇살을 모아 아름다운 이야기를 엮고 싶다 반짝반짝 빛나는 (박우복의 7월의 바다) 7/15(수) 9시, 중곡역에서 다섯친구 만나, 영종대교를 지나는 인천공항고속도로를 달려 무의대교로. 영종용유도(영종도)는 인천 중구에 속하며 인구 75천명. 영종도의 옛이름은 자연도, 제비가 많은 섬이었다. 부천군이었다가 옹진군으로, 다시 인천으로. 옹유도, 삼목도, 신불도 등과 합쳐져 한 섬이 되었고, 인천공항이 세워짐. 영종도는 우리나라 7번째 큰 섬. 제주, 거제, 진도, 강..

여행 이야기 2020.07.17

칠보산과 각연사, 논산 공주 역사기행 2

6/30(화) 여행 둘째날, 베란다 밖을 보니 아직도 비는 내리고 있었고. 그나마나 반년이 벌써 지나가려 하네.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심각한 얘기는 나중에. 아침은 친구가 후딱 준비한 어묵탕에 커피 한 잔. 친구의 병원 방문 때문에 이날 일정이 늦어졌다. 전일, 각연사 통일대사탑비를 향하다가 젖은 바위에 미끄러져 손가락을 다쳐, 뼈가 다쳤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어서. 의사가 셋이나 되는 아산 배방읍에 있는 정형외과, 손님은 많았지만 완전 장삿속. CT, MRI사진을 찍으라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 (논산을 향하는 길, 비는 계속 내리고) 엑스레이 사진을 찍은 후, 커다란 옛날식 손가락지지대를 하고 나온 친구에게 십몇만원이 청구되었는데- 물론 다음번 시술비 일부를 포함한 비용. 강남에서 마나님의 손가락 수술..

2020.07.04

칠보산과 각연사, 논산 공주 역사기행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산 절로 수 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이중에 절로 자란 몸이 늙기도 절로 하여라 靑山自然自然 綠水自然自然 山自然水自然 山水間我亦自然 已矣哉自然生來人生 將自然自然老 (김인후, 1510-1560, 自然歌) 6/29(월) 용산역에서 세 친구 만나 7:27분차로 온양온천역으로 출발. 2012. 7월말에 찾았던 칠보산과 살구나무골에 숨은 선녀탕, 그리고 능선에서 본 각연사를 못잊어 칠보산과 괴산의 명소를 찾기로 했다. 온양온천역에서 아산친구가 합세, 그의 차로 천안, 증평을 거쳐 떡바위에서 하차, 칠보산 등산 시작. 오랜만에 찾은지라 떡바위를 찾아 헤매다 보니, 11시가 다되었고. 떡바위에서 문수암골로 해서 칠보산정상 (779m)에 올랐다가, 살구나무골계곡, 쌍곡을 거쳐 떡바위(칠..

2020.07.03

갯그령꽃과 어우러진 신두리 해안사구

(친구가 찍은 신두리 해안사구) 고향이 바다 건너 먼 어디쯤일 거라 속짐작하게 했던 바로 그 여자 캄캄한 빈 방으로 돌아와 무릎 끌어안고 주저앉아 울었을 작은 삶 하나가 보이네 발걸음을 멈춘 내 가슴 한켠이 서늘해 오네 눈을 맞추고 나직이 이름을 물으니 갯그령이라 하네, 그 여자 (안금자, 1956, '갯그령, 그 여자') 여행배낭을 꾸리려면 마음이 설레인다, 하루짜리 여행이라도. 6/17(수) 육사 교훈탑 옆으로 해가 떴고. 아침이면 들리는 생도들의 구호소리가 없는 듯. 요즈음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그날 아침, 마나님이 채려준 아침상, 코로나 때문 책상 위에 삼시 세끼, 독상이 차려진다.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시간에 맞춰 차려주는 마나님에게 감사해야겠지. 용산 발 7:27 무궁화호 타고, ..

여행 이야기 2020.06.19

추억 속의 용추계곡 언저리 산책

6/10(수), 뉴질랜드팀 세명이 상봉역에서 만나 10:10분 경춘선에 몸을 실었다. 가평역에서 용추계곡 가는 버스가 오전에 세대. 11:15분 버스에 맞추자니, 느즈막하게 출발. 천마산 지나고 대성리 철교를 지날 때면 강건너 화야산, 고동산(청평면 삼회리)의 추억이 떠오른다. 2010년대 초반에 야생화를 찾아 떠났던 산들. 2011년 4월, 화야산 정상에서의 산상 비빔밥도 좋고 야생화 군락도 좋았지만, 산 입구의 초라한 절, 운곡암이 잊혀지지 않는다. 1380년에 운곡 원석천선생(1330-?)이 창건한 절. 두문동 72현의 한 사람으로 이방원의 스승. 태종이 스승을 불렀지만, 여말선초의 격변하는 시국을 개탄하는 운둔 선비가 되었고. 선생의 회고가는 알 만한 시조. 흥망이 유수하니 만월대도 추초로다(잡초..

여행 이야기 2020.06.11

다시 가고 싶은 섬, 가거도 만재도 3

마구산 초입, 한전에서 운영하는 발전소 입구에 핀 꽃양귀비, 화려했습니다. 우리의 계획은 이날 오후, 등대가 있는 마구산(177m), 다음날은 앞산에 오를 예정. 만재도는 바람이 센 섬이라 돌담이 이어지고, 파란 지붕집이 많습니다. 2009년기준, 섬의 인구는 42세대에 92명. 가거도와 비교하면 면적은 1/15, 인구는 1/5. 대부분 어업에 종사. 도미, 다랑어, 전갱이, 고등어, 갈치, 장어 등 회유어종이 많아 연중 고기잡이가 가능. 낚시꾼에겐 잘 알려진 섬. 한때는 진도군 조도면에 속했었고, 1700년대, 평택 임씨가 처음 입도했다는군요. 마구산에 오르는 중 만난 돈나무. 키가 작은 상록관목. 돈이나 돼지와는 상관이 없고, 제주 사투리로 똥낭, 똥나무의 뜻이죠. 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꺽으면 고약한..

여행 이야기 2020.06.04

다시 가고 싶은 섬, 가거도 만재도 2

험한 바위길을 헤매다 보면 나뭇잎들은 우리에게 활력을 주죠. 원시림에 가까운 숲에는 예전엔 뱀, 쥐가 많았다네요. 족제비를 방사하여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실제로 친구는 지나가는 족제비를 확인했습니다. 이런 험한 길에 오르내림도 심하고, 6월이 되어 여름이 오면 숲에는 히말라야 같이 산거머리가 있다 하네요. 친구는 다희네 숙소에서 샤워하다 물거머리 두 마리를 발견, 놀라기도 했죠. 신선봉에서 300m 거리에 있는 사거리(대풍리, 백년 등대, 신선봉, 항리)에서 신선봉 오르는 것은 포기. 2시간 이상 걸으니, 바다 풍경이 나오고, 포장된 큰 길이 나왔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여름이 시작되기 전이라 하루살이 등 곤충들의 괴롭힘이 없어 다행이었고요. 2시간 반만에 드디어 백년등대 도착. 등대는 중국과 가..

여행 이야기 2020.06.02

다시 가고 싶은 섬, 가거도 만재도

------------------------------------------- 바다가 요동을 쳐도 옷깃 하나 흐트러짐이 없는 이곳 하도 멀어서 저 수평선 너머에 감쪽같이 몸사린 환장하게 생긴 이곳 얼마나 고귀하기에 뿌연 짙은 안개 속에 숨어 쉽게 허락하지 않는 독실산이 솟아있는 이곳 이곳은 가거도 (고선경의 '이곳',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녀가 가거도중학교 2학년때 쓴 시) 요즈음은 우리가 고립된 섬입니다. 보고싶은 사람들도 못 만나고, 집에서도 마스크 쓴 집사람과 대화도 안되고- 그래서 작년 9월 중순 가거도를 향했다가, 거센 파도 때문에 홍도, 흑산도, 장도, 대둔도를 빙빙돌았던 기억 속에 또 가거도로 향했죠. 섬여행은 시끌시끌한 여행보다는 홀로 또는 둘이 가는 것이 제격이겠고. 5/26(화),..

여행 이야기 2020.06.01